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2-01   1537

[동향2] 비주택 거주민의 실태와 요구되는 대책



김현옥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비주택은 주택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열악한 거처를 말한다. 편히 쉴 곳도 아니고, 안전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비주택의 형태는 다양하다. 전혀 거처라고 여겨지지 않는 pc방, 다방, 만화방과 같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이용하는 비숙박용 다중이용업소, 여관․여인숙 등의 숙박업소, 찜질방이나 사우나실,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움막 등이 있다. 비주택은 도시의 주거지나 상가, 농촌지역 등 어디 곳에서나 나타난다.  

 비주택은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거처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싼 주택은 점점 없어지고 국가가 저렴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사람들이 노숙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 많은 거리노숙인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거리노숙인의 수는 심각하게 늘어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이전보다 사회안전망이 갖추어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비주택에 사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 더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게 고시원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여관/여인숙에는 점점 장기간 생활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밤을 보낼 곳으로 찜질방, 사우나, PC방, 만화방 등을 찾는 이들도 늘어났다.

 비주택 거주민은 노숙인과 함께 우리 사회가 가장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주거위기집단 중 하나이다. 낡은 소파에서 칼잠을 자고 새벽에 일을 나가는 사람, 창문도 없는 방에서 기초생활보장급여의 절반을 방값으로 내야 하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주택정책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어떤 이유에서든 불이 나면 인명 피해가 일어나기 쉬운 위험한 환경 등 방치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일을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
 비주택 거주민은 대부분 열심히 일을 하지만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일이 하기 싫어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은 발견하기 어렵다. 고령이나 장애로 인해서 일을 못할 처지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일을 하고 있다.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하지만, 일을 구하기는 어렵다. 그마나 얻은 일자리도 불안정하고, 벌이는 신통치 않다. 경력과 기술을 쌓아서 앞으로 점점 더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지저분한 옷차림의 진실
 노숙인 같은 차림새라고 하면 추운 밤을 버티기 위해서 여러 겹 옷을 껴입고, 빨래를 하지 못해서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거리노숙인에 대해서 사람들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은 이런 외모와 냄새가 큰 영향을 준다. 거리노숙인은 씻고 빨래를 하기 어렵고, 옷을 보관할 곳이 없다.
비주택에 사는 사람들 중에도 마찬가지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이 많다. PC방에서는 빨래는 물론이고 세면도 어렵다. 비주택 중에는 빨래를 한다고 해도 말릴 곳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 계절별로 입을 옷을 둘 곳은 고사하고, 당장 갈아입을 옷을 보관하기 어려운 곳 역시 많다. 이와 같이 비주택은 인간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면서 생활하는 것이 어려운 여건이다.


부담스러운 주거비
 비주택 거주민에게는 하루 1,000원, 2,000원이면 거처를 옮길 이유가 된다. 낮은 수입 때문이다. 한 달에서 몇 만 원의 부담과 거처의 수준을 두고 이들은 심각하게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다.

 비주택은 사람이 살만한 거처라고 볼 수 없는 곳이지만, 여기서 사는 사람 대부분에게 주거비 지출은 생활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75.6%). 한 달 수입의 25%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사람이 80.6%이고, 50%를 넘는 사람도 29.6%에 이른다. 이런 부담 때문에 결국 식생활, 의료 서비스 이용 등 다른 중요한 생활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노동력 재생산이 불가능한 환경
 쪽방 지역이나 주변의 여관․여인숙은 놀랍게도 난방시설이 아예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며(31.4%), 있더라도 작동이 되지 않는 곳도 많았다(61.5%). 전기장판에 의지해서 한겨울을 나는 사람이 있고, 그것마저도 없이 지내는 이도 있다.


 PC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그래서 피로가 누적되고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하기 어렵다. 제대로 쉴 수가 없어서 피로를 풀지 못하고, 그래서 일을 나가지 못하기도 한다. 악순환은 반복되는 것이다.


잠깐 머문다고 생각하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곳
 최근 비주택 거주민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비주택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비주택 거주민 중 36.7%는 10년 전에도 비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벌이가 신통치 않아서 잠시 열악한 환경을 참고 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주택가격은 계속 오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그곳에서 살아야 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좀처럼 바뀌지 않을 듯하고, 그래서 비주택 거주민이 현재의 주거 상태를 벗어나기는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비주택 거주민은 홈리스의 일부
 홈리스는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나 노숙인 쉼터 등에 생활하는 사람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거리나 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홈리스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이른 경우이다. 그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서 거리에서 급식과 응급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아웃리치 서비스의 대상이 된다. 노숙인 쉼터 잠잘 곳을 구하기 어렵다고 바로 선택하는 곳은 아니다. 이런 처지에 이르기 전에 사람들을 돕기 위한 수단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홈리스는 훨씬 넓게 정의되어야 하고, 비주택 거주민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집이 없는 홈리스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비주택의 문제는 국가가 국민의 주거권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비주택 거주민의 수는 기존에 그 규모가 어느 정도 알려진 노숙, 쪽방, 비닐하우스 거주민보다 훨씬 크다. 영등포역 인근 지역의 경우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의 6배 이상이 인근 비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다른 노숙인 밀집 지역의 주변에도 거리에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비주택 거주민이 있었다. 그밖에도 많은 지역에서 비주택이 발견된다.


정부가 할 일
 문제가 있으면 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가는 것이 옳은 접근법일 것이다. 하지만 비주택은 그 문제의 시급성 때문에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비주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시급하게 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주택의 규모와 상황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축적해야 한다. 비주택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막 거론되기 시작했으며, 아직 이 문제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이는 기존의 주거실태에 대한 조사에서는 비주택의 실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주택에 대한 조사는 그 특성을 고려하여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2년 마다 실시하는 특정 분야에 대한 주거실태조사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통해서 비주택의 규모와 현황, 그리고 저소득층 주택시장과의 관계 등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우리 정부의 홈리스에 대한 정의가 너무 협소하다고 평가하고, 보다 넓은 개념의 홈리스 현황을 파악하도록 권고했다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존의 주거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노숙인을 위해서 단신자용 매입임대주택 시범사업을 실시했고, 쪽방과 비닐하우스 주민들을 위해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주거지원사업을 해오고 있다. 이런 사업은 가시화된 대상자만을 고려하였고, 일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열악한 주거 상황에 처한 이들을 정책 대상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무시하기 어렵다. 쪽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하면서 고시원, 여관․여인숙 등의 거주민들을 배제시키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매입임대주택의 지원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주거지원사업의 목적과 대상에 대해서 점검하고, 적절한 지원 방법도 체계를 갖추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주거(housing)와 함께 지원(support) 서비스가 필요한 집단의 필요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법을 정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은 주거위기집단의 발생을 예방하는 수단을 만들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셋째, 비주택이 밀집된 지역의 재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비주택에 거주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자리 정보망을 비롯하여 지역의 여러 가지 관계망은 그들의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것일 수 있다. 다른 곳으로 옮겨서 새로 자리를 잡는 것이 심각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비록 더 좋은 거처를 제공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주거지원사업 하나만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의 필요에 대응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기존 비주택이 밀집된 지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다양한 형태의 쪽방이나 여관, 여인숙 등 비주택으로 이용되는 건물의 개보수가 가능한 건물을 매입하여 도시형 생활주택 혹은 다중주택 등으로 개조하여 매입임대주택이나 공영숙박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주택은 민간이 관리하도록 하고, 특별한 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서종균 외, 2009a, 『비주택 거주민 인권상황 실태 연구』, 국가인권위원회
서종균 외, 2009b, 『쪽방 주민을 위한 주거지원사업의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주거복지재단
신명호 외, 2003, 『‘사회적 배제’의 관점에서 본 빈곤층 실태 연구』, 국가인권위원회
이호 외, 2005, 『비닐하우스촌 주민의 주거실태 및 주거안정대책에 관한 연구』, 대한주택공사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2월호(제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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