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6-01   1011

[복지톡]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나의 집은 어디에

김대진 |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사무처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인터뷰 및 정리 |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김지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집은, 삶의 터전이라고들 한다. 지친 몸을 뉘일 수 있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고,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또 혼자 일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곳.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집의 의미는 크게 달라졌다.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투자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었고, 실패한 부동산 정책들은 돈을 벌기 위해 혈안된 투자자들을 도와주기 충분했다. 그 부작용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로 전 재산과 삶의 터전을 모두 잃고 빚까지 떠안게 된 사람들이 있다. 두 달 사이 세 명의 피해자가 사망했다. 이는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문제이고 그렇기에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이번 복지톡 코너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발로 뛰고 있는 김대진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법무법인 융평 김대진 변호사입니다. 2011년부터 변호사 일을 시작했고, 2017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중에서도 주거분과에서 활동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변호사는 크게 로펌 소속 변호사와 개업 변호사로 나뉘어요. 2016년까지는 로펌에 소속되어 일을 하다가 2017년에 개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로펌에서 고용변호사로 일할 때는 아무래도 회사에 매여 있다 보니 다른 활동에 제약이 있었죠. 개업을 하면서 평소 관심 있던 공익 활동에 참여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민변 활동과 참여연대 활동을 같이 하는 변호사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참여연대에 대해 알게 됐어요. 현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이신 김남근 변호사님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주거분과 회의가 있는데 한 번 와보지 않겠냐고 권유해서 참여했다가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웃음)

임대차 분쟁 사례 좌담회, 이사 걱정 없이 사는 법 특강 등 참여연대와 많은 일을 하셨어요. 주택, 상가 등 다양한 부동산 관련 분쟁을 전문으로 다루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2020년 9월 참여연대를 비롯해 주거 세입자 문제에 관심 있는 주거 관련 시민단체와 민변 변호사들이 모여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약칭 ‘세입자114’)를 만들었어요. 사실 이 단체의 본래 지향점은 주거약자라고 할 수 있는 세입자들이 직접 본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를 조직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아직 국내에서는 그런 세입자 단체를 만든 경험이나 역량이 부족하여 당장은 법률적 어려움을 가진 세입자의 법률상담과 소송을 지원하고 주거 관련 교육이나 정책개발도 하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아 설립을 하게 되었고, 현재 저를 포함해 14명의 변호사님들이 돌아가면서 평일 오전 10부터 12시 사이에 전화(010-4794-0114)로 법률상담을 해드리고 있고, 홈페이지(www.tenants114.org)로도 상담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는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문제가 가장 크게 화제가 되고 있지만 1~2년 전까지만 해도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관련한 상담이 세입자114 문의 내용의 대부분이었어요.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2년을 거주한 후 임대인에게 계약을 갱신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데, 다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해도 임대인이 실제 거주한다고 하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해놓았거든요. 

집값이 폭등하고 전세가격이 함께 오르던 시기 이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권을 악용하는 임대인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임대인 본인이 거주하겠다고 거짓말을 해서 세입자를 내보내고 임대료를 잔뜩 올려서 새로운 세입자를 받는 경우가 있었어요. 다행히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이렇게 임대인이 실제로 거주하지 않을 때 억울하게 이사를 가게된 세입자들은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해놓았어요. 세입자 114를 통해 이런 문제로 도움을 요청하셨던 세입자분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해서 작년 말쯤 1심 승소 판결을 받았던 것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청하자 해외에서 살고 있던 임대인이 본인이 귀국해서 살겠다고 계약갱신을 거절하고 임차인을 내쫓으려 한 사건이 있었어요. 임차인이 임대인이 걸어온 명도소송에 혼자 힘겹게 대응하다가 1심 패소를 했고 2심을 앞두고 저희 세입자114를 찾아오셨죠. 누가 봐도 해외에 장기간 살고 있다가 갑자기 귀국해서 이 집에 살겠다는 임대인 주장을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최근 법원의 판결들이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지 않을 만한 특별한 사정을 임차인이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겠다고 주장한 것만으로도 갱신거절을 인정해주다 보니 이 사건도 현실적으로 1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죠. 결과적으로는 2심에서 임차인이 일정기간 후에 이사를 나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이사를 하게 됐는데 이사 당일 임대인이 원상복구 조항을 트집잡아 합의를 파기하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현재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요.

요즘 전세사기가 정말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전세사기는 무엇인가요?

현재 초점이 계속해서 전세사기라는, 어떤 일당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기 사건에 맞춰지고 있는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깡통전세라고 불리는 임대차보증금 미반환 문제예요. 사기는 의도성이 있는 범죄행위거든요. 처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이를 숨기고 계약을 한 것이 바로 전세사기 문제죠. 깡통전세 문제는 처음에 계약할 때 보증금 액수를 시세와 비슷하게 책정하거나, 높게 설정했다가 주택가격이 떨어지며 임대인의 경제적 능력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게 된 것이에요. 깡통전세 문제 중 전세사기는 일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깡통전세 문제가 여기저기서 발생하는데 언론에서 전세사기를 집중 조명하다 보니 문제가 축소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전세사기 수법에는 어떤 유형이 있나요?

대표적으로 집 시세나 전세 시세를 부풀리는 것이 있어요. 대부분 그 지역의 공인중개사와 결탁이 되어 신축빌라와 같이 시세가 형성되지 않은 집의 시세를 부풀리는 거예요. 그 외에도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해주겠다고 임차인을 안심시키고는 실제로는 가입하지 않은 경우, 세금을 체납한 사실을 숨기는 경우, 처음에는 임대인이 자력있어 보였는데 계약하고 나니 바지임대인으로 변경되는 경우 등 다양한 유형이 있어요.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신탁사기라고 부르는 것인데요. 임대인이 임차주택의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맡기는 거예요. 그럼 신탁회사가 동의를 해줘야만 임대차계약을 할 수 있는데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임차인과 계약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요. 이 경우 임차인은 임차주택의 소유권자인 신탁회사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를 할 수 없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되죠.

바지임대인으로 명의를 이용당하는 사람들도 피해자로 볼 수 있을까요? 명의 도용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전세사기를 당한 임차인들의 피해를 생각해보면 바지임대인들도 피해자라고 말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달갑지 않아요. 생계가 어려워서 약간의 대가를 받고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가 많은데, 세입자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바지임대인이 법적으로 모든 책임을 져야 해요. 또한 형사사건인 전세사기의 공범이 되는 것이죠. 보이스피싱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운반책이 아무리 모르고 했다고 해도 범죄에 가담한 것이잖아요.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 자체가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해요.

전세사기의 근본적 문제가 무자본 갭투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전세 제도는 임차인이 임대인한테 돈을 빌려주면서 그 대가로 집에서 살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일종의 사금융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당시 금리를 0% 가까이 내렸어요. 금리가 내려가니 자연스럽게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전세가격이 올라가게 된 것이죠. 자연스럽게 주택 가격도 올랐고요. 집값이 계속 올라가니까 자본이 없어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이 수익을 본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전세대출도 쉽게 받을 수 있었거든요. 집값이 1억이라고 가정했을 때 70%까지만 대출을 해준다고 하면 전세가격이 높게 형성되지는 않았을 텐데, 80%까지 대출이 되니 전세가격이 올라갔죠. 보증보험도 마찬가지예요. 주택가격의 100%까지 보험을 가입할 수 있었거든요. 대출을 쉽게 받게 해주고 전세금을 많이 내도 부담이 없게 해주니 전세가격이 주택가격을 떠받치면서 주택가격이 올라갔고, 그 시기 계약을 했다가 팬데믹 끝나고 금리가 올라가고 주택가격이 떨어지니 깡통전세 문제가 나게 된 거예요.

전세사기 문제에서 가장 먼저 지원하고 보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터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겠죠. 현재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논의되고 있어요. 피해구제를 어디까지 해줘야 하는지는 여야가 이견이 있는데요. 정부여당은 전세사기 피해자로 좁혀서 보호를 해주겠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야당과  피해자대책위는 깡통전세 피해자들에게도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사실상 이는 사회구조적으로 발생한 문제이고 시민사회에서는 사회적 재난이다 라고까지 표현하고 있거든요.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미추홀구나 강서구의 오피스텔이나 빌라 전세사기의 피해자는 대부분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서민들이에요. 전재산을 잃은데다가 대출까지 갚아야 하니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신용불량이 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전세사기 피해자

들을 구제하는 것은 혈세를 낭비한다고 이야기 했었죠. 하지만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구제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폭넓게 임차인을 구제해달라는 것이 시민사회의 요청입니다.

전세사기는 꼼꼼히 본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건 알지만,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요?

세입자114를 통해 상담을 진행하며 느꼈던 점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임대차 계약에 대한 법률 지식이 너무 부족해요. 정말 얼토당토않게 당하는 사람도 있어요. 학교에서부터 이런 계약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살게 될 집을, 전 재산을 담보로 계약하는 것인데 법률적 지식이 없으면 안 돼요.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의 핵심은 내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계약할 때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확인해보는 것은 물론이고, 등기부등본이나 건축물대장 상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나 선순위 보증금 액수를 임대인에게 요구를 해서 확인해야 해요. 계약 당시 얘기하기 껄끄럽다고 괜찮겠지 생각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나의 보증금 안전이 달린 문제이니 꼭 확인하시길 당부드려요. 

시세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최근 모든 매매거래를 신고하게 되어 있고, 전세도 전월제신고제를 시행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주변시세를 확인하고, 전세가격이 어느정도가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가나 지자체 등 기관에서 이런 교육을 하고, 국민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세사기를 당했을 때 법률상담을 어디에 요청하면 좋을까요?

공공기관에서 법률상담을 해주고 있는 곳이 있어요.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피해신고센터예요.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도 있고요. 수도권의 경우 전월세 종합지원센터와 같이 지자체별로 상담센터가 있어요. 세입자114와 같은 민간단체도 있고요. 

사실 현행법으로는 전세사기 피해 구제가 쉽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특별법이 잘 만들어져야 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평생 모은 내 재산이, 삶의 터전인 집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변호사로서 피해자분들과 상담을 할 때 계속 현행법 내에서는 피해회복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도 하고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다만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피해자 구제방안 안에 대해 최대한 많은 피해자가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희망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세입자114라는 단체를 만든 이유는 조직화된 세입자의 목소리가 힘을 발휘해 제도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국내에 세입자 단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거든요. 해외에서는 세입자 단체들이 꽤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전세사기 문제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고 같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월간 <복지동향> 2023년 6월호(제2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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