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구화에 대한 표준적 개념화의 한 시도: 변환론의 입장에서
데이비드 헬드를 대표로 3인의 영국 사회과학자들이 1999년 발간한 <전지구적 변환>은 20세기 종반까지 진행된 구미의 지구화 연구와 담론들을 총괄하면서 지구화 현상에 관해 과학적으로 고도의 추상도를 가진 일반적 이해를 얻으려고 했던 세기말의 기념비적 연구성과로 평가된다.1) David Held·Anthony McGrew·David Goldblatt·Jonathan Perraton, Global Transforma- tion: politics, economics, and culture(Stanford, CA: Stanford University Press, 1999). 학술적으로 역시 기념비적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필자가 높이 평가하는 이 책의 우리말 번역은 조효제 선생에 의해 성취되었다. 데이비드 헬드·앤터니 맥그루·데이비드 골드블라트·조너선 페라턴, <전지구적 변환>, 조효제 옮김, 창작과비평사, 2002 참조. 그들의 지적에 따르면 ‘지구화’라는 용어 자체는 “1960년대 프랑스와 미국의 저술들에서 희미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지만”, 20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우리 시대의 상투어(cliché)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 그들이 지구화라는 용어가 ‘위험’하다고 한 이유는 그것이 “지구적 금융시장에서 인터넷에 이르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거대담론이긴 하지만 오늘날의 인간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통찰력을 갖지는 못한다”는2) 이상의 인용은 같은 책, <서론>, 13쪽. 생각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지구화―또는 우리나라에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대로 ‘세계화’―라는 말을 쓴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더 새롭거나 아니면 더 잘 알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뜻이었다.
이런 우려는 지구화 논쟁에 나타난 대립적 입장들을 보면 납득할 수도 있다. 헬드 공동연구팀의 파악에 따르면, 지구화 논쟁에는 크게 두 입장이 대립한다. 그 하나는 이미 전세계가 거의 전면적으로 지구화되어 국민국가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새로운 세상이 확실하게 도래했다고 주장하는 ‘지구화 과장론’이다. 그와 대립되는 다른 입장은 현재의 지구화란 국민국가들의 상호연관이 확대해가는 국제화의 심화일 뿐 결코 역사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지구화 회의론’이다.3) 같은 책, 17~23쪽 참조. 이 사이에서 변환론은 “현재의 지구적 경제·군사·기술·생태·이주·정치·문화적 흐름이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대격변”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지구화의 향후 궤적에 관해서는 긍정이든 부정이든 확언을 삼가는 입장에 선다.4) 같은 책, 23~24쪽.
자신들을 이 가운데 ‘변환론자’(transformationist)로 분류한 헬드팀은 “상투어가 흔히 한 시대의 생생한 경험적 요소들을 포착”해낸다는 점을 근거로 이 상투어에 담긴 경험들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즉, 지구화는 “여러 경제·기술 세력들에 의해 전세계가 급속히 하나의 공유된 사회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폭넓은 인식”, 그리고 “세계의 어느 한 지역의 발전이 지구 반대편의 개인이나 공동체의 삶에 심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폭넓은 인식”을 반영한다.5) 같은 책, 13쪽. 강조 필자. 그런데 분명한 것은 지구화, 그것도 20세기 말에 개념화되기 시작한 그런 양상의 지구화를 이렇게 서로 다른 공간이 연결되고 통합되어 ‘상호연결성’이 증대되는 과정으로 파악한다고 하면 그것은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6) 같은 책, 38쪽.
바로 이 지점에서 헬드 연구팀은 일종의 개념 도약을 감행한다. 즉 이들은 지구라는 혹성 위에서 각종 추동력(대표적으로 군사적 정복 및 세계종교)을 바탕으로 인류 문명사 전반에 걸쳐 각 지역의 인간들 사이에 상호연결성이 증대하는 각종 과정들을 일단 ‘지구화’의 역사적 진전으로 간주한다, 이렇게 되면 지구화는 단지 20세기 말에 나타난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인류 문명사 진행 전반을 관통하는 문명화의 기축 코드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통시적 관점에서 지구화는 가장 추상적으로 일반화된 차원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된다. 즉 지구화란, “그 범위(extensity), 강도(intensity), 속도(velocity) 및 영향(influence)으로 평가하였을 때, (인간들의) 활동, 상호작용 및 권력행사에 있어서 초대륙적·초지역간 흐름(flow)과 연결망(network)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관계 및 사회적 교류가 공간적 조직방식에 큰 변화가 발생하였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일련의 과정(들)”이다. 이때 “‘흐름’은 물리적 가공물, 인간, 상징, 표식, 정보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것을 지칭하며, ‘연결망’(네트워크)은 독자적 행위주체, 활동의 접속점, 또는 권력의 소재지 사이에 규칙화되거나 유형화된 상호작용들이 발생하여 작동하는 것을 지칭한다.”7) 같은 책, 37~38쪽의 번역을 필자가 약간 변경시킴.
그리고 바로 이런 개념구도에 입각하면 단지 이 시대의 지구화뿐만 아니라 여러 시대의 각기 다른 지구화를 운위할 수 있게 되며, 공시적 측면과 통시적 측면에서 지구화를 입체적으로 정식화시킬 수 있는 ‘지구화형태들’(forms of globalization)이라는 분석틀이 도출된다.8) 같은 책, 38쪽.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그 특징이 다른 지구화의 각종 모양(shape), 즉 ‘전근대적 지구화’, ‘근대 초기 지구화(1500~1850년경)’, ‘근대의 지구화(1850~ 1945)’ 및 바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0세기 후반부의 ‘동시대 지구화’(the contemporary globalization. 1945년 이후)를 각기 별도의 유형으로 특징지어 거론할 수 있는 틀이 생긴다.9) 같은 책, 645~704쪽. 이 책의 676~78쪽에는 각 시대 지구화의 특징을 지구화의 정의를 구성하는 요소 개념들에 따라 축약적으로 정리한 탁월한 도표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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