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8-01   5857

[기획1]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행기 사회안전망, 청년복지

변금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청년에게 복지를? 

몇 년 전만 해도 누구에게 복지지원을 해야 하는지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노인, 아동, 장애인, 빈곤층을 이야기했다. ‘사지 멀쩡한’ 청년에게 복지지원을 하는 것은 스스로 물고기 잡는 법을 배워야 하는 사람에게 물고기를 쥐여주는, 인생을 망치는 일이라고 여겨졌다. 청년은 일하거나 일할 의지를 보여줘야 복지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반쪽 시민이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청년이 학교, 직장 등 사회적 공간에서 단절됐다. 가뜩이나 심각했던 청년실업에 대응하는 고용정책만으로 청년이 직면하는 다차원적인 삶의 어려움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같은 해 2월, 청년기본법이 제정되고 청년정책이 제도화되었다. 청년기본법은 청년을 19~34세로 규정하고, “청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으며,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명시했다.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과 일자리 질 향상, 창업지원, 능력 개발 지원, 주거지원, 복지증진, 금융 생활 지원, 문화, 국제협력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청년복지,‘자격 있는 시민을 위한 복지’에 머물러선 안 돼 

청년기본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난 지금, 청년의 복지권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얼마 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 강의에서 복지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누구냐 물으니, 5명 중 1명은 ‘청년’이라고 대답했다. 청년의 복지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나아졌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다시 물어보니, 수강생들이 생각하는 그 ‘청년’은 복지지원을 받을만한, 아주 취약한 청년이었다. 오랫동안 청년은 복지정책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일한 경력이 없는 청년 구직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서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고, 근로 연령층인 청년은 가난해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를 받기 어려웠다.1 청년기본법 시행 후, 부처별로 청년을 전담하는 조직이 신설되고 청년도 복지정책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취약계층 청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약자 복지 기조로 취약계층 청년을 위한 지원을 강조하였다. 청년 복지정책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정책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2023년 9월, 정부는 청년복지 5대 과제(청년 자산 형성 지원, 자립 준비 청년 지원, 가족 돌봄 청년 지원, 고립·은둔 청년 지원, 청년 마음 건강 지원 계획)를 발표하기도 했다(<표 1-1> 참고).

청년복지의 대상을 취약계층으로 한정하면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청년복지가 청년을 망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지 모른다. 하지만 취약 청년에 해당하지 않는 다수의 청년이 정책에서 배제되고, 이로 인한 사각지대가 넓어질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특정 요보호 계층만을 위한 시혜적 정책에서 국민 대다수가 경험하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복지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복지정책의 영역도 요보호 대상을 위한 복지사업에서 사회보장,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로 확대되었다. 청년 복지가 취약계층 청년을 위한 복지에 머무는 것은 이러한 정책 발전 경로를 거스르는 일이다. 취약계층 중심의 청년복지 확대가 청년의 복지권을 축소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청년복지, ‘아동에서 성인으로의 이행기’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복지정책으로 기능해야 

청년복지는 아동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국민이 경험하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사회보장 정책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사회보장기본법을 통해 ‘출산, 양육, 실업,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필요한 소득·서비스’를 보장한다. 청년기의 사회적 위험에 어떻게 대응하고, 청년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청년기는 아동에서 성인으로의 이행이 이루어지는 시기로, 성인 초기, 성인 이행기, 발현 성인기로 설명된다. 이 시기 청년은 원가족 등, 어른으로부터 보호받고 성장하는 아동에서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자율적 성인 시민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성인 이행기 주요 과업은 자립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것(교육 자격 획득, 졸업), 내 일을 선택해서 직업을 갖고(취업), 주거, 경제적, 정서적 독립을 이루면서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것이 포함된다.2 청년의 이행기는 이중성, 다층성, 불안정성 세 가지 특성을 갖는다. 먼저 청년 이행기의 이중성이다. 청년은 법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성인으로서 자립할 준비가 되지 않은 이중적 상태에 놓여있다. 자립 준비 청년(보호시설 퇴소 청년)이 법적으로 성인이 된 순간 모든 지원이 중단되고 자립을 강요받는 것도 청년기의 이중성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이와 더불어 청년이 이행기에 경험하는 사회적 과업의 ‘다층성’과 성인으로 자립하는 과정의 ‘불안정성’은 청년기 사회적 위험을 매우 복잡한 구조로 만든다. 

[그림 1-1]은 청년의 이행기 사회적 과업과 그 과정의 위험 요소,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학교에 다니며 교육받고, 졸업 후 취업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사회적 위험은 경제적 영역뿐만 아니라 비경제적 영역의 어려움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일례로, 반복된 취업 실패로 일도,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 니트(NEET)가 된 청년은 ‘미취업’ 상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사회적 단절과 불안,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도 겪을 수 있다. 

다차원적 빈곤 관점에서 살펴본 청년의 복지 욕구

청년의 이행기 특성을 고려할 때, 청년의 복지 욕구는 전통적 복지 욕구인 생계, 주거, 의료, 돌봄뿐만 아니라 교육과 일, 사회적 관계망 등의 영역을 포괄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차원적 빈곤은 경제적 소득 빈곤을 넘어 비경제적 영역의 복지 욕구를 파악하게 해준다. 

2019년 한국복지패널조사자료를 활용하여 경제, 교육·역량, 노동, 주거, 건강, 사회적 자본, 복지 7개 영역, 15개 지표(<표 1-2> 참고)로 청년의 다차원적 빈곤을 측정한 결과는 <표 1-3>과 같다(변금선·이혜림, 2022). 2019년 기준, 청년의 소득 빈곤율은 전체 연령층보다 낮았지만, 순자산 빈곤율, 부채 부담은  부담은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차원별로 보면, 노동과 교육역량 영역에서 결핍 수준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7개 차원 중 1개 이상 차원에서 결핍을 경험한 청년은 35.6%였으며, 차원별 빈곤율은 교육역량(36.5%), 노동(28.8%), 경제(11.7%), 주거(10.3%), 건강(6.8%), 복지(3.8%), 사회적 자본(3.1%) 순으로 높았다. 사회적 자본 차원의 빈곤율은 가장 낮았지만, 각차원 중 유일하게 2010년보다 2019년 빈곤율이 증가한 경향을 보였다. 

한편, 청년 이행기의 다층성을 고려해, 3개 이상 차원에서 결핍을 경험하는 경우를 ‘다차원 빈곤’으로 정의하고, 청년의 다차원 빈곤율을 측정한 결과, 20대 청년의 다차원 빈곤율은 9.3%, 30대 청년의 다차원 빈곤율은 8.2%였다. 이는 생계 영역의 복지 욕구를 반영하는 소득 빈곤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청년의 복지 욕구가 중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 복지정책,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 모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되어야 

청년 복지정책은 당연하게도 청년의 복지권을 보장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취약계층 청년을 선별하고 이들에게 중첩된 다양한 복지 욕구를 지원하는 것은 장기적인 청년 복지정책의 방향이 되기 어렵다. 청년 복지정책의 방향을 청년기 복지권 증진으로 상정하고, 아동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놓인 청년의 복지 욕구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취약계층, 특수한 상황에 놓인 청년만을 위한 복지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행기 취약성과 격차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청년 복지정책의 전체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아동, 청소년 대상 정책 중 청년기 자립 지원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청년정책 연계를 의무화하고, 기존 사회보장 정책 중 청년이 배제된 정책의 불합리한 기준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3 취업이 늦어지고 불안정한 노동으로 인해 고용보험, 국민연금 혜택을 받기 어려운 청년을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내년에는 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6~2030)을 수립하게 된다.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코로나19 시기 청년의 어려움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정책 지원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청년복지는 여러 정책 영역 중 하나의 정책 영역에 불과했다. 앞으로 청년이 될 세대는 코로나19 시기에 아동·청소년기를 보냈다. 이들이 경험할 이행기 사회적 위험은 지금의 청년이 경험하는 위험보다 더 폭넓고 깊게 나타날 수 있다. 2차 기본계획은 청년 복지, 청년의 복지권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청년 복지정책이 현재 청년, 그리고 앞으로 청년기에 진입할 모든 청년 시민의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사회안전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 미주 |

  1. 2021년 청년 빈곤율은 8~9%이지만(통계청, 2021),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1.6%에 불과하다(보건복지부, 2021).  ↩︎
  2. 인간의 생애를 아동, 청소년, 청년, 중장년, 노년으로 나눌 때 다른 생애 시기도 이행기적 특성(사춘기, 빈 둥지, 노년기 은퇴 등) 이 있지만, 청년이 경험하는 이행기는 다양한 사회적 과업과 역할을 획득하고,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율성을 갖는 성인이 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한편, 청년정책은 청년을 특정 연령으로 규정하므로 노인, 아동과 유사한 대상자 정책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청년정책은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고정된, 경직된 대상자 정책이 아니라, 청년기의 변화를 반영하는 이행기 정책이다. 이는 오랜 기간 아동, 노인정책의 연령 규정이 만 17세 이하, 만 65세 이상으로 유지된 것과 달리, 국가와 지자체 청년정책의 대상 연령이 29세, 34세, 39세, 45세로 확장, 변화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
  3.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35세 미만 청년 자녀가 부모와 동거하는지와 무관하게 생계를 함께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수급 가구의 18세 이상 34세 미만 자녀의 경우 60만 원 이상 소득이 발생 시, 본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가구원에 대해 별도 가구 보장이 가능하다. 반대로 말하면, 청년이 60만원 소득이 있으면 수급 자격을 박탈당한다. 그리고 주소를 달리하나 생계를 같이하는 30세 미만 미혼자녀의 경우 생계·의료·교육 급여의 경우 보장 가구에 포함하고 있어 실질적인 보장이 어려운 실정이다(이원진 외, 2022). 청년 개별 가구 보장을 위한 연령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변금선 외, 2024b). ↩︎

| 참고 문헌 |

관계부처합동, 2023,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

보건복지부, 2021, 「기초생활보장 수급자통계」.

보건복지부, 2023, 「젊은 한국, 청년 미래를 위한 전략 – 청년 복지 5대 과제」.https://eiec.kdi.re.kr/policy/callDownload.do?num=242945&filenum=2&dtime=20231005064937

변금선, 김상일, 변미리, 백선혜, 윤민석, 안현찬, 김성아, 홍찬영, 임아름, 박민진, 최지원, 채황석, 박미선, 배정희, 신동훈, 정세정, 2024a 발간예정, 「서울시 청년정책 성과 진단과 실효성 제고 방안」, 서울연구원.

변금선, 김상현, 최지원, 김기헌, 이승호, 이혜림, 2024b 발간예정, 「서울시민의 생애과정 변화와 빈곤 위험」, 서울연구원. 

변금선, 이혜림, 2021, 「서울시 청년의 다차원적 빈곤 실태」, 서울연구원.

변금선, 이혜림, 2022, 청년의 다차원적 빈곤 특성-2010년과 2019년 청년층의 빈곤 비교, 사회복지정책, 49(1), 87-119.

통계청, 2021, 가계금융복지조사.

월간 <복지동향> 2024년 8월호(제3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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