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26-09-22   62

[논평] 주거복지 목표·방향은 모호하고 내용은 부실한 주거안정플랜

2030 절반이 연소득 4천 미만, 고소득 청년 위한 보편형 공공임대 부적절 

등록임대 관리, 임차인 보호, 주거취약계층 주거복지 기존 발표 내용 재탕

국토교통부는 어제(9/21) 주거복지 정책 방향과 세부 방안을 담은 ‘주거안정플랜’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다양한 계층이 거주할 수 있는 품질 좋고 부담 가능한 공적주택 119만 호(연 23.8만 호) 공급과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의 신설이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만 내놓던 정부가 뒤늦게 주거복지 대책을 제시했지만, 기존 발표한 내용에 공급 물량만 추가하는 데 그쳤다. 주거빈곤 가구수가 2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의 입주계층을 다양화한다며 중위 소득 150% 이하 가구까지 입주할 수 있는 통합공공임대주택을 도입했는데, 더 높은 소득의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을 신설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반면 임차가구의 61%가 거주하는 민간임대주택의 세입자 보호 방안이 너무나 부실하며, ‘지옥고’ 등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취약계층의 주거상향, 최저주거기준 상향 등 가장 기본적인 주거복지의 추상적인 방향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공급 물량만 제시한 두루뭉술한 주거안정플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최저주거기준, 대상별 주거복지의 목표와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여 대폭 수정·보완할 것을 요구한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적주택 확대 방향, 6년 분양전환 주택을 매각하지 않고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점, 대기자 통합시스템 구축 등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임대주택을 중산층 이상의 청년·신혼부부 대상으로 늘리는 점은 재고해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임대주택 89.3만 호(건설임대 35만 호, 매입임대 31.3만 호, 전세임대 23만 호),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5.2만 호, 공공분양주택 24.3만 호 등 총 119만 호의 공적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2년 차에 발표한 대규모 공급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전세임대주택(23만 호)은 민간임대주택에 보증금을 지원하는 유형이어서 공공임대주택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제외하면 실제 공공임대주택은 66.3만 호다. 5년 동안 66.3만 호(연평균 약 13.3만 호)의 장기공공임대주택(건설, 매입)을 공급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공급한 약 44.7만 호(연 8.9만 호)보다 21.6만 호가 늘어난 수치다. 문재인 정부의 주거로드맵과 비교하면 건설임대주택 물량은 동일하고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 물량은 늘어났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급감했던 상황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 전망을 고려할 때, 이를 공공임대주택의 대폭 확대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정권마다 새로운 유형을 신설하면서 대상 계층, 임대료, 재정 지원 등이 달라진 복잡한 구조를 오랜 논의 끝에 통합해 가는 시점에 또다시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을 신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영구·국민임대주택 입주를 1년 이상 대기하는 사람이 2만 5천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자력으로 주택을 임대하거나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기준 중위소득 150%(2인 629만 원, 3인 803만 원) 이상의 가구에 한정된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물량의 50%를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 역시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공공임대주택의 원칙과 상충될 수 있다. 30대 청년의 중위소득(약 연 4,100만원)이 기준 중위소득 150%(연 4,6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위소득 이하의 청년들이 들어갈 통합공공임대주택도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그보다 소득이 높은 청년들을 위해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면 결국 고소득 청년들을 위한 특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요 계층이 원하는 부담가능한 주택을 그 수요 분포에 맞게 지역, 주택의 유형, 면적 등을 고려해 배분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한편, 사회적 경제 부문이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에서 역할을 하도록 구상하고 법제화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 완화와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한 전세사기 예방 및 전월세 가격 안정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존에 발표한 ▲관리비 투명성 제고, ▲전월세 안심신탁,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예방책 등을 재탕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지난 8.13 대책에서 비아파트 공급 생태계 복원을 명분으로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세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도 이를 위한 임대사업자 관리·감독 방안은 임대보증 미가입 제재를 강화하는 수준에 그친 점은 아쉽다. 전세사기특별법의 제·개정에도 매월 600여 명의 신규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안심전세앱을 통한 위험진단 서비스 제공, 대항력 발생 시점 변경, 설명 의무 강화 등은 근본적인 예방책이 될 수 없다. 또한 전월세 가격 안정 대책으로 제시된 전월세 안심신탁제도는 실효성이 낮아 해결 방안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주택 가격 상승이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특단의 대책과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세입자 주거 안정과 주거권 보장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전월세 주택과 임대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방안은 주거 복지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취약계층의 주거 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지 않고 모호하다.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주거급여 지원 확대, 이재민 주거지원, 취약가구 지원 강화 및 선제 발굴, 쪽방촌 재정비 등을 제시했으나, 기존 주거복지 정책을 소폭 확대하는 수준의 개선안만 내놓았다. 최저주거기준은 올해 12월 개선안을 발표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지만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의 주거급여 개편 방향이나 주거 상향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주거복지 소외 지역이 없도록 지역 주거복지센터 설치를 의무화하고 중앙과 지방간 중첩·혼재된 기능을 명확화하는 주거복지 전달체계 개선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는 주거시민단체와 주거취약계층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한 구체적인 주거복지로드맵을 다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