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법원개혁 2025-10-21   42825

[논평]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안, 핵심이 빠졌다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 타파할 사법행정위 신설 등 근본적 과제 제외돼

대법관 증원 등 개혁안은 국회 논의 통해 입법으로 이어져야

어제(10/20), 더불어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위원장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하 ‘특위’)가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제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특위안에 더해 재판소원 제도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차원에서의 별도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이 밝힌 사법개혁 의제들은 진작에 도입되었어야 할 오랜 과제들이다. 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일부 강화하며 사법 서비스 질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구체적 입법 계획을 가지고 조속히 입법화될 필요가 있다. 국회는 시민사회 의견 수렴과 국회 논의 등을 거쳐 조속히 입법화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 구조를 타파할 근본적 핵심 과제는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한계를 가진다. 특위는 위 6대 과제뿐만 아니라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법조일원화 원칙 원상복구 등 민주적 사법행정을 위한 구조적 사법개혁 과제 이행을 위해 논의도 함께 이어가야 한다.

대법관 증원의 경우, 법원의 ‘반대를 위한 반대’를 넘어서 ‘재판받을 권리’를 위해 필요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이에 더해 하급심 강화를 위한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하급심 판사 증원 및 경력 있는 법관의 배치 등 재판의 충실화와 다양한 경력의 법관 구성을 통해 재판의 신뢰를 회복하고 당사자들의 승복 가능성을 높인다면, 상고심 사건 부담은 자연히 줄일 수 있다.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는 대법관 증원만으로 확보될 수 없는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서 유의미하다. 특위는 위원 구성의 조정이 대법원장 권한 분산의 취지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규정된 비법조인 자격 요건을 ‘인권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분야’로 규정한 것은 시민의 기본권 보장의 취지를 고려하면 당연한 조치다. 대법관 증원과 대법관 추천위 다양화 등 상고심 강화 조치에 더해, 하급심을 강화하고 법조일원화 회복 등 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폐쇄적 권력보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판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판소원 또한 재판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나, ‘사실상 4심제’로 운영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헌정주의 실현 원칙과 헌법재판 운용의 원칙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아울러 시민들과 시민단체 등이 도입을 주장해 왔던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는 시민들의 알권리 보장과 재판 감시의 가능성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도 무분별한 압수·수색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막기 위해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위 과제들은 이미 오랜 기간 시민들과 시민사회가 요구해 온 과제로, 이미 국회가 입법화했어야 할 내용이다. 특히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는 수사기관의 권한에 대한 법원의 통제 장치로서 입법이 추진되었어야 마땅하다. 그것을 사법개혁의 주요 과제로 제시한 점은 적절하지 못하다.

더불어민주당 특위가 발족 당시 정해진 5대 개혁과제에 대한 우선 처리를 강조하며, 끝내 민주적 사법행정을 위한 근본적·구조적 대안을 빼고 특위안을 발표한 점은 매우 유감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근본적인 사법개혁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특위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견제 없이 행사하는 광범위한 사법행정권한을 민주적으로 통제·수행할 수 있도록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 백혜련 위원장도 특위안을 소개하며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이 사법부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고, 이미 22대 국회에는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다. 이미 오랫동안 진행되어 온 논의를 뒤로 미룰 이유는 없다.

특위는 이번 개혁안의 발표가 ‘첫걸음’이며, 사법행정-재판의 분리와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의 제한을 위한 논의를 지속해 사법개혁을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남은 과제나, 구조적 사법개혁을 위한 단계적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2024년 9월, 더불어민주당은 법관 임용에 요구되는 최소 법조 경력을 당초 예정된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하는 ‘법조일원화 개악안’ 통과에 앞장선 바 있다. 폐쇄적인 법원이 키운 법관이 아니라, 사회가 키운 법관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요구는 묵살됐고, 오히려 최소 법조 경력을 축소시키면서 ‘후관예우’의 부작용을 악화시켰다. 게다가 사법농단 재발 방지를 위해 20대, 21대 국회에 발의되었던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개혁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오히려 역행에 앞장섰던 과오를 이번 특위에서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사법개혁의 근본적 과제들을 완수해 나가기 위한 구상과 계획을 상세히 마련해, 진정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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