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5-01   5543

[기획4] 현 정부의 가족관념에 담긴 사회적 차별과 배제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면서

5월은 ‘가족의 달’로 불린다. 그렇다면 가족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가족정책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1항에서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정의한다. 이런 가족의 정의로는 전체적으로 변화하는 가족의 삶을 아우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제3조 제2항에 ‘가정’의 개념을 추가하면서, “가족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보호·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생활 단위를 말한다”로 정의하였다. 그리고 근래 급격히 증가하는 1인 가구가 가정의 한 방식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 “1명이 단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생활 단위”로 2018년 개정 때 추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여러 다양한 유형의 가족과 이들의 삶은 건강가정기본법 테두리에서 배제되었다. 건강가정기본법 제15조 2항 3호에 ‘다양한 가족의 욕구 충족을 통한 건강가정 구현’이 들어 있지만, 이것은 한부모, 다문화가족 중 추가적 지원이 필요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족을 의미할 뿐이다.

이에 비해 가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상당히 넓어지고 유연해졌다. 여성가족부(2021) 발표에 의하면, 국민 10명 중 7명은 혼인·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주거와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가족 개념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도, 향후 대다수 사람은 결혼하지 않는 1인 가구(97.1%), 비혼 동거와 같이 결혼제도 바깥에서 가족을 구성하는 사람들(87.0%),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 주거를 같이 하는 사람들(82.0%),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비혼 출산(56.6%)도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가족 또는 가족의 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건강가정기본법 규정 간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1). 

이와 같은 건강가정기본법의 협소한 가족 개념에 대한 문제 제기는 법률이 만들어지던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몇 번의 개정 작업이 번번이 무산되다가,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변화의 물꼬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 당시 여성가족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년)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가족의 개념을 확장하였다. 크게 변화된 내용을 정리하면 ① 법률혼·혈연 중심으로 규정된 가족 관련법의 가족 정의 규정 개정 및 가족 유형에 따른 차별금지·예방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② 결혼제도 밖의 다양한 가족 구성 보장, ③ 친밀성과 돌봄 기반의 대안적 관계(비혼·노년 동거 등)에서 생활 및 재산에 있어서의 권리보호 등을 정책 과제로 담았다(한국일보, 2023). 그러나 취임부터 상당히 보수적이고 성차별적인 기조를 강화했던 윤석열 정부는 이와 같은 변화에 제동을 걸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2022년 9월 국회에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폐기하고 현행 유지로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족개념을 둘러싼 불필요한 정쟁을 없애는 것이 좋으며, 현행안으로도 충분히 가족을 보살피고 아우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건강가정기본법의 법적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 가족들이 어떻게 해야 사회적으로 배제되지 않고, 차별적이지 않게 수용되며,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못했다.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고, 중간에 큰 구멍도 있고, 관중의 야유도 있지만, 그어놓은 경계선을 벗어나지 않고 가면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주자로 인정해주겠다는 궤변과 다르지 않았다. 

본 고는 윤석열 정부의 가족 개념이 가진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적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의 가족 범위가 가진 실제적 한계를 살펴보고, 가족 개념 논쟁에서의 주요 쟁점을 살펴본 후, 향후 우리나라 가족 개념의 변화 방향을 제안해 보도록 하겠다.

건강가정기본법의 구조적 문제: 가족에 대한 협소한 범위로 다양한 삶의 권리 제약

우리나라 가족정책의 근간 법률인 건강가정기본법은, 2004년에 제정 이후 20년에 걸쳐 가족을 둘러싼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범위를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단위라는 협소한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근래 급격히 늘어나는 혼자서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1인 가구를 2018년 개정안을 통해 포함하면서 약간의 확장을 한 것 같지만, 1인 가구도 위에서 말한 가족의 범위에서 파생된 생활양식의 하위단위일 뿐이다. 건강가정기본법은 외환위기 이후 이혼율이 급격히 늘어난 시기에 만들어지면서 제정 초기 상당히 보수적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회의 변화 속에서 전통적이고 위계적인 방식과는 다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대거 등장과 이에 따른 다양해지는 가족 유형을 이렇게 오랫동안 무시하고 방관할 수 있을까 싶다. 그동안 몇 차례의 건강가정기본법 개정논의는 번번이 이렇다 할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채 종전의 폐쇄적인 가족 개념으로 회귀하였다.

건강가정기본법은 제정 당시 결혼 및 출산에 대한 거부, 이혼의 증가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규정하였다. 그런데 왜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으려 하고, 이혼이 빠르게 증가하는가에 대한 원인을 사회구조적 요인에서 찾기보다는 개인적 요인으로 귀속한 측면이 엿보인다. 이에 따라 건강가정기본법 법률안에는 사회구성원들에게 혼인과 출산을 권장하고, 이혼을 하지 않도록 ‘강제’하는 듯한 조항을 포함하기에 이른다. 건강가정기본법 제8조는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 제9조는 “가족구성원 모두는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한다. 법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국가가 사회구성원(국민)에게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가족해체 예방을 위한 노력을 의무로 표현하고 있다. 사적 선택의 영역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제9조에 들어간 ‘가족해체’ 용어는, 법률안에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지만, 국가가 특정 유형의 가족만을 정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가족은 두 사람이 이상이 모여 형성되기도 하지만, 구성원들의 변화와 성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두 명의 성인남녀가 만나 결혼을 해서 가족을 이루면 부부가족이 된다. 이 부부가족은 아이를 낳게 되면 소위 핵가족이라 불리는 부모·자녀 가족이 된다. 이것도 부부가족은 없어지고 양부모자녀가족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살다가 부부가 결혼 관계가 행복하고 만족스럽지 못하여 이혼을 하게 되면 한부모자녀 가족으로 변화한다. 이러다가 부부가 재혼을 하게 되면 다시 양부모자녀가족으로 변화한다. 이런 경우를 가족사회학에서는 재혼가족이라고 칭하지만, 구조상 양부모자녀가족이다. 이처럼 가족구성원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고 재구조화를 하면서 살아간다. 이와 같은 가족의 변화를 달리 살펴보면, 어떤 가족구조의 다른 가족구조의 전환을 위한 해체(재편, 재배치)라고도 볼 수 있다. 일례로 부부가족은 부모자녀 가족으로의 전환을 위해 재편되는 것이다. 법안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 부부가족 해체를 예방하기 위해서 무엇을 노력해야 한다는 것인가? 부부가족이 해체되어야 부모자녀 가족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건강가정기본법이 말하고 있는 가족해체는 말 그대로만 해석하면 가족주기 발달단계와 전면 배치된다. 결국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해체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제9조 조항을 통해 법률안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부부가 결혼하여 자녀를 낳아 기르는 특정한 가족의 유지를 강제하고, 이것을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상가족(normal family)’으로부터 벗어난 가족임을 천명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와 같은 정상가족 개념에 기반하면, 아이를 낳지 않고 서로를 부양하며 살아가는 부부가족(DINK족으로 불리고 있음)도 문제일 수 있고, 한부모가족도 문제일 수 있다. 소위 부모·자녀 가족과 같은 유형이 아닌 사람들이 모두 문제집단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건강가정기본법 제15조는 다양한 가족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것은 이들이 자체적으로 온전한 가족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지원을 통해 보호받아야 하는 취약그룹으로서의 접근에 기반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는 것처럼 건강가정기본법은 그 명칭부터 ‘건강가정’이라는 편향성을 내포하면서 비판받고 있다. 제정 당시에도 건강가정기본법은 여러 지점에서 비판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2005)는 2005년 기본법이 시행될 때 법률 명칭에는 ‘건강하지 않는 가정’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법률명으로의 수정을 권고했다. 여성가족부나 일부 국회의원들도 건강가정기본법보다는 ‘가족정책기본법’이 우리나라 가족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법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법률 명칭이라며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지난 20년간 명칭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르면 사회구성원은 다른 사람과 가족을 이루어 살아갈 수 있으나 혼인, 혈연, 입양을 통하지 않고서는 사회적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서 보인 바와 같이, 지난 20년에 걸쳐 서로 돌보고 챙기며 ‘가족’으로 살아가겠다는 사람들의 숫자는 급격히 증가했다. 사실혼, 비혼, 동성혼, 동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비친족 가구(5인 이하)는 2021년 47만 2,660가구(가구원 101만 5,100명)에 이르렀다(한국일보, 2023). 이들은 법적으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파서 병원을 갔을 때,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이나 주택공제를 신청할 때, 상속을 해야 할 상황에 처했을 때, 소위 가족(남편-부인, 부모-자식 등)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 행사할 수 있는 많은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회제도적 지원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 

가족의 정의(定意)에 대한 새로운 변화 시도와 윤석열 정부의 보수적 가족개념으로의 회귀 

1)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개정안의 변화와 쟁점

지난 20년 동안 수차례 개정 시도에도 꿈적하지 않았던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에 대한 논의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루어졌다. 2021년 문재인 정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년)을 마련하면서 가족의 변화를 수용하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제4차 기본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였고 이에 따른 여러 관련 법제 정비를 시도하겠다고 천명하였다. 당시 4차 기본계획을 보면, 기존 건강가족(정상가족) 프레임을 벗어나 다양한 가족을 사회적으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시도하였다.([그림 4-1] 참조).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으며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다양성 보장, 한부모·다문화가족 등을 취약성이 아니라 보편적 가족 지원 차원에서 접근하고, 남녀 모두의 일하고 돌볼 권리를 동시에 보장하는 성평등 관점의 정책 기조 강화를 천명하고 있다. 제4차 기본계획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개정안 발표 직후부터 종교계와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때 쟁점이 되었던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쟁점의 가장 중심에는 가족의 정의(범위)에 관한 것이다. 제4차 개정안은 건강가정기본법 안에 들어 있던 가족의 정의 조항을 삭제하였다. 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 또한 가족의 다양성 확대를 통해 비혼, 동거, 생활공동체, 동성혼 등 사회적으로 권리에 제약을 받았던 그룹을 수용하고자 하였다. 여기에 대해 보수진영은 이런 가족을 인정하면 장기적으로 ‘가족’이 해체될 것이라며 개정안 국회 통과를 강력하게 반대하였다.

둘째,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기를 통해 부성 중심 가족에서 벗어나 성평등한 가족으로의 변화 모색이다. 현재는 부성을 원칙으로 하지만, 혼인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자녀의 성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자녀 성의 결정 시점을 혼인신고 때가 아니라 자녀 출생 신고 때로 하고, 자녀별로도 부모 협의에 따라 다른 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에 대해서도 보수진영은 가족의 유대 약화, 가계의 혼란 가중(친가, 외가 구분 모호), 유산 상속 시 분쟁 등을 이유로 반대하였다1). 

셋째, 출생신고 시 혼인 관계의 여부를 포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결혼 관계 내에서 출생했는지, 아닌지를 포함하지 않음으로써 혼외 출생아가 받아야 할 사회적 차별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또 혼외자의 경우 부(父)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해서, 그동안 미혼부의 경우 미혼모가 인지하지 않으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여기에 대해서도 비정상적인 혼외 출생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보수진영은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였다. 

이처럼 제4차 기본계획 개정안은 결혼(법률혼), 혈연 중심, 부성 중심인 좁은 의미의 가족 정의를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가족 유형에 따라붙는 사회적 배제와 차별을 예방하고 동등하게 존중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가족의 범주에 결혼제도 밖에 있는 다양한 가족을 포괄하고, 친밀성과 정서적 연대에 기반하여 대안적 가족관계로 부상하는 각종 생활공동체(예를 들면 노년기 동거 등) 구성원도 동반자의 지위를 인정하고(예를 들면 병원 입원 시 동의서 작성 등), 재산과 관련되어서도 일정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2) 윤석열 정부의 보수적 가족 개념

그러나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5월 10일 이후 가족과 관련된 개정안 논의는 중단되었으며, 새로운 가족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거부되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2022년 9월 정기국회에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불수용하고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정의한 현행 ‘가족’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보수적 입장으로 회귀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명목적으로는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 구현’을 국정과제로 제시하였으나, 부모와 자녀로 한정된 전형적 가족 형태만이 가족의 정의에 부합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현행 건강가정기본법 15조 다양한 가족 조항에 따라 건강가정지원센터(가족센터)에서 사실혼 부부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향후 1인 가구와 조손가족 등에게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확대할 것이라고 했지만(한겨레, 2023), 이런 접근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일부 취약한 가족에 대한 사후지원에 불과할 뿐 보편적 권리에 기반한 것은 아니다. 특히 비혼, 사실혼, 공동체 가족, 동성혼에 기반하여 가족을 구성한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냉대와 차별, 심지어 혐오를 넘어선 무차별적 공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이와 같은 상황을 철저히 외면한 채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을 중심에 두고, 이들을 위한 가족정책을 전개하는 것을 본위로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건강가정기본법 현행 유지 기조를 통하여, 누구나 평등하게 혼인할 권리/동시에 혼인하지 않을 권리, 누구나 평등하게 아이를 출산할 권리/동시에 원하지 않는 출산을 거부할 권리, 또 자신이 원하는 형태대로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를 명백하게 부정하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족의 정의를 혼인·혈연·입양의 틀에 가두지 않고, 과거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친밀감과 (서로) 돌봄에 기반한 다양한 방식으로 전환해가고 있다. 대다수 사회구성원은 가족의 정의가 보다 유연해지기를 바라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가기를 원하고 있다. 정부는 무엇을 위해서 종전의 가족 유형 간 위계적이고(그래서 전형 가족 이외의 가족들은 차별과 배제를 받을 위치에 놓이는), 부성 중심적이며(그래서 여성의 이차적 지위를 인정해야 함으로써 성평등에 위배될 소지가 높은), 상호모순적인 가족 정의(가족구조의 변화를 해체로 부르게 되는)를 고수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종합해 보면,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각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가족의 변화에 대한 수정안을 거부하고 혼인·혈연·입양에 국한된 가족 정의를 고수함으로써, 국민 앞에서는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을 천명했지만, 남성 가장+양부모+자녀 가족을 전형에 두고, 그렇지 않은 가족은 소외시키고 있다. 남녀 결합에 기반을 두고 결혼제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못한) 가족들은 차별받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권은 제약받는다. 특히 정부 입각 초기부터 천명했던 여성가족부 폐지, 성평등에 대한 철저한 무시는 가족 영역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나가면서

가족에 대한 개념이 여전히 보수적 기조에 갇혀 있지만, 동시에 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집단적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논의를 앞서가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2023년 4월 용혜인 의원의 ‘생활동반자법’과 5월 장혜영 의원의 ‘가족구성권 3법(생활동반자법·혼인평등법·비혼출산지원법)’이 그것이다. 이 법률들은 기본적으로 가족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 돌봄을 해나가는 관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권리를 인정하자는 취지다. 즉 사회구성원은 모두 원하는 사람과 (가족)생활공동체를 구성하고, 사회는 이들에게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2014년 진선미 의원이 초안을 마련했지만, 종교계와 보수단체의 반대로 발의조차 못 한 것에 비해서는 진일보하였다. 이들 법률안은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이 계속 ‘가족’의 정의로 인해 되돌이표 논쟁을 하는 데서 벗어나, 향후 미래 사회에서는 보다 자유로운 결속과 상호돌봄에 동반자로서의 삶을 대안으로 삼고자 하였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도 일부 종교계는 전통적 가족 가치를 손실하고 동성혼을 조정한다고 반발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사회는 변화하고 발전한다. 일시적으로 혹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반발과 거부가 있겠지만, 사회는 더 이상 과거와는 다르게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요구와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다. 가족에 대한 과거의 일률적인 틀에서 벗어나, 평등하고 민주적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미주 |

1) 여성가족부(2021)의 ‘다양한 가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자녀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자녀의 성과 본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72%의 사람들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참고 문헌 |

한국일보(2023), “’혼인·혈연·입양’ 다양한 가족구성권 논의 나오지만… 국회 통과까진 종교계 반발이 관건”, 2023.06.22.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2005), “다양한 가족 및 가정의 형태를 인정해야,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권고”, 2005.10.27. 

여성가족부(2020),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21), 「제2차 전환 시대의 양성평등정책 연속포럼」, 2021.12.22.

월간<복지동향> 2024년 05월호(제3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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