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1-01   13159

[동향2] 지금 여기서 꿈을 키우는 미등록 이주아동 : LET US DREAM

김진ㅣ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

지난 11월, 국내에서 안정적인 체류자격을 얻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산재 사고를 당한 故 강태완 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미등록 이주 아동의 체류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동안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라 불리며 존재에 대한 질문에 수도 없이 마주쳐야 했던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있지만 없는’ 것은 본인들이 아닌, 자신들을 평등한 존재로 여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었다며 직접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1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이주 배경 아동들이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함께 모여 안정적인 체류권 제도화의 필요성에 대해 호소했다.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권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 사진이다.
2024. 11. 16.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 체류권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

전 세계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국제 협약이자 한국 역시 1991년 비준해 국내에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하 “아동권리협약”)은 당사국에 아동 또는 그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모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주 아동, 이 중 법무부가 흔히 “불법체류 아동”이라 칭하는 미등록 이주 아동 역시 한국 땅에서 자라는 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아동 인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미비로 인해 미등록 이주 아동은 태어나거나 한국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차별에 노출되고, 성장 과정에서 강제퇴거의 위험에 놓이며, 심한 경우 체류 자격을 이유로 구금되는 등 아동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다양한 권리에서 배제되어 왔다.

‘정규화’ 정책의 필요성  

현행 「출입국관리법」에는 아동의 권리 및 이주 아동의 체류에 대해 다루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체류자격이 없는 이주 아동은 아동이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법에 따른 강제퇴거의 대상이 된다. 

한국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현행법과 제도가 아동의 교육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과 함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워가며 성장한 아동이 강제퇴거의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해 발생하자 법무부는 2010년부터 ‘불법체류 학생의 학습권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미등록 아동이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에는 단속을 자제하고, 단속되어도 학생과 그 부모에 대해서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강제퇴거의 집행을 유예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지침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법무부의 내부 지침으로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는 문제와 더불어 ‘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만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미취학 연령의 아동, 학교 밖 아동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에게 별도의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일 뿐이므로 아동이 한국에서 아무리 오래 거주한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체류한 사실로부터 체류 연장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관련하여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 위원회와 공동으로 채택한 일반논평을 통해 당사국은 “이주 아동과 그 가족은 강제 추방이 가족 및 사생활의 권리에 대한 자의적 간섭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보호되어야” 하며, “특히 아동이 해당 국가에서 출생하거나 장기간 거주한 경우, 또는 부모의 출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위배되는 경우에, 자녀와 함께 비정규적 상황에서 거주하는 이주민들에게 정규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1.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대한민국의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심의 이후 한국 정부에 위 일반논평을 고려하여 장기 거주 이주 아동의 지위를 규정할 것을 별도로 권고하기도 했다2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법무부의 구제 대책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했다.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의 체류자격 부여제도 부존재로 인한 인권침해’ 진정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에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강제퇴거를 중단하고, 이들이 국내에 지속적인 체류를 원할 시 체류자격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며 아동 최상의 이익을 고려한 심사 기준에 따라 적정한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또한, 제도 마련 이전에라도 아동 최상의 이익을 고려하고 법 제도상 가용절차를 활용하여 체류자격 부여 여부를 적극적으로 심사할 것을 권고했다3.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아동이 강제퇴거 대상이 된다면 출입국·외국인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피해자들이 입게 될 불이익이 더 크며, 이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피해자들의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함에 따른 결정이었다.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등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 따라,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이행 조치로 법무부는 2021년 5월 드디어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 대책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국내에서 출생한 후 15년 이상 국내에서 계속 체류하면서 우리나라의 중‧고교 교육과정을 받고 있거나 고교를 졸업한 외국인 아동을 대상으로 학교 재학, 법 위반 여부 등 일정한 심사를 거쳐 학업 등을 위한 체류자격을 부여”하되, 이 제도를 통해 “아동이 불법 이민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2025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 구제 대책은 법무부가 사실상 처음으로 발표한 미등록 이주 아동의 정규화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이 한시적으로만 진행된다는 점 외에도 ① 국내에서 출생하여 ② 15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고 ③ 국내 중ㆍ고교에 재학 중이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동으로만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가혹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이에 이주 배경 아동·청소년의 기본권 향상을 위한 네트워크는 2021년 5월, 구제 대책의 한계 제시와 함께 장기체류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한 항시적 구제 절차를 마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람의 존재가 불법일 수 없으며 미등록 이주민에 대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불법체류’라는 용어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 국제사회 및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 용어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대책을 발표하며 배포한 보도자료의 한 면 이상을 제도 마련에 대한 “사회적 우려”, “국민의 공감대”의 필요성, “제도의 부작용” 및 악용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여 대다수의 미등록 이주민이 이 제도를 ‘악용’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문제도 드러났다. 

계속되는 비판과 위와 같은 우려와 실제로 제도를 이용할 수 있거나 이용하는 아동이 극소수라는 내외부 평가에 따라 법무부는 2022년, 「국내 장기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 방안」을 추가로 발표하여4, 체류자격 부여 대상을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영유아기에 한국에 입국해 6년 이상 체류한 아동 또는 7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며 공교육을 이수한 아동으로 확대했다. 신청 기한은 2025년 3월 31일까지로 제한되었다. 

개선된 정책에 따라 2021년 4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미등록 이주 아동 962명이 체류자격을 받고 외국인 등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숫자 역시 2만 명으로 추산만 할 수 있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규모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시행 중인 이 정책이 공표된 대로 2025년 3월 31일에 종료된다면 그때까지 체류자격을 신청하지 못한 미등록 이주 아동은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살아갈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는데, 현재까지도 정책 연장에 대해서는 발표된 바 없다. 2025년 4월 이후의 미등록 아동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Let Us Dream: 지금 여기서 꿈을 키우는 이주 아동

안정적으로 체류하며 성장할 권리, 그리고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부모로부터 분리되지 않을 권리는 아동이라면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로, 이주 아동 역시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다. 한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며 교육을 이수하고, 한국에서 언어·문화를 익히며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형성한 아동이라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부모와 함께 체류하며 인생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주 배경 아동·청소년 기본권 향상을 위한 네트워크는 한국에서 교육받고 성장해 한국을 우리나라로 여기며 살아온 아동들이 한국에 머물며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구제 대책의 연장과 이주 아동 체류권의 제도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 첫 단추로 12월 16일, <Let Us Dream: 지금 여기서 꿈을 키우는 이주 아동> 캠페인 페이지를 오픈하고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려 한다. 12월 16일은 미등록 이주 아동으로 살다가 구제 대책을 통해 체류자격을 얻고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하려 했으나, 체류자격을 얻고 8개월이 채 되지 않아 산재로 사망한 故 강태완 님의 발인 날이기도 하다. 고인은 사망하기 얼마 전 캠페인을 위한 영상을 찍으며 다른 아동들도 구제 대책을 통해 체류자격을 부여받고, 한국에서 꿈을 키우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LET US DREAM 캠페인 페이지의 사진이다. '이주배경 아동, 청소년이 배우고 자라온 한국에서 계속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캠페인에 함께 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LET US DREAM: 지금 여기서 꿈을 키우는 이주 아동” 캠페인 페이지

인권위는 2020년 진정 사건에 대한 결정에서 법무부에 “아동 최상의 이익을 고려한 심사 기준에 따라 적정한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한시적인 정책이 아닌, 장기 체류 중인 미등록 이주 아동이 체류 자격을 신청하고, 기준에 따라 체류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여 진정한 ‘정규화’를 이루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 미주 |

  1. 국제이주 맥락에서의 아동 인권에 관한 출신국, 경유국, 목적국 및 귀환국에서의 국가 의무에 관하여 채택한 아동권리위원회 공동 일반논평 23호와 이주노동자권리위원회 공동 일반논평 4호 (2017), 29항 ↩︎
  2.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 (2019), 43항 ↩︎
  3. 국가인권위원회 2020. 3. 31.자 결정,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자격 부여제도 부존재로 인한 인권침해” (19진정0703100) ↩︎
  4. 법무부(2022), 외국인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 대상 대폭 확대, 법무부 보도자료 ↩︎

월간<복지동향> 2025년 01월호(제3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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