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26-04-29   24375

[중꺾정68화] 선거제도 개혁을 정치권에 맡기면 망하는 이유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정치권에 맡기면 망하는 이유

유성진(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지난 4월 18일 개정된 지방선거제도 관련 정치관계법은 과정과 내용 면에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민사회와 원내외 7개 소수정당의 줄기찬 요청에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기득권 두 정당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논의를 방치하더니, 예상된 바와 같이 합의내용에 비례성 강화를 골자로 한 시민사회의 요구사항들은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국회 정개특위는 개정 정치관계법이 다양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인 진전이라고 자평하고 있으나, 결과물은 그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늉에 그쳤다. 그간 지방선거의 문제로 지적되었던 중앙정치에의 종속, 비례성 강화를 통한 다양한 정치세력의 지방의회 진출은 지금과 같이 시늉뿐인 변화로는 달성되기 어렵다.

미약한 변화, 또 다시 시도되는 ‘선거구 쪼개기’

공직선거법과 관련한 국회 결정의 골자는 광역과 기초의회 의원 총수와 지역별 정수배분이었고, 그 안에 광역의회에 하나의 지역구에서 여러 명의 의원 선출하는 중대선거구(다인 선거구)를 시범 도입하고 기초의회에서는 이를 확대하는 방안, 그리고 비례대표 비율의 소폭 확대가 담겨 있다. 정개특위가 제도 개선을 위한 중요한 변화로 내세운 중대선거구는 국회의원 선거구 기준으로 광역 4개, 기초 27개 선거구로 늘어났으나, 광역의원의 총원이 754명, 기초의원의 총원이 3,003명임을 감안하면 그 인원은 전체의 10%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다. 이 정도로는 소수정당의 약진을 통한 지방의회의 다양성 증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나마 미약하게 늘린 기초의회의 중대선거구도 기득권 정당에 유리한 2인 선거구로 쪼개려는 시도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지방정치 활성화를 위한 시민사회의 요구는 이번에도 거대 양당의 기득권 지키기에 부딪혀 좌절하고 말았으며, 기득권 정당들은 이번에도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미미한 제도개선으로 생색내기에 그치고 말았다.

중앙정치에 종속된 지방정치, 그 속에 ‘지역’은 있는가?

무엇이 사태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 지방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중앙정치에 종속된 나머지 자율적인 지역 현안의 제기와 해결보다는 중앙정치의 논리에 따라 좌우되었다는 것인데, 그렇게 된 배경에는 강고한 지역 기반을 가진 양대 기득권 정당의 존재가 자리하고 있다. 강한 지역적 기반을 가진 두 기득권 정당의 존재는 우리의 지방정치에서 정당 경쟁이 나타날 여지가 거의 없는 정치환경을 만들었다.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고 광역과 기초를 막론하고 지방의회와 단체장을 하나의 정당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의 기득권 지배정당은 안락한 선거환경에서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집중해 왔고, 이번 지방선거를 앞둔 공직선거법 개정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 속에서 지방의 정치과정은 지역 유권자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중앙정당의 논리에 따라 결정되었고 당연히 지역의 현안과 문제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후보 공천이 중앙당의 지도부와 지역 국회의원의 절대적인 영향 속에서 결정되는 까닭에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이들은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호소보다는 정당 지도부와 지역 국회의원의 눈에 들기 위해 집중한다. 지방단체장이 되려는 사람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을 내세우기보다는 자신이 중앙정부의 지원과 혜택을 가져올 능력과 역량이 있음을 앞세워 표를 호소한다. 결국 지방선거에서의 공천과 지방자치에서의 정책 제안과 실현은 지역 유권자들의 이해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며, 정치과정에 유권자들이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제한된다.

정당 경쟁의 복원, 유권자를 선거의 중심으로

지방선거에서 정치세력의 다양성 증대 그리고 이를 통한 지방정치에서 정당 경쟁의 복원이 중요한 까닭는 그것이 지역의 유권자를 선거와 정치과정의 중심으로 돌려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 간 경쟁은 각 정당이 지도부보다는 지역 유권자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후보들이 지역 차원의 현안에 대한 해법과 정책 경쟁을 통해 유권자의 표를 호소하는 선거환경을 조성한다. 지역의 유권자들은 더 이상 선거의 뒷전이 아니라 중심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안락한 선거환경을 유지하고 싶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기득권 정당이다. 계엄으로 붕괴위기에 처한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를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극복한 이후 벌어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러한 상황이 반복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기득권 포기가 불가피한 선거제도의 개선을 기득권 정당에게만 맡겨두고 그들의 선의에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그럴 능력과 의지 모두가 없고 더불어민주당은 능력은 있으나 의지가 없다. 이제라도 시민사회와 전문가 집단이 함께 모여 공론화된 논의를 통해 선거제도의 개선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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