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고가주택 소유자 위한 총선용 부자감세 시리즈
로드맵 폐지로 인한 세수감소 보완 없이 세수기반 훼손
로드맵 계획대로 이행해 지역·유형·가격 형평성 제고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3/19) 스물한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하 ‘로드맵’) 폐지를 발표하는 것은 고가 주택이 많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표를 계산한 매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로드맵은 지역·유형·가격별로 다른 시세반영률을 개선하여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공시가격 현실화를 순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즉 공시가격 현실화는 시장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왜곡된 공시가격을 바로 잡는 것이다. 따라서 실질·공평과세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 폐지는 조세 원칙에 맞지 않다. 심지어 정부는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공시가격 상승을 로드맵 때문이라고 호도하며, 로드맵 폐지로 인한 세수 감소를 보완할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이대로 로드맵이 폐지된다면, 부동산 불평등과 세수 부족 문제만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이에 참여연대는 부자감세로 세수기반을 약화시키고 조세 정의를 훼손하는 윤석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발표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9%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도시연구소의 주택 실거래가격 분석에 따르면,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2020년 67.5%에서 2023년 57.6%로 크게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2020년 67.8%에서 2023년 56.1%로 크게 하락했는데,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실거래가 반영율 하락폭이 컸다. 공시가격 3억원 미만 아파트의 보유세는 2020~2023년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15억원 이상 아파트 보유세는 1,387만원에서 817만원으로 570만원이 감소했다. 이는 로드맵 폐지가 고가 주택 소유자들에게 더 큰 혜택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공시가격이 야기하는 보유세 누락 등의 문제를 외면한 채, 로드맵이 ‘공시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다’고 왜곡하고 있다. 하지만 로드맵은 공시가격을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적정 가격으로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또 정부는 공시가격 하락으로 다주택자, 고가 부동산 보유자 등 자산가 계층이 얻을 수 있는 감세 효과를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 제도도 로드맵 폐지로 인해 수혜 대상이 넓어진다며 복지 정책의 확대로 포장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과세 왜곡과 자산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되레 심화시키는 셈이다. 더욱이 작년 56.4조원의 역대급 세수 결손이 발생했고, 법인세 인하 등의 부자감세가 본격화되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까지 폐지한다는 것은 세수기반을 무너뜨리고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무책임한 행태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통한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 제고는 공평과세·조세정의 실현과 지역 건강보험료 산정 등 부동산 가격 활용 정책의 공정한 시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이 지역·유형·가격별로 큰 차이가 있고 “적정가격”을 기초로 결정한 공시가격이 그 정의와 달리 정상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부동산 가격과 차이가 크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다양한 사회 여론과 오랜 문제의식을 검토하여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실현을 위해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 제26조의2와 동법 시행령으로 정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의 현실화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법적 의무를 진 대통령과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폐지하겠다니, 윤석열 정부가 떠벌리는 법치주의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시장 왜곡하고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무리한 과세로 더이상 국민을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이 왜곡되어 부동산 가격 거품이 발생하고 민생에 어려움이 발생한 이유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투기 조장 정책, ▲가계 대출을 제때 조이지 않은 방만한 금융 정책, ▲각종 부동산 개발 정책 등이 주택과 부동산 시장을 들쑤신 데 기인한다. 이같이 부동산 가격 거품이 발생한 것에 대한 정부 책임은 외면한 채, 부동산 가격 통계 왜곡을 바로 잡고 자산불평등 해소를 위한 로드맵을 보유세 폭탄, 징벌적 과세 등으로 매도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게다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종합부동산세액은 4.7조원으로 2022년 대비 2조원 줄었고, 올해는 4.1조원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주택 종합부동산세만 살펴봐도 납부자가 3분의 1로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가 ‘부자감세’에 몰두하면서 재산세와 지방교부세로 활용되는 종합부동산세가 크게 줄었다. 그간 집값 상승 등으로 국민의 세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되었다면,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가격으로 공시가격을 정상화하는 로드맵을 탓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세입과 세출을 검토하여 국회에서 적정한 수준의 세율 조정과 세부담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로드맵 폐지가 아니라 행정의 기초 인프라가 되는 비정상적인 공시가격을 바로 잡아 조세 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에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과세 정상화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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