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7-01   5647

[동향1] 정부에게 버림받은 발달지연 아동들, 그리고 부모들의 절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발달지연특별위원회

이 글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산하 발달지연특별위원회 임수진 위원장 및 위원 6명 일동이 작성했습니다

들어가며: 발달지연 아동에 관해

발달지연이란 어느 특정 질환 또는 장애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연령에 맞춰 이뤄져야 하는 대근육, 소근육, 인지, 언어, 사회성 등 발달 과정이 일반적인 발달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발달지연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원인불명인 경우가 더 많다. 뇌 발달에 있어서 신체, 언어, 감정, 감각, 인지 등을 담당하는 영역이 있으며 각 영역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 영역이 자극을 받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면 다른 영역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반대로 한 영역에서 발달지연이 발생하면 다른 부분의 발달도 영향을 받는다. 부모는 자녀의 발달지연을 대체로 주 양육자의 발견이나 국가영유아검진을 통해서 알게 된다. 자녀의 발달지연이 확인되면 부모들은 의사의 처방 하에 세부 검사를 하고, 지연된 부분에 대한 발달 재활치료 처방을 받아 발달센터를 다니기 시작한다.

육아정책포럼 제79호에서 김영훈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장은 “장애 위험 영유아란 현재 장애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장애 진단 가능성이 또래보다 큰 영유아를 의미하며, 경계성 영유아, 발달지연 가능 영유아를 포함한다. 사회적 기술의 부족과 인지, 언어능력의 제한으로 또래와의 놀이에서 주제와 규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또래로부터 배척되고 소외당하여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조기 개입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하였다. 

발달지연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발달의 단계가 현저하게 낮은 경우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발달지연 아동의 부모들은 느려도 조금씩 성장하는 자녀의 모습을 보며 기쁜 마음으로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왜 수많은 부모는 보건복지부의 발달 재활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병의원 부속 발달센터에서 비급여 발달 재활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라는 점이다.

복지부의 방관: 성인, 노인 중심의 복지에 밀려나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발달지연 아동들

1) 바우처는 예산 부족의 문제와 현실적인 소득 기준을 반영하지 못했다.

발달재활서비스가 필요한 이용자 수는 2배 이상 증가했는데 복지부에서 발달재활 관련사업으로 시행하는 것은 발달재활서비스 단 한 가지뿐이다. 그마저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맞벌이를 하게 되면 바우처 중위소득 구간의 상위구간이 돼버리거나 바우처 이용 신청조차 할 수 없다. 바우처 이용 대상자에 선정되려면 일부러 외벌이를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최근 대두되는 난독증의 경우 각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교육청 지원사업 바우처만 존재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예산 부족 문제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이 상향되는 것에 반해 바우처 소득 구간은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이며 평균적으로 상향적인 개편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실성 없는 소득 기준은 폐지해야 하며 추가 예산을 확보해 바우처의 종류를 늘려야 한다. 

2) 발달지연, 발달장애아동에 관한 건강보험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0세~5세 영유아 발달지연이 최근 4년 새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0~5세 영유아 발달지연은 2023년 기준 전체 연령의 약 70%(8만 1,430명)이며 0~3세 영유아 발달지연은 약 43%(5만 1,217명)을 차지했다. 0~19세 발달지연 진료 환자의 경우 2018년 6만 4,085명에서 2022년 12만 6,183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2023년 상반기에는 10만 7,564명으로 연말까지 추산하면 2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보인다(메디컬투데이 2023.10.24.).

2023년 5월 18일 발달재활치료 중 민간자격사가 하는 민간자격 치료에 대해서는 비용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현대해상의 통보로 부모들은 놀이치료, 인지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을 현재까지 사비로 감당하거나 치료를 중단하고 있다. 2023년 10월 12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최혜영 의원이 부족한 발달지연 아동 정책과 이에 대한 복지부의 무관심한 태도를 지적하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행위를 통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면 별도로 정부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하였으나 현재까지도 복지부 차원의 정책은 신설되지 않고 있다. 이와 상반되게 동일 국정감사에서 연예인 남태현 씨가 마약중독 범죄자에 대한 정부의 재활치료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발언하고 난 후, 정부는 재빠르게 마약중독 범죄자에 대한 재활치료비 건강보험 적용과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정책(2024년 예정)을 발표했다.

정부는 ‘마약 치료를 개인에게 맡길 수 없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발달지연 및 발달장애 아동들의 치료는 개인에게 맡겨도 되는 것인가? 마약 투약은 자신이 선택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국가가 함께 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금융감독원의 방관 :스스로 아이를 지키기 위해 대기업과의 투쟁에 뛰어든 부모들

발달지연아동들은 영유아 검진 중 발달지연이 발견되면 의사에게 진단 및 처방을 받아 치료를 시작한다. 병원 내 발달센터에서 비급여로 1회당 8만 원~12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치료를 받는다. 분야별로 최소 주 2회의 치료를 해야 아동에게 적절한 자극과 경험을 주어 발달 속도의 증가를 끌어낼 수 있다. 부모들은 유일한 의존 수단인 실손의료보험을 통해 그나마 숨통이 트이고 있었다. 하지만 보험사가 치료 시작 1~2년 이내에 의료자문을 요구하며 부지급을 한 이후로는 각 가정에서 한 달에200만 원~300만 원 가량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투잡을 뛰거나 대출을 받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마저도 몇 개월 버티지 못해 결국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이는 아동의 발달 퇴행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며 발달 단계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한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치료의 지속성이 달라지는 상황은 치료를 포기하는 부모와 아동에게 더할 나위 없이 비참하고 잔인한 현실이다.

발달지연 아동들은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아과) 또는 재활의학과(이하 재활과)에서 진단을 받고 해당 과에서 발달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험사는 유독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로만 자문하도록 지정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우리는 여기서 ‘F코드’와 ‘정신건강의학과’에 주목하여 이를 보험사가 어떻게 악용하는지 이해해야 한다.자문의의 비대면 소견서에 F코드(정신 및 행동장애)가 나오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주지 않는다. F코드는 보험사 약관상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코드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부모들에게 의료자문 시 정신과로만 지정하여 자문하게끔 강요와 협박을 하고 있다. 자문의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면허 번호, 이름 등을 공개하지 않다 보니 전문의가 맞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한 어떤 서류가 어떻게 전달된 것인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 주치의 진단서 및 소견서를 제출한다 해도 자문의의 비대면 소견서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한 주치의 진단서보다 정확하다는 것이 보험사의 주장이다. 

시사프로그램 PD수첩에서 2024년 5월 14일 방영한 ‘불공정 게임 – 보험사와 의료자문’에서 각 진료과의 전문의들이 인터뷰를 하였다. 소아재활과 전문의는 “뇌 가소성이 있고 중요한 발달들이 계속 진행 중인 과정에 있어, 그 과정을 잘 따라가게끔 도와주는 치료를 처방하니 주로 R코드를 사용한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에 의하면 “F코드는 정신과와 관련된 코드들이며 보통 정신과에서는 R코드를 잘 쓰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또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 의하면 “정신과에서는 약물치료 때문에 F코드를 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며 구조적으로 그렇게 되어있다. 실제로 아동들의 검사 수치가 잠깐 나왔다고 해서 지연과 장애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건 사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진료과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질병코드가 다른 상황에서 보험사는 진료과 특성에 의한 구조적 허점을 노린 것이다. 

금감원은 보험금 지급과 관련하여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보험사들은 부모들에게 보험금 몇 푼 더 타 먹으려 한다는 보험사기 프레임을 씌워 발달지연 아동의 가정을 두 번 죽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기업적인 행보를 보이는 금감원이 과연 공정한 지도·감독을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나가며:발달지연아동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바란다

발달지연 아동의 가족들은 정부의 법제적 지원 정책 촉구와 보험사에 대한 발달 치료권 보호를 위해 집회, 기자회견 등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또한 각 부처에 대한 민원을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복지부에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금감원에서는 보험금 지급에 관련한 문제에 대해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진행된 발달지연아동에 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은 정부가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발달지연 아동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가는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사회보장 및 증진을 노력할 의무가 있다. 정부는 헌법이 보장한 아동의 행복추구권과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각성해야 할 때이다.

월간<복지동향> 2024년 07월호(제3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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