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26-10-01   4517

2026 세계주거의날, 집걱정 성토대회

“집 없으면 못사는데, 집 때문에 못살겠다”

청년·세입자·종교·주거 시민단체로 구성된 ‘2026 세계주거의날 공동행동’은 UN이 정한 세계주거의날(10월 첫번째 월요일)을 맞아 오늘(10/1) 오후 7시 홍대입구역 7번 출구 앞에서 전월세 세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집걱정 성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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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1.(목) 오후 7시 홍대입구역 7번 출구, 2026 세계주거의날 집걱정성토대회 <사진=참여연대>

이번 행사에는 서울 마포구 월세 세입자, 청년안심주택 보증금 미반환 피해자, 재개발 지역 세입자, 쪽방 세입자, 홈리스, 청소년 세입자가 발언자로 나서 각자가 일상에서 겪는 주거 현실과 어려움을 토로하고, 정부와 국회에 실효성 있는 주거권 보장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집회 참가자들은 이미 서울 아파트 가격이 높아질대로 높아져서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아파트를 구입할 여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소수의 집 가진 사람들,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세입자들을 위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대책, 값 비싼 주택 공급대책을 강조하는 것을 한 목소리로 규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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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세계주거의날, 집걱정성토대회, [사전행사]당신은 어떤 집걱정이 있나요? <사진=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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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세계주거의날, 집걱정성토대회, 사진전

서울 마포구의 한 원룸에서 반전세 세입자로 살고 있다는 이민주 님은 처음 지금 사는 집을 얻었을 때는 보증금 대출 이자와 월세, 관리비를 포함한 주거비로 매월 소득의 20% 정도를 지출했지만 현재는 소득의 30%를 차지한다면서, 임대인 눈치를 보지 않고도 보증금을 떼이거나 함부로 쫓겨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저렴하게 임대하는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발언했습니다. 잠실센트럴파크 청년안심주택에서 세입자로 살다가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김하은 님은 이제는 보증금 반환을 넘어 피해보상과 실질적인 이사지원, 그리고 공공지원민간임대 임차인으로서 기대했던 주거 안정을 이어나갈 수 있는 주거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재개발 지역 세입자이기도 한 김소연 전국철거민연합 사무처장은 서울시와 정부는 ‘닥치고 공급’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주택공급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가구들이 철거되고 쫓겨나야 한다면서, 정부와 서울시는 투기와 주거불평등만 키우는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철회하고, 순환식 개발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자동 쪽방촌 세입자인 차재설 동자동사랑방 대표는 2021년 2월 동자동 쪽방촌을 공공주택으로 개발하겠다는 발표가 나던 날 주민들은 서로 붙잡고 드디어 사람 사는 집에서 살 수 있겠구나, 이게 꿈이냐 생시냐 했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5년 넘게 외면하는 사이에 이웃 170명이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활동가인 청소년 세입자 이00 님은 주거권은 성인에게만 주거지는 권리가 아닌만큼 청소년도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시설과 통제 안에 가두지 말고 청소년에게도 집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성토대회 입구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주거권 쟁취! 집은 인권이다!’라는 주제로 마련된 ‘쪽방 사진전’, ‘당신은 어떤 집걱정이 있나요?’ 스티커 붙이기 프로그램이 열렸고, 주변을 지나던 많은 시민들도 부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성토대회에 함께 했습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도 성토대회에 참석해 시민들의 다양한 발언을 청취했습니다. 이후 참가자들은 ‘주거 골든벨’을 통해 주거 정책과 세입자 권리를 알아보고, 다 함께 ‘집은 인권이다! 집으로 돈 버는 세상을 거부한다! 존엄한 삶을 이룰 모두의 터전, 평등한 주거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면서 집걱정 성토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집 없으면 못 사는데, 집 때문에 못 살겠다!

월급보다 월세가 더 빠르게 오른다. 잦은 이사는 매번 고역이다. 보증금을 떼이는 세입자도 여전히 많다. 대출이 사람을 옥죄는 힘도 강해진다. 깊어지는 집 걱정과 주거 불평등에, 우리는 분노한다.

힘있는 자들은 집을 지으면 된다고들 한다. 그러나 아파트를 짓고 또 지어도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다. 동네를 부수고 사람을 내쫓는 재개발이 해결책일 수는 없다. 2026년에도 정릉골에는 용역깡패들이 들이닥쳤다. 통복동에서는 철거민이 크레인에 올랐다. 반면에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은 5년 넘게 한 발도 떼지 못했다. ‘주택 공급’이 얼마나 불평등한지, 얼마나 폭력적인지 우리는 분명하게 알고있다.

우리의 요구는 권리다. 

세입자도 이사 걱정 없이 오래 살 권리를 요구한다 심해지는 폭우, 폭염, 혹한에 건강과 생명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요구한다. 안심하고 살아갈 공공임대주택을 요구한다.

우리의 대안은 평등이다. 

불평등을 심화할 개발규제 완화와 부자 감세를 거부한다. 세입자로 살아도 가난해도, 우리는 도시의 주인이다. 누구나 존엄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자. 폭력적인 이윤이 아니라, 함께하는 풍요로움이 우리의 대안이다.

우리의 도구는 연대다. 

공공임대주택, 계약갱신청구권, 전세사기특별법 모두 연대의 결과물이다. 돈 놓고 돈 먹는 투기사회를 벗어날 힘, 평등을 쟁취할 힘은, 연대하는 우리에게 있다. 주거권을 요구하는 연대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넓어지고 있다.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우리는 이 곳 서울 한복판에서 선언한다. 

집은 인권이다! 집으로 돈 버는 세상을 거부한다! 

존엄한 삶을 이룰 모두의 터전, 평등한 주거권을 보장하라!

2026년 10월 1일

2026 세계주거의날 집걱정성토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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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1.(목) 오후 7시 홍대입구역 7번 출구, 세계주거의날 집걱정성토대회 참가자 단체사진 <사진=참여연대>
발언문

1. 월세세입자 : 이민주 서울 마포구 원룸 거주 

저는 마포구의 7평 원룸 오피스텔에서 반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입니다. 사실은 발언을 해도 될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나는 당장 누울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닌데, 그나마 청년보증금대출제도 덕분에 간신히 집을 얻어 살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주거권을 이야기할 때 흔히 돌아오는 ‘철없이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라는 반응에 저도 모르게 주눅 들고 자기검열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안정적인 주거를 원하는 게 정말 배부른 소리일까요? 

처음 지금 사는 집을 얻었을 때, 저는 보증금 대출 이자와 월세, 관리비를 포함한 주거비로 매달 소득의 20% 정도를 지출했습니다. 그때도 지출 항목 중에서 가장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의 재계약을 거쳐 이제는 소득의 30%로 주거비가 훌쩍 늘었습니다. 재계약 시 임대료를 5% 이상은 올릴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있지만, 한도만큼 임대료를 올리고 관리비에서 추가 인상을 하는 식으로 집세를 올린 것이었어요. 관리비에 대해서는 별도의 책정 기준이나 인상 제한이 없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주변 월세 시세가 많이 올라서 신규 세입자를 받으면 집세를 훨씬 더 올려받을 수 있는데 그래도 기존 세입자를 ‘배려’하는 거라고도 했어요. 장기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판단이 되었지만, 저는 집을 옮기지 않고 재계약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주변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지인이 세 명이나 되었거든요. 이사 비용도 마련하기 어려웠고요. 그렇게 이번 계약기간까지는 다른 생활비를 최대한 줄여 버텨볼 생각이지만, 이런 식이면 아마 다음 계약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더 저렴한 다음 집을 구할 땐 뭘 포기할지 궁리하고 있어요. 평수를 줄일지, 교통이 불편한 걸 견딜지, 또는 햇볕이나 쾌적함을 포기할지요. 어쩌면 전부 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집 걱정은 돈 문제만은 아니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깜냥에 비해 너무 비싼 지금 집에서 어떻게든 계속 살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임대인이 친절하고 상식적이라는 점 때문이었어요. 집이나 옵션 가전 수리를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일도 없고, 건물 관리나 민원 해결도 잘 되는 편이라서요. 젊은 여성 세입자라고 무시하거나 간섭하거나 윽박지르는 일도 없고요. 이런 것들이 임대인의 당연한 책임이 아니라 개개인의 호의의 영역으로 여겨진다는 걸 세입자라면 다들 아실 거예요. 그래서 저는 늘 임대인의 눈에 띄지 않는,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조용한 세입자로 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제가 언젠가 현관문에 배달 노동자의 권리를 응원하는 노조 홍보물을 붙여놓았던 적이 있는데요. 임대인이 그걸 보고 그게 뭐고 왜 붙인 거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혹시나 나를 ‘너무 정치적인’ 사람으로, 나쁘게 보고 다음 계약에 불이익을 줄까봐 지레 겁먹어서 홍보물을 그냥 떼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때 자괴감이 정말 컸던 것 같아요. 

결국 저의 바람은 대단치는 않습니다. 주거비를 감당 못해서 계속 더 열악한 집으로 이사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사실 조금 더 바라본다면, 지금 주거비에서 십만원만 줄어도 그만뒀던 취미를 다시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좋은 임대인을 만나기를 운에 기대거나 임대인 눈치를 보지 않고도 보증금을 떼이거나 함부로 쫓겨나지 않으리라는 제도적 보장이 있기를 바랍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저렴하게 빌려주는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 김하은 잠실센트럴파크 청년안심주택 세입자

저는 청년안심주택 잠실센트럴파크 공공지원 민간임대에 거주하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김하은입니다.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시가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다며 만든 정책입니다. 그런데, ‘청년안심주택’과 ‘전세사기’라는 말이 함께 쓰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청년안심주택에 입주했습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임차인 자격을 얻고,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10년 동안 계속 살 수 있는 집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입주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저희 청년 세입자들은 잘못이 없습니다. 서울시의 정책을 믿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임차인 자격을 얻어 입주했을 뿐입니다.

피해가 발생한 이후 저희는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싸웠고, 그 결과 보증금 선지급 대책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요구한 것은 보증금 반환만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기대했던 장기 거주를 보장하고, 불가피하게 떠나야 한다면 실질적인 주거 이전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에는 ‘근거 법안이 없다’, ‘서울시는 홍보를 했을 뿐이다’라는 이유로 더 이상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단순히 보증금만 맡긴 사람들이 아닙니다. 공공지원민간임대라는 정책을 통해 주거 안정이 필요한 청년에게 주어진 임차인으로서의 자격과 주거 기회를 얻어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정책을 믿고 들어온 저희에게 보증금만 돌려주고 나가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저희가 잃어버린 주거 안정은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가 세대 관리비 문제로 전기와 수도 요금이 체납되어 입주민들이 사용하는 전기와 수도가 끊길 뻔했고, 심지어 관리실에서도 계약을 해지하고 나가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같은 건물에 있는 공공임대주택 세입자들까지 함께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보증금 반환을 넘어, 피해보상과 실질적인 이사 지원, 그리고 공공지원민간임대 임차인으로서 기대했던 주거 안정을 이어갈 수 있는 주거 대책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특별한 혜택이 아닙니다.

집은 단순히 보증금만 돌려받으면 끝나는 재산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정책을 믿고 들어온 청년들이 그 정책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지 않도록, 서울시와 정부가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 주시길 바랍니다.

청년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집,

누구나 주거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3. 재개발 지역 세입자 : 김소연 전국철거민연합 사무처장 

서울시와 정부는 ‘닥치고 공급’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을 이야기합니다. 마치, 빈 땅에 주택공급을 하는 것처럼 말하며 5년 안에 수십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장밋빛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개발로 수십만 채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먼저 수십만 가구가 살고있는 집이 철거되고 쫓겨나야합니다. 개발지역 주민들은 대책없이 쫓겨나거나, 이대로 쫓겨날 수 없다며 철거민이 되어 투쟁의 머리띠를 묶습니다.

지난 1월 20일 용산참사는 18주기를 맞았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8년여 전에도 밀어붙인 속도전, 빠른 개발을 위해서, 빠르게 주민들을 내몰아야 했고, 그 개발 속도전의 철거 폭력에서 6명이 사망했습니다. 전세가 5천만 원 미만이던 그 동네는, 전세가 14억이 넘는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단지로 변모했습니다. 이것이 재개발 재건축의 본질입니다.

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은 우리의 집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저렴 주거지를 철거가고 고가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집값과 전월세 폭등, 강제철거의 폭력만 부추길 뿐입니다. 재개발의 속도를 높여 빠르게 주택공급을 하겠다는 그 ‘닥치고 공급’의 본질이 바로 18년 전 용산참사로 증명되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투기와 주거불평등만 키우고, 강제철거 폭력과 갈등만 키우며,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철회해야 합니다. 필요한 개발이라면, 먼저 이주대책을 세우고 철거하는 순환식 개발을 시행해야 합니다.

4. 차재설 동자동 쪽방촌 세입자,  동자동사랑방 대표

안녕하십니까. 저는 동자동사랑방 대표 차재설입니다.

2021년 2월 5일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동자동 쪽방촌을 공공주택으로 개발하겠다는 발표가 나던 날, 주민들은 서로 붙잡고 “이게 꿈이냐, 생시냐” 했습니다. 좁고 낡은 쪽방을 벗어나 사람 사는 집에서 살 수 있겠구나. 그날만큼은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그때 정부가 내놓은 계획대로라면 올해 우리는 새 집에 들어갔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5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지구지정 소식은 아직도 없습니다.

주택공급을 핑계로, 건물주들 돈벌게 해주는 민간 재개발은 더빨리 해주겠다고 정부와 서울시가 한몸처럼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는데, 왜? 우리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을 위한 공공주택사업은 외면하고 있습니까?

정부와 서울시가 5년 넘게 외면하는 사이 우리 이웃 170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새 집 문턱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요즘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하나둘 떠나보내다가, 막상 집이 다 지어지면 우리 중 과연 몇 명이나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주민들을 만나 “요즘 어떠세요” 하고 물어보면, 다들 할 말이 없다고 합니다. 기다리다 지쳐서 말할 힘조차 남지 않은 겁니다.

작년 12월 30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우리 마을의 주민협동 조합이 잘 되고 있다며 동자동을 찾아왔습니다. 주민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어려울 때 서로 돕는 마을은행입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우리의 숙원은 공공개발 지구지정이라고. 주민들이 서로 도우며 버티는 동안에도 정부와 서울시는 약속한 집을 지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홉 달이 지나도록 지구지정 일정에 대한 대답이 없습니다.

우리 곁에는 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바람막이가 되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앞에 나섭니다. 싸우고 돌아오는 밤이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멈추면 동자동은 잊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자리의 구호가 있습니다. “집 없으면 못 사는데, 집 때문에 못 살겠다.” 이 말이 바로 동자동 주민들의 마음입니다. 정부와 서울시에 요구합니다. 더 이상 우리를 기다리게 하지 마십시오. 더 이상 이웃을 떠나보내게 하지 마십시오. 동자동 공공주택지구, 지금 당장 지정하십시오!

우리 모두가 함께 웃는 날이 올 때까지, 끝까지 함께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5. 이OO 청소년 세입자,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집에서 살 수 없었지만,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청소년입니다.

집에서 살 수 없는 이유는 청소년마다 다릅니다. 가정폭력이나 가족 간 갈등, 빈곤 등 다양한 이유로 집을 떠나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무조건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시설에서 정해진 규칙에 맞춰 살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저는 집에서 살아갈 수 없는 청소년들이 왜 시설에서 살아야만 하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원하는 삶이 아닌 정해진 규칙과 통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청소년과 함께 지냈습니다. 물론 그곳에서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삶과 권리가 얼마나 쉽게 제한될 수 있는지 경험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프로그램 시간과 겹쳐 저녁을 먹지 못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머릿니가 생겼다는 이유로 삭발을 당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조금 늦게 귀가하거나 친구들과 더 놀고 싶어 조금만 늦어도 외출금지를 당했고, 어떤 친구들은 한 달에서 길게는 6개월 동안 외출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에게 친구와 어울리고, 바깥세상을 경험하고, 또래들과 추억을 쌓는 일은 단순한 놀이가 아닙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삶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는 그 평범한 일상조차 허락받아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일주일에 1만 원씩 지급되는 용돈으로는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기 어려웠습니다. 친구들이 함께 밥을 먹고, 카페에 가고, 평범한 추억을 쌓을 때 저희는 경제적인 이유로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개별적인 욕구를 다 들어줄 수 없다며 알바도 자유롭게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관계에서 멀어지고, 스스로 고립되는 청소년들도 있었습니다.

원하지 않는 프로그램도 참여해야 했습니다. 저녁 11시가 되도록 수업을 들어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붙임머리를 하거나 머리 모양을 바꾸는 등 외모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자유조차 제한받았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집이 없다는 이유로,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청소년의 시간과 관계, 취향과 선택까지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도 되는 것일까요?

저희에게 필요했던 것은 더 많은 통제와 규칙이 아니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집이었습니다. 내가 먹고 싶은 시간에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고, 원하는 머리 모양을 하고, 나만의 일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 말입니다. 그런데 사회는 집에서 살 수 없는 청소년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면 시설에서 살라고 합니다. 마치 청소년에게는 시설과 원가정, 그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청소년도 누군가의 보호 대상이기 전에 자기 삶의 주체입니다. 저희에게도 사생활이 보장되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친구를 초대하고, 원하는 시간에 밥을 먹고, 스스로 생활을 결정할 수 있는 집이 필요합니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집이 필요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세입자 여러분께 저희 청소년의 목소리도 함께 전하고 싶습니다.

주거권은 성인에게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닙니다. 청소년도 시설이 아닌 집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우리의 삶을 시설과 통제 안에 가두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더 이상 청소년들이 갈 곳이 없어 원치 않는 집으로 돌아가거나, 원치 않는 시설에 머물러야 하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에게도 집을 선택할 권리를. 청소년에게도 자기 삶을 결정할 권리를. 청소년도 시설 말고 집을 요구합니다.

주거가 시혜가 아닌 권리로 보장되는 사회, 청소년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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