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11-01   71219

[기획2] 2026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기초생활보장 분야

김윤민ㅣ국립창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체적인 평가

2026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보건복지 총 예산의 17.4%, 사회복지 총 예산의 20.2%로, 2025년 기초생활보장 본 예산과 비교하면 9.7%(약 2조 원) 증가한 23조 9,868억 원이다. 이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긴급복지사업, 자활지원사업, 주거급여, 교육급여 예산의 전반적 증가에서 기인한다. 생계급여 예산은 기준중위소득 인상 및 기준중위소득 변동에 따른 급여액 증액, 청년 근로사업소득 공제 확대, 자동차 일반재산 환산율 적용 기준 완화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전년 대비 약 6,826억 원(8.0%) 증가하였다. 의료급여 예산은 전년 대비 약 1조 1,517억 원(13.3%) 증가했으며, 긴급복지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약 551억 원(15.8%) 늘었다. 자활지원사업 예산은 자활근로 단가 인상 등을 반영해 전년 대비 2.5% 증가하였고, 주거급여지원 예산과 교육급여 예산도 각각 6.4%, 3.6% 증가하였다.

기초생활보장 예산 증가는 견고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취약계층의 삶의 안정성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예산 증가라는 단편적 사실만으로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기본적 삶을 위한 안전망 강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증액된 예산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안전망 강화를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기초보장제도의 엄격한 선정 기준 완화 및 보장성 강화를 위한 예산은 증가하지 않았거나, 증가 폭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예외 규정은 여전히 남아있고,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 비용은 오히려 감소했다. 또한 기준중위소득 인상이 실질적인 보장성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준중위소득 산출원칙에 따라 기본증가율을 책정하고, 국가 공식 통계자료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추가 인상분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 원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기후재난이 가속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제자리걸음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2026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안은 정부가 제시한 국가비전인 “공존동생”을 실현하고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을 높여 나가겠다는 의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소극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생계급여

생계급여는 생계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사회복지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2026년 생계급여 예산은 9조 1,7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6,826억 원(8.0%) 증가하였다.

생계급여 예산 증가는 기준중위소득 인상에 따른 급여액 증액의 결과이다. 이에 따라 4인 가구 기준, 기준중위소득은 6.51% 인상되어 2025년 6,097,773원에서 2026년 6,494,738원으로 증액되었다. 이에 따라 4인 가구 최대 급여액이 2025년 1,951,287원에서 2026년 2,078,316원으로 증액된다. 이와 함께 청년 근로사업소득 공제 확대, 자동차 일반재산 환산율 적용 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 영향도 확인할 수 있다. 청년 근로소득 공제는 현행 29세 이하, 40만 원 공제+30% 추가공제에서 34세 이하, 60만 원 공제+30% 추가 공제로 개선된다. 승합화물 자동차 일반재산 환산율 적용기준은 현행 1,000cc, 200만 원 미만에서 소형, 500만 원 미만으로 완화되고 다가구 자녀 자동차 일반재산 환산율 적용기준도 현행 3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완화된다.

현실을 고려하여 제도 개선을 시도하고 이에 따라 생계급여 인상이 예정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 중 “기본적 삶을 위한 안전망 강화”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 의지가 예산안에 소극적으로 반영된 점은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각지대 발생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AI 기반 복지 혁신을 강조하고 있으나, 복지 사각지대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선정 기준 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예외 조항을 삭제하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을 예산안에 반영하는 등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없이 정부 국정과제인 안전망 강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준중위소득 산출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여 인상률을 결정해야 한다. 2025년에 이어 2026년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이 과거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나, 현재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은 당초 산출된 기본증가율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국가 공식 통계자료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추가 인상분이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에 반영되었는지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는 기준중위소득 결정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속기록도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2026년 생계급여 예산안을 통해 정부 국정과제인 “기본적 삶을 위한 안전망 강화”의 실행력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현 정부에서 기대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준 현실화” 가능성은 낮고 “저소득층 최저 생활 보장” 역시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급여 부문

의료급여 예산은 지자체경상보조, 민간경상보조(전산시스템 ISP), 민간위탁사업비(사례관리지원단), 사업운영비로 구성된다. 지자체경상보조는 기본 진료비, 부양의무자 등 제도 개선, 요양병원 간병 지원, 정액수가 개선비, 장기입원자 지역사회 복귀 지원비, 재정절감액을 포함하는 기관부담금과 본인부담보상상한비, 건강생활유지비, 임신출산진료비를 포괄하는 본인부담금 지원비를 비롯하여 기타 지원비(장애인보조기기, 요양비)와 위탁수수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신고포상금이 포함된다.

2026년 의료급여 예산은 9조 8,3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3.3% 증가하였다. 예산안 산출 근거에 따르면, 기관부담금(환자 본인부담을 제외한 진료비)은 전년도에 비해 12.2%(1조 516억 원) 증가하였다. 다만 기관부담금에 포함되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비용은 부양비 부과율 완화, 부양비 폐지, 중증장애인 별도가구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82.5% 감소하며 지난 해에 이어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본인부담금 지원비는 43.4%(426억 원) 감소하였는데, 이는 1종 수급권자가 외래 진료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매월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건강생활유지비 예산이 줄어든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건강생활유지비는 월 6,000원에서 12,000원으로 인상되었으나, 2026년 예산안에서는 다시 월 6,000원으로 변경되었다. 장애인보조기기 구입 비용과 요양비 등 기타 지원비는 15%, 위탁수수료는 1.4% 증가하였고 진료내역 허위·부당청구 신고포상금은 전년과 동일하게 편성되었다.

2026년 의료급여 예산에서 주목할 점은 간주부양비가 폐지된 것이다. 그동안 부양비의 실제 지급 여부와 무관하게 부양비가 지급되었을 것으로 ‘간주’하여 이를 소득으로 산정함으로써, 수급자 선정에서 탈락하거나 급여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이러한 간주부양비의 불합리성은 오랜 기간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간주부양비 폐지 결정은 헌법상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 회복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제한적이지만 사각지대가 완화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가능하다. 다만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가 여전히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진료를 못 받는 일이 없도록 의료급여 혜택을 부여” 한다는 기대효과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긴급복지

긴급복지 지원사업은 외환위기 이후 생계형 자살, 가족 동반 자살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위기가구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 구축 필요성에 따라 추진되었다. 이 사업의 목적은 갑작스러운 위기 사유로 인해 생계유지 등이 곤란한 저소득 위기가구를 신속하게 지원하여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건강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긴급복지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15.8%(약 551억 원) 증가했다. 이는 생계지원 단가 인상 및 물량 증가, 해산지원과 전기요금 물량 증가 등이 반영된 결과이다.

긴급복지사업 예산은 코로나19로 인해 2024년 급격하게 증액되었으나, 2025년에는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및 종식 상황을 비롯하여 불용액이 많다는 이유로 축소 편성되었다. 이로 인해 발생한 긴급복지 예산 부족 문제로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 긴급복지사업은 사업명 그대로 ‘긴급’ 상황 발생 시 즉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사업이며, 긴급 상황은 예고 없이 발생하므로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는 전년도 불용액이 다음 연도 예산 편성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2026년 긴급복지 예산의 확대 편성은 정부의 향후 계획인 “위기상황에 처한 저소득 가구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향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활지원

자활사업은 근로빈곤층의 탈수급 및 자립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여 탈빈곤을 촉진하고 빈곤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며 자활근로, 자활센터운영지원, 자활사업관리, 자활성공지원금 지급·관리로 구성된다. 자활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2.5%(약 203억 원) 증가했다. 이 중 자활근로 예산은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및 제3차 자활급여 기본계획 등에 따른 자활근로 단가 인상(2.9%)과 전년 수준의 참여자 수를 반영하여 전년 대비 2.7% 증가한 7,388억 원이다. 자활센터운영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으나 자활사업관리 예산은 42.4% 감소했다.

지난해 정부는 자활 참여를 통해 근로능력이 있는 조건부수급자가 민간 취업하는 등 자립한 경우 1년간 최대 150만 원을 지급하는 자활성공지원금(약 34억 원)을 신설하였다. 2026년 자활성공지원금 지급·관리 예산은 지난해 대비 42.2% 감소하였다. 예산 감소에는 지난해 포함되었던 시스템 구축 예산(약 6억 원)이 2026년에 제외된 영향도 일부 있으나, 더욱 큰 원인은 자활성공지원금 지급 대상의 감소이다. 2026년 예산안 산출근거에 따르면 지급 대상은 총 3,200명으로 약 20억 원이 산출되었다. 이는 지난해 지급 대상 7,500명, 산출금액 약 28억 원과 비교할 때 크게 줄어든 수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더해 2026년에도 자활급여의 낮은 단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유형별 자활급여(일)는 근로유지형 33,940원, 사회서비스형 57,840원, 시장진입형 66,08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60원, 1,630원, 1,860원 인상되었다. 자활급여의 낮은 단가는 2026년 최저임금 시급(10,320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일급 82,560원(8시간 노동 기준)과 비교하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정부는 자활근로 참여자 급여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의 사회 참여와 근로 역량 배양 및 탈빈곤 지원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인상 폭(960원~1,860원)에 비해 지나치게 큰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제 제기할 수 있다.

주거급여지원

주거급여지원 사업은 주거급여지원, 장애인 주택개조사업,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 이사비지원사업을 포함한다. 2026년 주거급여 예산은 2025년 대비 1,940억 원(6.4%) 증가한 3조 2,308억 원이다.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주거불안정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임차료 보조(임차가구)와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주택개보수(자가가구) 등 주거급여지원 예산이 6.4% 증가하였으며 장애인 주택개조사업,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 이사비지원사업 예산은 전년과 동일하다. 유일하게 증가한 주거급여지원 예산안 산출 근거를 살펴보면, 가구당 평균 지원금액이 2025년 20만 400원에서 2026년 20만 9,800원으로 인상되었고 청년분리지급 지원조건(단가) 또한 2025년 25만 6천 원에서 2026년 26만 8천 원으로 인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인상 폭이 미미하여 지원금액 인상을 통해 주거가 불안정한 저소득층을 보호한다는 사업의 목적 달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비주택거주 주거급여 수급자의 공공임대주택 이주 지원 및 지속적인 관리를 위한 주거상향지원 사업과 주거취약 거처 거주자에게 이사비를 지원하는 이사비지원사업 예산이 동일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점은 우려된다. 이는 주거복지 사각지대 해소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관련 예산은 쪽방, 고시원, 반지하와 같은 비정형, 불안정 주거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의 생존과 직결된다. 3년 전 서울에 집중된 호우로 인해 반지하에 거주하던 가족이 사망한 사건 이후, 정부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과 이사비지원 확대를 공언했으나 서울시 전체 반지하 가구 중 약 3%만이 정부와 서울시 지원을 통해 반지하에서 벗어났다. 침수 위험이 있는 반지하 주택의 1/3은 물막이판 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으로 심화되면서 주거취약계층의 생존권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참사의 근본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2026년 주거급여지원 사업 예산안은 주거취약계층의 생존권 보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여전히 미온적임을 보여준다.

교육급여지원

교육급여는 생계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학생 및 가구에 급여를 지급하여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고 실질적인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이를 위해 기준중위소득 50% 이하 가구 초·중·고 학생에게 교육활동지원비, 교과서대, 입학금·수업료를 지원한다.

2026년 교육급여 예산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1,710억 원으로, 이는 교육활동지원비 인상에 따른 결과이다. 교육활동지원비는 초등학교 50만 2천 원, 중학교 69만 9천 원, 고등학교 86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초등학교는 1만 5천 원, 중학교는 2만 원, 고등학교는 9만 2천 원을 더 지원받을 수 있다. 비록 교육활동지원비가 인상되었으나 교육격차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결론

2026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전년 대비 9.7% 증가하였다. 이번 예산 증가는 생계, 의료, 교육, 주거, 긴급복지, 자활지원 등 기초생활보장 전 분야의 예산이 고르게 상승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현 정부에서 시행하는 의미 있는 제도 변화도 일부 확인된다. 간주 부양비 폐지가 대표적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부양비의 실제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되었을 것으로 ‘간주’하여 부양비를 소득에 포함시킴으로써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급여가 삭감되는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 이 같은 불합리한 기준이 폐지된 것은 제도의 현실 적합성을 높인 중요한 개선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아직 시행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부모와 따로 거주하는 20대 청년의 생계급여 분리 지급에 대한 모의 적용 실시 또한 제도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는 가구 단위로 지급되기 때문에 30세 미만 미혼 자녀가 부모와 따로 살아도 동일 가구로 간주한다. 이로 인해 부모로부터 실질적인 생계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년층의 빈곤 문제가 제도적으로 방치되는 한계가 존재해 왔다. 이번 모의 적용 결과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부모와 따로 거주하는 30세 미만 미혼 자녀가 부모로부터 생계비를 받지 못해서 겪는 생활고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회안전망 강화를 표방한 현 정부의 정책 의지에 비해 이를 뒷받침하는 항목의 예산 증가는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한계도 확인된다. 복지 사각지대 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는 이번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기준중위소득 현실화 또한 이번에도 실현되지 못했다. 최근 대통령은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빈곤하지만 수급받지 못하는 문제의 원인을 신청주의에 있다고 진단하며 신청주의를 잔인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는 신청주의에서 자동 지급제로의 전환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고, AI 기반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확대라는 대안으로 구체화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자동지급제가 사각지대 해소의 만능 해결책인 듯 확대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신청주의 자체보다 더욱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엄격한 선정기준과 낮은 보장성 문제는 오히려 간과되고 있다.

다음으로 의료급여 보장성에 대한 정부의 불분명한 입장을 지적할 수 있다. 2026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안에 따르면, 의료급여 건강생활유지비가 축소되었다. 이는 단순한 예산 감축을 넘어 향후 의료급여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 정부는 의료급여 정률제 전환에 따른 보완책으로 건강생활유지비를 기존의 두 배 수준으로 인상하였다. 이를 현 정부에서 다시 6,000원으로 축소했으나, 축소 이유와 정책적 배경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지난해 건강생활유지비 인상이 의료급여 정률제 시행에 따른 저소득층 의료비 부담 증가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음을 고려하면, 이번 예산 축소가 정률제 전환 계획의 완전 폐기를 의미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의료급여 정률제는 빈곤한 이들의 건강권은 물론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조치이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이고 책임있는 답변이 요구된다. 만약 건강생활유지비 축소가 의료급여 정률제 전환의 완전 폐기를 전제로 한 것이라면,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정률제 전환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황에서 건강생활유지비까지 축소된 것이라면 이는 의료급여 보장성 후퇴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거취약계층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 제기할 수 있다. 기후재난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의 안전을 위협하지만 특히 주거취약계층의 삶에 더욱 강력하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후재난의 피해는 단순한 자연재해의 범위를 넘어 불평등의 구조적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재난이 불평등의 민낯으로 인식되는 이유이다. 한국 사회 또한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쪽방, 반지하, 고시원 등 비정형 주거지에 거주하는 이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 증액은 여전히 미흡하다. 주거취약계층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난 이후 복구 중심의 접근을 반복해서는 안되며 위험을 실질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예산 투자와 제도적 개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올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25주년이자, 맞춤형 급여 시행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서울 송파구 반지하에 거주하며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지 11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동안 점진적인 제도 개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견고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사회구성원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제도의 한계는 빈곤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최근 복지사각지대와 신청주의 한계가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송파 세 모녀’가 다시 소환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제도의 본질적인 문제인 엄격한 선정 기준이 완화되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사회안전망의 실질적인 보장성과 포용성을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현 정부는 내란을 종식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 속에 출범하였다. 이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비전으로 구체화되었다.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함께 행복”은 견고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전제되어야만 실현 가능하다. 빈곤하지만 엄격한 선정 기준으로 인해 제도의 지원을 받지 못해서 목숨을 끊는 국민이 존재하는 한, 기록적인 폭우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생을 마감하는 국민이 존재하는 한, “함께 행복”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함께 행복”이 공허한 구호로 전락하지 않고 실현되기 위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기준중위소득의 현실화, 정률제로의 의료급여 개악 완전 폐기,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 지원 강화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월간<복지동향> 2025년 11월호(제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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