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11-01   10637

[복지톡] 차별과 경계를 넘어 이주 여성 편에


김혜정 | 한국여성이주인권센터 사무처장
인터뷰 및 정리 | 전은경, 장지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올해 3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간병·육아 등 급증하는 돌봄 서비스의 인력난과 비용부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한국은행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은 2년 전부터 이 문제를 거론했다며 ‘시장을 무시한 정책은 필패’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시범 사업을 앞둔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과 관련해 월 이용료 100만 원 정도가 돼야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시범 사업이 시작된 이후로도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입주형을 혼합하거나 캄보디아 등 기타 국가를 선정해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돌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핵심이다. 그런데 돌봄을 ‘비용 문제’로만 인식하니 어떻게 하면 돌봄을 이주 여성에게 값싸게 전가할 것인지만 남았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 기간 두 달 만에 드러난 임금체불, 인권침해 등의 문제를 보며 우리 사회에서 이주 여성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번 호 복지톡에서는 이주 여성 목소리에 가장 먼저 귀 기울이고 이주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에 맞서 이들의 인권 옹호와 권리 확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김혜정 사무처장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 김혜정입니다. 대구에서 2009년부터 이주 여성 인권지원 활동을 해왔고,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는 2016년부터 시작해 9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활동하고 계신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2000년에 설립된 단체이고, 2001년부터 ‘여성이주노동자의 집’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젠더 기반 폭력 피해를 당한 이주여성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쉼터를 만들게 됐습니다. 현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주 여성 인권 증진과 권리 확대를 위해 활동하고 있고요. 모든 종류의 차별과 폭력 앞에 놓인 이주 여성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듣고, 함께 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차별, 인종차별에 함께 대응하며 이주 여성을 시민 주체로 포괄할 수 있는 정책 변화를 위해 활동합니다.

무엇보다 이주 여성과 함께 성장하며 사회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같이 외치며 연대하고 있습니다. 부설기관으로는 이주 여성 전문상담소인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와 폭력 피해 이주여성쉼터가 3곳이 있고 쉼터는 장기, 단기로 나뉘어 운영됩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회원 규모는 400명 정도 인데요. 아무래도 한국 사회에서 크게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아니기 때문에 회원 수가 급격하게 느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올해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회원 수가 늘었습니다.

상담의 주된 내용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담이 이루어지는 방식도 궁금합니다.

가정폭력 상담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에요. 상담은 전화, 메일, 방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해외에서 상담이 오기도 합니다. 쉼터에 있는 이주 여성분들을 상담한 내용을 토대로《아무도 몰랐던 이야기-폭력피해여성들의 생존 분투기》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어요. 이후에는 본국으로 돌아간 이주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주여성의 귀환 이후, 한국 사회가 답하지 못한 것들》을 발간했고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해 드리자면, 한국에 오셨다가 본국으로 돌아간 이주 여성분들을 만나러 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태국과 필리핀, 몽골 세 나라를 방문해서 정말 다양한 이주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아이의 체류 문제나 국적 문제, 이혼 절차 등, 자녀 문제에서부터 혼인 관계까지 도움이 필요한 사안들이 많았죠. 이때 만났던 이주여성과 자녀분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지원하기도 했어요. 이후에도 이런 인연을 통해 지원이 필요할 때마다 상담을 요청하시고는 해요.

2023년 한 해 동안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와 연결된 상담 사례만 1만 2천여 개에 달할 정도인데요. 전국에 이주 여성 상담소가 9개소가 생겼지만, 상담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상근활동가로서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 여성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어떤 계기로 이주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관련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2003,4년쯤 결혼 이주 여성들의 가정폭력 피해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던 거로 기억해요. 이전까지는 개인적으로 이주 여성들과의 접점이 없었지만, 기사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한국을 찾아온 이주 여성들의 사연에 궁금증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마침, 그 당시 이주 여성 전문 상담원 교육 공지를 우연히 보게 됐고, 상담 교육을 받았죠.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이주 여성들이 당면한 현실과 인권침해 사례들을 접하게 된 동시에 이주 여성을 위한 지원 체계가 부재하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어요. 또 그 상담원 교육을 계기로 대구에서 이주 여성 인권을 지원하는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현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정책 연구, 위기 이주여성 상담 및 보호, 이주 여성 자립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특히 이주여성상담센터, 이주여성쉼터, 이주여성교육원 등의 부설 기관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각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려요. 그리고 이런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동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요?

먼저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의 경우에는 2013년에 개설되었고, 이전에도 상담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 왔지만 이주 여성 전문상담소가 제도화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죠. 우리 센터는 이주 여성 상담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전국 9개의 이주 여성 전문상담소가 만들어졌어요. 저희가 운영하는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몽골어는 상시 상담이 가능하고, 그 외 언어들로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약하거나 언어별로 지정된 날짜에 상담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현재 21개의 언어로 상담 지원이 가능한 네트워크가 마련되어 있고, 통·번역뿐만 아니라 상담 및 사례 관리, 긴급 보호, 법률 지원, 의료 지원, 전문심리상담 등 통합적인 지원을 하고 있어요. 

이주 여성들을 위한 쉼터는 장기 쉼터와 단기 쉼터로 나뉘는데, 장기 쉼터는 최대 2년까지 머무를 수 있고, 단기 쉼터는 최대 6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어요. 2023년을 기준으로 108명의 이주 여성들이 쉼터를 이용했습니다. 등록이든 미등록이든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한 이주 여성이라면 누구든 도움을 요청하실 수 있어요.

활동의 동력이라고 한다면, 처음 대구에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대부분의 이주 여성 활동가가 입사동기이거나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했었기 때문에 서로서로 배워가는 상황이었어요. 수평적인 관계이다 보니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고, 캠페인, 집회 등 이주 여성 활동가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너무 즐겁고 재미있고, 보람되었어요. 실제 변화를 끌어내는 과정에 내가 함께하고 있다는 자부심이나 함께 하는 연대를 통한 성취감과 보람도 활동의 동력 중 하나였죠. 무엇보다도 우리 센터가 이주여성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강한 책임감을 느꼈어요.

서울에서 다시 활동을 시작했던 초기에는 적응에 어려움도 있고 고민도 많았어요. 낯선 지역이기도 했고, 활동의 공백이 있었다 보니 자존감도 낮아지고 걱정이 많았죠. 어느 날 우리 단체 워크숍에서 제가 느껴온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당시 이주 여성활동가였던 팀장님이 저를 끌어안고는 중심으로 이끌어 주시면서 제가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 경험이 저에게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심어준 계기이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죠. 이렇게 든든한 동지들과 함께 하고 싶었어요.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 여성의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사회적 인식 변화는 더뎌, 이주 여성들은 인종차별과 성차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주 여성들의 이주 배경은 매우 다양하겠지만, 그런데도 이들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문제나 어려움이 있을까요?

젠더 기반 폭력 문제라 할 수 있죠. 젠더 기반 폭력은 출신 국가,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의 상담통계를 보면 가정폭력의 경우 2022년 4,416건에서 2023년에는 5,345건으로 증가했으며 성폭력의 경우 2022년 522건에서 2023년에는 733건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를 보더라도 체류 불안으로 인해 취약한 위치에 있다 보니 대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요. 또한, 불법 촬영이나 비동의 유포 등 디지털 성폭력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노동권 침해 문제도 심각합니다. 비닐하우스 사망 사건처럼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들도 있고요. 임금 차별이나 임금 체불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에서는 통·번역이 필수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이주 여성들은 10년을 일해도 1호봉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어요. 육아휴직 사용에도 다른 직원들과의 차이가 존재하고요. 그 외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이주민들이 임금 체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아리셀 화재 참사나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 등 이주 여성과 관련해서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센터에서 주력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리셀 사건의 경우 애도 성명을 내고 이주 인권단체들과 연대하여 추모제에 참여했습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은 사업 계획 때부터 성차별, 인종차별적인 사업임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이주가사노동자 시범사업 도입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을 발족해서 시범 사업 철회를 촉구했고, 시범 사업이 시작된 이후부터는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로 기구를 확대·재편해서 활동하고 있고요. 번역 자료를 제작해서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은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주 여성분들이 사업장을 이탈하면서 많이 보도되기도 했지만, 임금체불이나 10시 통금 같은 문제들이 있었는데도 이주 여성들에게는 피해를 호소할 기회조차 없었죠. 이주 여성들은 미등록 체류자 신분이 됐고, 결국은 강제 출국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는데요. 남은 98명의 이주 여성분들이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포심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 걱정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단체와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에서 이주 여성들이 상담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중입니다.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을 추진할 때부터 최저임금법의 적용 제외를 주장했으나, 시민사회의 우려와 반발로 인해 다행히 이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이주 가사관리사에게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금 등장했는데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입주형을 혼합하고, 캄보디아 등 다른 국가와의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주가사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 가사 돌봄의 입주형 혼합, 다른 국가와의 경쟁체제 도입 등은 돌봄을 저임금으로 이주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서울시와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돌봄 노동을 평가절하하는 것이고, 이주가사노동자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전체에 대한 차별까지 야기할 수 있습니다. 입주형 돌봄 노동의 경우 그동안 중국 동포분들이 오랫동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하는 일이 잦고 휴식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며, 과도한 업무 요구를 받는 등 열악한 노동 환경이 문제 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 동포들의 경우에는 업무가 과중하다거나 부당행위가 발생하면 그만둘 수 있어요. 그런다고 해서 체류가 불안해지지는 않죠. 반면에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이주가사노동자는 체류 자격과 고용 상태가 연동되어있어, 부당한 상황에 처해 사업장에서 이탈할 경우에도 미등록 체류자 상태가 됩니다. 노동 환경의 개선 없이 입주형을 혼합한다면 이주가사노동자들에게는 더욱 열악한 노동 환경이 될 것이며 인권침해 요소들이 발생할 우려가 큰 것이죠. 입주형을 운영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도 인권침해 행위들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돌봄 노동을 저임금의 이주화로 상상하는 지금의 정책은 심각한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여성인권센터의 이주 여성 당사자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이 매우 인상 깊었는데요. 이주 여성 당사자 활동가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어떤 점을 느꼈는지,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기 전과 후에 센터의 활동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선주민 활동가와는 다르게 당사자 활동가로서 겪게 되는 고유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이를 지켜보며 동료 활동가로서 느낀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언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이나 역량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예상하기 쉽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선주민 활동가들도 각자의 역량이 다르듯 이주여성 당사자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의에 탁월한 활동가도 계시고, 기획력이 탁월한 활동가도 계시고, 습득력이 뛰어난 활동가도 계세요. 실제로 제가 대구에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도 저보다 역량이 뛰어난 분들이 많았거든요. 각자가 가진 강점의 차이가 있고, 서로서로 서포트해 가면서 활동해 왔죠. 특히 제가 서울에서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이주 여성 당사자 활동가가 팀장으로 계시다가 이후에 사무국장으로 계셨기 때문에 이미 역량이 뛰어나셨고, 제가 많이 배우면서 활동했어요. 지금 우리 센터에서 활동하는 당사자 활동가도 활동을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본인의 강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상담도 진행하고, 한부모 이주여성 사업도 본인이 진행하고 계세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주 여성 당사자 활동가들의 역량강화와 이주 여성 당사자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어요. 특히 이주여성사회교육원을 통해 전문 상담원 교육도 활발히 진행했습니다. 이주 여성분들이 이중 언어에 큰 강점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상담 현장에서 통역만 담당하면서 보조적인 역할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가정폭력 상담원 교육, 성폭력 상담원 교육 등을 운영한 후로는 해당 교육을 수료한 이주 여성 당사자 활동가들이 상담 현장에서 직접 상담할 수 있게 되었고 역할이 확대되었죠. 이렇게 이주 여성을 단순히 피해자로만 가시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 여성 인권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주 여성들이 직접 이주 여성을 지원하는 활동가로 성장하며 함께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죠.

이주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만 할 텐데요. 이주민들의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하는 제도나 입법이 필요한 사항으로는 무엇이 있다고 보시나요?

한국 사회에서 결혼 이주 여성의 역사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많은 분이 막연하게 결혼 이주 여성들이 모든 권리를 획득했고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결혼 이주 여성들의 체류 불안정 문제는 여전히 존재해요. 특히 자녀가 없는 결혼 이주 여성분들은 이혼했거나 남편이 사망한 경우 체류 연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자녀 유무가 체류에 영향을 주는 지금의 제도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주 여성이 결혼 이후에 본인이 직접 체류를 연장할 수 있는 요건들이 존재해야 하는데, 혼인 유지나 자녀 출산이 체류 자격을ㅠ부여하는 요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봐요. 또한,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녀를 양육하는 한 부모 이주 여성들에게는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다는 점도 문제예요. 자녀가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한국에서 거주하며 자녀를 혼자 양육하는 이주 여성들을 돕는 지원 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이주 여성들의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상담 건수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광역 지자체별 상담소들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봐요. 정부는 저출생·고령화 대책이라며 이주민들을 적극적으로 들여오겠다고 하지만, 지원 체계는 부재하거나 점차 축소되고 있습니다. 국가가 이주민들의 한국 유입을 정책적으로 구상했다면 이분들이 안정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인권침해로부터 구조받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도 병행되어야 하는 게 맞죠. 고용허가제의 핵심인 사업장 변경 제한 문제도 해결이 되어야 하고요.

이주 여성 노동자들이 성폭력이나 성희롱 피해 신고만으로도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되어야 한다고 봐요. 고용허가제나 방문 취업제도로 한국에 들어온 이주민들이 받는 교육에도 성폭력 예방 교육이 추가되어야 하고, 권리 구제나 도움을 받는 방법에 대한 정보 제공도 이루어져야 하고요. 그 외에도 권리 침해에 관한 법률 조력이나 통역 전문가가 상담에 동석할 수 있는 지원 체계들도 필요합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활동하며 가장 어렵거나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을 들으니 이주 여성 활동가가 제게 질문했던 내용이 기억나네요. 한국인들로부터 ‘한국에 와서 가장 힘든 게 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지 궁금하다는 이야기였어요. 우리도 똑같이 먹고사는 게 힘들고, 직장생활이 힘들고, 자식이나 남편이 속 썩여서 힘들고, 취업 안 되면 속상하고, 그런데 정말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질문한 게 아닐 것 같다는 거죠. 어렵고 힘든 점에 대한 질문이 마음을 더 어렵고 힘들게 하는 것 같기도 해요.

한국 사회에 두텁게 쌓여가는 차별들과 성차별, 인종차별 정책들도 어렵고 힘든 일이고 이주 여성 운동 단체로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기 위해 시민의 후원을 요청하고 기금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죠. 그렇지만 정말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주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연대하며 응원해 주신 분들로 인해 포기하지 않고 활동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시간과 상황 속에서도 이주 여성들과 시민들이 함께 해주셔서 변함없이 지금까지 우리의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오히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복지동향 구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저희는 이주 여성들과 함께 지금의 변화를 만들어내 왔습니다. 이주 여성들의 이야기가 전달되도록 같이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같이 버텨주기도 하고, 우리 사회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함께 내왔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저희의 이주 여성 인권을 위한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봐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더딜 수는 있더라도 조금씩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점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저희가 이주 여성들을 대신해서 활동하는 게 아니라 이주 여성과 함께하며 활동하고 있으니, 저희와 연대해 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십사 요청하고 싶습니다.

월간<복지동향> 2024년 11월호(제3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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