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3법과 세모녀법은 우리사회를 구원할 것인가?
-송파 세 모녀 사건, 그 이후
김윤영 l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지난 2월 26일,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알려졌다. 이들은 가난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와중에도 월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봉투에 넣어두고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라는 글을 남기고 갔다. 가난 때문에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 남은 70만원으로 하고 싶은 일이 왜 고작 월세와 공과금 납부였을까? 못 떠나본 낯선 여행지를 방문하는 것도, 비싼 음식을 배불리 먹어보는 것도 아닌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 떠난 이들의 강한 염치가 ‘법 지키며 살면 바보’되는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강렬했다.
송파 세모녀의 죽음 이후 ‘빈곤 사각지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세모녀의 죽음 이후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연일 보도되었고, 이들이 왜 사회로부터 죽음으로 떠밀렸는지 질문했다. 하루 평균 4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 이들 중 20%가 생활고를 비관해 세상을 떠나는 나라에서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처음 생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연일 지속된 가난한 이들의 죽음은 정부의 긴장을 불러왔고 대통령은 송파 세모녀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했으며 복지3법의 조속한 통과를 지시하고 <복지 사각지대 일제조사>를 실시했다. 최대야당인 민주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키며 1호 법안으로 세모녀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세모녀 법’을 제정했다.
과연 이 방안들은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 진단하는 것이 본 글의 목표다. 정부여당의 ‘복지3법’과 야당의 ‘세모녀 법’, 사각지대 일제조사는 우리 사회 빈곤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가장 가난한 국민들에게 작동해야하는 최후의 복지제도, 기초생활보장법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현행법은 왜 송파 세모녀를 사각지대에 남겨놓는가?
우선 현행법에 따라 송파 세모녀는 왜 ‘사각지대’가 되었는지 살펴보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되려면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이어야 한다. 이들의 실질 소득은 3인가구 최저생계비 133만원보다 적었지만 소득은 실질 소득만이 아니라 ‘소득인정액’을 의미한다. 재산의 소득환산에 따른 금액 및 부양의무자에게 부과되는 간주부양비, 근로능력이 있다고 추정하는 이에게 부과되는 추정소득 등이 모두 ‘소득인정액’에 포함된다. 송파 세 모녀는 재산, 부양의무자가 없었으나 모두 정부가 바라보기에 근로능력자로 추정소득 부과대상자가 될 것이다.
어머니 박씨의 경우에는 61세로 근로가능 연령층이며, 현행 제도는 불과 한 달 전 다치거나 소득이 단절된 경우 근로능력이 일상적으로 제약되는 상태로 보지 않는다. 첫째 딸의 경우 고혈압과 당뇨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만성질환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병원비 문제로 병원에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인정한다 할지라도 고혈압과 당뇨는 근로능력이 없다고 보는 사유가 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딸의 경우 신용불량자라지만 이는 근로무능력사유가 되지 않는다. 부족한 생활비로 채무에 채무를 돌며 모욕당하고 낙담하고 불법적인 추심을 받는 동안 국가는 아무런 관심을 쏟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복지제도에 들어오려는 순간 이들에게는 ‘근로능력’ 이라는 짐이 생긴다.
이렇게 근로능력이 있는 세 모녀에게 국가가 정하는 ‘추정소득’은 최소 186만원이 될 것이다. 아무런 소득이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이들은 정부가 바라보기에 186만원의 소득을 가진 가족이었다.
박근혜정부의 복지3법, 복지의 기초를 무너뜨릴 3법
박근혜정부의 복지3법은 기초연금법, 기초생활보장법, 장애인연금법이다. 그러나 이는 복지3법이 아니라 복지파괴3법, 공약파기 3법이다. 기초연금은 모든 어르신께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을 어긴 것 뿐 아니라, 국민연금과의 연계로 개악하려 하고 있다. 이는 전 국민의 노후보장을 통째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시도다. 장애인연금은 장애등급제 폐지, 모든 장애인에게 장애인연금 2배 지급을 내걸었지만 이 역시 파기됐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언급도 없고, 장애인연금 인상도 시늉에 그칠 뿐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아무리 문제가 많다 한들,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전 국민에게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계를 권리로서 보장한다’는 훌륭한 취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이를 해체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개별급여’ 시행을 통해 수급 선정기준을 다양화하고 탈수급 요인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이를 핑계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핵심 원리를 모두 해체하려 하고 있다. 최저생계비 개념을 없애고 빈곤문제에 대한 국가의 책임, 사회적 해결의 단초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급기야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제공하는 7개의 급여가 여러 부처의 소관으로 이관해, 각 급여의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각 부처 장관의 재량에 실질적으로 맡겨버리려 하고 있다.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 이는 빈곤층의 생활을 더욱 불안정하게 할 것이고 종합빈곤대책으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위상을 해체할 것이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었다면 세 모녀는 지원받을 수 있었을 것인가? 정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양한 선정기준으로 더 많은 이들이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된다고 하지만 이는 기존 제도를 쪼개 질 낮은 급여를 여러 명에게 흩뿌리는 것에 불과하다. 다음은 만약 정부가 제안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운영되었을 때에 대한 가정이다.
–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마찬가지로 소득인정액을 전원에게 적용할 때 보장받는 급여는 없다. 어머니를 근로능력 없음으로 볼 때 주거급여와 의료급여 보장이 가능하지만 이는 현행법에서도 가능하다.
– 주거급여를 보장받을 때 급여수준은 어떠한가? 만약 어머니를 근로능력 없음으로 보고, 두 딸의 추정소득 최소 124만원을 적용할 때 주거급여대상(주거급여 선정기준 3인가구 141만원)이 될 수 있다. 3인가구 주거급여 기준임대료는 서울지역의 경우(1급지) 24만원이다. 그러나 120만원은 생계급여기준금액 99만원보다 높기 때문에 자기부담금이 적용된다. 이 가구의 자기부담금은 (추정소득(124만원)-생계급여기준(99만원))*25만원. 기준임대료 24만원에서 25만원을 제외하면 -1만원이기 때문에 최소 주거급여 액 1만원만을 보장받는다. 세 모녀가 살던 송파구의 반지하방의 월세는 50만원이었다.
한 가지 유념할 사항은 이는 정부의 안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차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언급하였고, 대통령으로서 내건 공약이었음에도 기초법 개정안을 단 한 차례도 발의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 10인의 연명으로 기초생활보장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었을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세모녀법, 실효성보다 실현가능성에 급급
새정치민주연합의 세모녀법은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김한길의원)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안철수의원) △사회보장수급자의 발굴 및 지원법 제정안(최동익의원)이다. 이들 법안은 기존 제도의 기준을 일부 완화하거나 법제화하는 것이 내용이다. 세모녀법은 송파 세모녀에게 어떤 복지지원제도를 보장할 수 있었을까?
우선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의 경우 그 지원대상에 대해 ‘지자체 장’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현행 최저생계비 150%(생계급여 120%)이하 가구에게 지원하는 것을 250%로 확대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세모녀는 긴급복지지원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고 지자체 역시 이들 가구의 상황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지자체장이 이를 판단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쟁점이 있을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 일부 개정안의 경우 핵심 내용은 △부양의무자기준 완화(1촌내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배우자 조항 삭제. 65세 이상 부양의무자에게 부양의무 부과하지 않음) △부양의무자가 있지만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를 법제화하고 소득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이 법안은 실현가능성은 굉장히 높다. 왜냐면 부양의무자기준의 배우자조항 삭제는 이미 많은 의원들이 요구한 사항이었고 부양의무자가 있으나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는 원래 대통령령으로 있던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킨 것에 불과하며,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의 경우 박근혜정부(새누리당)의 안과 동일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성 높은 이 법안은 실제 사각지대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까?
우선 부양의무자 범위완화의 경우 이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 효과는 매우 적을 것으로 본다. 다음은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첫해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2조 5항의 부양의무자에 대한 정의와 2006년의 정의이다.
2000년 ‘부양의무자’란 (중략) 수급권자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을 말한다.
2006년 ‘부양의무자’란 (중략)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를 말한다.
부양의무자기준은 이미 그 범위에서 완화를 경험한 바 있지만 수급률은 2001년 3.2%에서 2006년 3.2%, 2007년 3.2%로 동일했다. 2012년 수급률은 2.7%까지 떨어졌다. 즉 부양의무자기준을 축소하더라도 ‘기타 요인’을 통한 수급자 수 통제가 언제나 이뤄져 왔다는 것이다. 부양의무자기준이 남아 있는 한 이는 지속될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과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지난 2003년 발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기준 개선방안]이란 정책보고서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방안을 제외하고는 범위의 조정을 통한 사각지대 축소효과는 기대한 만큼 크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남”이라는 결론을 제시한 바가 있다.
만약 이번 법안이 진정 세 모녀가 겪었던 일을 다시 만들지 않는 복지제도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면 최소한 추정소득의 부과 금지 추정소득의 경우 법률상에 명시되어 있는 소득인정범위는 아니다. 그러나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근로능력유무에 따라 ‘추정소득’을 강하게 부과하며, 이에 따라 수급비를 삭감하거나 수급권을 박탈하고 있다.
와 같은 것들을 고민했어야 한다고 본다. 추정소득은 근로능력이 있다고 추정되는 이들 전체를 공공부조로부터 사실상 배제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추정소득 부과, 재산의 소득환산율의 개선, 간주부양비 부과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간주부양비와 추정소득으로 수급자들이 실제 생활과 무관하게 급여를 박탈당하는 악순환이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가?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번 세 모녀법에 대해 이미 새누리당이 발의한 바 있는 ‘유재중의원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 개정안과 대동소이하다’며 반색하고 ‘무난하게 합의될 수 있을 것’을 전망했다고 한다. 그럴만하다. ‘세모녀 법’이 통과되어도 송파 세 모녀가 보장받을 수 있는 지원은 없기 때문이다.
빈곤문제 해결? 선언이 아닌 ‘논의’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 4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1)세 모녀가 복지지원을 신청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아 안타깝다며 개인을 탓했고 2)절박한 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알려야한다며 공무원들을 나무랐다. ‘있는 복지제도를 몰라서 이용 못했다’는 대통령의 말에 동사무소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한 복지전담 공무원의 말에 따르면 하나같이 화가 난 얼굴이었다고 한다. 복지의 높은 문턱에 다가갈 수 없었던 이들의 상황을 대통령이 나서서 ‘갈등’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현장 전담공무원들의 격무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세 모녀가 복지제도를 신청했다면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일선의 전담공무원들도, 복지수급자들도, 복지지원을 신청해봤던 경험자들도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한 전담공무원은 ‘사각지대, 어디 있는지 다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어디에서 어떤 사람이 왜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본인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더 많이 알려라’라고 해도, 서울시장이 ‘복지가 권리임을 알리자’고 해도 높은 복지의 문턱이 낮아지지는 않는다. 내가 더 복지를 잘 할 수 있다는 ‘선언’은 지난 총대선 기간 충분히 보았다. 이 선언들이 무망했다는 것을 지금 우리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지난 4월 1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초법 개악저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민생보위>는 ‘아는 것이 힘이다’ 토론회를 열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 수급자, 빈곤층 및 기초법에 관심있는 시민들 80여명이 함께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해 공부하고 ‘우리에게 어떤 기초법이 필요한가?’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터져 나왔다. 어떤 수급자는 ‘이 수급비로 살기 힘들다’는 것을 토로하기도 했고 ‘일자리가 없어서 자활사업이 끝날 때마다 마음이 불안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집을 나와 십년 째 연락하지 않고 지내던 아들과 연락해야했을 때 본인이 느낀 심정을 이야기하며 부양의무자기준이 얼마나 모욕적인지, 왜 폐지되어야 하는지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 관심이 있어 참여한 학생, 법조인, 언론인, 사회복지사 등은 이에 대해 경청하고 질문하고 대안을 토론했다.
이 토론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중소기업인들과 ‘끝장토론’을 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았다는 한 참가자의 제안에 의한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한 몇 가지 사항들과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가 있다. 그러나 이곳에 수급당사자, 빈곤층 당사자의 자리는 없다. 제도의 직접적인 이해 관련자가 포함되지 않은 ‘민주적’ 협의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왜 빈곤당사자는 이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부양의무자기준,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600일 넘게 싸우고 있는 광화문 농성장은 외면받고 있을까?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고 최저생계비를 현실화시키고 수급 당사자와 빈곤 당사자가 그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과연 비현실적인가?
지난 5월 2일 늦은 밤, 국회에서는 기초연금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국민연금과 연동된 기초연금 차등지급안으로 전 국민의 노후, 전 국민의 노후에 대한 국가의 책임에 큰 구멍을 내는 개악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국민들과의 합의가 아니라 ‘여야합의’로 통과되었다는 것에 침통함을 금할 수 없다. 기초연금 개정안 통과 이후 기초생활보장법 역시 같은 수순으로 통과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많은 이들이 갖고 있다. 선언이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함께 ‘논의’할 때다. 박근혜정부의 복지3법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세모녀법은 세 모녀도, 우리 사회도 구원하지 않는다. 이제는 빈곤문제의 당사자들과 빈곤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모든 국민들이 함께 ‘빈곤 탈출’의 구명보트를 만들어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05월호(제1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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