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5-10   2413

[기획주제2] 사회보험 사각지대

사회보험 사각지대

장지연 l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복지국가의 소득보장체계에서 소득활동의 중단에 대응하는 전형적인 방법 중에 하나는 사회보험이다. 우리나라는 실업, 산업재해, 노령으로 인한 소득중단에 대하여 사회보험제도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의 사각지대가 어디에 얼마나 크게 자리잡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보험 사각지대는 애초에 적용대상을 좁게 설정하거나 미가입․보험료체불 등의 이유로 제도의 적용대상에서 누락되는 경우와 제도 자체가 급여를 지급하는 기준을 좁게 설정하여 발생하는 사각지대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편의상 전자는 적용대상의 사각지대, 후자는 급여수급의 사각지대로 지칭하기로 하자.

고용보험

우리나라 15세 인구 100명 중에 취업자는 58명이다. 이 중에 비임금근로자와 임금근로자 중 적용제외자를 빼면 35명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야하는 대상이다. 적용제외자는 공무원과 교사, 별정직 우체국 직원 등 별도의 시스템으로 보호하고 있는 경우, 취업하고 있지만 나이가 65세 이상인 경우, 초단시간 취업해 있는 경우도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은 같은 적용제외자 집단에 들어가지만 내용적으로는 사회적 안전망 울타리 밖에 있는 취약근로자로 포함된다. 비임금근로자의 경우는 공식적으로 고용보험 가입대상이 아닌 것으로 되어 있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임금근로자의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실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할 필요성이 큰 집단이다. 그래서 이들 중 일부는 산재보험에서 보호하고 있기도 하다.

임금근로자의 84%가 현행 고용보험제도의 법적인 적용대상이다. 이들 중에서 실제로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자는 74%이고 미가입자는 26%이다. 미가입자 26% 중 임금근로자 는 저임금이고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업자가 되었을 때 모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서 실직했을 때, 실업급여 수급자격이 되는 사람은 약 1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용노동부․한국개발연구원, 2013). 실업급여 수급자격이 되는 조건으로 먼저 고용보험 적용대상이어야 한다. 둘째로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어야 한다. 셋째로 비자발적인 사유로 이직한 경우여야 한다. 넷째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음을 확인 받아야 한다. 이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고용보험 적용대상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하여 월 60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가사근로자에게까지 확대하는 제도개선과 함께 급여수급 요건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첫째, 외국의 제도 사례를 살펴보면, 자발적 사유로 이직하였다고 하더라도 일정기간동안 구직활동을 한다면 다시 수급자격이 발생한다. 비자발적인 실업상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자발적으로 이직하였으나 현재는 비자발적 실업상태에 있는 구직자에 대해서는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상병급여의 수급요건도 달리 설정되어야 한다. 현행 고용보험제도의 상병급여는 실업급여 수급 중에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해 구직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에만 지급된다.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게 된 경우에는 실업급여 수급자격이 유예될 뿐, 구직급여와 상병급여 둘 다 받지 못한다. 건강보험에서 상병급여를 신설할 것이 아니라면, 우선 고용보험의 상병급여의 수급요건을 질병․부상으로 인한 이직의 경우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이병희, 2014).

산재보험

산재보험은 고용보험에 비해서 적용대상의 범위는 넓게 설정되어 있다. 산재보험의 당연적용 대상은 1인 이상 전 사업장이며, 임금노동자 이외 6개 직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도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혹시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고 할지라도 일단 산재급여가 제공되고 이후 보험료가 사업주에게 추징된다. 그러나 산재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사업장과 종사자는 전체 적용대상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는 것이 통계가 보여주는 현황이다(최인덕 2013). 한편, 과거에는 임금노동자였던 많은 직종이 근래에 와서는 프리랜서를 비롯한 자영자로 법적 지위가 변동되고 있다. 이를 두고 서구에서는 ‘위장된 자영자(disguised self-employment)’라고 부르며 대책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산재보험은 이들에게로 폭넓게 적용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수급요건의 확대와 관련해서는 출퇴근 재해가 논의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세모녀 자살 사건에서 주된 수입원이던 어머니는 식당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다쳐서 소득활동이 중단되었다. 다른 선진국이었다면 이런 경우는 산재보험의 요양급여와 휴업급여의 수급대상이 되었을 것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출퇴근 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군인의 경우는 출퇴근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고 있으며, ILO 협약도 출퇴근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이병희 2014).

국민연금

국민연금 적용의 사각지대는 가입대상 연령대(18~59세) 인구 중에서 얼마나 가입되어 있으며 실제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김원섭(2013)은 적용사각지대의 규모를 인구대비 51.4%, 경제활동인구대비로는 28.1%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보험료 미납상태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므로 이후에 모두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들어가게 된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잠재적 사각지대로 볼 수는 있다.

국민연금 적용의 사각지대는 법적으로 적용이 제외되어 있는 경우와 적용대상이지만 소득이 없어서 보험료 납부예외를 인정받은 경우, 보험료 체납의 경우 등 세 가지 경로로 발생한다. 국민연금 가입대상자인 18~59세 인구 중에서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가입자, 학생, 군인, 기초생활수급자, 그리고 무소득 배우자는 국민연금의 적용에서 제외된다. 공적연금이 적용되는 인구는 18~59세 인구 중에서 약 65%에 해당하지만 이 중에는 다시 납부예외자와 보험료 미납자가 있어서 실제로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의 가입자는 49%로 줄어든다.

국민연금 급여의 사각지대는 연금수급연령 이전 기간 중 최소한 10년 이상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 발생한다. 2012년 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에서 국민연금을 수급하고 있는 사람은 30%이며 다른 특수직역연금을 합쳐도 34%에 불과한 실정이다(국민연금연구원, 2013). 현세대 노인의 경우 근로연령 시기에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이라서 보험료를 낼 기회가 없었던 이가 많이 때문에 수급율이 낮은 것이지만 현재 18~59세 근로연령대에 있는 이들의 미래 전망도 밝지 않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예를 가지고 국민연금 수급여부를 전망한 연구(김경아․김헌수, 2013)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 남성은 2012년까지 평균 131개월 동안 보험료를 납부한데 비해서, 여성은 평균 60개월을 납부하는데 그쳤다. 이들이 나중에 국민연금을 통한 노령연금 수급률 전망은 50%를 하회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남성은 연령대에 따라 60~82%, 여성은 16~32%만이 노령연금을 수급할 것이라는 전망을 놓고 볼 때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생활안정 대책이 필요하다.

연금급여액이 너무 낮은 ‘저연금’도 노후소득보장의 사각지대라는 점에서는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08년부터는 50% 수준이고, 2028년에는 40%까지 내려가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40년 동안 보험료를 낸 사람의 경우이다. 현실적으로는 20년 가입하기도 쉽지 않은 사람이 많다. 2011년 기준으로 노령연금의 평균 수급액은 평균임금액의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5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50% 정도가 연금을 받지 못하고 수급자 중, 절반은 기초생계비에 미달하는 액수를 받는 저연금 상태에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김원섭, 2013).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함의와 대책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소득보장과 의료서비스를 ‘사회보험’ 방식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사회가 연대하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보험방식을 채택했다는 뜻이다. 보험은 가입자들끼리 위험을 재분배하는 제도이다. 그러다보니 가입 안하고 보험료 안내서 혜택을 못 받는 것을 ‘사각지대’라고 지칭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까지 나타나는 형편이다(임병인, 2013). 그러나 사회보험은 ‘사회’ 보험이다. 사회보험은 강제보험이고 이 제도를 통해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조세를 통해서 실현하는 대신 채택된 방안이다. 그러므로 그 사각지대는 ‘실업, 질병, 산재, 노령으로 인한 소득단절이 일어났을 때 일정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 주는 소득보장이 실패한 영역 전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사회보험의 적용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부담 때문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저임금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두루누리 사업’이 2012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10인 미만 규모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최저임금의 120% 미만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의 1/2를 국가가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사회보험체계 내에서는 저소득자에게 유리한 재분배기제가 있지만 일단 체계내로 들어와야만 혜택이 있는 것이 사회보험을 통한 소득보장의 특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임금근로자를 위한 사회보험료 지원정책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의미있는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보험료 지원정책 이외에 적용․징수 업무를 비롯한 행정시스템 구축도 함께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이병희, 2013).

참고문헌

국민연금연구원, 2013. ‘국민연금 바로알기’.

김경아․김헌수, 2013.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후소득 보장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국민연금연구원.

김원섭, 2013 ‘국민연금 사각지대 현황과 해결방안’ 「복지 사각지대 현황과 해결방안」세미나 발표문. 조세재정연구원.

이병희, 2014. ‘세 모녀 비극을 통해 본 사회보험 사각지대: 고용․산재보험을 중심으로’ 참여연대 토론회 발제문.

임병인, 2013. ‘4대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비판적 고찰과 정책과제’ 「복지 사각지대 현황과 해결방안」세미나 발표문. 조세재정연구원.

유경준 외. 2013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 성과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한국개발연구원. 고용노동부 용역보고서.

최인덕, 2013. ‘고용 및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방안’ 「복지 사각지대 현황과 해결방안」세미나 발표문. 조세재정연구원.

월간 <복지동향> 2014년 05월호(제1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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