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어떤 복지국가를 꿈꿔야하나] 강의 후기
2026 참여연대 청년복지학교 참가자 이민규
K-POP과 K-DRAMA, 반도체 신화 등 세계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외형은 눈부시다. 언론은 한때 코스피 10,000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떠들썩했고, 정부 역시 주식 투자를 권장하며 모두의 시선이 경제 성장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 차원의 거대한 성장이 청년들의 삶에 과연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을 주고 있을까. 코스피가 한창 상승장을 탈 때, 주식으로 수억 원을 벌었다는 무용담이 심심치 않게 세상을 달궜다. 그러나 평범한 2030 청년들 중 거대한 투자금을 쥐고 투자에 성공한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물며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은 어떠하겠는가. 불평등과 양극화의 시대, 눈부신 국가의 외형 이면에 가려진 청년과 사회적 약자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 상황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겠는가.

지난 8월 24일 청년복지학교에서 진행한 윤홍식 교수님의 강의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주었다. 강의에 따르면, 우리는 과거 제조업을 중심으로 사람을 기계와 자동화로 대체하며 성장해 왔다. 이러한 자본 집약적 성장 방식은 압도적인 생산성과 막대한 부를 창출하며 대한민국을 단숨에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눈부신 성취 이면에는 그림자가 존재했다. 이 같은 성장 방식은 심각한 일자리 창출의 한계를 가져와, 10억 원을 투자해도 일자리가 고작 2개 남짓 생겨나는 고용 없는 성장에 그친 것이다. 결국 청년들은 10명 중 1명만 앉을 수 있는 비좁은 의자 게임에 내몰렸고, 우리 사회는 단 하나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이들에게 강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대기업의 수출 중심 성장 체제가 남긴 구조적 한계는 일자리 부족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사회적 비용을 억제해야만 했다.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한 결과, 돌봄과 복지 같이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 노동은 결국 저임금의 나쁜 일자리가 되고 말았다.
강의에서는 이 같은 구조를 탈피할 실마리로 스웨덴의 역사적 경험에 주목했다. 과거 스웨덴은 제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들을 노동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시켰다. 여성이 일터로 향하면서 전통적으로 이들이 전담하던 돌봄 노동은 자연스럽게 사회화 과정을 겪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스웨덴은 사회서비스 분야에 막대한 규모의 공공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품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자, 스웨덴은 수출 기업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임금을 절감하는 방식을 택하려 했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조세 및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공공 부문인 돌봄 노동자들의 임금부터 우선적으로 억제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당시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스웨덴 전체 산업의 20%를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노동 주체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은 강력한 연대로 맞서며 자신들의 적정 임금을 지켜냈다. 이들을 저임금으로 묶어두려던 전략이 차단되자, 스웨덴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다이내믹 첨단 서비스업으로 산업 구조 자체를 혁신해야만 했다.

스웨덴의 역사적 사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사회서비스 분야가 적정 임금을 보장받는 ‘좋은 일자리’로 자리 잡자 스웨덴 노동 시장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돌봄과 복지는 더 이상 특정 계층에게만 강요되는 저임금 노동이 아니라, 누구나 자부심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직업이 되었다. 육체노동을 하던 건장한 청년이나 제조업 종사자조차 기꺼이 돌봄 현장으로 향할 수 있을 만큼 직업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돌봄과 복지 등 사회서비스 분야를 좋은 일자리로 확립하는 것은 기계와 자동화로 인해 기존 산업에서 사라져버린 좋은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해 내는 과정이다. 누구나 앉고 싶어 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때, 즉 사회서비스일자리가 좋은일자리로 늘어날때 비로소 청년들은 단 하나의 의자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짓밟는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계와 자동화를 넘어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는 지금,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는 거대한 전환을 이룰 기회가 주어졌다. AI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돌봄과 복지의 영역은 결코 기계가 온전히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변화시키는 것은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기술 발전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신하여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낼 가장 확실한 해답이다. 이제는 누군가를 밀어내야만 앉을 수 있는 치열한 의자 게임을 멈추고 청년들이 잃어버린 미래를 다시금 꿈꿀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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