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6-04-17   1744

[모의배심재판 방청기 3] “사법개혁의 장도, 배심제의 입법화에 달려있어”

지난 4월 12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제3차 국민참여 형사모의재판을 진행하였다. 국민참여재판, 즉 배심제의 도입을 적극 주창하였던 참여연대는 20여명의 시민방청단을 꾸려 그날 모의재판을 방청하였다. 참여연대는 그날 방청을 했던 분들과 그날 모의재판을 기획했던 분들로부터 개인적인 방청기와 소감문을 부탁했으며, 그 중 몇 분들이 글을 보내왔다. 이 글들에 적힌 모의재판에 대한 평가는 참여연대의 공식입장이 아닌 방청한 시민들의 개인적 평가이다. 편집자 주

모의배심재판 방청기

[1]”가르치려 들지마라” / 한상희(건국대 법대교수)

[2] “배심재판, 잘 정착될 거 같아요” /김병필(대학생)

[4]배심원을 향한 검사와 변호사의 치열한 설득전 / 이귀보(주부)

지난 4월 12일 제3차 국민참여형사모의재판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필자는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심의중인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안”의 성안에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에서 활동하면서 관여한 적이 있다. 또 지난 두차례의 모의재판에도 참여하고, 이번 모의재판에도 준비팀의 일원이었던 필자로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을 가득 메운 뜨거운 열기 속에서 모의재판을 지켜본다는 것은 크나큰 감동이었다. 참여연대에서 ‘참관기’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할 말은 참으로 많지만 ‘참관기’, ‘방청기’ 같은 표현이 직접 행사를 준비한 사람에게 맞는 말인지 한참 고민이 되었다. 결국 ‘모의재판 후기(後記)’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좋은 표현으로 생각되어 채택해 보았다. 이 후기에서 필자는 개인적 의견과 소감을 진솔하게 표현하고자 한다.

필자는 방청석에 앉아 아침 9시 반부터 진행된 배심원선정절차, 오후 1시 반부터 저녁 6시까지의 공판절차와 배심원평의를 모두 지켜보았다. 객관적이고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관찰한 이후의 소감은 한마디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성공작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만나본 방청객, 학생, 배심원들도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참고로, 필자의 소개로 모의재판을 방청하였던 한 학생이 보내온 편지의 일부를 전제한다.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연락드렸고, 수요일에 모의재판에 참석하였습니다. 수업이 빠듯하여, 아쉽게도 교수님이 직접설명하시는 시간순서에는 참여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다행이 재판전에는 도착하여서 평의전 순서까지 두시간여 참관하였다가 돌아왔습니다.

교수님이 알려주신 연락처대로 박근용 참여연대 관계자분하고 만나서 짧게 인사하였고 금태섭검사님과도 짧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두분 다 한상훈교수님의 제자로써 온 것이냐고 물어보아 반가웠습니다.)

학교에서 민,형사소송법을 들을때면 항상 재판절차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판사, 검사, 변호사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너무나 궁금하였는데 이번 모의재판을 통해서 어쩌면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모의재판이 배심원절차 도입에 관한 것이라 실제 재판과정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은 바는 아니지만은요)

제가 사법시험을 준비함으로써 목표하는 것은 다름 아닌 검사가 되고자 함인데, 금태섭 검사님의 출중하신 능력에도 탄복하여, 이틀이 지난 오늘도 내내 머리에 남을 정도로 검사의 역할과 이미지가 선명하게 각인되었습니다.

모쪼록, 이러한 기회를 저에게 주신 데에 대해서 감사말씀을 드리려고 답장을 송신합니다.

시험준비를 하다가 혹시라도 또 기회가 닿는다면 인사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작년 8월의 제1차 모의재판(서울), 12월의 2차 모의재판(부산), 그리고 이번의 3차 모의재판을 통하여 필자는 많은 것은 경험하고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사개추위에서 의결하고 국회에서 심의중인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안”이 규정하고 있는 배심원선정절차, 공판절차, 배심원평의와 평결 등의 주요절차는 별 문제 없이 그대로 실현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배심원선정절차는 미국의 배심원선정절차를 기초로 하되, 우리의 실정에 맞게 배심원의 사생활보호와 공정한 배심원구성에 좀더 주의를 기울였다.

둘째, 우리나라 국민의 수준은 지금 당장 배심제도를 시행하여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점이다. 혹자는 우리 국민이 아직 배심제를 하기에 충분히 현명하거나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의 법률지식이 아직도 못미친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몇 차례의 모의재판을 통해 우리 국민의 토론문화와 진지한 논의태도는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때로는 법률가조차 생각지 못한 예리한 질문과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셋째, 국민참여제도를 통하여 비로소 공판중심주의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의 편지에서도 읽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조서중심재판을 방청하였다면, 우리나라의 재판절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판결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하여도 불신이 남아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판의 전과정이 법정에서 구두로 주장되고 변론되어 그 절차가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될 때 될 때, 국민은 재판을 더 잘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다.

모의재판은 모의재판일 뿐이다. 그러나 몇 번의 모의재판이 형사재판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미친 영향을 보면, 전국에서 수백건, 수천건의 실제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되면 국민생활과 법의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상상조차 어렵다. 참으로 형사재판과 법에 대한 국민의 의식에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참으로 소중한 사회발전의 토대이다.

국민의 건전한 상식과 공동체의 가치를 재판에 반영하려는 국민참여재판은 사법부와 법원, 나아가 법과 국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상호간의 신뢰와 믿음에 바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다. ‘지배와 통제의 수단으로의 법’은 ‘갈등해결의 사회적 합의로서의 법’으로 새롭게 인식되어, 국민의식 깊숙이 뿌리내릴 것이다. 이를 통하여 1980년대 이후 진행되어온 사회의 민주화는 사법권의 민주화로 완결될 수 있다.

사법개혁에 관한 논의가 온통 로스쿨의 총정원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로스쿨도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사법에서 국민에 의한 사법을 향한 장도는 국민참여재판의 입법화에 달려있다. 이번 국회에 국민은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상훈(연세대 법학교수, 사개추위 기획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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