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07-20   1688

[심층분석 1] 국제결혼 가족에 대한 실천 및 정책 제언


국제결혼 가족에 대한 실천 및 정책 제언

 


최승희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는 말

 

요즈음 우리 사회 일각에서 쏟아지는 다문화에 대한 관심을 필자는 ‘다문화 광풍’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연예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미녀들이 한국문화에 대한 그들의 시각과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얼굴을 보지 못했던 국제결혼 가족의 사돈들이 잔치상에 마주앉아 즐거운 담소를 나눈다. 시사프로그램에선 행방을 감춘 아내를 찾아다니는 국제결혼을 한 남편의 분노와 애환을, 때로는 가정폭력, 성폭력에 노출되거나,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연약하고, 어린 동남아의 신부들의 처절함 등을 접하게 된다. 

방송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몇 년간 갑작스럽게 다문화 관련 주제의 학술세미나, 정책포럼, 토론회 등이 과도할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어느 지자체의 다문화 정책 토론회에서 만난 NGO 단체의 실무자는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다문화 관련 토론을 맡거나 발표를 하게 된다고 토로하고, 지역 기관의 실무자들은 프로그램을 위해서 ‘다문화권 클라이언트’를 모집하는 것의 어려움과 클라이언트들이 여러 기관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중복적으로 받고 있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들으면 ‘다문화 광풍’이라는 표현이 과히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표현이 다소 우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이렇게 쏟아 붓는 정책들과 그와 관련한 예산들, 각 기관과 지역마다 대동소이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들이 과연 다문화 가족의 적응과 지원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지역 및 가족의 특성에 따라 따른 국제결혼이주 여성과 그들의 가족들의 진정한 욕구를 파악하고 있는지, 이들을 지원하는 전문 인력들의 문화적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국제결혼가정의 실태나 문제점들에 대한 학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지 등을 돌아보고, 점검해야 할 때이다. 다문화 사회는 긴 호흡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 본고를 통해서 다문화 가정과 자녀들의 실태를 살펴보고, 다문화 가족을 위한 실천 및 정책 제언을 하고자 한다.

 

국제결혼가족의 현황

 

1990~2005년 사이에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은 159,942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이 현상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2005년의 국제결혼은 총 결혼건수의 13.6%로 100명 가운데 13명이 외국인과 결혼하였으며, 이중 한국남성과 외국 여성과의 결혼은 72%였다. 여성결혼이민자의 출신국가는 주로 개발도상국으로, 이러한 경향이 점차 강화되고 있으며, 국적도 다양하게 변화하는 추세이다.

혼인 종류별로 국제결혼 실태를 보면 초혼은 2001년 6676건에서 꾸준히 증가하여 2006년 한해에 19044건으로 3배 이상 증가하였다. 초혼의 경우 배우자 국적은 중국, 베트남, 일본 순으로 높다. 국제결혼 재혼은 사별 후 재혼보다 이혼 후 재혼하는 경우가 매우 높다. 2001년 3230건에서 2006년 10702건으로 3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배우자 국적은 중국, 베트남 순으로 높게 나타난다.

국제결혼의 건수 못지 않게 국제결혼의 이혼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이혼 통계 실태를 보면 지난해 한국인·외국인 부부의 총 이혼(8828건)은 재작년(6280건)보다 40.6% 증가, 전체 이혼 건수의 7.1%에 달했다(통계청,2007). 이 같은 한국인·외국인 부부의 이혼 건수는 지난해 이뤄진 전체 국제결혼(3만8491건) 건수의 4분의 1(23%)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제결혼 후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이혼을 하더라도 한국인 가정의 이혼 건수로 집계되기 때문에, 실제 국제결혼 커플이 이혼하는 비중은 통계 수치보다 실제로 높을 것이다.

이렇듯 국제결혼 이혼이 증가하는데 에는 농촌 총각들이 지방자치단체의 경제적 지원에 따라 충분한 사전준비나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국제결혼을 서둘렀다가 이혼하는 경우와 함께 중국동포 여성들의 위장결혼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역별로 도시 지역보다 농촌지역의 외국인 아내와 한국 남성의 이혼하는 비율이 높다. 

 

한편 국제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높은 반면에 이들의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지원은 취약한 실정이다. 주 양육자인 국제결혼이주여성이 주 양육자이다 보니 언어적 발달이 늦기도 하고, 이로 인해 낮은 학업능력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단지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때문에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이들의 적응의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현황을 살펴보면 2007년 4월 현재 일반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국제결혼가정자녀는 13,445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68%(5,447명)나 증가한 수치다(교육과학기술부). 국제결혼가정 청소년들의 경우 아직 대부분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지만 몇 년 지나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많이 진학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이 원만히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언어적, 신체적 폭력에 노출되어 취약한 국제결혼 이주여성들, 위장 국제결혼으로 상처받은 남편들과 가족들, 언어적 능력이 뒤처지고, 생김새가 다소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는 자녀들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획일화된 한국어교육, 요리교실, 문화체험 등의 지원 이외에 좀 더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다문화 가족 지원을 위한 실천 및 정책 제언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원은 정부의 일개부처나 민간기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관계 부처와 지역의 민간기관과의 연계활동을 통하여 건강, 교육, 자녀양육, 취업 전반에 걸친 다각적인 지원과 연령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에 다음과 같은 실천 및 정책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사각지대의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에 대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
지역의 사회복지기관이나 결혼이민자지원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은 남편이나 가족들이 개방적인 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임신과 출산, 육아 등으로 참여하지 못하거나 아예 남편이나 가족들이 외출을 금해서 외부와 단절시키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는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통해 한국어 교육이나 기타 서비스 들을 제공해 줌으로써 클라이언트들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방문서비스 전문 인력이나 예산 지원 한계 등의 어려움이 있다. 더 큰 문제는 후자에 해당되는 여성들이다. 이 여성들은 언어, 성적, 신체적 폭력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이로 인해 심한 신체적, 정서적 문제를 겪게 된다.

그러므로 인권보호 차원에서 좀 더 강력한 보호조치와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단지 국제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와 관리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문제이다. 그래서 필자가 제안하는 것은 기본적인 정보제공을 통한 보호이다. 가정폭력이나 위기 상황 시 자신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만 알아도, 최소한의 보호조치는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국제결혼한 이주여성들의 주요 국가의 언어로 생활정보책자를 발간하고 있지만, 이 정보책자를 받아보지 못한 이주여성들도 상당수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이 3개월간 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는 것처럼 입국초기의 국제결혼이주 여성들에게 모국어로 만든 생활정보책자를 배포하고, 이 책자를 통해 기본정보교육을 받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교육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 교육 참여시 국적취득이나 경제적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도 활용해볼 수 있겠다.

 

둘째, 가족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 형태는 초혼이외에도 이별과 사별한 경우의 재혼의 수도 높은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혼의 가정은 가족구조, 관계, 역할의 변화, 이전 배우자와의 관계, 자녀양육의 문제 등이 초혼의 가족보다 복잡하다. 특히 의사소통이 어려운 가운데 한국인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문제나 역으로 본국에서 데려온 자녀가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가족의 형태에 따라서 그에 맞는 적절한 가족 상담과 지원이 초기에 이루어져야 한다. 통계청(2007)의 국제결혼 이혼실태를 볼 때 이혼한 국제결혼 가정에 대한 지원도 매우 시급하다. 이혼 후 자녀양육문제, 위장결혼 등으로 인한 남편의 심리적 상처 및 후유증, 단독 가구가 된 이주여성들의 빈곤 문제 등은 앞으로 우리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셋째,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을 지원하는 전문 인력의 양성이 절실하다.
전문인력의 양성은 다각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실무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전문가들에 대한 보수교육과 더불어서 다문화 가족복지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의 개편도 요구된다. 또한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을 언어통역사 혹은 사회복지 준전문가로 양성하고,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일찍이 난민들을 위한 IMHP(Indochinese Mental Health Project)를 실시하여 문화적으로 적절한 위기 상담을 지원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와 전문상담자들을 양성하였다. 이처럼 이주여성들의 전문인력양성은 통역과 심층적인 개입과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의료, 교육, 사회복지현장에서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적자원개발을 통한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의 역량강화와 사회참여의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다.

 

넷째, 인종 및 문화적 배경을 반영한 프로그램의 개발이 요구된다. 중국, 몽골, 베트남 출신의 이주여성들은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가족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문화이해 및 교육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문화 가족들에 대한 이해는 각 민족과 인종마다 차이가 있어서 획일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미 오래전부터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원을 해온 지역의 시민단체나 교회 등에서 축적된 실천 지식과 기술들에 귀를 기울이고, 이러한 것들이 축적되어 문화적 민감성과 능력이 향상된 개입이론과 지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각 문화권의 클라이언트들을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이들의 관점에서 수용될 수 있는 문화적 능력을 갖춘 프로그램이 개발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결혼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매우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주로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의 적응과 이들에 대한 지원이 주를 이루어서 상대적으로 자녀들에 대한 지원이 매우 부족했다. 미국의 경우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의 교육 실태를 비교해보니 이미 학령 전 교육에서 취약했고, 이는 초, 중고등학교의 진입 시 중도탈락의 결과를 낳았다. 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교육 전반에 걸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현재 각 시도교육청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지원과 교사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역마다 편차가 심하고, 서비스 내용도 학습지원과 문화체험에 국한되어 있다. 자녀들에 대해서는 이중문화와 이중 언어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보완되어야 하고, 이들을 지도하는 일선 교사들과 또래 학생들에 대한 다문화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교육현장에서 국제결혼부모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학교와 가정간의 연계가 될 수 있는 장이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8년 07월호(제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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