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등 근본적 제도개선 대책 없는 직권신청 확대는 기술적·행정적 조치에 불과
지원대상자의 동의 없는 금융정보 등의 조회는 정보인권 침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늘(9/17) 전체회의에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및「국민기초생활보장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위기 상황으로 인해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 등에 대하여 보장기관의 업무담당자가 지원대상자의 동의 없이도 사회보장급여의 제공을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금융정보 등의 제공을 요청하여 신속한 수급자격 조사와 급여 제공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거래 정보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조회·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실효성 있는 빈곤 사각지대 해소 대책이 될 수 없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등 근본적 제도 개선 없이 행정의 재량권만 확대하는 이번 법 개정에 반대한다.
이번에 전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반복되는 위기가구 사망 사건 발생 원인에 대해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발굴과 직권신청 강화를 넘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또는 의사에 반해서까지 직권신청하고 자산조사를 해서 급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되는 대부분의 사례는 ‘신청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현행 제도의 엄격한 수급요건과 복잡한 절차 등으로 ‘신청해도 보호받지 못하는’ 제도적 특성 때문이다. 무작정 정보수집으로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빈곤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비극을 기술적·행정적인 문제로 축소하고,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은폐하는 결과로 연결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복지사각지대 발굴 지원 현황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남인순 의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발굴된 대상자 142만 명 중 60만 명, 즉 41.6%가 발굴되어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초생활보장·차상위 지원·긴급복지지원 등 공공서비스 제공 비율은 17.7%에 불과했다. 이는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가 단순히 위기가구를 찾아내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발굴된 사람이 실제로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엄격한 수급 요건 완화와 지원체계 개선이 전제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지원대상자의 동의 없는 금융정보 조회는 심각한 정보인권 침해이다. 금융거래내역은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 중 하나로, 수사기관도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는 접근할 수 없는 정보다. 현행 사회보장급여법은 이미 연체정보를 포함한 수많은 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수집은 사회보장급여 수급권이 있지만 미처 신청하지 못한 대상자를 발굴한다는 명목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정보를 조회한 결과 보험가입 사실이나 특정 지출 내역 등이 확인되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조회한 사실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통보할 것인지, 조회한 금융정보를 얼마 동안 보관하고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고, 폐기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장치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엄격한 수급요건과 제도의 장벽은 그대로 둔 채, 시행령으로 직권신청 대상의 구체적 범위를 위임하는 것은 행정기관에 과도한 재량을 부여하고 개인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수집·활용될 우려가 있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빈곤 사각지대의 주요 요인인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등 제도적 장벽부터 낮춰야 한다. 위기가구의 어려움은 경제적 곤란뿐 아니라 가족 관계의 단절과 갈등, 돌봄 부담, 주거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정보의 열람을 확대하는 것보다 수급요건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발굴된 위기가구가 실제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보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부양의무자기준은 수급권자를 탈락시키거나 신청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직권신청만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복지 사각지대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 국회는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개인의 미신청이나 행정의 미발굴에 돌릴 일이 아니다. 왜 발굴된 사람이 지원받지 못하는지, 수급요건과 전달체계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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