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2/25) 오후 12시, 기초법공동행동은 송파 세 모녀 11주기 추모제를 진행했습니다. 송파 세 모녀의 죽음으로부터 11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가난한 이들이 죽음으로 발견되는 비극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매년 수십만 명이 위기 가구로 발굴됨에도 공적 복지제도로 연결되는 비율은 3%가 채 되지 않는 현실입니다. 반복되는 죽음 앞에 정부와 국회는 “발굴”이라는 실효성 없는 대책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작금의 빈곤 문제와 그로 인한 죽음은 ‘신청하지 않아서’, ‘발굴하지 못해서’ 발생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사회 정책이 현실과 맞지 않거나 부재하기에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한국의 빈곤율은 약 15%로 높고 노인빈곤율은 40%에 육박합니다. 이는 사회소득이 사라지거나 삭감되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사회 정책이 부재함을 의미합니다. 또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매해 갱신하고 있습니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자살 생각의 주된 이유 1위가 ‘경제적 어려움(44.8%)’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빈곤, 위기를 마주한 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선택지 안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복지 제도를 비롯한 사회 정책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거절당하고, 약탈적 금융을 이용하며 또 다른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이미 위험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상황이 심각함에도 정부는 작년 7월 기초생활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높이고 건강권을 해칠 것이 명백한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을 발표했습니다. 동자동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 사업은 4년째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고, 그 사이 100명 넘는 주민들이 생을 마감했습니다. 공급 중심의 주택 정책이 만들어낸 사회적 재난, 전세 사기로 인해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희생된 이들과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 분투하는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 이동과 교육과 노동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며 법 제·개정과 예산 마련을 요구하는 지하철 선전전은 탄압받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동반 죽음이라는 반복되는 재난을 끊어내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국회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빈곤이라는 생존의 위협을 마주한 사람들이 삶의 존엄을 빼앗기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한국 사회의 정책과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복지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작금의 사회의 빈곤을 만들어낸 정책의 총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에 송파 세 모녀와 빈곤과 장애, 이윤만을 위한 사회구조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마음을 모아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추모제를 진행했습니다.
개요
- 일시: 2025년 2월 25일(화) 12시
- 장소: 국회 앞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농성장
- 주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전국장애인부모연대
- 프로그램
- [1부]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기도회
- 사회: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
- 추모 법고(또는 명상) : 고금스님
- 추모 발언 : 지몽스님(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 추모 기도
- [2부] 추모제
- 사회: 정성철(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 발언
- 김종옥(전국장애인부모연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 은희주(홈리스야학 학생회장)
- 차재설(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교육홍보 이사)
- 전세사기피해대책위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추모공연
- 노승혁(옥바라지선교센터)
- 헌화 및 분향
- [1부]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기도회
결의문
빈곤과 차별 없는 세상에서 영면하소서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를 조기졸업하고,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 등 국제 정세로 인해 세계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에서도 경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오랜 기간 국가는 성장을 통한 낙수효과를 주창했다. 하지만 한국은 전체 인구 중 약 15%, 노인 인구 중 약 40%가 빈곤을 경험하고,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격차가 2억 원에 달하는 빈곤과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다. 더 많은 이윤을 목표로 성장하기 위해 국가는 불안정 노동을 확대하고 집을 투기상품으로 전락시켰다. 장애가 있거나 가난한 이들에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이 아니라 시설 구금이라는 폭력의 방식을 복지라는 이름으로 실행했다. 가난한 이들, 장애가 있는 이들과 그 가족들이 내일의 삶이 두려워 선택하는 오늘의 죽음은 사람과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국가가 만들어낸 비극이자 재난이다.
2014년 송파 세 모녀의 죽음으로부터 11년이 지났지만, 빈곤층의 죽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송파 세 모녀가 복지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있는 제도도 활용하지 못해서’ 발생했다는 잘못된 진단으로부터 ‘발굴’ 중심의 복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단과 처방이 잘못되었음은 매년 발굴되는 수십만명의 ‘위기 가구’ 중 공적 복지로 연결되는 비율이 약 3%밖에 되지 않는다는 복지부의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지금의 복지 사각지대와 빈곤층의 죽음은 빈곤층이 신청하지 않거나 사회복지 노동자가 찾아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빈곤이라는 위기를 경험하고 있음에도 낮고 까다로운 진입장벽으로 인해 밀려날 수밖에 없게 설계된 정책의 실패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다.
일용직 노동자인 어머니의 부상으로 소득이 중단되었음에도 작동하지 않은 사회안전망. 월세 50만 원에 공과금 20만 원이라는 소득 대비 높은 주거비. 비용 부담으로 인해 적절한 병원 이용을 하지 못했던 상황과 같이 송파 세 모녀의 죽음에는 다양한 사회정책이 부재하거나 작동하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빈곤은 노동권, 주거권, 건강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또는 천천히 닥칠 수 있는 위험이다. 이러한 권리들은 하나가 박탈되었을 때 다른 권리의 박탈로 이어진다.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노동할 수 없게 되고, 노동 소득의 중단은 주거 불안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렇기에 빈곤층의 죽음을 멈추기 위해선 복지정책과 함께 노동과 주거, 사회서비스와 의료와 같은 사회정책의 전반적인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은 기업과 부자의 편에 선 지난 3년 간의 국정운영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으로 인한 탄핵 국면을 마주하며 위기 상태에 놓여있다. 윤석열 정부는 ‘약자 복지’를 내세우면서도 빈곤층의 병원비 부담을 높이는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을 시도하는 등 각종 부자 감세의 책임을 복지 축소, 빈곤층에게 떠넘겼다.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동반자살, 돌봄 노동하던 가족 구성원이 돌봄 대상을 살해한 후 자살하는 비극이 반복됨에도 사회서비스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도 동자동 쪽방지역의 공공개발은 4년째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그 사이 100명 넘는 주민이 사망했다. 수만 명의 세입자가 전세사기로 인해 고통받고, 희생자가 연속해서 발생했음에도 전세사기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작금의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책임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만 있지 않다. 갈등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대 양당은 종부세, 금투세와 같이 부자 감세에 함께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상속세 개악에 나서고 있다. 지금 열리고 있는 광장에선 대통령의 탄핵과 더불어 사회 대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사회 대개혁이 의미하는 바는 기존 기업과 부자의 편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운영해 온 정부와 국회에 대한 질타로부터 사람들의 일상에서 빼앗긴 권리를 되찾는 것이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빈곤과 불평등은 성장 과정에서 배제된 이들에게 발생한 우연이 아니라 성장의 땔감으로 사용되기 위해 빼앗긴 가난하거나 장애가 있고 평범한 사람들 권리의 총합이다. 우리는 송파 세 모녀 11주기 추모제를 맞아 빈곤과 차별로 인해 돌아가신 모든 이들을 추모하며, 이윤이 아니라 사람과 생명을 우선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요구한다.
2025년 2월 25일
송파 세 모녀 11주기 추모제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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