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행정자치부 주최의 공무원 연금제도 개선 공청회가 열렸다. 정부는 95년에 공무원연금법을 개정, 96년 이후 임용된 공무원부터는 60세에 달해야 연금을 지급하는 '연금지급 개시 연령제'를 적용하기도 했으나, IMF 사태 이후 급격한 재정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95년 이전 공무원에게도 '연금지급 개시 연령제'를 적용하는 등의 공무원 연금제도 전반을 개선하는 안을 발표하였다.
이날 공청회는 전교조, 교총, 공무원직장협의회 등의 단체가 참석하여 행자부가 당사자인 공무원을 고려하지 않고 급조하여 공청회를 개최하고, 시안을 통과시키려는 의도가 있으므로 무효라고 강하게 반발하였으며 공청회를 강행하려는 정부와 시종 일관 긴장 속에서 진행되었다. 따라서 심도 깊은 토론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간략하고 신속한 발제와 형식적인 토론요지 발표가 겨우 진행되는 정도였다. 공청회 발표에 앞서 각 단체 대표들이 제시한 주장은 공청회 재 개최, 현행제도 유지, 기금고갈의 책임을 공무원에게 전가시키기 전에 정부의 기금책임 논의 선행, 잘못된 기금운용 책임자 처벌, 기금운용 과정의 투명한 공개 등이었다.
행자부의 전체적 개선방향은 ① 현직 공무원의 법개정 이전 근무경력에 대해서는 현행 연금법상 기득권 인정(법개정 이후 근무경력은 새로운 제도 적용) ② 공무원 기여율과 정부 부담률 인상, 공무원보다 정부가 더 부담하는 방향으로 개선 ③ 연금급여의 일부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여 연금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방안에서 쟁점이 되었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연금 기금 부담률 인상과 95년 이전 임용된 재직 공무원의 기득권 보호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공무원 연금의 성격 규정, 즉 퇴직금과 노후 소득보장 제도로서의 연금제도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첫째, 연금기금 부담률 인상에 대해 행자부(김주섭, 행자부 인사국장)는 앞서 언급한 대로 공무원, 정부 부담을 모두 인상하되 정부 부담을 더 인상하는 방안과 양자의 부담을 동률로 인상하되 부족분을 정부가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단계적인 부담율 인상 및 민간부문의 퇴직금 및 퇴직수당 차액은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 재정팀장)는 안과 외국처럼 공무원보다 정부가 더 부담하며 그래도 부족할 경우 정부가 부족분을 보충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안(권혁주, 성균관대 행정학)이 제기되었다.
반면 정부 부담율을 인상하고 공무원 부담율은 동결해야 하며 불가피하면 소폭 인상해야 한다(이권상,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심의관)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 주장은 공무원단체들의 입장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데 공무원 단체는 부담률 인상 자체에 반대하며 정부가 더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부담률을 인상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그에 대한 타당성과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해명' 및 책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공무원 기득권 보장과 관련된다. 이 부분은 현직 공무원들의 이해관계와 매우 첨예하게 부딪히는데 크게 '연금지급 개시 연령제' 확대 적용과 급여산정방식의 조정 문제이다. 행자부는 연금지급개시연령제를 95년 이전 임용 공무원에게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반적인 논의 방향은 공무원의 기득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행제도 유지(이권상), 즉 95년 이전 공무원은 20년 가입하면 퇴직후 연금을 수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기득권을 침해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안(신상민: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 실장, 문형표, 권혁주)이 제기되었다. 다음으로 급여산정 방식을 조정하는 문제인데 공무원 연금은 기여와 급여의 불균형으로 재정수지 악화는 예견된 것이었다. 현행 제도에서는 퇴직당시의 최종직급과 호봉에 준하여 급여를 산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행자부는 ① 최종 3년 평균 보수로 연금급여 산정, ② 연금급여 산정기초를 연봉에 포함되는 급여수준으로 확대하되, 연금 급여 산정 기준보수를 전기간 평균보수로 함, ③연금급여 산정 기초를 현행 보수월액으로 하고, 산정 기준보수를 전기간 평균보수로 하는 안(한국개발연구원의 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권상 심의관은 현행 제도 유지를 주장했으며 그 외 뚜렷한 안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연금제도의 불합리한 측면이 있으므로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김진수, 경실련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하기도 했다.
그 외 개선내용으로 발표된 것과 관련하여 연금급여를 현행처럼 재직자 보수에 연동하는 대신 물가연동의 긍정성을 수용하기도(이권상) 하였고, 경제위기 시 물가연동의 폐해에 대한 방안이 있어야 한다(권혁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두 번째 쟁점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공무원 연금을 퇴직금과 사회보장적 급여중 어떤 것으로 볼 것인가에 관한 본질적인 부분과 연관된다. 공무원 단체 측은 연금은 퇴직금이지 결코 사회보장 제도의 성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권상 심의관은 이 입장과 동일한 주장을 제시했으나 김진수 교수는 사회보장 급여로서의 성격을 주장하면서, 산재보험 외에 퇴직전에는 어떤 급여도 실시하지 않고 있는 현 급여의 문제를 개선해야 하며, 재해구조금은 연금에서 지급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초연금제도를 고려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중도적 입장으로 권혁주 교수는 단계적으로 노후 소득보장의 의미를 살릴 것을 제안했다.
이 날 공청회의 전반적인 논조는 현 공무원의 기득권을 최대한 보호하되,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으로 파악될 수 있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에 통합하는 방안이나 국민연금에 준하는 수준으로의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남는 것은 정부 부담율 인상이 국민의 납세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저항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가 문제인데 미래를 걱정하게 되었느냐'라는 방청석의 말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어떤 토론자의 말은 우리 나라의 연금 도입과정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 날 공청회는 최근 계속적으로 표출되는 집단 이기주의의 갈등과 대립의 재판이었으며 제도가 생성, 유지되는 과정속에서 얼마나 많은 주체들이 배제되어 왔었는가를 상기시키는 자리였다. 동시에 사회복지의 미래를 공론의 장에서 본격적으로 찾아나가야 할 시기가 왔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월간 <복지동향> 2000년 08월호(제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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