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경찰감시 2026-02-10   79310

[연대논평] ‘속도조절’이 아니라, 정보경찰 폐지가 필요하다

정보활동의 기준과 범위, 보고·관리 체계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범죄 예방과 무관한 정책정보·신원조사 등 정보활동은 폐지해야

경찰청이 지역 경찰서 정보과 복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추진 속도 조절에 나섰다고 한다. 경찰청은 선거전까지 전체 261개 경찰서 가운데 161개 경찰서에 정보과를 우선 재설치하고, 나머지 100개 경찰서는 기존 광역단위 정보체계를 유지한 채 그 성과를 평가한 뒤 추가 개편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경찰은 정보경찰 조직 개편에 앞서, 광역단위 정보체계에서 어떤 정보가 수집·관리돼 왔는지, 지역단위 정보체계를 복원할 경우 정보활동의 기준과 보고·관리 체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범죄 수사와 무관한 경찰의 정보활동은 폐지하고, 민간인 사찰 등 불법적인 정보활동을 막기 위한 외부 통제 장치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경찰은 광역단위 정보체계의 경우 관할 범위가 넓어 지역단위 안전 위험 요인이나 치안 현안을 적기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역 경찰서 정보과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경찰이 수집하는 정보는 단순한 범죄 예방이나 치안 관련 정보에 그치지 않는다. 정보경찰은 정책 정보를 비롯해 공직자 신원조사, 즉 인사 검증 관련 정보와 집회·시위 등 질서·안전 유지 관련 정보까지, 범죄 예방이나 치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보들을 광범위하게 수집·관리해 왔다. 특히 정책 정보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단체와 인사, 반대 진영 정치인들의 동향을 파악·관리하는 ‘사찰’ 자료로 활용돼 왔으며, 인사 검증이라는 명목 아래 공직자들에 대한 세평 수집도 이뤄져 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수사권 조정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등으로 경찰 권한이 더욱 커지면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요구와 정보경찰 폐지 요구가 제기됐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정보 수집 권한이 폐지된 상황에서 경찰의 정보활동마저 폐지할 수 없다며 이를 존속시켰다.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지역 경찰서 정보과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국정 운영에 있어 경찰 정보를 적극 활용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2018년 경찰개혁 이후 법률 등의 제·개정을 통해 내부 통제 장치를 마련하고 정치 관여나 사찰 등 불법적인 정치 활동을 금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 통제 장치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찰의 주장처럼 불법적인 정보활동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경찰이 어떤 정보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활동이 어떻게 관리·통제되고 있는지조차 국회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있고 경찰의 유일한 통제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마저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지역 경찰서 정보과 복원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역대 정부는 국정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의 정보활동에 의존하고 이를 국정 운영에 활용해 왔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과 경찰의 정보활동은 반대 세력을 통제·관리하는 수단으로 작동하며, 민간인 사찰과 불법적인 정치 개입이라는 흑역사를 낳았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시기, 경찰개혁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범죄 수사와 무관한 정책 정보와 공직자 신원 조사 등을 경찰의 정보활동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경찰의 광범위한 정보 수집 권한을 그대로 둔 채 조직 개편의 속도만 조절하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 없는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 경찰은 정보활동의 기준과 범위, 보고·관리 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경찰권 남용에 대한 외부 통제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 더불어 범죄 예방, 치안 등과 무관한 정책 정보, 신원 조사 등의 정보활동은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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