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효 |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교수
들어가며
한국은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비준하여 국제적 난민 보호의 책임에 본격적으로 동참하였다. 2001년 첫 난민을 시작으로 2024년 말까지 1,551명에게 난민의 지위를 인정하였다. 추가로 2,710명에게 임시적이고 제한적인 체류를 허가하는 ‘인도적체류자’ 지위를 부여하였지만, 이 기간 122,095건의 난민 지위 신청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비율만이 한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난민심사 결정이 난 사람 가운데 난민 인정이 된 비율을 뜻하는 난민인정률은 2.7%에 지나지 않는다.1 이 가운데 18세 미만의 난민 아동은 난민인정자의 38.5%(597명), 인도적체류자의 20.3%(551명), 난민신청자의 5.6%(6,838명)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2
지난 10여 년 동안 난민 아동·청소년에 대한 조사연구는 종종 이루어졌다. 법적 지위, 사회복지, 건강과 심리, 교육, 정체성, 경제적 상황, 언어 등 다양한 주제를 두루 다루었고, 정책적 대안도 제시되었다.3 특히 유엔난민기구(UNHCR)는 한국에 거주하는 난민과 비호신청자(난민신청자), 인도적체류자, 무국적자 등 보호대상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꾸준히 해왔는데, 최근에는 난민 및 난민신청자 424가구 957명의 생활실태를 파악한 대규모 조사도 실시하였다. 이 조사를 통해 난민 등이 총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다는 인구학적 특성과 함께 의료 및 교육 접근, 소득 및 심리적 안정성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4
이런 배경 속에서 기존 연구들이 충분히 다루지 못한 학령기 아동과 19~24세 청소년의 고민과 전망, 그리고 이들의 회복력과 주체성에 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리하여 유엔난민기구(UNHCR)의 의뢰로 수행기관 한국이주민건강협회 위프렌즈와 함께 난민인권단체 현장 활동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국내 난민 아동·청소년의 정착과 사회통합에 대한 경험과 전망」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제작하여 발표하였다.5
조사는 2024년 11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남, 부산, 경남, 제주 등 다양한 지역에 거주하는 50명의 난민 아동·청소년 및 보호자의 참여로 심층 인터뷰 형태로 이루어졌다. 연구참여자들은 아시아(28명), 아프리카(21명), 미주(1명) 출신으로, 난민 지위별로는 난민인정자(12명), 재정착난민(2명), 특별기여자(1명), 인도적체류자(14명), 난민신청자(10명), 난민불인정자(9명), 기타(2명) 등 다양했다. 이들 중 11명은 한국에서 출생했으며, 나머지는 해외 출생 후 아동기에 한국으로 입국했다.
연구보고서는 연구참여자의 사례 소개와 인터뷰 인용을 중심으로 난민 아동·청소년의 ‘이주 경험과 체류 및 법적 지위 문제’, ‘가족 내에서의 역할과 생계’, ‘차별과 건강’, ‘교육과 언어, 진로와 지지 네트워크’,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희망’의 다섯 개 주제를 다룬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바탕을 둔 정책 제언도 제시되었다.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이주 경험과 체류 및 법적 지위의 불안정
난민 아동·청소년들은 출신국에서 박해를 피해 떠나오는 이주 과정에서 다양한 트라우마적 상황을 경험하고, 한국에 도착해서는 난민 인정 절차와 관련하여 불합리한 상황에 놓였으며, 그러한 과정 끝에 부여받은 불안정한 체류자격은 위태로운 삶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주 과정에서 부모나 보호자와의 분리를 경험하기도 하고, 보호자 없이 입국한 미동반 난민 아동도 있었다.
대부분 아동·청소년들은 출신국을 떠나올 당시 자신이 왜 고향을 떠나야 하고,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떠나왔는데, 이러한 갑작스러운 이주로 인해 또래 친구들과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단절되는 경험을 하였다. 자녀가 공포심을 갖게 될 것을 걱정한 부모들이 박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서 생긴 일인데, 결과적으로 아동·청소년들에게는 또 다른 박탈감으로 남게 되었다. 11살에 수단을 떠나온 베카(18세, 여)6는 자기 경험을 이렇게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가자고 해서 그냥 왔고, 그리고 한국에 오는 줄도 몰랐고, 그냥 여행 식으로 가자고 해서 왔는데, 이제 알고 보니까 한국에 왔고 여기서 살게 되었죠… 여기서 사는 건데, 친구들도 없고 워낙 말이 안 통하니까 싫은데, 부모님의 의견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계속 살고 있어요.”
한국에 입국한 이후 경험하는 난민 인정 절차는 아동·청소년의 교육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평균 13.4개월7이 걸리고, 행정소송까지 가면 4년까지도 걸리는 난민심사 소요 기간은 성인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들에게도 불안정한 삶을 연장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학령기 아동·청소년들은 난민심사를 위해 직접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해야 하고, 이 때문에 학교를 빠져야 하는데 동료 학생들이나 심지어 교사에게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가 많다. 난민 인정 절차가 끝나고 받게 되는 체류자격도 여전히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면 통상 3년마다 갱신이 필요한 체류자격(F-2)을 받는데, 영주권이나 국적 취득으로 가는 조건은 너무 까다롭다.
특히 한국 정부가 ‘난민’으로 인정하지는 않으나, ‘고문…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8가 있어 인도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람에게 주는 ‘인도적체류자’ 체류자격에 대해 당사자들은 ‘전혀 인도적이지 않은’ 체류자격이라는 평가를 한다. 8살 때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파리다(21세, 여)는 이렇게 말한다.
“인도적 체류자 이거는 정말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살라는 것도 아닌 듯한 비자인 것 같아요.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숨죽이고 빠져 있어… (중략)… 어떤 분이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예요. 나중에 커서 뭐 하고 싶냐고… 그냥 한국 국적 따서 편하게 살아 이러는 거… 한국 국적 따고 싶어도 못 따는 거예요.”
가족 내에서 과중한 역할과 생계의 어려움
한국에 거주하는 난민 앞에 놓인 위태로운 삶의 조건은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난민 가족 모두의 삶을 지배한다. 특히 아동·청소년들은 가족 내에서 감당하기에 과도한 ‘성인화된 역할’을 떠맡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이들의 불안정한 체류자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계의 어려움과 관련이 있다. 정부가 부여하는 인도적체류자나 난민신청자 체류자격의 경우 경제활동에 관하여 까다로운 조건을 두고 있고, 이로인해 부모들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기 어렵게 된다. 부모가 장시간의 불안정·비정규 노동을 맡는 동안, 가족 내에서는 돌봄 공백이 이어지고 아동·청소년들은 어린 동생을 돌보거나 가사 노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여성 아동·청소년들은 더 과중한 돌봄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13살 때 이집트에서 온 장녀 나지마(20세)는 이렇게 말한다.
“가족이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걱정하는 거예요. 11살짜리 여동생(넷째)은 내가 자기 엄마 같다고 했어요. ‘언니 있으면 나 걱정 안 해.’ 동생은 저를 엄마라고 부른 적도 있어요.”
부모보다 한국어를 빨리 습득한 아동·청소년들은 출입국사무소, 병원, 학교 등에서 부모를 위한 통역자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그로 인해 나이에 맞지 않는 책임과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모든 통역을 담당하여 그 결과 “내가 모르는 우리 집 일은 없어요”(시리아 출신 I, 13세, 여)라거나, “저는 부모님의 그림자였어요”(아프가니스탄 출신 파리다, 21세, 여)라고 말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부모를 대신하여 부당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당하기도 하는데, 10살 때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온 미야(19세, 여)는 그런 경험으로 인해 자존감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
“저한테 욕을 해요. 저한테 나쁜 말을 다 쏟아붓고 약간 그런 경험이 많아요. 욕을 많이 먹어요… 그분은 제가 어리다는 인식을 별로 안 하고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다…”
- 차별 경험과 건강 문제
난민 아동·청소년들은 부모를 대신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혐오 발언이나 차별적 대우를 경험하고, 또래들 사이에서 놀림과 배제, 아르바이트나 직장에서 불이익을 경험하기도 한다. 일상적으로 ‘타자화’를 겪거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설명을 강요당하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도 경험한다. 이런 경험들로 인해 이들은 소속감과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기도 한다.
9살에 이집트에서 온 사마르(19세, 여)는 아르바이트하는 카페에서, 길거리에서, “어디서 왔어요?”, “왜 한국에 왔어요?”, “한국에 몇 년 살았어요?”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는다. 질문의 의도가 악의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피로감으로 인해 이제는 “나한테 말 안 걸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느낌”이 들고, 모자를 써서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한다. 일상의 타자화 노출에 대응하여 스스로 비가시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카리브 지역 출신으로 13살 사춘기 시기에 한국에 온 메리(19세, 여) 역시 공공장소에서 종종 경험하는 시선이 매우 불편하다.
“제가 한국에서 살면서 지금까지 살면서 뭔가 제일 문제 있는 게… 한국인이 사람들을 특히 외국인을 낮게 보는 행위를 좀 싫어하거든요… 지하철 안에서 제가 혼자 외국인이니까, 그 친구들 안에서 대화하면 쳐다보는 느낌이 나요. 그 다른 어른들 앞에서… 뭔가 외국인 본 적 없는 그런 시선 있었어요.”
학교나 또래들 사이에서 일상화된 차별을 경험한 난민 아동·청소년들은 차별금지 교육과 같은 제도적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한국으로 온 지 이제 4년이 된 글로리(14세, 여)는 이렇게 말한다.
“학교 애들. 뭐가, 아직 이해 안 돼요… 맨날 ‘아 넌 왜 여기 있어? 아니 넌 우리나라 사람 아니잖아? 너, 니네 나라가’ 이런 거 너무 싫어요… (중략)…급식 시간에 좀 많이 안 나가요. 쉬는 시간도 교실에만 있어요… (중략)… 우리 교실 보드게임이 있어요. 나도 하고 싶은데… (중략)… 차별 교육이 있으면 좋겠어요. 친구 많이 있으면 너무 좋겠어요… (중략)… 차별하면 다른 사람이 너무 아파요.”
게다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외국인 대상 폭력 사건은 난민 아동·청소년들에게 공포와 불안을 유발하기도 한다.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온 지 10년이 된 미야(19세, 여)는 이렇게 호소한다.
“외국인에 대한 무차별 폭행 같은 영상을 보면 좀 무서울 때가 있어요. 누군가랑 부딪힐 때 나한테 뭐라고 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해요.”
한편 미야는 학교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제도적 차별을 경험하고 상처를 입기도 했다. 학생을 위한 물품 지원에서 공개적으로 배제되었는데, 그럴 때 미야는 “아 맞아, 나 외국인이었지”라는 자조적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가끔씩 학교에서 어떤 게 제공되면, 다 한국인으로 되어있어요. 그러면 이제 선생님들이 그냥 다들 앞에서 그냥 말할 때가 있어요. 미야, 너 못 받아. 한국인을 위한 거여서…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왜 굳이 그렇게 말할까… 평소에는 친구들이 제가 외국인이든 누구든 별로 신경을 안 써요. 그런데 ‘미야는 외국인이라서’라고 말해버리면 그 순간 ‘아 맞아. 나 외국인이었지’라고 생각해요”
한편, 건강권 접근에도 심각한 격차가 존재했다. 체류자격에 따라 건강보험 가입 여부가 결정되어 일부 가정은 아동의 질병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정신건강 문제도 두드러졌는데, 출신국에서 가져온 트라우마, 한국 사회에서의 차별 경험, 체류 불안정 등으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스트레스성 두통이나 우울증을 겪는 아동·청소년들도 발견되었다.
- 교육과 언어, 진로와 지지 네트워크
난민 아동·청소년들이 불안정한 삶의 조건을 극복하고 한국 사회에 정착하여 온전히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발판은 아마도 교육과 진로 모색의 기회일 것이다. 이것을 잘 아는 난민 가족들은 교육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적과 체류자격의 제약, 경제적 어려움,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이러한 기회에 대한 접근 역시 제한되고 있다.
특히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아동·청소년들은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성장 기간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유학생으로 간주 되어 재정 보증이나 신분 관련 서류를 요구받고, 이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10살에 이라크에서 와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요한(19세, 남)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한국어 시험을 통과해야 했고, 은행 잔고 2,000만 원도 준비해야 했다. 한국에 오기 전 아버지와 헤어져 한부모가족 자녀가 되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발급받을 수도 없는 부모의 이혼 증명서, 아버지의 신분 서류 등도 요구받았다. 공부에 집중해도 부족할 고3 학생이 제출할 수 없는 서류에 대한 사유서, 난민지원기관의 소견서 등등 수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해서 난감했다. 다행히 민간 지원단체의 도움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지지 네트워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난민 아동·청소년들이 열심히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설계하다 보면 종종 국적과 체류자격의 장벽에 가로막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부룬디에서 온 B(19세, 남)는 인도적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진로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까워한다.
“제가 가지고 있는 비자로는 모델을 못 해요. 제가 이걸 직접 경험을 했었는데, 동대문에서 모델 일을 한 번 했었다고 했었는데요… (중략)… 어떤 사람들이 저한테 와서 물어봤었어요. 혹시 어느 스튜디오에서 고용을 했냐고 물어보기에 제가 그냥 친구 부탁으로 하게 됐었다 그랬더니 그럼 너 무슨 비자로 왔냐고 물어봤어요… (중략)… ‘어, 사실 나 그냥 G-1 비자다’라고 말하니까 그냥 ‘아, 그렇구나’ 하면서 뒷걸음질하면서 가더라고요. 그래서 그 순간을 보니까 아, 여기는 내 비자로는 기회가 없겠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특히 인도적체류자와 난민신청자에 대한 취업 제한, 사회보장 제도로부터의 배제, 차별적 임금 구조 등으로 인해 난민 가족이 경험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아동·청소년의 진로와 전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아르만(19세, 남)은 서울복싱협회 고등부 1위를 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으나, 생계에 대한 책임으로 인해 꿈을 포기하였다.
“제가 나이 한 중학교 2학년, 3학년 정도가 됐었을 때 일찍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중략)…그거(운동비)를 차라리 여기에 쓸 바에는 가족들한테 더 많이 쓰는 게 좀 좋겠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희망
제도적 제약과 불안정한 삶의 조건 속에서도 난민 아동·청소년들은 여전히 이를 극복하고자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회복과 정착의 길을 모색한다. 지금은 자신이나 부모의 출신국에 돌아갈 수도 없고, 설사 돌아갈 수 있게 되더라도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미래의 공간은 한국이다. 6살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아르만(19세, 남)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아직 해외로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제가 생각하는 제 미래는 한국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뭔가를 하고 싶은 것도 다 한국에서 제가 계획을 해온 것들이고, 만약에 이 나라를 떠나게 되거나 아니면 비자 연장을 못 받아서 나가라고 하게 되면 저는 여태까지 제가 계획해 온 제 모든 것들을 다시 새로 계획해야 하죠.”
그래서 이들이 한국에 정착하고 사회적으로 통합되고자 하는 방식은 한국에서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 것이다. 2018년 예멘을 떠나 제주에 도착하여 지금까지 살고 있는 데르(17세, 남)는 자신의 목표를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서 목표는 사람들한테 ‘인정’받는 거예요. ‘인정’받고 싶고, 약간 ‘데르는 이런 사람이었다’ 이런 말이 나왔으면, 약간 긍정적인 그런 말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대학교의 이야기도 나왔고 귀화 이야기도 나왔고 여러 개 나왔는데, 가장 하고 싶은 게 ‘인정’받는 거예요.”
한국에서 난민 아동·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서 미래를 같이 설계하고 살아가는, 그래서 자신들의 능력과 자질 그리고 인품을 온전히 ‘인정’ 받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앞으로 이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은 당사자의 목소리다.
결론을 대신하여
이 보고서는 국내 난민 아동·청소년의 정착과 사회통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정책을 제언한다.
① 포괄적 난민 보호 체계 강화와 체류자격 안정화(특히 한국에서 출생하거나 어린 나이에 입국한 난민 아동·청소년에 대한 영주권 및 국적 취득 경로 확대),
② 통합적 가족 지원(난민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통합적 지원 서비스 체계 마련),
③ 다문화 감수성 교육과 차별금지법 제정(인종, 국적, 체류자격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법제 마련),
④ 건강권 보장(난민 아동·청소년을 포함하여 국내에 장기체류하는 모든 이주 아동·청소년에게 국민건강보험 가입 허용, 건강보험 제도 내 외국인 차별 철폐),
⑤ 교육 지원 체계 강화(맞춤형 교육 지원과 고등교육 진학 지원 확대),
⑥ 지역사회 기반 지원 네트워크 강화(학교, 지역기관, 시민사회 단체 간 협력을 통한 장기적 관점의 사회통합 정책 수립).
이 보고서는 난민 아동·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모아 담는 데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러다 보니 정책 제언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보고서가 발표된 실태조사 보고회(2025년 6월 9일)에서도 지적되었는데, 참석한 토론자 김현미 교수(연세대)는 “난민의 정주성을 인정하지 않고 단기 비자를 연장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제도화된 국가의 폭력”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보다 급진적이며 구체적인 체류자격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정책제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9 또 보고회에 청중으로 참여했던 대학생 파리다(가명)씨는 보고서에 등장한 “정말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살라는 것도 아닌 듯한 비자”를 말한 것이 자신이라고 소개하며, “저와 같은 상황의 난민 아동·청소년들의 법적 지위와 안정적인 체류를 위해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고 함께 행동해 주세요. 저도 더 나서서 목소리를 낼 겁니다”라고 밝혀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난민 아동·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커가는 모습을 보아 온 한 연구진이 보고회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들은 너무 빨리 자란다”. 그러나 “어른들의 정책변화는 너무 느리다”. 아동·청소년의 시기는 너무 짧기 때문에 그 시기를 놓치면 보호나 지원이 소용없게 된다. 그래서 앞의 토론자가 말했던 것처럼 “급진적”인 정책변화가 시급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실천에 당사자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모습은 앞으로 한국 사회가 마주할 도전과 희망이다.
| 미주 |
-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25, 「난민 신청 및 심사 통계」. ↩︎
- 심사 결정 또는 신청 당시 나이 기준. ↩︎
- 김현미 외, 2013, 「한국 거주 난민아동 생활 실태조사 및 지원 방안 연구」, 세이브더칠드런 ; 노충래 외, 2017, 「국내 난민아동 한국 사회 적응 실태조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 김현미 외, 2020, 「국내 거주 난민 아동의 교육권 실태 연구」, 세이브더칠드런. ↩︎
- Kim, Chulhyo et al., 2023, Result Monitoring Survey–Data Collection Report, Republic of Korea, UNHCR. ↩︎
- 김철효·김영아·김우정·김정우·김현옥·라연우·문지혜·안지영·이인경·최보라·한나현, 2025, 「국내 난민 아동·청소년의 정착과 사회통합에 대한 경험과 전망」, 유엔난민기구. 보고서 전문은 유엔난민기구 웹사이트(https://www.unhcr.org/kr/node/26546) 또는 연구수행 기관 위프렌즈 웹사이트(http://www.wefriends.org/bbs/board.php?bo_table=data2&wr_id=191)에서 확인할 수 있다. ↩︎
- 이 글에서 언급하는 모든 이름은 가명이다. ↩︎
-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25, 「난민 신청 및 심사 통계」. ↩︎
- 출입국관리법 제2조 제3호. ↩︎
- 위프렌즈. 2025. “국내 난민 아동·청소년들의 정착과 사회 통합에 대한 경험과 전망” 실태조사 보고회 후기” (http://www.wefriends.org/bbs/board.php?bo_table=activity&wr_id=220). ↩︎
월간<복지동향> 2025년 07월호(제3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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