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복지기준선 결정하는 중생보위, 수급당사자는 왜 빠져있나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각 부처나 소속 기관들이 정보공개에서 좀 더 열린 자세를 취해주시면 좋겠다.”

지난 7월 21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행정부의 잦은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처분과 관련해서 한 말이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아주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 이는 국민주권정부의 국정과제와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국정과제14는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혁신하는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과제에는 정부위원회 구성 시 전문성과 함께 지역·세대·직능·사회적 약자 등 대표성을 확대하고, 회의록, 예산집행, 운영실적 등을 공개하고 운영성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정보공개와 기록물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또한 정보공개 기준과 절차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공공기록물 등의 생산·지정·열람·공개 등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국정과제는 잘 이행되고 있는 것일까?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만 보면 그 대답은 ‘아니다’. 중생보위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국가 복지 사업의 핵심 기준인 기준중위소득과 급여별 선정 기준, 최저보장 수준을 심의·의결하는 위원회이다. 해마다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는 이 무렵이 되면 “올해는 중생보위 회의에서 재정당국이 또 어떤 핑계로 빈곤층의 현실을 외면하고, 산출기준을 지키지 않은 채 기준중위소득을 정하기 위해 애를 쓸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는 정말 언제쯤이나 가능한 건가”, “우리는 중생보위의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운영을 언제까지 이야기해야 하나”를 되묻게 된다.

밀실에서 진행되는 중생보위 회의

중생보위는 시민의 복지기준선을 정하는 중요한 사회적 합의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논의 안건이나 회의 자료, 속기록과 회의록은 모두 최종 의결까지 비공개에 부쳐지고 있다. 국민들이 알 수 있는 것은 고작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이 몇 퍼센트 인상되었다는 단편적인 결과 뿐이다.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향후 해당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거나, 공개되는 회의 결과 문서는 복지부의 발표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위원들이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논의하고 결정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늘 비공개인 것이다. 지난 76차 중생보위 회의부터 주요 발언이 정리되고 있지만, 이 기록만으로는 발언의 주체나 시간순 흐름, 정확한 의견 분포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올해는 2020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의결한 현행 산정방식이 끝나게 되어 기준중위소득TF가 구성되어 다양한 개선방안을 검토해왔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진행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문제는 중생보위 회의 및 회의록 작성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 위원회 설치 근거 법령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별도의 위원회 관련 운영규칙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15조 제1항은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은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의 회의에 관하여 회의록을 작성하여 갖추어 두어야 한다” 고 되어있으며, 제3항은 “가입자, 가입자였던 자 및 수급권자나 그 밖에 국민연금의 이해관계인은 언제든지 회의록의 열람을 요청할 수 있다”고 하여 회의록 작성 및 열람에 관하여 명시하고 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2항, 시행령 제18조 제1항을 살펴보면,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는 시행령 제18조 제1항에 나열된 작성 의무 존재 회의 종류 중 ‘주요 정책의 심의 또는 의견조정을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의 주요 직위자를 구성원으로 하여 운영하는 회의’, ‘개별법 또는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 또는 심의회 등이 운영하는 회의’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록에 관한 규정에 따라서라도 중생보위의 회의 내용은 성실하게 작성, 기록되어야 한다.

수급당사자의 참여를 제한하는 중생보위

위원회의 구성도 문제가 많다. 현재 중생보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여 당연직 6인, 위촉직 10인, 총 16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나 국민연금심의위원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의 다른 정부위원회에는 포함된 가입자 대표 등 당사자들이 중생보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가지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위촉직 명단을 보면 전문가와 공익대표가 구분되지 않는다. 2026년 기준, 공익위원들은 모두 교수, 연구자, 변호사로 채워져있다. 누구를 대표하는 공익위원인지도 불분명하며, 전문가 위원과의 차별성도 찾을 수 없다.

이렇듯 수급받는 당사자들을 완전히 배제한 채 공무원들과 일부 전문가에 의해 기준중위소득이 결정되는 것은 명백한 문제이다. 저소득층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며 급여별 수급자 선정기준과 최저보장수준의 결정을 내리는 회의인데,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되는 것이 아닐까?

국정과제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위원회 내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위원회 구성 시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중생보위의 기능 및 역할이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의 수립이나 기준중위소득 및 수급자 선정기준과 최저보장수준을 결정하고, 급여기준의 적정성 및 실태조사에 관한 사항이라면 당연히 수급당사자나 현장 활동가, 사회복지사 등이 중생보위에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폐쇄적 운영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빈곤은 개인의 생존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 차별과 배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제는 밀실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야 한다. 위원들이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논의하고 결정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발언 전체를 녹취한 자료를 공개하여 책임성을 담보해야 한다. 또한 기초생활보장 정책 심의와 결정 과정에 정책 당사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중생보위가 보다 책임성 있게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중생보위는 외부의 견제와 감시도,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국민주권정부가 정말로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혁신하고 싶다면 중생보위부터 국민에게 활짝 열어야 한다.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