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6-01   1590

[동향1] 병원의 부당청구, 억울해도 하소연할 곳 없는 환자들


병원의 부당청구, 억울해도 하소연할 곳 없는 환자들

이현옥(건강세상네트워크 상임활동가)



병원의 허위부당청구,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건강보험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비급여라고 속여 환자에게 진료비 전액을 청구하지를 않나, 환자가 선택하지도 않은 의사에 대해 선택진료비를 버젓이 받아내는 등. 그 모습도 다양하다. 그런데 최근 병원의 부당청구의 문제가 또다시 언론에 이슈화됐다.


지난 4월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병원의 허위부당청구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현실을 보여줬다. 대형 종합병원들이 임의비급여와 부당청구로 환자에게 진료비를 과다하게 요구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간 여러차례 지적되어 왔던 부당청구문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12월 백혈병환자들이 여의도 성모병원을 상대로 진료비환불요청을 하여 여의도 성모병원이 169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이를 시작으로 2007년 시민사회단체가 진료비바로알기운동을 통해 부당한 진료비 환급받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고, 그러면서 환자들이 병원비가 조금 과도하게 나오면 의심을 해보게 되었다.그러나 이렇게 문제화 되면서도 병원의 허위부당청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이번 PD수첩을 통해 방송된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첫 번째는 2006년 12월 백혈병환우회에서 백혈병을 앓다 사망한 환자들의 진료비기록을 모아 여의도성모병원을 상대로 진료비 환불요청을 하였던 환자중 한 사례였다. 백혈병을 앓다 사망한 황모씨는 골수이식 수술을 받아야만 살 수 있었는데, 수술전 진료비만 4천만원이 나왔고, 어려운 형편에 결국 수술비 2천만원이 부족해 수수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죽기전에 심평원 진료비환불요청을 하였는데, 죽고난 이후 심평원의 결과가 나왔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총진료비 4천만원 중 1900만원의 진료비가 부당청구되어 환급받으라는 결정이 심평원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환자가 선택하지도 않았는데도 선택진료가 신청된 것처럼 처리되었고, 생활이 어려워 의료급여 대상인데도, 건강보험으로 처리되지 않아 병원비의 2배 가까운 돈이 부당청구됐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노모는 그 돈만 있었더라면 우리 아들 골수이식 수술받고 살 수 있었다고 오열하면서 분통해 했다.


또 하나는 화염상모반이라는 선천성 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사례인데, 이는 더 어이가 없었다. 화염상모반은 선천성혈관기형의 일종으로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며 자라면서 계속 레이저 치료 등을 해줘야 하는 질환이다. 그런데 이 레이저 치료가 건강보험의 적용이 되는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거의 모든 병원에서 화염상모반 치료를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로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화염상모반 치료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2만2천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 거의 모든 병원에서 비급여로 받고 있는 치료비는 1회당 100만원으로 건강보험 급여의 무려 50배이다.

 PD 수첩에 나온 화염상모반 환자인 정씨는 회당 100만원이나 되는 시술을 받느라 빚이 4000만원까지 늘어 개인 파산신청까지 했다. 불과 2만2천원으로 시술이 가능한 치료를 50배나 비싼 돈을 주고 치료를 받아왔던 것이다. PD 수첩에서 서울시내 10개병원에 직접 전화를 해서 화염상모반 레이저치료비용을 묻자, 치료비는 몇십만원에서 백만원까지 다양했다.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고 하는 병원은 단 3군데. 그런데도 환자들은 의사들에게 이런 불평불만조차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송에 나온 정씨 역시 2007년 진료비에 대해 심평원의 진료비 환불요청을 한 이후 병원을 바꿔 치료를 받고 있었다. 병원이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모든 정보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병원과 의사들을 대항해 혼자 싸우기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재 화염상모반 환자들은 전국민의 3%정도로 추정되고 있고, 특히 얼굴 등에 화염상모반이 있는 경우가 많아 일상적인 생활에도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궁극적인 치료는 아니지만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레이저 치료는 필수적인 시술이다. 그러나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병원의 부당청구는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두 번 울리는 셈이다.
지난 3월 15일 심평원은 2008년 진료비 확인 민원 총2만여건 중 절반 이상이 허위부당청구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심평원이 진료비 확인 민원을 시작한 2003년부터 6년간 허위부당청구는 8배 이상 늘어났고, 그 중 전체 민원제기건의 80%이상이 종합병원이었다. PD수첩 제작진이 종합병원에서 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을 만나 병원의 허위부당청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러나 환자들은 평생 병원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진료비가 많이 나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여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했다가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될까 두려워 하지 못하거나 했더라도 의사를 통해 병원에서 민원을 취하하라는 압박을 해서 취하했다고 하였다. 실제로 작년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 민원을 낸 2만4800건 중 민원을 취하한 비율이 전체의 26%였고, 이 중 대형종합병원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다가 취하한 비율은 55%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렇듯 끊이지 않는 병원의 부당청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복지가족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병원의 부당청구문제를 해결하기 n이해서는 무엇보다 비급여에 대한 관리가 핵심이다. 현행 제도는 급여에 대해서만 관리하고 있고 비급여에 대해서는 각 병원에서 알아서 하겠거나 하고, 비급여 비용만 보건소에 신고하게 되어있고, 관리나 통제, 심지어는 실태조차도 파악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병원에서 행해지는 부당청구가 건강보험급여가 되는 항목을 비급여로 청구하는 것으로 볼때 비급여에 대한 관리·통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당청구 문제는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부당청구 문제가 제기될때마다 병원과 의사들은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서라고 원인을 정부에 돌리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수가는 매년 의료인과 정부가 협상을 통해 조정해오고 있다. 그렇게 수가가 낮다면 공식적인 협상을 통해 수가인상의 근거를 밝히고 수가인상을 해달라고 요청하면 될 일이다. 정부와 협상이 안된다고 환자들에게 비급여로 왕창 진료비를 부과하는 식의 비겁한 행동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비급여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병원에서 급여가 되는 항목을 비급여로 환자에게 부당하게 진료비를 받고 있지 않은지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병원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6월호(제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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