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망령, 누가 어떤 이유로 민간인 사찰 지시했나
지난 7월 22일, 박선원 의원은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쌓기 위해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을 동원하여 ‘안보 위해’ 정치인 명단을 작성하고 간첩 사건을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윤건영 의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 국정원이 별도의 방첩 조직을 만들어 정치인과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비상계엄 당일에는 국정원 고위 간부가 기존 ‘안보 위해 세력’ 명단을 갱신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민간인 불법사찰을 일삼던 과거 국정원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가? 국정원 조직이 비상계엄과 내란 실행에 조직적으로 동원되고 가담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 사안이다. 여기에 더해 정치인과 민간인을 사찰하고 간첩 사건을 계엄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정원의 내란 가담과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만약 민간인 사찰과 간첩조작 시도가 내란의 명분을 삼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는 국정원이 단순히 내란의 실행에만 가담한 것이 아니라 모의 단계부터 개입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초 종합특검은 12·3 비상계엄 관련 국정원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파견 인력을 선발하고, 윤석열 대통령실의 요구에 대비해 ‘안보 위해 세력’ 명단을 준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7월 22일 박선원 의원은 정치인을 포함한 ‘안보 위해 세력’ 명단이 2008년 이후 국정원 내부에서 작성·관리되어 왔으며, 비상계엄 선포 이후 체포 계획에도 이 명단이 첨부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박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202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석열이 ‘반국가세력’을 언급한 이후 국정원이 문재인 정부 안보 관계자를 대상으로 간첩조작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2024년 조태용 원장 취임 이후에는 ‘대남 영향력 공작 대응 TF’를 꾸려 대통령실에 여러 차례 보고했으며, 총선 이후에는 여야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간첩조작도 시도했으나 현장 직원들의 거부로 모두 무산됐다고 한다.
이어 7월 23일 윤건영 의원은 ‘안보 위해 세력’ 명단과는 별도로 윤석열 정부 국정원이 ‘OO방첩단’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정치인 등을 사찰해 왔으며, 이 조직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현안 TF’로 명칭을 바꿔 정치인 사찰 정보를 작성해 대통령실에까지 보고됐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2022년 5월부터 2024년 초까지 여야 일부 정치인의 북한 연계 의혹을 조사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다는 내부 직원들의 반발로 조사가 중단되거나 실행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간첩조작 시도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다.
2020년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은 금지되었고, 이에 따라 국내정보 수집 전담 부서도 폐지되었다. 나아가 폐지된 조직이 다시 설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정보원법 제6조 제2항은 “직무범위를 일탈하여 정치관여의 우려가 있는 정보 등을 수집·분석하기 위한 조직을 설치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국내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정보 수집 조직의 부활을 법률로 명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과 간첩 조작 등을 통해 국내 정치에 개입해 온 폐단을 되풀이하지 못하려는 조치였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정치인 등 민간인에 관한 정보를 북한 관련 정보나 방첩정보로 둔갑시켜 사실상 민간인 사찰을 지속해 온 것이다. 이는 명백한 위법행위다. 더욱이 이러한 정치인 사찰과 간첩조작이 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면, 국정원은 단순히 내란 실행에 가담한 것을 넘어 내란의 기획과 모의 단계부터 개입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종합특검은 국정원이 운영해 온 ‘안보 위해 세력’ 명단이 언제부터,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내란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또한 ‘OO방첩단’ 역시 누구의 지시로 언제부터 어떤 목적으로 설치·운영되었는지 사찰대상과 명단도 밝혀져야 한다. 사찰행위와 간첩조작 시도와 내란과의 연관성 또한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민간인 사찰이라는 망령을 되살리고,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악용해 내란을 기획하고 실행한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종합특검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모든 관련자에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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