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 정쟁 중단하고 추경의 골든타임 지켜야
부자감세로 약해진 재정, 재난·민생위기 대응 기반 훼손
지금 대한민국의 민생은 사실상 재난 상황이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수만 명의 삶의 터전이 잿더미가 되었다. 주거지, 문화재, 축사와 과수원, 국립공원까지 화염에 휩싸였다. 피해 복구를 위해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다. 지역 재난을 넘어선 국가적 재난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앞에 여야 거대정당 모두 추경 편성의 필요성에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구체적인 논의는 여전히 소모적인 공방에 머무르고 있다. 피해 복구는 하루가 급한데도, 재난 예비비의 포함 여부와 추경의 범위·규모를 둘러싼 정쟁이 계속되면서 실질적인 복구 지연 우려마저 낳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산 항목을 둘러싼 기 싸움이 아니라, 추경의 골든타임을 지켜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실행력 있는 정치다. 참여연대는 국가재난과 민생 위기 앞에서 정부와 여야가 즉각적으로 민생 회복을 위한 추경 논의에 착수할 것과 우리 사회의 위기 대응 능력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감세 경쟁의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번 추경은 재난 복구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의 당초 예산안은 민생 회복이나 복지 확충 의지가 현저히 부족했고, 고물가·고금리 속에서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다. 경기는 이미 얼어붙었고, 서민 경제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채무 상환이 어려운 취약 자영업자가 42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 초 두 달 만에 폐업한 자영업자 수만도 20만 명에 달한다. 하루하루 버티는 시민들의 삶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긴급복지 예산이 바닥나, 생활고에 시달리던 50대 시민이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참담한 사건도 있었다. 예산 부족으로 시민의 생계가 외면당한 이 현실은 단순한 행정 미비가 아니라, 정치가 만든 복지 공백의 결과다.애초부터 민생을 뒷전으로 한 예산 편성과 재정 운영의 결과가 지금의 위기를 키운 셈이다. 시민의 생존을 책임지지 못하는 정치는 더 이상 그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이처럼 민생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거대 양당이 여전히 상속세 완화 등 부자 감세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계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들 앞에서, 상위 1%, 나아가 0.1%를 위한 감세 논의는 현실과 동떨어진 특권 정치일 뿐이다. 반복된 부자 감세와 그로 인한 세수 결손은 이미 재정의 기반을 심각하게 약화시켜 왔다. 이러한 시기에는 무엇보다 재벌대기업과 자산가들을 위한 세제 혜택이 아니라, 서민과 취약계층의 삶을 지탱할 실질적인 재정 투입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지역 경제 회복을 포함하는 종합적이고 과감한 추경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즉, 이번 추경은 단순한 재난 복구를 넘어, 침체된 경기와 무너진 민생을 지키기 위한 경제·사회 안정 대책으로 기능해야 한다.
재난과 위기로 민생이 위협받는 지금 이 순간,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정치적 셈법이 아니라, 시민을 살리는 결단이다. 여야는 즉시 머리를 맞대고 민생 안정과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추경 논의에 착수하라. 더 늦으면, 시민들의 고통이 회복할 수 없는 분노가 되어 돌아올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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