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감액 경쟁과 정쟁으로 법정시한 또 못 지킨 세법·예산 심의
대화와 타협 없이 정부의 감세·긴축 처리 위해 돌진하는 국민의힘
금투소득세 폐지 이어 가상자산 과세 유예 동의한 무책임한 민주당
예산처리 법정 시한인 오늘(12/2) 2025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민주당이 정부안 대비 4.1조 원을 감액한 예산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고, 정부·여당은 민주당의 사과·철회가 우선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장의 중재도 불발된 채, 강대강 대치 중이다. 반면, 거대 양당은 세법 개정에 있어서는 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반도체 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상향(대기업 15%→20%) 등 부자감세에 합을 맞추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집권 5년간 83.7조 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차기 정부에는 100조 원에 달하는 세수 감소가 전망된다. 그럼에도 세수 부족에 불을 붙이고 불평등을 심화하는 거대양당의 감세 짬짜미에 민생이 파고 들어갈 틈은 없다. 참여연대는 헌법이 부여한 예산안 심의·확정 책무를 외면한 채, 예비비·특활비 예산으로는 날을 세우고 싸우면서 부자감세에는 합을 맞추고, 민생·복지예산 증액 위한 협상에 나서지 않는 거대 양당을 규탄한다. 또한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 부자감세를 폐기하고 민생과 복지 확충 위한 예산안 처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정부 동의 없이 국회가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는 한계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수당인 민주당에게 예산안 증액을 위한 협상의 책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각 상임위에서 민생·복지 확대를 위한 증액안이 처리된 바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사회적 약자 권리보장과 건강 증진 등을 위해 약 3.3조 원이 증액되었고,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공공임대 예산 약 5천억 원이 증액되었다. 이를 외면한 채, 협의가 안된다는 이유로 감액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나선 민주당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긴축에 가까운 예산안을 내놓고 국회와의 협의에 충실하게 임하지 않은 정부나 사과만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는 국민의힘도 문제이다. 대화와 타협이 정치의 본령이고, 이재명 당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도 정치의 본령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들거나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국민의 더 나은 삶이나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정치에서 국민이 먹고 살 길은 없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했다”며 정부여당의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를 동의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궁색한 변명이다. 보완 후 시행을 주장하던 불과 몇 주 전과 무엇이 달라졌단 말인가.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비롯하여 국회 여야 합의로 도입된 자본이득 과세를 줄줄이 무력화시킨 주역으로 남을 것이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가상자산 이용자 중 20·30대에서 5백만 원 이상을 보유한 자는 10%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과세 유예를 두고 “청년 세대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라 평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부자감세를 민생으로 포장한 정부여당의 말에 힘을 실어준 민주당은 더이상 서민과 민생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무책임한 감세 행보가 아닌 재벌·대주주·초부자 감세를 골자로 하는 윤석열 정부 2024 세법개정안 저지여야 한다.
사상 초유의 세수 결손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거대 양당이 반도체 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상향에 합의한 것 또한 문제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도 조세지출예산서 분석 보고서에서 국가전략기술 통합투자세액공제에 대해 “조세지출액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축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투자촉진 분야 국세 감면액이 2024년 대비 2.6조 원 증가(증가율 140.8%)할 것이라 전망했다. 2024년 10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소득세, 부가가치세가 증가한데 반해, 법인세 수입은 작년보다 17.9조 원이 줄어들었다. 세수 부족을 법인세 감소가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는 지난 2023년 6월 1일, 윤 대통령이 첨단 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 방안을 발표하며 “정부 역할은 민간을 얼마나 활성화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이 크면 정부는 나중에 세금으로 받아가면 된다”라고 발언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이다. 계속된 세수 감소로 ‘지방재정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본이득 과세는 폐지·유예하고, 대기업의 법인세는 깎아주면서 대체 복합위기 대응을 위한 복지 확대 등 재정역할은 어떻게 확대하겠다는 것인가.
“필요한 경우에는 재정이 역할을 해야 된다는 일반론적인 언급”이라 선을 긋기는 했지만 윤석열 정부도 양극화 해소,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와 거대 양당은 이를 위한 세입기반 확충이 아닌 인기몰이에 치중한 감세 전략만을 내세우고 이를 ‘민생’ 정책이라 눈속임하기에 급급하다. 특히나 서민·중산층을 대변한다는 민주당은 조세정의와 신뢰도 저버리고 감세 경쟁을 펼치더니 급기야 어렵게 합의한 일부 민생·복지 예산 증액마저 던져버리고 감액 싸움에 나서고 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싸움인가.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부자감세 저지와 민생·복지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경고를 새겨듣고 제대로 된 세법·예산 처리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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