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8-01   4936

[복지톡] 환대를 넘어 자유와 평등을 위해 연대하라

정영섭 | 이주노동자노동조합 활동가

인터뷰 및 정리 | 김지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지난 6월, 경기 화성에 있는 리튬전지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로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23명이 사망했고, 그중 18명은 이주노동자로 알려졌다. 노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설계나 교육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참사 이후 획일적인 화재 안전 설계 기준의 재정비와 체계적인 안전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이미 떠나보낸 수많은 노동자를 돌아오게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일터는 하루빨리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게 정비되어야 한다. 우리는 너무 자주 이주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일을 접한다. 그러다보면 당연하지 않은 일에 무뎌지기도 한다. 이런 무뎌짐이 위험을 다시 만들어낼 것이다. 단순한 환대와 시혜적 도움은 이주노동자 착취의 굴레에 균열을 만들 수 없다. 이주노동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노력해 온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의 정영섭 활동가를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과 이주노동자평등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영섭입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어떤 연대체인지 소개해주세요.

이주노동자평등연대가 생기기 전 과정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2003년 명동성당에서 이주노동 운동 역사에서 상징적인 투쟁이 있었어요.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맞서기 위해 수많은 이주노동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한국의 활동가들이 모여 시작한 농성인데요. 농성은 1년 넘게 이어졌고 2005년에 이주노조가 생겼어요. 초반에는 이주노조와 연대하는 모임이었는데 2007년에 여수 외국인보호소에서 큰 화재 참사가 발생했어요. 10명이 사망하는 워낙 큰 사건이어서 여러 단체가 함께 대응했고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 연대회의가 만들어졌어요. 그렇게 연대활동의 흐름이 이어지다가 2008년쯤 연대회의가 확대되어 30여 개의 단체가 모여 ‘이주공동행동’이라는 연대체를 조직했어요. 이주공동행동은 더 이상 활동하지 않지만, 그 활동을 이어 2021년 2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이주노동자평등연대’가 만들어졌습니다.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여러 이주·인권 단체, 변호사 단체 등이 함께 모여 이주노동자 이슈를 중심으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미등록 노동자 체류 허가 부여, 인종주의 철폐 등 인권 실현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주민 관련 운동을 오래 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당시에는 이주민 인권에 대한 논의가 지금보다 적었을 것 같은데, 활동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0년대 초반에 활동했던 단체 소속으로 당시 평등노조 이주지부가 주최한 이주노동자 관련 집회에 참여했던 일이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사실 그전에는 이주노동자의 존재도 몰랐고, 단체 간 연대 목적으로 참여했거든요. 2002년 4월 을지로에서 1,000여 명 정도가 참여한 대규모 집회였는데 상당히 놀랐죠.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그중 대다수가 비자 없는 이주민이라는 점, 그리고 집회에서 느꼈던 열정이 인상적이었어요. “한국 사람의 피도 빨갛고 우리의 피도 빨갛다.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왜 우리를 차별하는가”라는 외침에서 운동의 필요성을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바로 이주노동 운동을 시작하지는 못했고 주로 연대활동에 참여했는데 앞서 말씀드렸던 명동성당 투쟁은 이주노동자 투쟁이 처음으로 사회에서 극대화되어 드러난 일이었기 때문에 저도 더 열심히 참여했어요. 농성을 지원하기 위해서 이주노동자운동 후원회가 만들어졌고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죠. 이후 후원회 활동도 하다가 2008년이 되어서야 이주노조에 상근하며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이주노동자랑 함께하는 활동은 그전까지 해왔던 연대활동과는 하늘과 땅 차이더라고요. 연대활동을 하면서 보고 들은 것은 피상적인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의 범위도 많이 달라졌어요. 그런 점에서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더 오래됐을지 몰라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한 건 2008년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뒤로는 쭉 이주노동 관련 활동에 매진했고요. 

얼마 전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로 많은 분이 안타깝게 돌아가셨는데요. 이번 참사를 보면서 다차원적으로 연결된 위험이 이주노동자에게 오랫동안 전가되어왔던 것 같다고 다시 한번 느꼈어요. 이런 일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노동자의 국적에 상관없이 현장이 열악하면 위험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은 대부분 50인 미만 사업장, 즉 소규모 영세사업장이거든요.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이주노동자라는 정체성까지 더해지면 이중적으로 취약한 상태가 되죠. 일단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법, 제도. 언어에 익숙지 않아요. 각 노동자와 사업장에 맞는 안전 대책과 교육이 필요한데 그런 교육은 충분히 제공되지 않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를 존중하지 않고 언제든 필요할 때만 쓰고 내버릴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한다는 거예요. 몇 년이 지나면 돌려보낼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에 근로조건과 안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고려하지 않아도 사업주에게 불이익이 없게끔 제도가 설계되어 있죠. 대표적으로 고용허가제가 그런 사업주 중심의 제도인데요. 최초 계약기간 3년이고 추가로 1년 10개월 더 고용할 수 있는데 사업주 허가 없이 노동자가 사업장을 옮기기 어렵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사업주 입장에서는 계약기간 동안은 어떻게든 붙잡아놓을 수 있으니 그동안 근로조건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요. 이직의 자유가 없으니 노동자의 개별적 협상력 자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고, 그러니 갈수록 취약해지는 것이죠. 

사망한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건설업, 제조업 종사자예요. 더 철저한 안전 교육도 필요합니다. 이주노동자의 취업 형태가 다양하긴 하지만 고용허가제가 적용되는 노동자는 입국 전후에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해요. 그 교육에서 안전 문제를 다루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수준의 이야기, 즉 큰 사고에 대한 위험성 강조 정도이지 실질적인 대피 방법, 현장 상황에 맞는 산재예방 등은 충분히 다루지 않아요. 심지어 그마저도 통역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서 교육의 실질적 효과는 높지 않습니다.가장 근본적으로는 영세사업장의 안전시설, 안전설비, 장비를 개선하고 확대해야 해요. 여러 종류의 비자 중 방문취업비자는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입국 당시 취업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어요. 최소한의 교육은 이뤄진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비자는 그 정도 교육에 대한 의무도 없습니다. 물론 고용허가제 바깥에 있더라도 기본 노동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작동하기 때문에 안전 교육을 받도록 권유되지만, 잘 이행되지 않아요. 이번 아리셀 희생자분들도 충분히 교육받지 못하신 것 같더라고요. 대피로 수칙도 잘 안내되지 않았을 것이고 리튬 속성상 발화하면 바로 대피해야 하는데, 효과 없는 일반 소화기로 대처하려 하셨잖아요. 위험물질 대책, 대피교육 등이 없었던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노동 현장에서 물리적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그로 인한 폭언, 폭행도 큰 문제인 것 같아요. 22대 총선 과정에서 대구지역에서 출마한 박진재 후보가 벌인 미등록 이주민 ‘인간사냥’ 문제도 있었잖아요. 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허가제로 얽매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미등록 신분으로 협박하는 문제에 대해서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과 개선되어야 할 지점에 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반인권적인 고용허가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한 나라에서 ‘미등록’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겠죠. 그렇지만 미등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도에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문제가 많은 사업장이지만 고용허가제 때문에 사업장을 옮기지 못한다면 이탈하는 수밖에요. 구직과 구직 등록을 하는 절차도 너무 빡빡해요. 비자는 너무 잃기 쉽고요. 고용허가제에서 비롯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연간 1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어요. 미등록이 많이 발생하는 또 다른 통로 중 하나는 3개월 이내 단기 방문자의 초과 체류에요. 5~6년 전부터 수가 급격히 늘어났어요. 단기 방문의 초과 체류가 늘어나는 이유는 노동력의 수요가 한국에 있지만 한국으로 오는 합법적 경로가 좁기 때문이에요. 이런 관점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미등록자 수가 증가한다는 이유만으로 단속한다는 시각이 문제죠. 사실 단속할 수 있는 인원도 한계가 있거든요. 4월 중순~6월 말즈음에 상반기 집중단속이라고 5개 정부 부처가 합동 단속을 했어요. 심한 단속으로부터 몸을 숨긴 사람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더욱 취약해졌고요. 고용허가제를 적용받는 사람들은 한국어 시험도 보고 입국 전후로 교육도 하는 등 고용노동부에서 관리하는데, 단기 비자로 오는 사람들은 교육도, 관리 부서도 없어서 가장 취약한 집단인 것 같아요. 오히려 이들을 교육하고 정보를 제공해서 스스로 권익을 향상할 방법을 가르쳐주고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 인명 피해도 줄이고 국가 경제에도 나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제껏 성실하게 법을 준수한 이주민과 형평성에 어긋나며, 국민의 법 감정에 맞지 않다는 이유를 대면서 단속 위주의 정책만 시행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사망사건은 계속 발생해요. 단속한다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정부가 원하는 대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책 전환은 꼭 필요해요. 역대 정부에서는 늘 자진 출국 정책을 회유책으로 같이 썼는데 더 나아가서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사면정책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일부 아동에게만 한시적으로 사면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니 대상의 범위도 넓혀야 하고요.

최근 임신 중인 이주여성이 단속을 피하던 중 부상 당해 결국 태국으로 추방되었고, 유산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이 사건뿐만 아니라 단속과정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이 행사되는 일을 언론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저출생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역대 최대규모로 받겠다고 하는 동시에, 단속을 강화하며 이주노동자들을 내쫓고 있기도 해요.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정부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사면정책이 필요해요. 고용허가제 이전에 도입됐던 외국인산업연수제도는 이주노동자에게 ‘연수생’ 신분을 부여해 법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큰 문제가 있었어요. 산업연수생의 약 80%가 이탈해서 미등록 상태가 될 정도여서 실질적으로 산업연수제가 기능을 잃은 상태에서 고용허가제가 실시됐어요. 고용허가제가 시작되던 당시에는 제한적 사면 정책이 있었어요. 2003년에 고용허가제가 도입되자마자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바로 쫓아낼 수 없으니 계속 연장하고 출국을 유예해서 일할 수 있게 하고, 월드컵 때는 국가 이미지를 고려해서 유예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정부나 기업의 필요에 따라 자진 신고하면 일정 기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실시했던 것이죠. 이 방법이 바람직했다기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면 조치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정책 기조 자체도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럽이나 일본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보다 사면의 기회가 더 다양하게 주어져요. 미국에서는 특히 청소년에 대해서 추방유예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요. 추방유예정책으로 청소년기 동안 보호받고, 그 이후에 바로 취업하면 또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니까 실질적으로 이주민을 보호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죠. 이런 사례들처럼 정부가 변화할 방법은 체류자격 부여를 한다는 큰 방향과 원칙을 먼저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구체적인 조건은 추후 논의할 수 있는 문제이고 지금은 정책의 기본 방향이 바뀌는 것이 우선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근 가사, 돌봄 영역에서 외국인력 도입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주민이든 아니든 돌봄노동 영역에서는 노동의 가치 인정과 노동자 처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인데요. 특히 돌봄노동자, 여성, 이주민이라는 교차성을 가진 노동자분들이 겪는 위험은 무엇인지, 인식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어떤 점이 구체적으로 개선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돌봄은 분야 자체가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일단 한국 사회에서 중국 동포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에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는 걸 강조해야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이주노동자의 기여에 대해서는 생각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동포 여성들이 가사 노동자, 간병인으로서 많이 기여했고, 우리는 그 노동에 일부 빚지고 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죠. 그런데 이제 그 돌봄을 제공하던 집단이 노령화되고 있으니 정부는 돌봄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 같아요.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금 인력이 과연 부족한 수준인지 모르겠고, 시장조사나 관련 연구가 아주 부족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이주 가사·돌봄 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노동부에서 발표한 자료 중 정확히 국내 돌봄 시장이 커버할 수 없을 만큼 노동 인력이 부족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나 정보가 없어요. 그래서 돌봄 영역 노동자에 대한 정부 기조나 정책이 성급하다고 생각해요. 제4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의 내용 중 가사·돌봄 분야 외국인력 도입 내용이 상당히 핵심적이고, 특히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강한 간병, 노인 돌봄 분야가 새로운 화두가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준비는 너무 성급하고 빈틈이 많다고 판단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조정훈 전 국회의원이 싱가포르, 홍콩 사례를 들며 ‘반값 외국인 가사 노동자’얘기를 했고, 그 내용이 담긴 법안도 발의됐죠. 반값에 가사노동자를 고용한다는 건 한편으로는 되게 인종차별적이고,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말 같아요. 우선 반값에 노동자를 고용한다는 건 국내, 국제법에 전부 위반되는 내용이니까 인종차별적이죠.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미 최저임금을 적용받게 되어있고, 대중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어요. 일단 설득 자체가 어려울 것 같고 업종의 임금 차등화를 하면 누가 그 업종에서 일하려고 하겠습니까. 돌봄 영역을 더 불안정하게 하려는 목적이 아닌 이상 노동시장을 모르고 내린 결정이라는 생각만 들어요. 하물며 구인 사이트에서도 여성 이주노동자와 구인 가정에서 각각 조건을 제시해서 매칭하는데 시급 1만 원 이하는 누구도 제시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이탈 요인을 더 키우는 일이라고 봅니다. 차라리 여성단체나 돌봄 활동가들의 요구처럼 바우처를 더 많은 가정에 지급한다면 가사노동자 임금, 근로조건도 높이고 가정 부담도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결국 열악한 가사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는 활동도 하면서 동시에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도 옹호하는 활동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많은 분들이 이주노동자가 불법으로 한국에 들어와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이런 인식이 오해인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불법으로 들어와 일자리를 빼앗는다기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일할 사람이 부족한 분야에서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경우가 월등히 많거든요. 전 세계적으로도 이주의 가장 큰 원인은 노동력 부족인데 특히 한국은 인구감소, 노동력 부족, 지역소멸이라는 세 가지 상황이 겹쳐 있고, 정말 필요에 의해 데려오는 것이죠. 심지어 이주노동자는 엄연히 성인이 충분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고, 그 노동력이 형성되기까지 필요한 비용을 한국이 지불하지 않았잖아요. 한국 사회와 경제가 필요로 해서 생산성이 가장 좋은 나이에 노동력을 제공하러 온 사람들이고, 내국인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열악한 처우를 제공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일부 저소득층, 불안정 노동자와 종사하는 산업이 겹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산업이거든요. 이주노동자가 일함으로써 해당 산업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일자리와 경제적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끼리 모여 고용과 복지에 무관심한 사측에 분노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이주노동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 간혹 있고, 또 그런 일들이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 같아요. 따라서, 같이 노동조건을 향상하는 것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이 있는데요. 우선 ‘외국인’에게 임금을 차등 적용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이주민을 어떻게 정의하고 분류할 것인지부터 쉽지 않은 문제이고요. 임금의 차등적용은 비단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대한 낙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특정 업종에서 차등적용을 하면 사람들은 해당 업종을 기피하겠죠. 한 업종에서 차등적용을 실시한다면 앞다투어 다른 업종에서도 요구할 게 뻔해요. 즉, 연쇄적으로 다른 업종이나 지역의 최저임금을 끌어내리는 기제로도 작용하는 것이죠.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하향 압력을 가하면서 노동시장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줄 거예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주민을 억압하는 데에 작동하는 정책이 아닌, 실질적으로 보호 기능을 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정책은 얼마나 있나요? 있다면 소개해주시고, 어떤 제도적 개선이 더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충분히 안내받지 못해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국인에게 적용되는 보호가 대체로 적용되긴 해요. 그렇기 때문에 한 국가의 전반적 인권 수준이 이주민에게도 중요할 수밖에요.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아져야 하고, 동시에 이주노동자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보호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주민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통번역 서비스가 반드시 제공되어야 해요. 다누리콜센터, 노동부의 외국인력 상담센터, 결혼이주민의 경우에는 각 지역의 가족센터 등 인프라가 있긴 하지만 있지만 전반적으로 통번역서비스가 미흡하고 인프라도 부족해서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또한 건강보험도 개인사업자에 고용된 이주노동자는 지역가입자로 가입되어 있는데, 재산과 소득 추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가입자 평균보험료라는 버거울 정도의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어요. 심지어 한 번이라도 보험료를 체납하면 체납분을 다 내기 전까지 급여를 적용받을 수 없게 되죠. 분할납부가 가능한 내국인과는 차이가 있어요.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비자는 몇 개 없어서 사용자들은 대부분 가입을 지원해주지 않아요. 그래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이주노동자는 매우 적습니다. 이주민에게까지 적용된다는 법·제도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여전히 차별과 배제가 곳곳에 남아있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이주민을 보호하는 정책에 대해 말하려고 했는데 한계를 더 많이 말하게 되는 현실에 마음이 무겁네요.

오랫동안 이주민 관련 활동을 하면서 실감하신 이주노동 문제의 변화하는 흐름이 있을까요?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정부 정책 기조의 우선순위는 항상 우수 인재, 고급 인력 유치였어요. 하지만 이렇게 외국인 친화적이지 못한 사회라면 고급 인력을 맞이하기도, 길러내기도 갈수록 어려울 것 같아요. 그 와중에 이주노동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주형 이민정책은 없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이민청을 만든다고 하는 걸 보니 정주형 이민정책이 이제 시작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주민 확대 정책에는 적극적이면서 그에 따른 지원 정책이나 복지정책을 확대하는 데에는 소극적이고, 오히려 후퇴하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예를 들어 고용허가제로 인해 사업장 변경도 어려운데 작년부터 사업장뿐만 아니라 지역 이동도 제한하기 시작했죠. 이건 명백한 기본권의 이중 침해인데 노동부에서는 그저 노동자에게 동의서를 받아 시행하고 있어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 이주민에게는 적용이 안 되는 부끄러운 현실이죠. 조금씩 바뀌는 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민자에게 친화적이지 못하고,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위한 도구로만 바라보는 시각과 기조는 오랜 시간 동안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여러 매체를 통해 종종 보도되는 것 같아요. 열악한 환경과 반복되는 죽음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에서 나아가 일반 시민이 이주민 인권을 위해 함께할 수 있는 행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각 지역에 이주민 지원 단체가 많이 있어요. NGO, 노조, 종교단체, 가족센터, 정부 위탁기관 등 종류는 다양해요. 그런 곳에서 한글 교실, 문화프로그램 등 자원 활동을 하거나 후원하는 방법도 있겠죠. 어떤 경로를 이용하든 지역사회 내에서 교류가 늘어야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직접적으로는 살고 있는 지역이나 일하는 곳 등 행동반경 내에 이주민이 있으면 친해지는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어느 지역이나 이주민이 없는 지역은 없거든요. 그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게 제일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많은 이주노동자분들이 믿을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한국인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다만 이때 중요한 건 시혜적인 시선과 도움이 아닌 동등한 관계 맺음인 것 같아요. 서로 존중하기 위해 그 나라 인사말이라도 알아놓으면 좋겠죠. 저는 실제로 교육에서 여러 언어로 번역한 인사말을 보여드리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복지동향 구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해주세요.

모두에게 적용되는 사회권이 이주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특히 사회보장 영역에서 제한과 차별이 심하죠. 코로나19 당시에도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결혼이주민과 난민인정자에게만 지급했어요. 위험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찾아왔지만, 지원은 까다로운 조건에 따라 이뤄진 것이죠. 아직 우리나라에는 국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한국인’과의 깊은 연관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어요. 사회권 영역도 그런 자국민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죠. 복지동향 구독자분들께서는 이런 인식 차원에서도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차별적 시선을 함께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월간 <복지동향> 2024년 8월호(제3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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