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10-01   23476

[기획1] 총론 : 국정과제, 새 정부의 정체성 찾기 

김진석ㅣ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재명 정부, 어디서 시작하는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남짓이 지났다. 직전 정부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국정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을 손에 쥐지 못한 채 업무를 시작했다. 당선된 대통령은 보통의 경우 대통령직인수위원회라는 기구의 활동을 통해 취임 전에 국정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바탕으로 취임 후 국정을 운영한다. 하지만 특수한 조건에서 출발한 이번 정부는 이같은 통상적인 절차를 누릴 형편이 아니었다. 한편에서는 새 대통령의 취임, 새 정부의 조각과 운영이, 다른 한편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대신하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새 정부의 국가 비전과 국정과제를 선정하는 등 “국정기획”을 동시에 수행하는, 소위 개문발차(開門發車)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새 정부의 국가 비전이나 국정과제가 얼마간의 소동을 겪은 후 정부 출범 100일을 훌쩍 넘긴 후에야 비로소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한편에서 국정과제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새 정부는 숨가쁘게 달려왔다. 무엇보다도 내란의 종식을 완결하기 위한 입법, 사법적 노력이 한편에 있었다. 내란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정부를 누리고자 하는 국민의 염원을 담아 출범한 정부인지라 내란의 완전한 종식은 이 정부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염원이 단순히 내란의 종식에 머무를 리 없다. 무너진 민주주의의 회복이 사람들의 기대 한편에 있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차별과 혐오, 억압과 불평등으로 얼룩진 일상이 회복되고, 이로 인해 모두의 일상이 평온하고, 삶이 존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부여받은 내란 종식의 역사적 과제는, 사람들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헌법적인 책무에 추가된 임무일 뿐, 어떤 방식이나 수준에서도 대체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다행히 새 정부는 이와 같은 책무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정부는 새 정부 국정과제가 발표되기 전에도 임박한 현안이자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사회적 과제라 할 수 있는 굵직한 현안들을 부동산, 노동, 안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대응해 오고 있으며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편차는 있으나, 일정한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수요 정책과 공급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부동산 안정에 힘을 쓰고 있으며, 산업재해와의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반복되는 산업재해에 대해 강력한 대응으로 일관하며 이전 정부와는 명백히 차별화되는 메시지와 성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동 관련 사안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에 맞추어 입법부도 지난 10년 넘게 노동계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였던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마침내 통과시킴으로써 노동계로부터 환영받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 외에도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크게 엇갈리지만,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강화 등을 입법화하는 등 기업의 운영과 지배구조, 주주의 권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혁을 현실화시킨 바 있다.

이렇듯, 불완전한 조건 속에서도 이재명 정부가 지금까지 이루어낸 성과가 적지 않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와 같은 평가가 전례 없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직전 정부의 기저효과에 의해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새 정부에 대한 불편부당한 평가와 진단을 위해서는 100일 남짓한 기간 동안 새 정부가 보여준 모습 뿐만 아니라, 새 정부의 국정 비전과 실행전략을 총화한 국정과제를 총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은 이와 같은 필요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검토하고, 특히 보건복지 영역에서 평가와 전망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재명 정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이재명 정부는 국가비전으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주권 의지를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국민이 주인인 나라)”과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 김영삼·김대중·노무현·문재인 시대의 ‘민주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의 물질적·정신적 행복을 구현”함으로써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 실현(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의미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와 같은 국가비전이 헌법 제1조와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국민주권’과 ‘국민행복’의 헌법 정신을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의미라고 강조하면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는 “국민의 주권 의지를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하여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며,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은 “‘각자도생’을 넘어, ‘공존동생’하며 삶의 질과 행복”을 향상시키겠다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사람들의 행복 실현이라는 이와 같은 국가비전은 누구라도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며, 심지어 당연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아마도 일견 당연해 보이는 국가비전이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를 의미하며, 그 국가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는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답이 담겨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앞서 언급한 국가비전의 실현을 위해 5개의 국정목표를 두고 있는데 첫째, ‘국민이 하나되는 정치’를 통해 통합을 위한 정치를 실현하고, 둘째,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로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이끄는 성장의 시대를 실현하며, 셋째,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을 통해 불평등 해소와 균형성장 국가를 실현하고, 넷째,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통해 소득·주거·의료·돌봄이 보장되고 각자의 가능성을 실현하도록 하며, 마지막으로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를 통해 전지구적 의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전체적으로 정치와 외교, 성장과 분배의 원칙과 과제들을 밝히고 있으며, 다소 익숙하지 않은 기본이 튼튼한 사회라는 사회상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국정목표의 구성은 이전 정부들의 국정과제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안전한 구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까지 살펴본 후에도 여전히 이재명 정부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약속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사회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보건복지를 포함한 사회정책의 주요한 과제들을 생산과 재생산, 그리고 재분배의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는 몇 가지 주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앞서 간단히 언급한 바와 같이 총론적인 차원에서 제시한 국가비전이 대체로 모호하며, 그나마 그 비전 구현을 위한 전략적 방법론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의 정신을 반영하여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이 국정목표나 추진전략의 측면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불명확하다. 가장 눈에 띄는 국정목표와 추진전략으로 산업 및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AI를 중심으로 한 성장전략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성과가 어떤 방식으로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규정하는 분배전략, 즉 노동, 복지, 재분배, 재생산 등의 측면에서 다른 국정과제와의 연관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정목표의 수준에서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와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 어떻게 연결될 수 있으며, 이들 “혁신경제”와 “균형성장”의 목표와 전략들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실제 삶과 연결되어 있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의 목표 및 전략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경제와 성장, 사회를 아우르는 이해의 틀이나 구체적 방법론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국정기획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하며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는 그나마 국가비전과 국정원칙, 국정목표의 배경과 취지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고, 국정목표별 국정과제의 나열과 별도로, 중점 전략과제를 제시하고 과제별 실행전략을 제시하는 등의 작업이 남아있었으나, 정부가 직접 내놓은 “123대 국정과제” 문서에는 그마저도 대폭 축약되어 있어 그 맥락과 배경을 머릿속에 그리기 더 어렵게 되어 있다. 3대 국정원칙의 하나로 ‘실용과 성과’를 강조할만큼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대통령의 성향과 행보를 고려했을 때 이렇게 개별 과제 중심으로 분절화된 국정과제의 구조와 체계가 자칫 국정과제 실행에 있어서도 큰 틀의 사회변화와 궁극적으로 시민의 삶에 있어서의 변화에 집중하기보다, 개별 과제의 성과를 내는 데에 ‘실용’적으로 집중하는 분절화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둘째, 경제와 성장의 측면에서 공급 중심의 성장정책, 특히 AI를 그 중심에 둔 성장 위주의 정책구성이다.

이전 정부들도 물론 성장을 언급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이 정부의 경제성장에 대한 집중과 강조는 선거 공약에서부터 국정과제 기획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것이었으며, 특히 AI는 이 모든 성장 담론의 핵심에 항상 자리를 잡아 왔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부터 새로운 정부의 각료, 대통령실의 주요 정책 결정자들, 여당의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국정과제의 기획에 관여한 대부분 사람들에게 AI는 이견없이 동의하는 핵심 아젠다 가운데 하나였고, 그 결과가 현재의 국정과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번째 국정목표인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는 이 정부의 AI 정책의 집대성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며, 바이오와 에너지 전환, 금융혁신 등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AI와의 관련성을 강조하고 있는 수준이다.

개별 국정과제의 주관부처 측면에서 주무부처라 할 수 있는 과기정통부 뿐만 아니라, 행안부(국정24: 세계 1위 AI 정부 실현), 국토부(국정31: 미래 모빌리티와 ‘K-AI 시티’ 실현), 복지부(국정32: 의료AI·제약·바이오헬스 강국 실현), 교육부(국정99: AI 디지털시대 미래인재 양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며, 이외에도 사법 AI 도입, 공직 내 AI 인재 육성, AI 규제 제로화, AI 기반 첨단 에너지시스템 구축, AI 기반 안전·재난 관리시스템, AI 기반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국방AI 첨단기술 활용 등 개별 과제의 내용에도 AI가 주요한 기능을 차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같은 흐름에 맞추어 정부는 내년 예산에 AI 관련 예산만 10조 원 넘게 책정하고 있으며, 국회 역시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강국 도약 특별법’ 등 AI 법안의 처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말에 발표한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 문서에서도 ‘진짜성장’을 구현할 30대 선도프로젝트의 절반을 AI 대전환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우고 있다. 그야말로 행정, 입법, 재정 등 전 영역에 걸쳐 AI에 올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AI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급격한 기술발전을 통해 글로벌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AI 도입은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1.1~3.2%, GDP를 4.2~12.6% 높일 수 있는 성장잠재력을 가져, 고령화와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1 하지만 이와 같은 낙관적인 전망과 거리가 있는 매우 현실적인 다른 전망도 있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에스모글루(Daron Acemoglu)는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과 GDP 증가는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경미한 수준(nontrivial, but modest)으로 대중이 기대하는 바와 같은 폭발적 성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구체적 수치로는 생산성 향상의 측면에서 총요소생산성 TFP 기준으로 향후 10년에 걸쳐 0.66%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GDP의 경우도 미국 등에서 1.1~1.8% 증가가 현실적인 추정치라고 주장한다.2

AI 중심의 혁신성장 모형에 대한 우려는 다른 측면에서도 제기된다. 우선 AI 도입 이후 생산성 향상에 영향이 미치기까지는 과거 IT 혁신이나 로봇 도입의 사례를 보았을 때 수년의 시차가 존재하며,3 초기에는 그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역성장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0%대 성장률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최소 5년에 이르는 지연효과가 있는 AI 중심의 성장 정책에 올인하는 접근이 위험한 이유이다. 한국경제의 현 상황이 경제성장의 주요 요소인 노동이나 자본의 측면에서 급격한 개선 방안을 내오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기술 혁신과 같은 생산성 향상에서 그 활로를 찾는 접근은 불가피한 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지연 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AI 중심 혁신성장이라는 공급중심의 성장전략과 함께 수요 기반 성장전략으로써 재분배정책이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균형있게 활용할 것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술 외적인 측면에서 AI 중심의 혁신성장 모형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앞서 AI와 경제성장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던 한국은행의 보고서에서조차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가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남으로써 사실상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심화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에스모글루는 AI의 경제적 효과를 고찰할 때 성장과 생산성을 넘어 기술변화가 여성과 주변부 노동자, 중소기업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며, AI 기술의 활용을 두고 노동정책과 재분배정책이 적절하게 개입하지 않는 경우 소득 불평등과 자본과 노동 사이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는 AI 중심의 혁신성장이라는 공급중심 성장전략이 앞서 언급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나 소득보장정책 등과 같은 분배정책 및 재분배정책과 적극적으로 동반되어야 함을 이재명 정부에게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국정과제에서 한국 복지국가의 전망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인다.

다섯 개의 국정목표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보건과 복지 등 사회정책 전반과 연관성이 높은 “기본이 튼튼한 사회” 목표는 123대의 국정과제 가운데 37개의 과제를 포함하고 있어 5개의 국정목표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의 국정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 글의 주된 주제인 보건, 복지, 돌봄과 관련한 주요 국정과제들은 주로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정목표 실현을 위한 7개 추진 전략 가운데 “내 삶을 돌보는 복지”와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에 집중되어 있으며, “인구위기를 극복하는 대전환” 전략에도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정과제 전반에 걸쳐 개별 영역으로서 소득보장, 고용, 보건의료, 돌봄, 연금 등의 정책과 제도에 대한 논의는 있지만, 국가체제 전망으로서의 복지국가에 대한 고민과 강조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기본사회’라는, 아직은 그 의미와 실체가 불명확한 담론이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언급하는 기본사회가 무엇이며,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기본사회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사람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은 채 궁금해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최대한 빨리 이 궁금증을 해소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사회정책 영역에서 정책목표 구현을 위한 인적, 물적 인프라 등 제도적 수단의 측면에서 국가와 공공을 중심으로 공공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의지와 계획이 확인되지 않는다.

직전 정부가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민간과 시장에 대한 적극적 지원, 그리고 이를 통한 사회서비스 산업화와 민영화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다. 직전 정부가 사회정책 전반에 걸쳐 보여준 시장과 영리 중심의 접근에 대한 문제점과 폐해를 경험한 사람들이 이재명 정부에 거는 기대는 사실상 공공의 역할과 존재감이 사라져가는 보건의료, 돌봄, 연금 등의 영역에서 공공의 역할과 비중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책임성을 증진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역사회통합돌봄 등의 정책 시행을 계기로 돌봄 및 의료 등의 영역에서 서비스 확충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확충을 위한 공공인프라 확충 등 공공책임성 강화에 대한 계획이 부재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서비스 영역 전반에 걸쳐 과도하게 민간과 시장에 의존하는 기존의 경로를 벗어나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이재명 정부, 사람들에게 질문하라

100일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이 보여준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국정 운영의 주요한 주체라 할 수 있는 장관 등 정부의 각료와 대통령실, 그리고 여당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고, 상대적으로 대통령 개인만 도드라져 보인다는 점이다. 대통령 개인에게 축적된 행정 경험과 여당 내에서 오랫동안 다져온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은 그 자체로 대통령의 역량 패키지를 구성하며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국정을 이끌어오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를 구성하고, 대통령실에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역량 패키지가 정부의 공무원들과 대통령실의 적절한 지원과 어우러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더 풍부한 성과를 내오는 도구로 삼기를 바란다.

국정원칙의 하나로 실용과 성과를 강조한 점은 이번 이재명 정부의 정책 운영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대통령은 겉만 번지르르한 거창한 수사나 형식 보다는 확실하게 눈에 보이고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중시하는 실용적 접근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언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그러한 성향을 가감없이 보여준 바 있다.

대통령이 바뀌고 새 정부가 들어서고, 123대의 국정과제가 만들어지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은 국정과제의 개별 과제들과 사안들, 쟁점들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새 대통령과 새 정부가 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우리 사회가 어디로 향해가는지 알고 싶어 한다. 개별 사안과 과제를 ‘실용적’으로 구성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일상은 개별 과제의 총합으로 정의되지 않을 만큼 총체적이다. 너무 추상적이지도 않고, 너무 개별적이지도 않은, 충분히 구체적이고, 충분히 포괄적이어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국가비전이 제시되어야 할 이유이다.

어쩌면 이재명 정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거창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000 정부냐? 기름기 뺐지만, 실속 있는 이재명 정부냐?” 하지만 사람들은 이 두 개 선택지를 놓고 펼쳐놓은 밸런스 게임을 원하지 않는다. 밸런스 게임이 재미있는 것은 그 질문과 선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은 실전이고, 우리는 각자의 삶에 매우 진지하다. 이재명 정부는 너무 늦기 전에 자신이 고안한 최선의 선택지를 사람들에게 제시하고 “이러이러한 000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함께 해주시겠습니까?”라고 O/X 퀴즈로 물어야 한다. 질문이 잘못되었다.

| 미주 |

  1. 오삼일 등, 2025, AI와 한국경제, BOK 이슈노트. ↩︎
  2.  Acemoglu, D., 2024, The simple macroeconomics of AI, NBER Working paper prepared for Economic Policy. ↩︎
  3. Rodrigo, R., 2022, Robot adoption, organizational capital and the productivity paradox, Academy of Management Proceedings Working paper. ↩︎

월간 <복지동향> 2025년 10월호(제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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