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26-07-03   316

[중꺾정72] 반복되는 원구성 갈등, 왜 국회는 바뀌지 않는가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반복되는 원구성 갈등, 왜 국회는 바뀌지 않는가

이소영(대구대 교수)

법을 만드는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또 지키지 않았다. 국회법은 후반기 원구성을 상임위원 임기 종료 전에 마무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예외 없이 법정시한을 넘겼다. 지난 6월 30일에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지만, 국민의힘은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거부했고, 7월이 되었지만 후반기 국회는 여전히 원구성을 완료하지 못했다.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원구성 때마다 법정시한은 지켜진 적이 없고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정당 간 대립은 반복되어 왔다. 22대 국회의 전반기 원구성도 개원 28일만에 완료되었고, 그 이전 국회에서는 90일 이상이 소요된 적도 있다. 매 2년마다 언론과 시민사회는 국회를 비판하고 국회법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원구성 절차를 제도화하고 법사위를 개혁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제안해 왔다. 그런데도 국회는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지지 않고 반복되는 것은 원구성 문제만이 아니다. 비판도 반복되고, 대안도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니 비판도, 대안도 무색할 뿐이다. 

“왜 원구성이 늦어지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더 이상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제는 “왜 국민의 비판에도 국회는 바뀌지 않는가?”를 물어야 하겠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비판은 정치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신호이다. 정치가 책임을 지고 제도를 고치라는 명령인 것이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정치도 달라져야 하고 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원구성 파행에도 국회는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원구성, 협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원구성 파행이 반복될 때마다 협치를 이야기한다. 협치는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이며, 국회는 원칙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 운영의 기본적인 절차까지 정치적 합의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의 원구성은 정당 간 원구성 협상이 성공하면 국회가 출범하고, 협상이 결렬되면 국회도 멈추는 구조이다.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가 정치인의 합의 여부에만 맡겨져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갈등을 전제로 한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갈등 속에서도 민주적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협상이 실패하더라도 국회는 멈춰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 국회에는 협상 결렬 후에도 원구성이 이루어지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더구나 원구성은 정치적 책임이 가장 약하게 작동하는 시기에 이루어진다. 전반기 원구성은 총선 직후에, 후반기 원구성은 다음 총선까지 2년이 남은 시점에 진행된다. 국민의 비판이 곧바로 정치인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시기이다. 그래서 원구성은 더욱 정치인의 자율과 선의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

협치를 중시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독일에서도 원구성을 정치적 협상에만 맡기지 않는다. 독일 연방의회는 정당별 의석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고, 특정 배분 공식을 적용해 어느 정당이 어떤 상임위원회를 맡을지까지 객관적으로 결정한다. 상임위원장 수 뿐 아니라 위원회 선택 순서까지 제도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원구성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을 줄일 수 있다. 우리 국회도 협상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협상이 실패하더라도 원구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법사위, 반복되는 갈등의 중심

2026.07.02.(목) 하반기 원구성에서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선출 후 법제사법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가 열렸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원구성 갈등의 중심에는 항상 법제사법위원회가 있다. 여야가 상임위원장을 놓고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갈등의 본질은 법사위원장을 어느 정당이 맡느냐에 있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다시 심사하는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갖고 있다. 원래는 법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였지만 현실적으로는 입법의 성패를 좌우하는 권한으로 기능해 왔다. 이 때문에 어느 정당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쉽게 양보하지 못한다. 야당에게는 정부·여당의 입법을 막을 최종 수단이 되고, 여당에게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자리로 인식된다. 원구성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는 정치인의 협상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법사위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된 구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구성을 둘러싼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임위원장 배분 방식만 바꾸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과감히 축소하거나 독립적인 입법지원기구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원회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 구조를 바로잡지 않은 채 협치만 강조하는 것은 다음 회기에도 원구성을 둘러싼 갈등을 반복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법을 어겨도 책임지지 않는 국회의 관행

원구성이 보여주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법은 원구성 시한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어겨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이 때문에 법정시한은 사실상 권고사항으로 전락했고, 법을 위반하는 것이 국회의 당연한 관행이 되었다. 법을 만드는 기관이 스스로 만든 법을 어기는 것이 관행이 된 것이다.

국회의 권위는 국민의 신뢰에 기반한다.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데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회는 민주주의를 지탱할 힘을 가지기 힘들다. 신뢰받는 국회가 되기 위해서라도 원구성의 책임을 제도화해야 한다. 법정시한 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원구성이 완료되도록 제도화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시한을 넘긴 경우에는 세비 감액 등 실질적인 책임을 묻는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국회는 선거 때만 국민의 평가를 받는 기관이 아니다. 임기 4년 내내 국민에게 책임지는 기관이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책임이다

갈등은 민주주의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갈등 때문에 국회가 멈추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다. 국민이 국회에 요구하는 것은 갈등 없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 속에서도 책임 있게 작동하는 정치이다. 협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실패가 반복될 때, 신속한 제도개혁으로 국민의 요구와 비판에 답해야 하는 것이 국회의 책임이다.

원구성은 단순히 상임위원을 배분하고 상임위원장을 나누는 절차가 아니다.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그 첫 관문이 매번 파행으로 얼룩지는데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민은 국회를 신뢰하기 어렵다.

원구성은 국회의 목적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국회가 제때 문을 열어야 수많은 민생 법안은 물론 선거제도 개혁, 선관위 개혁, 검찰 개혁, 개헌과 같은 국가적 과제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원구성도 제때 끝내지 못하는 국회가 이 과제들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민의 요구와 비판이 실제 제도개혁으로 이어질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제대로 작동한다. 이제 원구성 문제를 정치적 협상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회가 국민에게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회기에는 원구성 제도개혁을 반드시 마무리해 제23대 국회는 원구성의 법정시한을 지키며 출발하기를 기대한다.

반복되는 원구성 파행을 끝내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