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25-06-05   9959

[공동성명] 빈곤층에 대한 비상계엄,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 시도 즉각 중단하라!

오늘(6월5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입법예고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는 지난 내란 정권의 대표 복지후퇴 정책인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이다. 내란 정권은 작년 7월 25일 올해 기준중위소득 인상률과 함께 <의료급여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외래 병원 이용 시 본인부담금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의료급여 당사자들은 이를 ‘굶어 죽을지 아파 죽을지’ 선택하라는 말과 다름없다며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로 평가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초 개악안을 실행하고자 하였으나 국회와 시민사회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지난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광장의 힘으로 탄핵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내란 정권의 복지 후퇴시도는 내외부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5일 보건복지부는 “2025년 제1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 개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급여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의 재등장이었다. 현행 정액제보다 10배에서 최대 20배 높은 외래이용 비용이 과다하다는 비판이 일자 건당 2만원의 상한액을 둔다는 정도의 개선이 있을 뿐 수급자들의 비용 부담과 의료급여 개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새정부가 자리 잡기 전 최대한 빠르게 이를 밀어붙일 작정이다. 취임 다음날인 오늘, 갑자기 입법 예고를 발표하는 것으로 의료급여 개악을 재차 시도하고 있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강화하며 건강권을 침해하려는 복지부의 폭거이다.

복지부는 작년 7월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을 발표할 당시, ‘물가와 진료비 인상 등을 감안할때, 의료이용에 대한 실질적 본인부담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였고, 이로 인해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비용의식이 약화되어 과다 의료이용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1) 1인당 진료비가 건강보험 대비 3.3배 높고 2) 외래 비용이 1.8배 많다는 수치를 들었다.

먼저 의료이용에 대한 본인부담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였기에 본인부담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의료급여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의료급여는 돈 때문에 최소한의 진료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이 없도록 도입 된 한국 사회 최후의 의료 안전망이다. 애초에 본인부담금이 없었던 의료급여에 2007년 정액의 본인부담금이 도입됐다. 또, 의료급여 환자라도 비급여 치료를 받은 경우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현재도 이미 의료급여 환자들은 필요한 검사나 치료에 접근하는데 제한을 겪고 있다.

이는 정부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아파도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비율이 27.8%에 이르며, 이중 진료비 부담이 포기 사유인 비율이 87.1%로 높다. 또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66.2%로 건강보험 가입자 대비 2.7배 높고, 본인부담금이 발생하는 응급실 이용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나 비급여 비중이 높은 치과 치료의 경우 치수염 치료미완률이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32.4%로 건강보험 가입자 23.5%보다 높게 나타난다.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치수염조차 높은 치료 미완율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통증이 사라지고 나면 보철치료비 부담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기 때문이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병원에서 검사나 치료를 제안받았을 때 가장먼저 비용을 걱정한다. 꼭 받아야 하는 치료임에도 비급여라서 치료를 포기하거나 생명에 직결되는 치료일 경우 식비를 극단적으로 아끼며 다른 측면에서 건강을 악화시키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일 경우 병원 내 사회사업실뿐만 아니라 주민센터와 구청, 복지관 심지어 다니는 종교기관에 도움을 청한다.

의료비 증가와 예측할 수 없는 의료비로 인한 치료 포기로 이어질 것이다.

복지부는 의료급여 본인부담체계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될 시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의료비가 인상될 것을 알고 있다. 이를 고려해 기존 월 6천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1.2만원으로 2배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에 포함했다. 그리고 기존에 있는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통해 의료비 증가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초법공동행동에서 의료급여 수급자 16명의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1년 치 외래이용 기록을 조사한 결과, 건강생활지원금 2배 인상을 적용하더라도 5가구에서 평균 134,876원의 의료비가 증가했다. 가장 많은 의료비가 증가한 가구는 277,791원에 달했고, 이 가구의 경우 본인부담 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211,898원의 의료비 증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의료급여 정률제가 도입될 시 의료 이용을 포기하는 등 의료접근성과 건강권을 해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조사에 참여한 수급자 중 유일한 2종 의료급여 수급자는 1차(의원) 의료기관만 이용하고 있었다. 의료급여 2종의 경우 현재에도 2차((종합)병원)와 3차(상급종합병원) 의료기관 이용 시 정률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허리와 어깨, 다리 관절 통증이 심한 상황임에도 비용 걱정으로 인해 상급병원에 가지 못하고, 침구과와 정형외과를 전전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통증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문제 삼는 대표적인 지출 항목은 물리치료인데 이 사례는 정부의 접근방식에 오류가 있음을 알려준다. 환자들이 필요한 처치나 수술이 아니라 물리치료를 전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직 수술할 정도가 아니라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원인을 찾을 수 없어서, 비급여 치료비 등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서 통증을 끝내지 못한다. 이는 무엇하나 환자의 통제 밖에 있는 문제지만, 정부는 이를 환자의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의료급여 수급자가 아니라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복지부의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자의 1인당 진료비와 외래 일수가 크게 차이난다고 하지만 이는 말장난에도 미치지 못하는 잘못된 비교다. 의료급여 수급가구의 42.9%가 노인가구이고 30.1%가 장애인가구이다. 기초생활수급가구 중 만성질환자가 있는 가구 비율이 91%에 달한다. 중증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만성질환과 장애, 노환을 가진 경우가 많은 수급가구와 전 국민을 포괄하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병원 방문 일수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통계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진료비가 건강보험 대비 큰 증가 추세를 보인다는 증거도 없다. 지난 4년(18~22년)동안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총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각 7.3%, 7.2%로 유사하다. 2024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김선민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 역시 지난 10년 동안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진료비 총액 증가 추이가 건강보험 2.07배, 의료급여 1.99배로 유사함을 보여준다. 즉, 의료급여 재정 지출 상승은 건강보험과 동일하게 수가 변동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를 억지로 의료급여 수급자의 방만으로 돌리려는 것은 복지부의 빈곤층 혐오일 뿐이다.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런 통계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건강보험 가입자에 비해 입원율이 높다. 이는 일차의료를 통한 의료급여수급자들의 질환이나 건강위험 관리가 미흡함을 시사하며, 일부 ‘과다 이용’이 정작 필요한 진료의 ‘과소 이용’의 일면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KDI보고서 조차 건강보험 재정 지출 증가 요인이 고령화 등 인구학적 특성의 변화보다 건강보험 수가체계와 의원급 의료기관이 1차 의료의 역할보다 상급의료기관들과 경쟁하면서 과잉 진료를 제공할 이윤의 확대로부터 발생한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거꾸로 의료급여 수급자의 본인부담금은 높이고, 정신과 병원 격리입원에 대해서는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치료 및 건강관리 대책은 없이 의료공급기관에는 퍼주겠다는 복지부의 계획은 빈곤층의 건강에 조금도 이롭지 않다. 과다의료이용을 막기 위해 필요한 건 병원가는 수급자의 발목잡기가 아니라 의료 공공성 강화, 그리고 의료 기관에 대한 적절한 감시와 통제다.

또 하나의 비상계엄과 다름없는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 지금 당장 파기하라.

작년 10월 국감 당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급자 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을 했느냐’는 서미화 의원의 질의에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토론했다’고 답했다. 동문서답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안에 대해 수급자 당사자들에게 단 한 차례도 의견을 묻지 않았다. 오히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문제 그 자체다. 중생보위는 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이래 현재까지 단 한번도 공개적인 회의를 개최한바 없으며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16명의 중생보위 위원 중 빈곤층을 대변하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방청조차 불가능하고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조차 없는 이 곳은 그저 기재부와 복지부의 의도를 관철하는 허울뿐인 절차로 전락하고 있다. 이 중 의료급여에 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중앙의료급여 심의위원회는 더욱 심각하다. 위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의료급여 수급자를 비롯한 빈곤층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 이렇게 비민주적으로 논의되고 결정되고 있다니 통탄할 노릇 아닌가.

이번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은 빈곤층과 의료공공성을 향한 보건복지부의 계엄이자 폭거다. 내란으로 치러지는 대통령선거 직후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내각이 구성되기도 전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을 밀어붙이려는 보건복지부의 저열한 행태는 복지부의 목표가 빈곤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빈민을 해치려는 것인가 의문을 갖게 한다.

우리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빈곤층을 모욕하고 의료공공성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이번 개악안은 완전 철회되어야 한다. 이는 이재명 정부 당선 후 첫 개정안이라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빈곤 정책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이재명 정부는 지금 당장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을 파기하라.

공동성명 [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