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호] 주제기획 1_이 시대의 국가주의와 시민적 자율성

1. 민주화 15년 그리고 국가주의 코드의 문화적 공전(空轉):

문화적 아비투스를 빗겨난 정치주의적 맹목성

1987년 6월. “국가독재는 끝났다. 그러나 국가는 남았다.” 그리고 15년이 지났다. 그 동안 우리는 국가를 갖고 무엇을 했을까? 사실 그 동안 한번 망할 뻔했다. 하지만 2002년 6월. 대한민국 국가가 없어지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이래 54년 만에 처음으로, 그것도 이 사회의 가장 싱싱한 구성원인 청소년, 청년세대들의 가슴에서 절실하게 터져나와 그들의 입으로 외쳐지는 이 나라의 진정한 국호가 되었다. 애국가는 국민의 숨결이 되었다. 국가의 간섭이 가장 엷어지고 국가를 정치적으로 이끄는 정권이 가장 약체일 때, 국가에 대한 애정, 애국심이 거대한 대중적 규모에서, 그것도 자발적으로 가장 높아졌다. 최소한 2002년 6월의 한국만 보고 얘기하자면, 국가가 아무 할 일도 없을 때 국가는 가장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다.

분명히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 있는 사건적 현상이었다. 1987년 ‘6월 시민항쟁’의 집결지였던 시청 앞을 비롯해 광장으로 변해 버린 전국의 모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파는 6월 25일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700만으로 집계되었다. 이들이 모두 ‘대~한민국’(성부)을 연호하면서 ‘태극기’(성자)를 부여안고 ‘애국가’(성신)를 열창했다는 바로 그 삼위일체적 현상을 두고 이 군중의 가장자리에서 서성거리던 국가주의자와 반국가주의자가 동시에 분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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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기 / 공동편집인. 동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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