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24-06-26   3921

[논평] 피해 지원 실태의 문제점 확인한 전세사기 청문회

전세사기 피해 현황 파악조차 못하는 정부의 무능·무책임 드러나
경공매 유예·대출 등 현행 지원 대책 작동되지 않는 점 확인
정부안의 조속한 입법 추진·근본적인 예방 대책 마련해야

어제(6/25)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세사기 피해자, 시민단체, 국토부 등의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전세사기 청문회’를 개최했다. 정부여당의 반대로 특별법 개정이 지체되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임계점으로 치닫는 와중에 열린 이번 청문회는 정부 부처 관련자들이 피해자 지원 실태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특별법 개정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24일 국민의 힘이 국회 원구성에 동의하면서 이번 청문회 참석해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청문회에 나오지 않으면서 피해자들과 시민들로서는 큰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피해자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던 국토부장관은 사과를 하기는 했으나 옹색한 변명을 덧붙여 반쪽짜리 사과에 그쳤다. 피해자와 시민사회는 이번 청문회에서 확인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정부가 발표한 LH 매입안을 신속하게 입법 발의하여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 발의 개정안들과 함께 논의해 특별법 개정을 조속히 처리하길 촉구한다.

야당의원들과 피해자들은 청문회에서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된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질타했다. 정부는 야당의원들이 요구하거나 질의한 경공매 중지 현황, 후순위 피해자 권리 관계, (은행)전세대출 규모, 불법건축물 현황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이는 정부가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또 정부가 발표한 LH매입안도 재정이 소요되는데 재정소요에 대한 구체적인 산출이 없었다는 점, 특별법 개정안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대한 재정소요도 정부가 정확히 산출한 바 없었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결국 선구제후회수 방안에 대해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수조원을 들먹이며 정부가 반대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정부안에서 LH가 매입하지 못하는 주택, 경매차익이 크게 발생하지 않을 주택의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국회에서 협상을 위해 정부가 조속히 정부안을 입법 발의할 것을 촉구했다. 국토부장관은 정부안에 빠진 최소 보장에 대해 어디까지 얼마나 보장할 것인지는 국회에서 협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소 보장에 대해 종전의 완고한 정부 태도에서 좀 더 나아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협상의 여지를 인정한 발언이라고 평가한다. 정부안이 되든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되든 여야는 특별법 개정 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주거 안정과 재기를 위한 최소한의 보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피해자로 인정받아도 사용할 지원 대책이 별로 없다며 특별법 개정을 호소해왔다. 하지만 현행 특별법에 있는 경공매 유예, 금융지원 조차 관계부처간에 협조가 이뤄지지 않거나 기존 규정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그대로 사용하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도 확인되었다. 정부기관 간 현안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현장에 제대로 된 지침이 전달되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채 방치되고 있다.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는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를 찾아가도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하고 피해자들이 카톡방을 통해 서로 돕는 실정을 설명했다. 전세사기 지원체계가 얼마나 부실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피해자들을 거리로 쫓겨 나지 않게끔 하는 경공매 유예도 각급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면서 일부 법원은 경공매를 속행하고 있는 상황이 확인되었다. 정부와 법원행정처는 각급 법원에 전세사기 특별법의 대책이 적용될 수 있도록 경공매를 재차 유예하도록 협조공문을 보내 경공매 후 피해자들이 대책없는 극한 상태로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우선매수권을 사용해 기존주택을 매수하는 피해자들을 위한 경락자금대출 제도가 있지만 주택금융공사(보금자리론)와 주택도시보증공사(디딤돌대출)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다르게 적용하여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일선 창구에서 진행되는 대출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 부족, 잘못된 안내 등으로 피해자들이 불편을 겪는 점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실태조사를 실시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전세대출을 받은 피해자들은 20년간 떼인 보증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사기를 친 임대인의 형량이 이보다 적다는 피해자들의 지적에 법무부는 대법원 양형심사위에서 내년 3, 4월 경에 결정이 된다며 무책임하게 응답했다. 지금 전세사기범들에 대한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좀 더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한편, 여덟명의 전세사기 희생자가 발생했음에도 주무 부처 장차관이 피해자들을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는 질책이 이어지자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사과하며, 조만간 피해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토부장관이 피해자들을 만나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피해자들과 만남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 은행, 보증기관, 세무서, 지자체 등 각 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을 방지하고 피해자가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지원받도록 피해 지원 체계를 전면적으로 정비해야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관계기관 회의체를 상시 운영하여 종합적인 대응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아울러 현행 제도하에서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살펴보고 계약해도 전세사기를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 갭투기 방지, 무분별한 전세대출, 허술한 전세보증, 임대차 제도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전세사기 예방 대책을 마련하여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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