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4-01   9026

[기획2] 극우주의와 혐오

한미애 ㅣ 계명대학교 국제학연구소 연구교수

2024년은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인구 3명 중 1명이 선거에 참여한 ‘선거의 해’로 기록되었다. 1월 방글라데시의 총선과 대만의 총통선거를 시작으로, 3월 러시아 대선, 4월 한국 총선, 6월 EU 의회 선거가 있었으며, 11월에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졌다. 2007년 미국의 경제위기에서 시작되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세계적 경기 침체와 독재 및 포퓰리즘의 부상은 2024년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독일 브레멘 대학(University of Bremen)의 팔고브(ParlGov)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선거를 치른 주요 선진국(영국, 프랑스, 미국, 벨기에 등)에서 모든 집권당이 패배하여 과거 100여 년의 선거 역사 중 가장 많은 집권당이 패배한 해로 기록하였다.1이와 같은 결과는 국제사회가 매우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유럽에서 치러진 대부분의 선거에서는 극우 정당의 득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프랑스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극우 정당의 선거 승리를 우려하며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우려의 중심에는 극우 정치세력이 종종 소수자와 이민자, 성소수자 등을 겨냥한 혐오와 차별적 정책을 기반으로 지지를 얻는다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혐오를 조장하며 사회를 분열시키는 이러한 정치적 전략은 국제적 연대와 사회적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극우 정치세력의 부상을 우려하는가? ‘혐오’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는 행태가 국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혐오(hate)’란 무엇인가?

혐오는 국어사전에서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으로 정의된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그의 저서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The Expression of the Emotions in Man and Animals)』에서 혐오를 ‘공포, 분노, 놀람, 슬픔, 행복과 함께 인간이 가진 기본 감정 중 하나’로 설명했다.

혐오는 감정의 하나로 인식되지만, 원초적 감정인지 후천적 감정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 견해가 갈린다. 원초적 감정으로서의 혐오(primitive disgust)는 생존을 위한 동물적 본능으로 간주된다. 홉스와 데카르트는 혐오감을 ‘자연에 의해 세워진 감정’으로 보았으며, 홉스는 일부 혐오감이 ‘타고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보존을 위해 감정을 활용하며, 혐오 역시 존재의 보존을 위한 본능적 기능이라는 관점이다(누스바움 2016, 김용환 외 2019, p.27).

반면, 후천적 감정으로서의 혐오(projective disgust)는 사회적 학습의 결과물로 간주된다. 패트릭 데블린(Patrick Devlin)은 ‘사회의 평균적 구성원(the man on the Clapham omnibus)이 느끼는 혐오감’을 반복적 경험의 산물로 보았다(김용환 외 2019, p.28).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은 자아의 동물적 현실에서 시작된 혐오감이 공감적 주술을 통해 확장된 감정이라고 설명한다(누스바움, 2016, p.61). 오늘날 혐오는 인간의 본능적 감정이라기보다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감정으로 이해된다. 이는 나(아)와 타자(비아)를 구분하며 안정감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작용해 왔다. 또한, 혐오감은 상황에 대한 인지와 사고의 산물이므로 사회적 맥락을 지니며,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염운옥, 2022). 이는 정체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감정이다.

누스바움은 위험한 대상과 혐오스러운 대상의 차이를 설명하며, 위험한 대상은 위험 요소가 제거되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혐오스러운 대상은 위험 요소가 제거되어도 여전히 혐오감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누스바움, 2016). 이는 혐오 대상이 감정의 대상으로서 인간의 취약성을 숨기고 부정하려는 인지적 판단과 욕구를 수반하며, 이러한 감정은 사고의 지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확장된 투사적 혐오 프레임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씌워지며, 이는 사회적 위계와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혐오 프레임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분리하고, 열등한 존재로 대상화하거나 타자화하여 혐오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데 사용된다.

사회적 현상으로서 혐오감은 다음과 같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첫째, 투사적 혐오는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핑계로 타인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어 확대 재생산을 거치며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다(누스바움, 2016; 김용환 외, 2019). 편견에서 비롯된 혐오감은 대상의 다름을 부정적으로 규정하며, 그 대상을 공동체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혐오는 나와 다른 타자와의 관계에서 공감의 약화를 초래한다. 혐오감이 증가하면 공감은 감소하며, 이는 타자의 고통에 대한 무감각과 혐오의 정당화를 부추긴다. 결과적으로 모든 불리한 상황에 대한 책임이 혐오 대상에게 전가된다. 셋째, 혐오감은 혐오주의자가 더욱 불관용적 태도를 보이게 한다. 이는 혐오 대상에 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하며, 객관적 정보의 부재는 오해와 왜곡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결과적으로, 혐오는 개인 간의 관계와 사회적 구조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편견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누구를 혐오하는가?

‘혐오 표현(Hate Speech)’은 법률, 정책, 학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용어로, 특정 대상에 대한 증오심, 선동, 욕설 등 편견에서 비롯된 부정적 담론을 포함한다. 혐오와 관련된 정보와 통계를 제공하는 ‘헤이트베이스(HateBase)’에 따르면, 혐오 발언은 민족성, 국적, 종교, 계층 등 특정 특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온라인에서의 혐오 발언은 반복성, 익명성, 도달 범위의 광범위성 등 독특한 특성을 가진다(헤이트베이스, 검색일: 2025.3.10).


미국은 1993년 국가통신정보청(NTIA) 보고서를 통해 혐오 표현과 혐오 범죄를 정의했다. 혐오 표현은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거나 정당화하는 표현이며, 혐오 범죄는 인종, 종교, 민족, 성적 지향을 이유로 피해자를 공격하는 행위로 규정된다. 유엔 산하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인종차별에 근거한 혐오 표현을 금지하며, 이는 인종, 성별, 종교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배제하는 UN 헌장 제1조에서 파생되었다.

유럽이사회 산하 유럽인종차별위원회(ECRI)는 혐오 표현을 ‘증오, 폭력, 차별을 선동하거나 정당화하는 다양한 형태의 표현’으로 정의한다. 이는 보호되는 특성(Protected Characteristics)에 기반해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증오를 표현하는 것으로, 인종, 피부색, 종교, 민족 등이 해당된다(OSCE/ODIHR, 2009). 다만, 보호되는 특성의 범위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Council Framework Decision 2008/913/JHA에서는 성별이나 성적 지향을 배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혐오 표현과 관련된 논란은 각국 및 국제기구 간에 존재하지만, 혐오 표현이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주요 요소임에는 이견이 없다. 위의 정의와 분석을 바탕으로 혐오의 대상, 즉 누구를 혐오하는가?에 대한 답을 정리해볼 수 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혐오의 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주로 특정 집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혐오 표현은 사회적 불안과 결합하여 특정 집단을 타자화하거나 열등하게 규정하는 데 이용되며, 정치적·사회적·경제적 목적에 따라 확대 재생산되며, 언론 및 SNS를 통해 더욱 증폭된다.

극우주의와 혐오의 상호작용

권력은 혐오의 대상을 만들어내고, 혐오의 정치는 권력 내부의 폭력을 외부 대상으로 투사하는 기제로 작용한다(김영삼, 2020). 이러한 정치적 전략은 대중 매체를 통한 헤게모니 장악 시도를 포함하며, 언론은 권력과 결합하여 혐오 대상을 조작하고, 그 제거를 위한 폭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김종갑, 2021, p.79). 혐오의 정치적 메커니즘은 사회적 불안이 강할 때 특히 두드러진다. 이는 소수의 희생을 통해 다수의 자기 치유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개인적 차원이 아닌 집단적 현상으로 나타난다. 즉, ‘내가 혐오한다’가 아닌 ‘우리가 혐오한다’라는 형태로 표현된다(김종갑, 2021, pp.82-83). 정치적 혐오는 특정 집단을 타자화하여 ‘우리’로부터 분리시키고 열등한 존재로 대상화하며,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과 행동, 그리고 언론 및 SNS와 결합하여 확대 재생산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극우주의 정치세력의 정치적 동력으로 이용된다.

극우주의(extreme right 또는 far-right)는 기존 체제에 대한 불신과 배타적 정체성 정치를 통해 사회적, 정치적 기반을 확장하며, 그 과정에서 혐오를 강력한 도구로 활용한다. 극우주의가 표방하는 배타적 민족주의, 반(反)다문화주의, 반(反)이민정책 등은 특정 집단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아 대중의 분노와 불안을 조직적으로 동원한다. 가장 자주 표적이 되는 집단은 민족적, 종교적 소수자, 성소수자(LGBTQ+), 이민자, 여성,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이다. 예를 들어, 이민자는 종종 경제적 위협과 범죄 증가의 원인으로 묘사되고, 성소수자는 전통적 가치를 위협하는 존재로 규정된다. 단순한 개인적 혐오를 넘어 집단적 현상으로 나타나며, “우리가 혐오한다”라는 집단적 서사를 만들어낸다.

유럽에서는 인구의 대규모 유입으로 특징지어지는 이주 현상이 영토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정립을 요구하며, 이는 정체성 문제와 관련된 정치적 낙인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2015년 이후, 시리아, 리비아, 이라크 등 분쟁 지역과 에리트레아(State of Eritrea) 같은 전체주의 국가, 파키스탄 및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소득 국가들로부터 대량의 난민이 유입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 전역에서 정치적·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 수천 명의 이주민들이 유럽 곳곳을 떠도는 장면은 뉴스 헤드라인(headline)을 장식하며, 미디어 이미지는 극우적 정치 의제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난민 문제와 이주민, 그리고 이들과의 사회적 통합은 곧 유럽 시민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으며, 언론은 ‘대규모 이주 위기’나 ‘이민자 물결로 인한 EU의 위기’와 같은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폭력과 위협을 부각시켰다(한미애·석주희, 2020). 이러한 자극적인 언론 보도와 정치적 발언은 유럽 전역에서 불안, 공포, 분노를 유발하며 폭력적 반응을 초래했다.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정당들은 이러한 감정적 반응을 활용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려 했으며, 그 결과 유럽 내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민족주의적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마치며

극우 정당의 부상으로 사회분열을 우려하는 서구 지역의 사례와 달리, 한국의 극우세력은 특정 정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황인정 2024. p.128). 북한과의 관계에 따른 주요 정당의 양분화, 인종과 민족적 동질성이라는 사회적 특성과 문화적 환경은 극우세력을 결집시킬 동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다만, 현재 한국 사회는 점점 난민,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한국 사회에서는 난민 수용 문제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 극우세력은 난민을 범죄와 연관 짓거나 한국의 경제적·문화적 안정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묘사하며 불안을 조장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정치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성과 통합의 문제를 반영한다.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충돌과 경제적 불평등은 극우적 담론의 토양이 될 수 있다.

극우주의와 혐오는 단순히 특정 집단에 대한 적대감을 넘어, 사회적 분열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나타난다. 이를 방치할 경우, 민주주의와 사회적 연대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따라서 혐오의 확산을 방지하고 극우적 이념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법적, 교육적, 사회적 대응이 긴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혐오를 넘어 포용과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 미주 |

  1. https://www.nbcnews.com/news/world/2024-was-historic-year-global-elections-bad-one-power-rcna179086(검색일: 2025.3.10) ↩︎

| 참고문헌 |
김영삼, “구원 없는 재난 서사와 혐오의 정서 –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과 손홍규의 『서울』을 대상으로,” 현대소설연구, 78호 (2020).
김용환 외, 『혐오를 넘어 관용으로 관용 : 혐오주의에 대항하는 윤리』 파주 : 서광사 (2019).
김종갑, 『혐오 : 감정의 정치학』 서울 : 은행나무 (2021).
염운옥, “‘죽여도 되는’사람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 인종혐오와 동물화,” 사총, 105호(2022).
한미애, “코로나 19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한 유럽연합과 유럽시민의 결속 강화 및 통합,” 민족연구, 76권 (2020).
한미애, “분리와 통합의 기제로서 ‘혐오’ 프레임에 관한 연구: 프랑스 극우 정당의 사례를 중심으로,” 유럽연구 40(3), (2022).
한미애·석주희, “혐오표현과 규제에 관한 연구 : 유럽과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세계지역연구논총, 38(4) (2020).
황인정, “누가 한국의 극우인가? 한국 극우의 특징과 정치적 함의,” 정치·정보연구 제27권 2호 (2024).
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 Guide on Article 15 of the 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updated on 31 December 2019.
EU, “Hate Crime and Hate Speech in Europe: Comprehensive Analysis of International Law Principles, EU-wide Study and National Assessments.”
European Parliament, http://www.europarl.europa.eu/elections2014-results/en/country-results-fr-2014.html
FRA, The European Union as a Community of values:safeguarding fundamental rights in times of crisis (2013).
FRA, Coronavirus Pandemic in the EU ― Fundamental Rights Implications. 1,2,3,4 (2020).
Nussbaum, Martha Craven, 강동혁 역, 『혐오에서 인류애로 : 성적 지향과 헌법』 뿌리와 이파리 : 서울 (2016).
Hatebase, https://hatebase.org/

월간 <복지동향> 2025년 4월호(제3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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