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6-01   2205

[동향1] 자국의 침략 전쟁에 반대한 러시아인들은 왜 인천공항과 외국인지원센터에 갇히게 되었나

이종찬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난민 심사라도 받게 해주세요” …재판 이겼는데 또 ‘구금’

위와 같은 제목의 언론 기사를 보신 적이 있는가. 지난 4월 17일 MBC뉴스로 보도된 기사다. 주인공은 러시아 침략 전쟁에 반대하여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온 러시아 남성들 세 명.1) 이들은 놀랍게도, 작년 10월 강제동원령을 피해 한국에 온 이래로 아직까지,2) 인천공항과 외국인지원센터(영종도)에 사실상 구금되어있다. 난민심사의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난민인정심사 신청서도 내지 못했다. 난민심사에 회부하지 않겠다는 법무부의 결정은 부당하니 취소하라는 제1심 판결이 났는데도 말이다. 벌써 8개월째다. 지난 가을부터 이제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다. ‘이거 우리나라 이야기 맞아?’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짧은 연락 한 통에서 시작하였다. 2022년 10월 어느 날 난민 활동가 동료의 연락이었다.

“인천공항 출국대기실에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이 있는데, 난민인정심사에 불회부되어서 다투고 싶어 한답니다.” 

지난 2022년 9월 21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부분동원령을 내렸다.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 고전하던 러시아를 보며 많은 이들이 혹시 내지, 설마 하던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러시아 전역에 소환장이 뿌려지고, 수십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본국을 탈출하기 시작했다. 그 행렬 중 일부는 한국으로도 향했다. 그해 10월에는 놀랍게도 동해 해류를 타고 한국 국경에 이른 러시아인들이 등장하기도 하던 때였다.3) 공익법센터 어필은 영해로 들어오는 러시아인들을 만나 난민신청제도에 대한 안내와 조력을 시도해보려고 하였으나, 그들의 인적 사항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벽에 막혔다. 그러던 중 공항을 통해 들어온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의 소식을 들었다. 

오로지 실내인 이곳에서, 두 끼의 빵과 한 끼의 기내식, 그리고 손으로 들고 온 한 두벌의 옷을 스스로 빨고 말리며 수개월을 지내야 한다.

문제는 이들이 머물고있는 장소였다. 구금의 문제가 제기되는 곳이기 때문애다. ‘인천공항 출국대기실’. 인천공항에 ‘출국대기실’이라는 장소가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천공항 3층 출국장 46번 게이트 인근에 아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있는데, 거기에서 2층으로 내려가면 ‘출국대기실’이 나온다.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의 인도적 처우 및 원활한 탑승수속과 보안구역 내 안전확보를 위하여 그 외국인이 출국하기 전까지 대기하도록 공항에 설치한 시설’이다(출입국관리법 제2조 제16호). 

이곳은 기본적으로 인신의 구속이 문제될 수 있다. 가장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대기실과 환승구역을 보더라도 그렇다. 만약 여러분이 입국 불허로 몇 개의 거실과 화장실로 이루어진 공간(출국대기실) 및 환승구역에 몇 달간 머물게 된다면 어떨까. 유리로 들어오는 햇빛만 쬘 수 있고(밤을 포함한 대부분의 시간은 인공의 빛에 둘러싸여 있고) 환풍시설로 유입되는 공기만 마실 수 있으며, 스스로 난민신청 의사를 철회하지 않는 한 실외로는 결코 나갈 수 없는 곳에 하루 이틀이 아니라 수개월을 지내야 한다면 어떤 상태가 될 것 같은가. 개인 수하물로 들고 온 짐을 찾을 수 없어 핸드캐리의 한두 벌 옷으로만 지내면서(세탁은 화장실에서 손으로, 건조는 공간이 생기면 어디든 널어놓는 방식으로 생활), 식사는 아침저녁 빵과 주스를 받고 점심에 기내식을 그나마 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면, 수개월을 버틸 수 있을까. 못 버티더라도 본국으로는 돌아갈 수 없고 자신을 입국시켜 줄 제3국도 찾기 어렵다면, 온 세계의 코너에 몰린 듯한 심정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모든 것들은 그나마 가장 넓고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대기실에서야 가능한 이야기이다. 제2터미널 또는 제주공항의 출국대기실에서 여러분이 수개월을 보내는 모습은, 방 몇 개와 화장실로 이루어진 ‘출국대기실’ 안에서만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수형자들에게 허락되는 일정 시간의 야외 활동도 전무한, 오로지 실내 생활만 허락된 곳에서 여러분은 ‘난민심사의 기회를 얻기 위하여’ 기다려야 한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법원은 이곳이 ‘수용’ 내지 ‘구금’의 공간임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출국대기실에서 단순히 ‘대기’하고 있는 게 아니라 ‘수용’된 상태라는 것이다. 출국대기실에서 환승구역으로 출입할 수 있어 상당히 넓은 공간이 확보된 제1터미널 출국대기실에 대하여도, 그 공간 넓이를 명시하면서 ‘수용’의 성격이 있다고 보았다. 

인천지방법원2021. 4. 12. 자 2021인카1 결정
“피수용자는 난민신청을 하였으나 수용자의 공무원으로부터 난민심사 거부를 당하였고, 2020. 2. 15.부터 현재까지 약 1년 2개월 가까이 수용자에 의해 인천공항 환승 구역(총 115,674m2, 3층 89,300 m2, 4층 26,347 m2)에 방치되어 있는 사실, 피수용자는 난민 신청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위 환승구역을 벗어날 수 없고, 위 환승구역에서 사생활의 보호나 의식주와 의료서비스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처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사실(중략)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수용자에 대한 수용을 계속하는 경우 피수용자에 대하여 신체의 위해 등이 발생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피수용자의 현재의 상황과 처우, 방치된 기간 및 수용자의 태도 등에 비추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 또한 인정된다.”

유사한 사안에서 유럽인권재판소도 공항 환승구역에 장기간 구금되어있는 난민신청자의 문제를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며, 고문, 비인도적이거나 모멸적인 대우나 처벌을 금지하는 유럽인권협약 제3조 위반임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 결정(ECtHR, Case of Z.A and Others . Russia, App. nos. 61411/15, 61420/15, 61427/15 and 3028/16; ECtHR, Amuur v. France, App. No. 19776/92 등)
“불이 항상 켜진 복잡하고 시끄러운 환경, 샤워와 조리시설에 대한 접근 제한, 야외운동의 제한, 의료적, 사회적 지원 접근을 포함한 외부와의 접촉 제한, 경찰의 감시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항 환승구역에서의 난민신청자의 장기간 체류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며, 고문, 비인도적이거나 모멸적인 대우나 처벌을 금지하는 유럽인권협약 제3 조에 위반됨”

왜 수개월 동안 공항에 수용되어 있어야 하나? 난민인정 신청의 의사를 밝혔으나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받아 갈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왜 이들이 공항 출국대기실에 수개월간 수용되어야 하는지, 어떤 제도와 구조 속에서 이런 불합리한 상태를 맞이하게 되는지 궁금해진다. 이것은 (1)한국 난민법이 두고 있는 “출입국항 난민신청 제도” 및 (2)위 제도 결과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이 나온 경우, “이를 다투려면 출국대기실에 머물 수밖에 없는 현실(국경의 틈에 끼어 버리는 현실)”이 결합된 결과이다. 

먼저 출입국항 난민신청 제도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1.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이 난민인정 신청을 하면 곧 “난민인정 심사”에 돌입하고 난민신청자로서 체류자격(G-1-5 비자)이 주어진다(난민법 제5조).

2. 그러나 외국인이 공항이나 항만에서 “입국심사를 받는 때에” 난민신청을 하면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할지 말지”를 먼저 심사받고, 회부 결정을 받아야 입국이 허락되고 난민신청자로서 체류자격(상동)이 주어진다(난민법 제6조).

3. 난민법은 시행령은 “심사에 회부하지 않는 사유”(불회부사유)4)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에 명시된 7가지 사유가 있다. 대표적으로 (1) 박해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 (2) 거짓서류를 제출하여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경우, (3) 그 밖에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가 해당된다.

를 명시하였고, 출입국은 신청자가 이 불회부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할 때 심사 불회부 결정을 하고 입국을 불허한다. 불회부 결정을 받은 신청자는 그대로 제3국으로 돌아가든지 출국대기실에 남아 이 불회부 결정을 소송으로 다투든지 하는 선택지만 남게 된다.

법무부가 발간한 “난민인정절차 가이드북(2015)”에 이 제도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14면).

상단에 사각으로 표시한 부분이 출입국항 난민신청제도, 그 아래가 ‘한국 내 난민신청제도’에 대한 것이다. 불행히도 여기에서 두 가지 문제가 줄곧 발생해 왔다. 

1. “신청인이 불회부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할 때” 불회부해야 하는데, 출입국은 사실상 이 제도를 마치 ‘난민인정 심사’의 또 다른 버전처럼 운영해오고 있다. 다소 불분명하고 불회부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하지 않으면(즉, “다소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으면”) 심사에 회부해야 하는데, 불회부로 처리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것은 출입국의 불회부 결정을 취소하는 소송의 결과로도 나타난다. 통상 행정청의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의 승소율은 상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종류의 행정소송인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소송”은 역사적으로 60% 이상, 최근 -작년 10월 이후- 승소율은 거의 8∼90%에 육박하고 있다(10건 중 8∼9건 승소하는 비율). 이 정도의 승소율은 사실 행정청 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있을 수 없는 수치이다(즉, 취소 대상인 해당 처분의 실무 관행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는 수준). 

위 취소소송에 관한 판결문들은 이 제도의 본령을 아래와 같이 분명히 제시하였으나, 행정청(출입국) 은 그러한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지 못한다.

인천지방법원 2023. 3. 28. 자 2022구단52307 판결 등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자에 대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은 간소한 심사절차를 통해서도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심사 불회부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하게 드러나 신청자가 난민인정제도를 남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 내려져야 할 것이고, 위 각 호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다소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어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신청자를 난민법 제8 조에 의한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해 위 법이 허용하는 절차적 보호 하에 그 지위를 신중히 심사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아래와 같이 분명히 제시하였으나, 행정청(출입국)은 그러한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지 못한다. 당장 이 글에서 문제되고 있는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을 보아도 그러하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징병을 피해 온 것이라면 모를까, 국제법적으로 비난 받음이 명백한 자국의 침략 전쟁에 반대하여 강제징집을 피해 온 이들을 과연 어떤 자가 “누가 보더라도 난민이 아님이 명백하고 난민제도를 남용하려는 신청이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불행히도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은 모두 “단순 병역기피는 난민이 아니니” 난민인정 심사의 기회도 줄 수 없다는 불회부 결정을 받았다.

2. 출입국이 이렇게 잘못된 관행으로 ‘국경에서의 거부’를 하고 있더라도, 난민신청자가 그 불회부 결정을 제대로 다툴 수 있는 제도가 완비되어 있다면 그나마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난민신청자가 이 불회부 결정을 다투려면 오로지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고, 이 소송은 최소 2∼3개월, 보통은 4∼5개월, 길면 6∼7개월 혹은 그 이상이 걸리며(더 문제는 누구도 그 끝나는 시점을 알려줄 수 없음), 그동안 오도 가도 못한 채 이 출국대기실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5)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항 출국대기실 외에 공항 밖에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여 장기 대기가 필요한 난민신청자들이나 노약자, 임산부 등 보호가 필요한 이들을 보호하는 “출국대기소” 설치 법안(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행히 법무부도 이러한 방향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 이 글의 주인공들인 한국으로 찾아온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은 이러한 제도적 모순의 희생으로 출국대기실에서 수개월을 버텨야 하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2022년 가을에 시작된 소송은 2023년 2월 승소 판결로 일단락되는 것 같았다. 법무부가 항소하며 이들에게 조건부로 입국허가를 주기 전까지는..

2022년 10월에 시작된 소송은 2023년 2월 14일에 이르러서야 첫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결론은 (일부 패소한신청자도 있었으나) 승소였다. 이들을 단순 징집거부로 단정하기 어려우며, 난민심사 기회를 주어 난민인지 여부를 판단 받도록 하는 것이 맞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결론이었다. 이 자명한 판단을 받기까지 이들은 공항 안에 갇혀 5개월 가까운 시간을 버텨

야 했다. 그 사이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것이 이들을 버티게 하는 또 다른 힘이 되기도 하였지만,6)5개월의 시간과 자유와 바꾼 것은 ‘난민 심사 기회 부여’일 뿐이었다. 그래도 희망을 발견하는 마음으로 법원의 현명한 결정을 환영하였다.

그러나 법무부는 그 결정을 환영하지 않았다. 항소기간을 꽉 채운 2월 28일, 법무부는 이 패소판결에 항소하였다. 그 결과 승소한 러시아 난민 신청자들은 영종도에 위치한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로 주거가 제한된 (그 외 항소심 확정시까지 난민인정 신청을 할 수 없으며 만약 이를 어기고 신청하면 보호소에 보호하겠다는 엄포 섞인 조건이 붙은) 조건부 입국허가를 받았다. 주거지를 제한한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항소심에 응하자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에게 건넨 이 격려가 오히려 그들을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 “여기는 공항과 달라요. 법무부가 운영하는 시설이지만, 기숙사같은 곳이어서 숙식이 잘 제공되고 외출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저희도 만나러 올게요. 같이 외출하고 맛있는 것도 먹읍시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1심 승소에도 불구하고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로 보내진 그들은 센터 밖을 벗어날 수 없는 사실상 구금 상태에서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기다림도 끝을 기약할 수 없고, 그 끝에 있는 것도 고작 ‘난민인정 심사’ 기회뿐이다.

이 단촐한 외출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격려로 전달한 진심이 실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이들은 그로 인해, 마치 자유를 선물 받았다가 금세 도로 뺏긴 것 마냥 상당한 좌절을 겪어야 했다).

인천에 위치한 러시아 식당을 알아보고 이들에게 줄 선물도 알아보던 중 센터 관계자로부터 ‘주거 제한 등 조건이 있기 때문에 외출은 허용되지 않는다. 매주 센터 거주 난민신청자들이 방문하는 시장에도 이들은 방문할 수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주거 제한을 외출 제한으로 적용하면서, 공항에서 수개월 간 사실상의 구금을 겪은 이들을 또다시 ‘장소만 바꿔서’ 구금하는 형태로 이어진 것이다.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이 받은 조건부입국허가서에서는 “행동범위”를 센터로 제한하고 “무단이탈 불가”라는 조건을 붙인 뒤, 외출을 허락하지 않는 형태로 사실상 구금을 이어가고 있다.

법무부의 항소와 주거 및 외출 제한은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센터로 간 이들은 여전히 난민 심사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채 공항에서와 유사한 심적 고통을 받고 있다. 당시 국대기실에서 판결을 기다리던 다른 러시아 난민신청자는 제3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을지 고민하다 출국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센터에 거주 중인 러시아 난민신청자 중 한 명은 며칠에 걸친 단식을 이어가는 상황까지 갔다.7)

희망이 끊어질 듯한 이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난민 조력 변호사들이 제기한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소송은 연달아 승소 소식을 전했다. 예컨대 2023년 3월 28일 하루 동안 공익법센터 어필은 인천과 제주에서 5건의 불회부 결정 취소소송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 날 있었던 모든 판결이 승소한 것이었다. 당시 공항에 남아 있던(소송을 늦게 제기하여 판결도 늦게 나왔던) 러시아 난민신청자 2명과 그 외 말리 난민신청자 1명, 그리고 제주공항에서 같은 신세로 갇혀 있던 2명의 중국 난민신청자들에 대해 법원은 모두 ‘난민심사의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며 신청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다시금 희망을 붙잡고자, 이렇게 요건도 기한도 없이 오로지 출입국의 재량에 맡겨진(출입국이 항소하고 위와 같은 조건부입국허가를 하는 것만으로) ‘사실상의 구금이 반복되는 관행’을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3월 31일 공익법센터 어필은 이와 같은 위법한 부담(조건)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잘못된 실무가 관행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이다.

현실이 나아질 수 있을까. 우리의 관심이 멈추지 않는 한, 나아질 수 있다. 

다시 첫 기사, 2023년 4월 17일의 기사로 돌아가 보자. 전쟁 반대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이 공항에서 센터로 장소만 바뀐 채 사실상 구금되어 언론의 방문마저 차단당한 현실을 다루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법무부는 러시아 난민신청자들도 다른 센터 이용자들(국내 난민신청자들)과 함께 주 1회 시장에 방문하는 것을 허락하였다. 센터의 모든 이용자들이 다 같이 장을 보러 나갈 때 이들은 외출 제한을 이유로 센터에 머물게만 하였는데(그 광경을 상상해보면, 어떤 면에서 잔인하기까지 한 소외가 느껴진다), 당사자의 괴로움과 호소, 언론의 취재, 관련 소송의 제기 등이 더해지자 법무부도 심각성을 공감하였는지 이들도 주 1회 장보기를 위한 외출을 허용한 것이다. 또한 최근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법무부도 ‘소송 등을 이유로 불가피하게 장기간 출국대기실에 있어야 하는 난민신청자나 임산부, 노약자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공항 밖에 별도의 출국대기소를 설치하여 이들을 보호하는 방안’에 찬성하고 실제로 ‘출국대기소’를 설치하는 계획을 세워 진행한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출국대기소 설치를 위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각주 5번), 신속한 처리를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국경에서의 거부’를 멈추는 것, 즉 출입국항 난민인정심사 회부 제도를 그 취지에 맞게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하는 등 누가 보더라도 의심의 여지 없이 명백히 남용적인 신청이 아니라면 난민 심사의 기회를 부여’하는 실무가 정착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실무가 정착된 현실이었다면,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이 이렇게 수개월을 구금 상태로 보내는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변화에 이르기까지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계속 이 제도와 운영에, 국경에서 거부당하는 난민신청자들의 현실과 그 문제에 관심을 가져 준다면, 또 각자의 자리에서 가능한 목소리를 내준다면(메시지는 명확하다. “비호를 요청하는 난민신청자들을 만연히 거부하여 국경에서 돌려보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현실은 나아지리라 기대한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5월 16일 현재, 러시아 난민신청자 일부에 대한 제2심 선고를 이틀 앞두고 있다. 5월 18일 오후 선고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제1심 승소와 마찬가지로 제2심도 승소하리라 기대하고 있다.8) 그리고 더이상 법무부가 무용한 상소를 멈추고 이들에게 난민 심사의 기회를 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난민 심사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실 그때부터 시작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1) “난민 심사라도 받게 해주세요” … 재판 이겼는데 또 ‘구금’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74937_36199.html (뉴스 영상, 같은 제목) https://www.youtube.com/watch?v=cO9iD5-ycWQ 

2) 2023. 05. 16. 기준

3) 2022. 10. 18. 한겨레 “동해에 온 ‘러시안 보트 피플’…전쟁 난민 인정될까” ‘이달 열흘간 러시아인 27명 한국 영해서 발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3090.html

4)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에 명시된 7가지 사유가 있다. 대표적으로 (1)박해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 (2)거짓서류를 제출하여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경우, (3)그 밖에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가 해당된다

5)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항 출국대기실 외에 공항 밖에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여 장기 대기가 필요한 난민신청자들이나 노약자, 임산부 등 보호가 필요한 이들을 보호하는 출국대기소” 설치 법안(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행히 법무부도 이러한 방향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6) 러시아 전쟁 1주년이 가까워지는 때에 그 전쟁에 반대한 러시아 자국민들이 한국 공항에 수개월째 갇혀 난민심사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은 국내외 언론들의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국내 뉴스는 간단한 검색으로도 수십 건 찾을 수 있고, 국외 언론의 뉴스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CNN의 기사 링크를 붙인다.
https://www.reuters.com/world/he-fled-russias-draft-now-hes-stranded-south-korean-airport-2023-01-19/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3/01/25/russians-flee-ukraine-war-seoul-incheon-airport/
https://amp.cnn.com/cnn/2023/01/27/world/russia-men-conscription-refugees-incheon-airport-intl-hnk/index.html
https://edition.cnn.com/2023/03/02/asia/russian-stuck-south-korea-airport-intl-hnk/index.html

7) ‌ ‌ 이들의 조건부 입국허가와 단식 등을 다룬 경향신문 2023. 4. 11.자 기사 “헌재 ‘무기한 구금’ 제동에도… 달라진 게 없는 외국인 수용”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4111737001#c2b

8) ‌ ‌ 이 글이 작성된 이후인 5월 18일,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서울고등법원은 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피고 출입국 항소기각). 과연 출입국이 또 상소할지 여부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고등법원도 인정한 이 결과를 뒤집기는 어렵기에, 무용한 상소를 그치기를 기대한다.

월간 <복지동향> 2023년 6월호(제2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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