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5월 8일,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1.08명)을 기록하였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있었다. 대부분의 언론 들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그동안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실효가 없었음’을 지적하였고, ‘저출산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더 강화할 것’을 주문하였다. 그 후, 정부에서 무상보육료 지원 확대, 아동수당 도입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저출산대책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마련 방안이 없다는 점과 정작 필요한 공공보육시설의 확충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돈 문제’이다. ‘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 많은 대책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나름대로 대안은 다 내놓았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못하는 걸 어쩌란 말이냐!’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공무원들의 면피성 발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치유할 곳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은 세금으로부터 나온다. 국채를 발행해도 결국 미래 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세금은 기부금과 달리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 아니다. 세금 많이 내라고 해서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다.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서는 더 거둔 세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하여 설득력 있는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이를 무시하고 정부여당이 다짜고짜 세금을 더 걷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제대로 기회를 잡았다. ‘감세의 달콤한 독약’을 미끼로 국민들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였다. 이로써 ‘세금을 어떻게 얼마만큼 거두어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에 대한 알맹이 있는 논쟁은 사라지고, ‘증세 : 감세’의 선동적 정치 싸움만 남게 되었다. 정치의 늪에 빠진 재원 마련 방안은 정책적으로 무능한 정부여당과 정치적으로 교활한 한나라당의 합작품이다.
어디에서 실마리를 찾을 것인가?
비과세감면은 원칙적으로 거두어야 할 세금을 거두지 않거나 깎아주는 일종의 특혜이다. 2005년에 비과세감면으로 새어나가는 돈은 약20조원으로 관련 국세의 14.5%에 해당한다. 이것만 합리적으로 정리해도 막대한 재원이 확보된다. 불합리한 비과세감면을 정리하여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총론에 대부분 동의한다. 그런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미 기득권화된 이익집단의 반발 때문에 사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보자.
최근, 회사택시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50% 경감하는 조항을 연장하기로 당정이 협의하였다고 한다. 이 조항은 택시근로자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하여 회사택시시업자에 대하여 부가가치세를 50% 경감해주고 이로 인한 혜택을 택시근로자의 복지를 위해 지출하도록 도입된 제도이나, 현실적으로 택시근로자의 복지를 위해 지출되지 않고 사업주의 이익으로 귀결됨으로써 택시근로자가 분신자살로서 항의하는 등(2004년 5월 7일)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불합리한 비과세감면 조항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언급되는 조항 마저 정리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수십개의 조항을 정리하여 수조원의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비과세감면 조항의 폐지는 그 취지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으며, 예측 가능한 세수 증대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반면, 이해집단의 반발로 실현가능성이 미지수라는 단점도 있다. 정치적 이유에 의한 단점 때문에 이를 포기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시급하고, 장점이 아깝다.
여기서, 비과세감면 조항 폐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한시적인 가칭 ‘저출산대책 특별회계’를 매개로 보육정책과 비과세감면 조항 폐지를 연결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그림 1 ‘저출산대책 특별회계’를 매개로 보육정책과 비과세감면 조항 폐지를 연결하는 방안 – 생략
대부분 증세를 통한 재정지출 증대는 일반회계를 통하여 이루어지므로, 세금과 특정분야의 재정지출의 연관관계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아 시급하고 중요한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국민들에게 비과세감면의 정리로 인한 세수증대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의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특정 분야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가져오며 세금과 복지의 연관관계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
가칭 ‘저출산대책 특별회계’를 통하여 비과세감면의 정리로 인한 세수증가분을 곧바로 보육정책에 투입하여 단기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면, 비과세감면 정리에 대한 이해집단의 반발에 대항할 수 있는 여론형성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즉, ⒜ 세수증대와 보육정책의 연결고리를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비과세감면 정리에 대한 이해집단의 반발 : 보육정책 성과에 대한 지지’의 여론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위 그림의 ①)과 ⒝ 세수증가분을 보육정책에 집중함으로써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위 그림의 ②)이 위 그림이 보여주는 ‘저출산대책 특별회계’ 정책의 핵심내용이다.
비과세감면 정리 방안
비과세감면의 정리는 그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득권화된 이익집단의 강한 반발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비과세감면 조항은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하나씩 언급할 경우 수십, 수백개의 이익집단이 동시다발적으로 반발하여 대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비과세감면 조항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언급하기 전에 비과세감면에 대한 대원칙을 세우고 다음과 같이 사회적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첫째, 정부 재정의 역할은 ⒜ 외부효과에 의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여 자원배분의 효율성(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고, ⒝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자원 배분의 형평성(소득재분배)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누어지는 바, ‘조세지출은 ⒜ 경제적 효율성에 한정하고 ⒝의 소득재분배는 재정지출에 의한다.’는 원칙 하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조세지원정책은 궁극적으로 모두 폐지할 것임을 천명한다.
둘째, 농어민 또는 중소기업 같이 특정 계층에 대한 조세감면이 오랫동안 고착화되어 있어 사회통념상 그 혜택이 당연시 되는 분야에 대하여는 비과세감면 폐지로 인한 세수증대를 당해 계층을 위하여 쓰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연착륙을 위하여 각 비과세감면 조항의 정당성과 실효성, 혜택 받은 기간 등을 고려하여 정리 시점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저출산대책 특별회계에 편입할 비과세감면 조항을 ⒜ 예적금 등 금융자산 및 부동산에 대한 특혜, ⒝ 금융기관 등 금융자본에 대한 특혜, ⒞ 특정 기업(중소기업 지원 제외)이나 업종에 대한 특혜에 집중한 결과, 연간 약5조3천억원의 예산이 확보되어 4년간 약21조원의 저출산대책 예산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정리해야 할 항목을 선택하지 말고, 위의 첫 번째 원칙에 따라 정리할 수 없는 항목을 선택한 후 나머지를 일괄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연간 10조원 이상의 예산이 확보되어 판이 더 커진다. 이 방법을 선택할 경우에는 ‘저출산고령화 특별회계’로 하여 정책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
예상되는 비판들
비과세감면 조항을 정리하는 방안에 대하여 각 조항을 내용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복잡한 논쟁이 예상되므로 내용을 따지지 말고 일몰이 도래한 조항을 모두 정리하거나, 모든 조항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일정비율씩 감축시키는 방법을 주장하기도 한다.
우선, 비과세감면 조항 중 일몰조항이 없거나 일몰이 이미 지나가버린 조항이 상당수라는 현실이 일몰 도래 조항을 정리하는 방안이 갖는 한계점이다. 또한, 2006년 일몰도래 조항의 비과세감면액은 31,284억원인데, 이중 환경안전설비투자에 대한 감면, 연구개발에 대한 감면, 중소기업에 대한 감면 등과 같이 비과세감면의 내용적인 정당성(외부효과를 초래하는 경우) 또는 기타 현실적인 이유로 당장 삭감하기 어려운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일괄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의문이 든다.
모든 조항에 대하여 일정비율씩 삭감하자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의 문제점에 봉착한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이나 오염방지시설에 대한 투자는 그 외부효과로 인해 조세특례를 주는 것이 당연시되는데, 이러한 조항을 예로 들어 비과세감면 정리 방침에 정면으로 도전할 경우 제대로 논쟁도 해보지 못하고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
비과세감면을 정리하는데 있어서 각 조항을 둘러싼 내용적 싸움은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피하려 하면 오히려 더 큰 복병을 만나게 된다. 피할 수 없으면 과감히 맞서야 한다. 다만, 너무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상대할 대상자의 수가 많아져 불리하니, 원칙을 세워 사회적 동의를 얻고 그 원칙 하에 몇 가지 큰 범주로 묶어 전략적으로 대처하자는 것이다.
한편, ‘특별회계는 칸막이 효과로 인해 예산집행의 경직성과 예산낭비를 초래한다.’는 재정학 또는 행정학의 일반론에 근거한 특별회계에 대한 반대 의견이 예상된다. 그러나, 특별회계는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장단점과 현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우선 특별회계의 장단점을 보자.
특별회계의 단점으로는 ⒜ 모든 수입은 국고에 편입되고 모든 지출은 그 국고에서 지출되어야 한다는 ‘예산통일의 원칙’에 반하는 것(예산통일의 원칙은 세입과 세출의 분리를 통하여 각각의 적정성을 확보할 때 사회후생이 증가한다는 전통적인 재정학 이론에 기반을 둔 원칙임), ⒝ 소위 ‘칸막이 효과’로 예산의 운영을 경직화시킨다는 것, ⒞ 특정 공공재의 과다공급으로 예산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 입법부의 통제를 약화시킨다는 것, ⒠ 지나치게 많은 특별회계는 재정의 복잡성을 초래한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특별회계의 장점으로는 ⒜ 중요 사업에 대한 안정적인 재원 보장으로 사업 수행을 원활히 한다는 것, ⒝ 일반 예산의 경우 수입과 지출 간에 연계성이 낮아 현재의 재정부담이 미래의 수혜로 이어질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국민들이나 이해집단이 쉽게 희생하려 않으려고 하는 반면, 특별회계의 경우에는 세입과 세출의 연계성이 높아 조세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 모든 재정활동이 단일회계로 처리되는 경우 특정 사업의 재정수지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것, ⒟ 예산집행기관의 행정적 자율성이 제고되어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증진시킨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위의 장단점 중 어느 것이 더 부각될까? 저출산 문제는 양극화와 함께 현재 가장 큰 사회적 화두로 대두됨으로 인해 보육정책이 최우선적인 정책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중요성). 또한, 현 보육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 국공립 보육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보육을 민간시설에 내맡기는 시장 위주의 보육정책을 지속하려고 하는데, 일단 시장 중심의 보육정책으로 방향이 정착된 후에는 공공보육방식으로 전환하기가 어려우므로, 보육정책의 초기에 국공립 보육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하여 보육정책의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시급성). 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책을 위하여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미시예산방식의 전통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일반회계 내에서는 다른 정책에 대한 예산 증액 요구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므로, 보육정책에 예산을 집중 배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정책의 선택과 집중, 수입과 지출의 연계로 정부와 국민 간의 원만한 합의 도출을 위하여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정치성).
이처럼 현시점에서 저출산 문제가 갖는 중요성, 시급성, 정치성에 비추어, 특별회계의 장점 중 ⒜ 중요 사업에 대한 안정적 재원 확보와 ⒝ 수입과 지출의 연계 강화에 의한 합의 도출에 강조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한편, 특별회계의 단점 중 ⒜ 예산통일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 ⒝ 재정운용의 경직성, ⒞ 예산낭비의 우려에 대한 대책으로서 공공 보육시설을 집중적으로 확충하는 기간(2007-2010)을 정하여 이 기간 동안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한다.
한편, 비과세감면의 정리로 인한 세수입은 보육정책과 연관관계가 없으므로 저출산대책 특별회계는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전형적인 특별회계의 재원은 목적세의 형태로 징수되는 바, 목적세의 납세자와 세출의 수혜자간의 연계성(즉 부담자와 수혜자의 일치성)이 특별회계 합리성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논리에 근거한 반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특별회계는 그러한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댈 만큼 부담자와 수혜자의 일치성이 강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보자.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주요 세입원을 보면, 주세, 통신사업특별회계에서의 전입금, 자동차교통관리개선특별회계에서의 전입금,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의 예수금을 비롯하여 여러 군데서 재원을 조달하고 있는데, 국가균형발전의 수혜자와 주세 등을 비롯한 납세자의 연계성을 찾기 어렵다. 또한, 주한미군기지이전특별회계를 보면 재원을 공여해제반환재산의 매각대금 등으로 마련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로써는 턱 없이 부족하여 결국 일반회계에서 수십억 달러를 충당해야 한다. 여기서도 납세자와 수혜자간의 연계성은 찾기 힘들다. 이름은 특별회계가 아니지만, 내용상 대표적인 특별회계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원은 교육세로 충당하고 있다. 교육세의 부과대상을 보면, 주세, 특소세, 교통세, 주민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 등 광범위하여 교육세 납세자가 교육재정의 수혜자로 특징지을만한 구석이 없다. 이 이외에도 다수의 특별회계가 목적세나 부담금 등의 특정 수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고, 상당부분을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에 의존하여 납세자와 세출의 수혜자간의 연계성을 주장하기에는 낯간지러운 형편이다.
현실적으로 특별회계는 납세자와 수혜자의 연계성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으며, 일반회계의 연장선으로 보아 여러 부처와 관련되어 있는 정책이거나 특정 정책 목표에 대하여 집중할 필요성 있는 경우 등 현실적인 이유에 의해 운영되는 경향이 강하다. 납세자와 수혜자의 연계성이 중요시되는 사업은 기금(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취업률 100%를 자랑하던 교육대학마저 취업률이 80%대로 낮아졌다고 한다. 아이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우리에게 피부로 다가오고 있다.
특별한 문제는 특별한 방법으로 풀 수도 있는 법. 일반론에 근거한 비판과 형식론적인 접근방법에 얽매어 있을 만큼 저출산 문제에 한가롭게 접근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월간 <복지동향> 2006년 09월호(제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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