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6-02-03   4482

[비평칼럼] 법원이 기댄 ‘사회통념’, 진짜 사회통념일까?

내부고발의 현실 무시하고, 보복적 인사조치를 정당화한 판결

지난 1월 9일 수원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김동하, 김증남, 정다주 판사)는 공공기관의 인사권자가 내부의 공익제보자에게 부패방지법 등을 위반하면서 보복적 목적으로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인사조치라는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할 필요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인사상 불이익 처분으로 인해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당한 것에 대해 1,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1심 재판부의 판결(2003가단14560, 2004.10.26 선고)을 뒤집은 것이다.

2심 재판부의 판결의 주된 논거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조치였냐 아니였냐하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이 판결이야 말로 사회적 통념과는 동떨어진 것이 아닌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번 판결의 경우에서 재판부가 보여준 내부고발자에 대한 비판적 편향과 같이 판사의 가치관이나 상식 등 재량에 의해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수 있는 것인지 공론의 장에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 판결을 판결비평의 대상으로 삼는다. 비평문은 김창준 변호사(법무법인 세경)가 작성하였다.

공무원 신분인 내부고발자가 부패방지위원회(현 국가청렴위원회)에 소속 단체장을 부패행위혐의자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한직으로 좌천당했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까?

첫째, 우선 위 내부고발자의 신고에 따라 감사원은 단체장 및 관련자들에게 주의 조치를, 부방위는 단체장의 보복성 인사조치에 대해 원상회복 요청을 하였고, 단체장이 요청을 거부한 후 부방위의 과태료처분을 받자, 법원이 과태료처분의 합법성을 확인한 상황에서 말이다. (아래 별첨기사 참조)

그러나, 2006. 1. 19. 수원지방법원 (2004나20224호)은 그 단체장의 인사조치가 보복적 동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 보복조치가 “사회적인 통념”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사회적 통념”을 주로 인사상 불이익에 또다른 정당한 근거가 있었는가의 문제로써 설명하면서 고발자의 “타 직원들과의 불협화음” “다면적 업무평가”에서의 낮은평가 등을 그 대체 근거로 언급하였다. 그러나, 이는 조직내의 정상적인 절차로는 조직 내 부패를 바로잡을 수 없어 조직 내에서의 박해와 따돌림을 무릅쓰고 조직과의 대결을 선언한 사람들이 바로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을 외면한 판결이며, 바로 이와 같은 사람들을 조직적 박해와 따돌림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부패방지법의 입법취지도 망각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부방위는 부패방지법에 위반되어 불이익한 보복적 인사조치를 한 사실을 확인하여 과태료를 부과하였고, 법원은 안산시장의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과태료처분 확정판결로 그 처분의 정당성을 확인까지 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법원이 다시 안산시장의 위법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객관적 상당성을 결여한 것은 아니므로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라고 선언하였다. 즉 이 사건 재판부는 김봉구씨에게 내려진 하향성 전보조치가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것이라 하며 ‘사회통념’에 기대었다. 그렇다면 정말 이 사건에서 문제가된 하향성 전보조치가 재판부가 생각하듯이 평범한 일반 시민들의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것일까?

‘사회통념’이라는 말을 법이나 판례가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회통념’의 일반적인 의미에 비추어 해석해보자.

재판부는 무엇을 근거로 사회통념이라고 했을까?

나중에 김봉구에 대하여 인사조치가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실시설계비의 지급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따라서 좌천성 인사조치로 인한 위자료청구를 다루는 법원에서는 먼저 이 논점에 대한 각자 주장의 당부에 대하여 평가하여 주었어야 할 것이다. 좌천성 인사조치가 정당하였음을 주장하는 안산시장의 항변의 핵심은 김봉구가 전혀 사실과 다른 근거없는 말(“설계비 38억원을 낭비했다”, “최종적으로 실시설계가 무용지물이 되었다”)과 문건을 퍼뜨렸다는 데에 있었으므로, 수원지방법원이 사회통념이라는 기준을 적용하여 김봉구의 행위의 타당성을 검정하려 하였다면, 김봉구가 부방위에 대한 신고에 이른 근본적인 동기가 된 쟁점에 대한 법률적 검토작업은 필수적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수원지방법원의 판결문에는 이 점에 관한 언급이 일체 없다. 김봉구의 행동의 출발점이 된 쟁점의 당부에 대한 평가없이 좌천 인사조치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지 여부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과연 실시설계를 중단하는 것이 옳았는가 하는 논란의 당부에 관하여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감사원은 2002년 4월 안산시에 보낸 “주의요구” 공문에서, “안산시장은 실시설계 용역계약을 체결한 후 사업규모 변경 등으로 지방재정투융자 심사신청을 하는 경우 설계용역비가 낭비되지 않도록 설계용역을 중단하고 심사결과에 따라 설계용역의 계속 여부를 결정하는 등 지방재정투융자사업 업무처리에 철저를 기하고 관련자에게는 주의를 촉구할 것”을 요청하였다. 말하자면 감사원은 김봉구의 의견대로 설계용역을 중단하였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민선단체장들의 무분별한 선심성 사업과 행정으로 지방재정의 오남용을 막기 위하여 100억원 이상의 대형사업을 추진할 경우는 반드시 행자부의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고, 승인된 당초 사업비를 50% 초과할 경우 변경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안산시는 당초 사업비를 430억원으로 하여 종합운동장 건립사업의 승인을 받았는데, 기본설계용역 결과 추정공사비가 1,237억원이 되었으므로 재심사신청을 하였는데, 심사를 하는 경우 심사에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시공을 전제로 한 실시설계를 서둘러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안산시가 실시설계를 강행한 것은 공무원과 건축사무소 간의 유착관계 때문이 아니었는가 의심할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법원이 ‘사회통념’의 판단기준으로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내부고발의 내용적 타당성이 아니다. ‘보복성 좌천조치였다고 할지라도 달리 좌천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가’이다. 그러면서 달리 좌천시킬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보복을 이유로 좌천했다고 할지라도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를 따르고 있다.

그 이론이 다시 어느 소수학설에 따라 타당하다고 할지라도 과연 좌천시킬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를 따져보자.

수원지방법원이 김봉구에 대한 안산시장의 인사조치를 받아들이는 데 결정적으로 참고한 자료는 김봉구에 대한 다면평가자료 및 원고와 다른 직원과의 마찰로 인하여 직원들 사이의 융화가 부족하였다는 특별감사결과이다. 다면평가자료란 해당 공무원이 소속된 직장동료들에 의한 자체평가를 말한다.

법원은 안산시장의 전보조치는 다면평가등을 반영하여 본청에서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한 고려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 또한 적지 않다고 하였다. 그러나 수원지방법원의 이 부분 판시는 내부고발자가 직장 내에서 당하는 고충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직원 간의 불화는 김봉구의 신고내용인 종합운동장 건립과 관련하여 상사와의 의견충돌이 있었던 일 그 자체이므로 각 의견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를 하여 인사조치의 타당성을 판단하였어야 하지 불화가 있다는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사실을 근거로 인사조치의 정당성을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봉구가 원만치 못한 생활로 다면평가에서 최하위의 평가를 받은 것은 내부비리고발의 특성상 조직내부의 따돌림과 낮은 평가는 당연한 현상임에도 이런 내부고발자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 법원의 결론은 실망스럽고, 당시 다면평가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은 공무원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 오직 김봉구에게만 다면평가를 적용하여 좌천 조치하였다는 점에서 형평에도 반하는 측면이 있었다.

오히려 김봉구에 대한 평가는 직근 상관이 제일 잘 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전보인사 전 과장은 “김봉구는 업무처리가 명확하고 성실한 근무자세로 일하며, 민원사항이 많고 청탁이나 압력을 받을 수 있는 업무임에도 정확한 업무숙지와 강직하고 깔끔하게 업무처리를 하였고 근무하는 동안에 민원을 야기한다거나 문제를 일으킨 일이 없었다”는 평가를 하였고, 전보인사 전 국장은 “김봉구는 성실하고 무난한 업무수행을 하며 빈틈없는 업무처리를 하여 많이 신뢰하였고 강직한 공무원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하였다.

민사재판 과정에서 특이한 점이 있었다면 수원지방법원은 2005. 7. 7. 항소심 판결을 내리기로 예고하였는데, 그 이틀 전에 안산시장은 고위직 법관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하여 변론재개를 요청하자 항소심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 이후 1심 법원에서 채택이 거부된 안산시장측 인사들이 줄줄이 나와 안산시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증언을 할 기회를 부여한 일이 있고, 당사자가 분명하고 완강한 어조로 거부의 뜻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일방적으로 조정절차에 회부하여 장시간 동안 조정으로 종결할 것을 강권한 일이 있고, 정해진 조정기일도 일방적으로 한달 반 이후로 다시 미루어 가급적 시간을 끌려하는 피고측에 유리하게 배려한 흔적이 보였다는 점이다. 송진섭 시장에게 항소심에서 형사무죄판결이 선고된 것도 고위직 법관출신 변호사가 민사소송의 대리인으로 선임된 이후의 일이다.

순수한 내부고발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조직이라면 내부고발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김봉구는 현행 부패방지법이 제정되기 전 자신을 보호하여 줄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도 상사의 업무처리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끝까지 이를 개선하려한 참으로 용기있는 내부고발자이다. 그의 내부고발 내용은 감사원의 감사로써 진실로 확인되었으므로 그의 고발의 진정성에 대한 철저한 확인조치도 없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방해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하급공무원을 무시하고 박해하려 한 안산시장의 조치는 엄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공직자의 이상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수원지방법원 역시 내부고발자가 조직 내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과 내부고발자의 신분보장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내부고발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서 사건을 다룬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상고심 법원의 판결로 바로잡혀지기를 기대한다.

[별첨: 김봉구씨 고발한 안산시 종합운동장 건설에 관한 감사원 절차 및 보복적 인사조치에 관한 부방위 절차]

여기서 내부고발자가 고발하려고 했던 사실은 1997년 당시 안산시장(송진섭) 및 안산시 소속 고위공무원들이 38억원에 달하는 설계비를 불필요하게 낭비하였다는 것이며 그 과정에 업체와의결탁의혹이 있다는 것이었다. 38억원의 설계비는 안산시장의 역점 추진사업인 안산시 종합운동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서울의 모 건축사무소와 체결한 용역계약에 따라 지급하기로 되어 있는 기본설계비(13억원) 및 실시설계비(38억원) 중 후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실시설계란 기본설계를 마치고, 공사시행에 들어가는 직전의 단계에서 각종 실행자재, 시공공법, 금액이 표시되는 세부사항을 적어놓은 것인데, 실시설계 완료후 장기간 사업이 표류하는 경우에는 자재의 단종, 시공법의 변경, 각 공종의 설계금액 변경 등으로 실시설계를 새로 할 수밖에 없어 예산낭비가 될 소지가 많은 것이다.

내부고발의 주인공인 공무원 김봉구 계장(시설공사과 소속)은 당시 IMF의 영향으로 종합운동장의 건설보다 더 시급한 곳에 예산을 투입하여야 하는 관계로 예산조달이 불투명하게 되었고 더구나 행정자치부의 투융자 심사도 제대로 받지 않은 단계이므로(심사에서 불승인되면 사업추진은 불가능하게 된다) 그 단계에서 실시설계를 하는 것은 예산낭비가 될 것이 뻔한 일이니 실시설계는 나중으로 미루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그런데 부시장, 건설교통국장, 시설공사과장 등 상급자들은 건축사무소와의 계약상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는 일체로 하도록 약정되어 있으므로 기본설계의 용역을 시행한 이상 실시설계는 당연히 하도록 허용하여야 한다고 하며, 김봉구가 상급자의 지시를 불이행하고 용역진행을 방해한다며 모욕적 언사로 질타하며 김봉구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런 논란 속에 김봉구는 감사원에 법률질의를 하여 안산시의 배상책임없이 실시설계를 중단할 수 있다는 자문을 얻어와 상급자에게 제시하였으나, 안산시장은 김봉구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김봉구를 상소도사업소로 전보하고, 그 직후 실시설계를 재개하도록 조치하였다. 김봉구는 그 전에 안산시 건설교통국장으로부터 자신과 위 건축사무소장과는 해군의 선후배 관계에 있다고 들은 바 있고 실시설계 강행의 배경에는 그러한 연고관계가 작용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실시설계가 재개되자, 김봉구는 2000년 12월 안산시에 대한 감사원의 정기감사 때 종합운동장 건립문제를 감사원에 제보하였고, 2001년 5월에는 안산시 시민단체인 그린스카우트경실련YMCA 및 YTN에 종합운동장 설계비 지출이 부당하다고 제보하였으며 안산시장은 이 때마다 수 차례 언론에 반론을 제기하였다. 감사원은 김봉구의 제보를 받은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실시한 재감사에서 2002. 4. 2. “실시설계용역계약이 체결된 후 사업규모가 변경되어 재정투융자 심사를 신청할 경우 실시설계비가 낭비되지 않도록 설계용역을 중단하고 심사결과에 따라 설계용역의 계속여부를 결정하였어야 했다”며 안산시에 업무담당자 5명에 대한 주의 촉구를 요구하였다. 김봉구는 이러한 감사원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다시 2002. 4. 9. 참여연대와 연대하여 부방위에 안산시가 종합운동장 설계비를 지급한 것과 관련하여 안산시장(송진섭), 전 부시장, 건설교통국장, 시설공사과장 등 4명이 업체와 결탁한 비리 의혹이 있다며 부패혐의대상자로 신고하였다.

송진섭은 2002. 6. 13.자 지방선거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위 신고사실과 민선 1기 시장 재직 시절 추진한 종합운동장건립계획과 관련하여 실시설계비가 낭비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어 상대 후보자들로부터 정치공세를 당하였다. 그럼에도 송진섭은 위 지방선거에서 민선 3기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부방위는 2002. 8. 19. 김봉구의 신고에 대하여 심의한 결과 감사원이 2차에 걸쳐 감사하여 이미 조치하였고, 새로운 인지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불이첩처리를 하고 그 결과를 송진섭에 통지하였다. 김봉구는 2001. 12. 4.부터 본청 허가민원과에서 근무하던 중 송진섭 시장이 취임한 이후인 2002. 11. 1. 안산시 반월동사무소 주무로 전보되었다. 부방위는 2003. 3. 4. 김봉구에 대한 전보인사가 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처분이라고 판단하여 30일 이내에 원상회복에 상응하는 인사조치를 할 것을 요구할 것을 의결하고 안산시장에게 3. 5. 통보하였다. 부방위는 2003. 4. 23. 정당한 사유없이 위원회의 요구에 따르지 않은 안산시장에게 부패방지법 제53조 제1항에 의거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처분을 하였다.

김창준 (변호사, 맑은사회만들기본부 공익제보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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