<정대화 경선관전기-경남>경남에의 ‘음모론’ ‘색깔론’
광주 승리를 마산으로 확산한 노무현
(편집자주) 사이버참여연대는 민주당 국민경선 기간동안 각 지역 경선별 평가를 담은 정대화 상지대 교수의 관전기를 연재한다. 정대화 교수는 ‘대선감시시민옴부즈만’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관전기는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서도 볼 수 있다.
정대화 경선관전기
<광주>극적 이변, 그 이상의 혁명적 반전(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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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사모’회원들 앞에서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는 노무현 후보.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마산에서 치러진 경남 경선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강원 경선 직후 발생한 두 가지 상황이 경남 경선에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까, 노무현 후보가 정치적 연고지역인 경남에서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을까 하는 것이었다. 강원 경선 직후 발생한 상황이란 김중권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선언으로 인한 대결구도의 변화 및 25-27일에 있었던 이인제 후보의 ‘사퇴파동’을 말하는 것이다.
이인제 후보의 ‘사퇴파동’은 경선참가로 결말이 났다.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사퇴하지 않을 ‘사퇴파동’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이 후보는 ‘사퇴파동’을 통해서 ‘이인제 대세론’의 실종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동시에 민주당 국민경선의 진행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받았다. 비유하자면 긍정적인 힘을 상실한 반면 부정적인 힘을 확인한 셈이다.
또한 이 후보는 춘천 경선 이후 ‘사퇴파동’의 과정을 거쳐 ‘음모론’의 강도를 줄인 반면 정계개편론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면서 동시에 ‘색깔론’을 강력한 경선용 무기로 추가했다.
색깔의 내용은 과거 노무현 후보가 파업현장 및 국회에서 했던 발언에 근거한 것이다. 이 점에서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겠지만, ‘색깔론’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이인제 진영은 이념과 노선에 대한 검증이라고 항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첨언한다.
이인제 후보는 주가급등에는 작전세력이 있는 것처럼 후보가 줄줄이 사퇴하니 외압설이 나오는 것이라고 ‘음모론’을 연상시키는 발언으로 시작해서 연설의 대부분을 ‘색깔론’을 연상시키는 비판적 발언으로 일관했다.
이번 대선에서 보혁구도로 가면 실패한다, 대통령의 돌출발언은 곤란하다, 국가보안법 철폐나 언론과의 싸움은 불안하다는 식의 주장이었다. 이 후보는 노 후보의 발언의 일부에 대해 “민주노동당도 생각하지 않는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 후보는 경남이 자신의 정치적 연고지인 점을 감안, 이 후보의 비판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고 고향사람들에게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여유를 부렸다. 다만 연설의 말미에 이 후보를 향해 “정정당당하게 페어플레이 합시다”라고 외치면서 한 번 불복도 용서 않는데 하물며 두 번 불복을 용서하겠느냐고 이 후보의 행동을 나무랐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음모론’으로 지지율 10%가 깎였는데 다시 ‘색깔론’으로 10%가 더 깎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후 6시에 발표된 경선 결과는 일반적인 예측을 그대로 반영했다. 노무현 후보가 유효투표의 72.2%인 1713표를 얻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인제 후보는 19.7%인 468표, 정동영 후보는 8.1%인 191표를 얻었다. 노 후보의 72.2%는 이인제후보가 충남에서 얻은 73.7% 다음으로 높은 지지율이었다. 영남지역의 투표성향이 충청지역과 반대로 나타날 것임을 시사해준다고 할 수 있다.
마산 경선에서 나타난 투표결과는 노무현 후보가 울산과 광주에 이어 경남에서도 1위를 함으로써 노 후보가 주장하는 지역분열의 통합, 영호남 통합이라는 구호가 영호남에서 수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 후보는 광주에서 얻은 성과를 경남으로 몰아와 확산시키는 데 성공함 셈이다. 그러나 이 투표결과는 세 가지 정도의 쟁점을 제기한다.
하나는, 겉으로 드러난 지지율만 가지고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경남의 투표결과는 이인제 후보의 ‘사퇴파동’이 경선 국면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당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 것이기는 하지만 지지율에는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이 후보가 ‘대세론’의 붕괴 후 전략적 카드로 구사하고 있는 ‘음모론’과 ‘색깔론’ 역시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경남지역에서 수용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무현 후보가 얻은 72.2%는 최근의 여론조사 경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기에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민주당의 경선 직전까지만 해도 경남지역이 고집스럽게 노무현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광주에서의 노 후보의 승리를 계기로 영남사람들이 노 후보를 민주당의 가능성 있는 대안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경남의 투표결과를 지역주의적인 것으로 해석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이것은 대전과 충남에 대한 분석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후보가 영남 아닌 다른 지역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느냐가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노 후보는 강원에서 42.5%, 광주에서 37.9%를 얻어 1위를 했다. 게다가 노 후보는 제주와 충청지역을 제외한 영노남 및 강원지역에서 1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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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표뒤의 세 후보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런 점에서 노 후보의 1위는 상대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이고 대안론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져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지만, 72.2%를 순수한 지지로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대전, 충남과 마찬가지로 경남에서도 일정한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투표성향의 지역주의적 요소에 대한 해석은 현실적으로 지역주의가 존재하고 일정하게 투표결과에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면서도, 다만 후보자들이 적극적으로 지역주의를 촉발하거나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투표결과는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지역주의적 경향의 자연스러운 표출과정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지역주의의 절제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셋째는, 투표율에 관한 해석이다. 72.2% 지지율을 통해서 노무현 후보의 정치적 연고지인 것이 확인된 경남지역에서 선거인단의 투표율이 57.1%라는 매우 저조한 수치를 기록한 배경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선거인단 4201명 중에서 2401명만 참석했으니 예상 밖의 낮은 투표율임을 알 수 있다. 대도시와 달리 지역이 넓어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충남과 강원이 각각 73.7%와 67%였다는 점과 크게 비교된다. 선관위가 행사장에 5000개의 도시락을 주문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예상보다 훨씬 낮은 투표율임을 알 수 있다.
낮은 투표율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선거인단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인제 후보의 ‘사퇴파동’, 두 후보간의 상호비방, 7명으로 시작한 경선에서 후보 4명의 탈락, 이인제 대세론의 소진과 노무현 대안론의 정착으로 불확실성의 약화 등의 이유가 단편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부분적으로 조금씩 일리가 있는 이유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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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 실내체육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는 이인제 후보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그러나 하나의 가정이지만,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영남지역에 기반을 둔 김중권 후보의 사퇴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것은 김중권 후보가 ‘합리적 보수’를 자임하면서 각 지역에서 안정적인 득표를 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울산 경선에서는 노무현 후보에 1.6% 뒤지는 27.8%를 얻어 2위를 했다는 사실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즉 김중권 후보를 지지하는 경남의 보수층이 투표에 불참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점 때문에 낮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변하지 않은 것이다.
또 하나의 가능한 이유는 이인제 후보가 사흘 동안 ‘사퇴파동’을 치르느라 시간을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경선참여를 선언한 다음에는 주로 전북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했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시간상의 제약과 득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조직동원이든 지지호소든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이인제 후보의 ‘사퇴파동’과 ‘색깔론’은 마산 경선에 경남주민들에게 수용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음모론’이 ‘색깔론’을 가져오고, 그것만으로는 붕괴중인 대세론을 지탱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퇴파동’이 일어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인제 후보측의 강도는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색깔론’의 강화가 하나의 대안인데, 마산 경선에서 이 후보가 구호를 ‘안정개혁’으로 바꾸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 대선감시시민옴부즈만 전문가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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