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9-01   7528

[동향2] 아동의 권리주체성을 외면하는 아동복지법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문제와 개선방안

이제호ㅣ민주사회를 변호사 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변호사

아동복지법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발의 배경

교권이 무너졌다는 불안과 위기감, 그리고 이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교사단체 등에서 제기해 왔던 의제다. 실제로 학생 인권이 과도하게 강조되어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여 2022년 말에는 초·중등교육법에 ‘학생이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조항이 삽입되었으며,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대한 권한을 명시하는 조문이 신설되었다.

물론 해당 법률 개정이 있기 전에도 학생의 인권 침해 행위가 법적으로 용인되었던 것은 아니고, 법리적으로도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인정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명시적인 법률 규정이 있어야 교사를 보호하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는 강력한 요구에 위와 같은 개정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또한 이에 따라 학생생활지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생활지도에 관한 시행령 및 고시가 제정되었다. 해당 시행령 및 관련 고시에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물리적 제지, 분리, 개인물품의 압수 등 물리적인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과 이를 준수하지 않은 학생에 대한 징계 청구권, 교육활동 침해행위로의 간주 조항 등이 있어, 결과적으로 생활지도에 따르지 않는 학생에 대한 불이익한 처분의 근거가 마련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2023년 모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의 비극적인 사건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가 되면서, 교권 보호를 위한 교권 보호 4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이 개정되었다. 교권 보호 4법의 주요 핵심 내용은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 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삽입하고, 교원이 아동학대로 수사를 받을 시 교육청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하며, 아동학대 신고 시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처분을 금지하고, 교육활동 침해행위 시 학부모와 학생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며, 교육청이 교원의 동의 없이도 학부모에 대한 형사고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반적으로 교원을 아동 학대 신고 등 형사절차에 신고당하지 않도록 하거나 그와 관련된 지원 조치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원 단체에서는 학교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변화와 개선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더 강력한 법 개정을 요구하였다. 이에 최근 백승아 의원의 대표 발의로 총 6개의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그중 문제가 되는 것은 아동복지법 개정안(2201443)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안(2201441)이며, 해당 개정안은 교원의 권리와 교육활동 보호를 넘어 아동학대의 범위를 축소하거나, 교원에게 아동·학생에 대한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할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는 등 아동의 권리와 복지를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동은 연령과 개별적 특성에 적합한 형태로 권리 실현을 지지받아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학생은 자신의 잠재성을 발달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 폭력과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참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학교 규칙은 아동의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기본 인권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아동복지법 개정안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인 아동에 대하여 그 권리 주체성을 외면하고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아동복지법 개정안의 우려 사항

아동복지법의 목적은 아동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복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제1조),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제2조 제3항). 즉, 아동복지법에서 아동학대를 정의하는 것은 형사처벌을 넘어 18세 미만인 아동이 학대 상황에서 받을 해악과 피해, 그리고 아동의 취약성을 고려하여 아동을 더 폭넓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정서학대의 정의가 지나치게 넓고 모호하여 교원이 교육활동을 기피 한다는 이유로 정서적 학대의 정의를 “반복적·지속적이거나 일시적·일회적이라도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그 정의를 축소하고자 한다. 이는 정서학대의 적용 범위와 내용을 한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개정안의 제안 취지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판단 내용에 따라 정서학대의 정의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이미 3차례의 결정을 통해 정서적 학대를 규정한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의 규정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내용이며, 법률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구체적 상황에서 정서학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고 지나치게 모호하지 않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5. 10. 21.자 2014헌바266 전원합의체 결정, 헌법재판소 2016. 3. 31.자 2015헌바264 전원합의체 결정, 헌법재판소 2020. 4. 23.자 2019헌바537 전원합의체 결정).

UN 아동권리위원회도 비신체적 또는 비고의적 형태의 해악(방임, 심리적/정서적 학대)의 영향이 결코 덜 중요하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강조한다.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반복, 지속성 여부, 그리고 가혹성, 해악을 끼칠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가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것과 별개로 해당 고려 사항이 아동 학대의 정의를 제한하는 조건이 될 수는 없다. UN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에 대한 폭력은 그 경중이나 형태와 상관없이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무적으로도 정의 조항에 “반복적·지속적이거나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학대를 한정하는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아동과 관련된 현장이나 수사단계부터 아동학대의 개념이 왜곡될 우려가 있으며, 사실상 피해 아동이나 그 보호자가 “반복성, 지속성, 피해의 정도”를 입증할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가 된다.

또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유아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정당한 생활지도를 포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회통념에 반하지 않는 교육·지도 등 행위”를 학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거 교육이나 생활지도라는 명목으로 자행된 정서적 학대 행위를 법적으로 허용할 여지를 줄 수 있다. 그리고 ‘사회통념’이라는 불명확하고 모호한 개념을 근거로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여, 아동이 학대에 노출되더라도 학대로 인지되지 못할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아동보다는 성인 중심으로 작동하는 현실에서, 그저 ‘사회통념’을 기준으로 정서학대의 개념을 판단한다면 아동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게 될 것이다. 아동을 중심에 둔 사고가 우선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이러한 모호한 기준은 아동학대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서적 학대에서 제외되는 행위의 유형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이는 아동학대에서 제외되는 유형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하여, 정서적 학대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축소할 위험이 크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해당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단순히 교육 현장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적용되는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의 범위를 축소한다면 이는 당연히 부모, 보호시설 종사자, 기타 아동의 보호자 등 아동을 보호하는 모든 성인의 행위에 적용된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교육 현장을 넘어 가정, 보호시설 등 아동이 생활하는 모든 영역에서 정서적 학대에 대한 법적 보호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처럼 이번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아동복지법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특히 이 법에서 정서적 학대의 정의를 축소하는 것은 교육 현장뿐 아니라 전체적인 아동보호 체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우려 사항

해당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학생에 대한 물리적 제지와 분리 조치에 관한 내용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고, 물리적 제지와 분리 조치에 필요한 지원을 마련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에서는 교원에게 학생의 행위를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며, 구체적인 방법과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동시에 해당 규정에 따른 물리적 제지는 아동복지법상 금지 행위(아동학대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제지 합법화 규정은 교사의 권한을 과도하게 확대하여 학생의 신체의 자유와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물리적 제지는 직접적인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물리적 제지가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는 것은 명백하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교원과 아동의 지위와 권한이 대등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교원이 더 큰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 아동의 발달 정도에 따라서 교원과 아동 사이의 권력·힘의 차이가 상당히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도 물리적 제지는 남용되거나 또 다른 형태의 학대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물리적 제지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과도하게 확대할 여지를 주고 있고, 나아가 해당 규정에 따른 제지는 어떠한 요건도 없이 바로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제외 규정은 물리적 제지가 남용될 경우에도 적절한 제제나 구제 조치가 이루어지기 어렵게 하여, 아동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동을 적절하게 보호하기 어렵게 만들 위험도 있다.

필요한 경우 학생을 분리할 수 있다는 조항도 학생의 기본적으로 교육받을 권리뿐 아니라 정서적인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분리는 교실 공동체 및 수업 상황에서 학생을 일방적으로 배제 하는 조치이다. 즉, 학생을 동등한 주체로서 대우하거나 학생에 대한 교육적 목적이 최우선으로 고려되거나 필요한 최소한도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없다면 이러한 분리는 실질적으로 학생에게 징계처럼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특정 학생에게 학습 침해, 정서적 악영향뿐 아니라 낙인효과까지 주어 이로 인한 2차 피해를 불러 올 수 있다. 더욱이 ‘필요’에 대한 판단 기준이 불명확하고, 자의적 해석과 적용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학생 분리 조치에 대한 제도화를 논의할 때는 대상 학생에 대한 교육적 목적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일방적인 분리 조치가 아닌 여러 대안적인 방안을 위한 인적·물적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위와 같은 징계에 준하는 분리 조치에 대해 필요 최소한도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기준이나 요건 등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아동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개정 방향은 상호 존중과 이해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고, 과거에 만연한 권위주의적인 교육 방식을 강화하여 교육의 본질적 기능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이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민주적이고 인권 친화적인 교육 환경과는 매우 다른 방향이라 할 것이다.

권리주체로서 아동을 존중하는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의 필요성

분명히 교원이 처한 어려움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현재 교원들은 학교 현장에 다양한 문제상황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며, 독박 교실의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과 부당한 대우를 개별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아동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특히, 앞서 살폈던 것처럼 위 개정안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아동 권리 보장을 위해 쌓아온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개정안은 교사가 처한 어려움, 형사절차에 연루된다는 불안감,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 수 있다는 눈앞의 공포에 사로잡혀 아동의 권리 주체성을 외면하고 있다. 아동을 학습해야 할 권리 주체, 보호를 받아야 하는 주체, 교원과 동등한 기본권 주체로 보지 않고, 교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해당 개정안들은 아동을 권리 주체나 대화의 주체로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에게 아동을 통제하는 권한을 부여하거나 교사의 권한을 방해하는 요소(특히, 형사 처벌 및 아동학대)를 제거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현재 교권 강화를 위한 제도 변화의 배경과 흐름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통제 권한을 강화하고 교원에 대한 면책에만 집중된 제도 개선 방향은 아무런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이미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한 권한과 구체적인 내용이 법과 고시로 규정되었고, 이에 대한 면책 규정도 마련하였고, 교육활동을 침해한 경우, 보호자와 학생에 대한 제재 처분을 강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교원의 어려움이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제도 개선의 방향성이 잘못되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개정안은 이렇게 교원에게 주어진 칼을 더 날카롭게 만드는 방향, 권리 주체로서의 아동을 외면하고 우리가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더욱 날카로워진 칼은 교원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모두에게 더 위험한 상처만 남기게 될 것이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사의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동시에 아동의 권리와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대안적인 방법과 지원의 강화, 아동 인권과 교사의 인권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법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일 것이다.

아동의 권리 보호와 교사의 교육권 보장이 결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이 두 가지는 상호 보완적이며, 둘 다 존중받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이러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현재의 법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아동과 교사 모두의 권리가 존중받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해야 할 것이다.

월간<복지동향> 2024년 09월호(제3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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