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1.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허용 추진 경과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이미 외국인 영리법인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다.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법 입법 당시 내외국인의 제한 없이 영리법인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하였으나 시민사회단체와 보건복지부 등의 반대로 외국인에 영리법인병원 설립을 한정하는 것으로 매듭이 지어졌다. 그 이후 제주특별자치도 당국은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설립 허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으나, 지난 정부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 이명박 정부에 들어선 지난 6월 3일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에서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설립 허용이 본격적으로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제주에서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설립 추진경과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08년 3월: 권한 및 규제 혁신 과제 655개에 대해 총리실과 제주도 간 실무검토
․ 5월 22일(목): 김태환 제주지사, 서울에서 진행한 실․국장회의에서 ‘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에 교육․의료영리법인 허용 반드시 반영해야할 것’이라고 주문
․ 6월 3일(화):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 결정사항을 발표하면서 국내 영리병원설립 허용 건은 추후 논의하기로 하였다고 공표
․ 6월 5일(목): 3단계 제도개선 관련 공무원 대상 교육에서 ‘국내 영리병원 설립 허용키로 관련 부처 간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강창희 제주특별자치도 추진단장이 밝힘.
․ 6월 6일(금): ‘국내 영리병원 설립 허용키로 관련 부처 간 합의가 이루어졌음’이 한라일보에 보도되면서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허용 방침 공개
․ 6월 18일(수): 국내 영리병원에 당연지정제 적용 방침 천명
․ 6월 20일(금) : 김창희 제주특별자치도 추진단당 기자브리핑 ‘헬스케어 타운 외 다른 지역에도 영리 의료법인 가능성 열어두고 있다’ 밝힘
․ 6월 24일(화): 제주특별자치도 여론조사 결과 발표/한국갤럽, 813명 대상, 6월19일~20일진행(의료산업육성-77.4%찬성,국내 영리병원 설립-75.4%찬성)/7월 초순 입법예고위한 해당부처와 협의중임을 밝힘
․ 7월 1일(화): 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 여론조사 결과 발표/코리아리서치, 성인남녀1019명 대상, 6월27일진행(도내영리병원허용-47.9%반대, 42.8%찬성)
2. 2008년 제주특별자치도 의료제도 규제완화 결정 내용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허용 문제이외에도 의료분야에 있어서 이번 제주도 3단계 제도개선 과정에서 결정된 우려할 만한 사항이 몇 가지 더 있다. 제주에서 결정된 규제완화 건이 경제자유구역에 곧바로 법제화되며 향후 보건의료제도 전반의 변화 방향을 읽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국 영리병원에 대해 전문의 수련기관 지정을 허용해주었고, 외국 의료인 면허소지자에게 외국인 영리병원에 종사할 수 있도록 면허 제한을 풀어주었고, 외국 영리병원에게 의약품 및 건강보조식품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는 특혜마저 베풀었다. 당장에는 외국 영리병원에 국한된 사안이지만 추후 내국인 영리병원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사안별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3.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허용 논리와 문제점
제주에서 내국인 영리법인병원을 설립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두가지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첫째, 제주의료 발전론이다. 제주의 경우 서울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취약하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5년에만 제주도에 거주하는 환자 6만4,479명이 내륙 등 다른 지역에서 진료를 받았고, 이에 소요된 진료비도 335억원에 달했다. 진료비 이외에 항공료 등을 포함하면 의료 문제로 막대한 비용이 도외로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제주도에는 의료인프라 수준 향상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크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좋은 병원이 들어올 것이고, 앞으로는 서울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지점을 파고들고 있다. 둘째, 의료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론이다. 제주에서 의료와 관광을 접목한 의료관광이 활성화되면, 관광객의 숫자가 늘어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는 활성화된다는 논리이다. 태국, 인도 등의 영리병원을 통한 의료관광 주도국의 모델을 기초로 의료관광을 위해서 영리병원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각각의 주장이 지니는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영리병원 허용을 통한 제주의료 발전론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이렇다. 앞서 지적했듯이 제주에는 ‘삼성이나 아산과 같은 국내 일류 병원이 진출했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제주도가 6월 20일 발표한 ‘국내 영리병원 설립 관련 설명자료’에 적시 되어 있듯이 제주에 진출할 영리법인병원은 ‘특화된 부분의 전문치료 분야에 집중’할 소규모 전문 병·의원들이다. 아마도, 현재 제주도가 유치협상을 벌이는 의료기관들이 척추·관절·성형·피부·치과 등 제한된 범위의 진료를 담당하는 소규모 의료기관들뿐이기 때문에 중증 질환에 이환된 도민들 입장에서는 서울 주요 초대형병원과 비교할 때, 도내에 들어올 영리의료기관들은 비교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설 클리닉 센터 건물의 한 구석이나 한 층 혹은 몇 개 층을 사용할 의료기관들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제주에 대규모 종합병원 형태로 투자하겠다고 하는 국내 의료자본이 있었다고 한다면, 6월 20일 발표와 같이 자신 있게 모든 국내 영리의료기관에 대해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건강보험수가를 적용받으면서 제주에 대형 종합병원 형태의 영리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나설 의료자본이 없기 때문이다. 소규모 전문병의원들은 왜 제주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일까? 이들은 지금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 형태로 사업망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영리법인병원이 허용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규모 자본조달을 통해 전국에 동일 브랜드 병원을 건립하여 직영체제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영리법인병원 설립 허용을 갈망하고 있는 소규모 전문병의원들로 구성된 클리닉센터 몇 개동을 신설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영리병원이 허용되어야 제주의료가 발전한다는 주장은 허황된 소리일 수밖에 없다.
둘째, 영리병원을 통한 의료관광 활성화론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비판의 요지는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을 통해 의료관광을 시도하면 망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관광의 열풍이 제법 거세게 일고 있다. 거센 의료관광 열풍의 진원지가 미국과 같은 의료 선진국이 아닌, 태국이나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 의료관광 신흥시장의 성공 비결의 핵심은 자국의 우수 의료진에게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여 ‘고급/첨단’ 인프라를 구비하게 하고, 개도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여 양질의 의료를 미국 의료비 대비 10% 수준의 가격으로 제공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의 의료보장 소외계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의 경우 의료보험이 없는 4천5백만명과 보장성이 낮은 보험에 가입한 수천만명이 존재하는 데 이들이 동남아 의료관광의 주 고객이다. 동남아에서 의료관광이 성공한 비결은 한마디로 가격이다. 병원서비스 원가의 절반이 인건비인데, 2003년 한국제조업 노동자 월평균 인건비를 100으로 보면, 태국은 9.6%, 인도는 1.4%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인건비와 저렴한 부대비용을 무기로 양질의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이다. 나아가 영리병원을 통해 외부 자본을 유치하여 우수한 시설과 고가의 장비를 구비할 수 있었던 것도 빠르게 성장한 비결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의료관광의 진원지는 고급 ‘명품 시장’이 아닌, ‘중저가 시장’이라는 점이다. 70-80년대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저임금 구조가 세계화의 진전과 더불어 의료서비스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생산, 유통, 소비가 동일한 곳에서만 가능하다는 의료서비스 특성상 재화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이동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가 태국보다 선진국이고, 의료기술이 더 우수하기 때문에 영리병원을 통해 서비스를 고급화하면 의료관광에 성공할 것이라는 ‘단순 논리’는 무지의 소치이거나, ‘영리병원’이라는 의료관광의 일면만을 과장하여 국내에 영리병원 도입 필요성을 확산시키는 데 ‘악용’한 결과일 뿐이다.
4. 맺음말
제주에 내국인 영리법인병원이 허용된다고 한들 영리법인병원 전국화의 계기로만 활용될 뿐 제주도에는 실익이 없다. 제주도 당국이 영리법인병원 허용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중앙정부의 압박이 상당한 탓이다. 영리법인병원 허용에 머뭇거리거나 중도에 포기하면 여타의 지원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영리법인병원 허용 카드를 접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의 핵심은 중앙정부인데, 힘없는 지방정부만 총대를 매고 진을 빼는 꼴이다. 나아가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되고 전국적인 수준에서 의료민영화가 본격화되면 제주도민은 지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의료비로 지출할 수밖에 없다. 의료 인프라가 취약하고 경제 전망이 어두운 제주도를 악용하는 중앙정부가 미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월간 <복지동향> 2008년 07월호(제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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