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섭 전 차관 등, 성능미달장비 계약내용 빠꿔가며 특혜
참여연대는 18일 문일섭 전 국방부 차관 등 고위 간부들이 전자전장비사업 계약 과정에서 불법 수정계약을 해주는 등 위법 행위를 했다며 관련자 13명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방부가 △ 시험평가 때 군요구성능(ROC)에 미흡한 장비를 통과시켰으며 △ 기술 및 가격협상 시 시험평가 받은 것과 다른 엉터리 장비구성도를 묵인했으며 △ 군요구성능을 위반한 수정계약으로 국고손실과 전투력 상실을 초래했으며 △장비가 제 날짜에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계약상에 보장된 지체상금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동부지역 전자전장비 사업 과정에 비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99년 11월부터 작년 11월까지 7개 중대분 무기 도입이 모두 완료됐으나 잦은 고장과 장비 결함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장비를 판매한 프랑스 톰슨사는 금년 말이면 하자보수기간이 끝나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고 형사 고발하게된 배경에 대해 밝혔다.
전자전 장비는 적의 무선통신을 포착해 발신지를 추적, 이 정보를 아군 사령부에 전송하는 동시에 적에게 방해전파를 발사해 적의 통신을 교란 및 차단하는 군정보 수집 및 대간첩작전 장비다. 동부지역 전자전 장비사업은 대선 직후인 97년 12월 프랑스 톰슨사와 서둘러 체결돼 의혹이 일었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 정권인수위에서 사업이 문제 있다며 집행을 중단시켰다가 별다른 조치 없이 천용택 국방장관과 문일섭 당시 획득 실장의 책임 아래 사업을 그대로 집행시켜 문제가 됐다.
한편 이 사업과 관련해 지난 99년 국정감사에서 많은 문제가 지적됐으나 국방부 측은 “장비에 결정적 하자는 없으며 이후 보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창군이래 최초, 군 요구성능(ROC)위반 수정계약
이태호 참여연대 투명사업국장은 “원래 계약상에는 장비당 수신기가 모두 3대(탐색 1대, 감청 2대)로 구성돼 있었으나 1대로 수신기를 줄여 수정계약을 했다”며 “이는 군 요구성능을 위반한 것이며, 이러한 수정계약은 창군이래 한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 99년 2월 수정계약으로 1대의 컴퓨터를 1명이 운용하는 단일체계·자동운영 시스템이 이원화 체계로 바뀌었으며, 3천만원대 고성능 녹음기가 400만원대의 PC형 녹음기로 대체되었다. 이태호 국장은 “수정계약으로 전자전 장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동망 구성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며 “적의 전파를 감지해 방해전파를 발사하는 데 10초 정도의 시간이 걸려야 효용성이 있는 장비인데 현재 보급된 장비로는 3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국방부는 고급장비를 저급으로 바꾼 80여억원의 차액을 국고에 환수시키지 않고 계약자인 톰슨사에 지급하는 특혜를 주었다”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또한 △시험평가시 주한 프랑스 대사관 군관계자가 작성한 서신을 첨부해 애초에 부적합하다고 판명된 프랑스 톰슨사 제품을 통과시킨 점 △기술 및 가격 협상시 시험평가 받은 것과는 다른 엉터리 장비 구성도를 묵인한 점 △ 장비도입 날짜를 일년이나 넘겼는데도 계약상 보장된 지체상금 16억원을 요청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장비 도입 2년, 실제 사용 못해
참여연대 김창준 변호사는 “동부지역 전자전 장비 사업과 관련해 작년 국정감사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수정조치가 없었다”며 “군 필수장비가 엉터리 장비로 들어온 것은 국가 안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생각해 형사고발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동부지역 전자전 장비 사업 비리를 철저히 수사해 잘못을 바로 잡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조치와 제도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프랑스 톰슨사에 장비보완을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는 물론 위약금을 물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선 관계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동부지역 전자전 장비는 최초 장비가 도입된지 2년이 지났지만 잦은 고장과 장비 문제로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99년 장비 도입 후 운용결과를 보고한 ‘초도배치교육결과 보고서’에 △시스템의 잦은 에러 발생으로 임무 수행에 제한이 있다는 점과 △분석내용에 대한 편집 기능이 없어 운용에 실용성이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당시 운용결과 일선 관계자들은 “도입 장비로는 야전운용이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국방부에서는 “야전운용이 가능하며 문제점은 경미한 사항으로 보완가능하다”고 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동부지역 전자전 장비 도입 사업과 관련된 비리 의혹은 지난 95년 해외 시험 평가시 이스라엘 IAI사 제품과 관련, 린다 김의 로비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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