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청년행동] 열심히 일할수록 기후를 지킬 수 있다면

청년을 위한 녹색일자리

김민 | 기후변화청년모임 BigWave 공동대표

“뭐 먹고 살지?”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입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 하나로 기후 분야를 전공했지만, 막상 취업 시장에 뛰어들 나이가 되니 막막함이 앞섰습니다. 그 때부터 매일 아침 기후 관련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기후·환경·에너지 키워드가 들어간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부족한 전문성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 쳤습니다. 그러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 빅웨이브라는 커뮤니티를 만들게 되었고 덕분에 전공을 살리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30 청년들의 최대 관심사는 당연 일자리입니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졌지만, AI의 등장과 급격히 변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어떤 커리어를 설계할 것인지는 예전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 AI로 대체 가능하거나 앞으로 쇠퇴하는 산업을 선택한다면 힘들게 쌓아온 나의 커리어 포트폴리오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자리가 나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요?

‘기후’가 밥 먹여주나? 일자리도 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2022년 4월 18일~25일, 전국 20~39세 남녀 구직자 1000명(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향후 5년간 ‘괜찮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로 ‘IT/정보통신’이 35.4%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개발자는 높은 몸값을 자랑했지만, 최근 AI의 등장과 함께 AI 개발자 조차도 AI에 대체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로 다시 돌아가면 2위를 차지한 건 다름 아니라 ‘환경/에너지(20.4%)’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기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구 평균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기후 피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중립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탈탄소 공정 및 기술 개발 등 산업 전환은 필수 불가결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두 이미지가 붙어 있다.
왼쪽 이미지는 초록색 바탕에 책상에 두 사람이 앉아있다. 이미지 상단에는 기후 아포칼립스 생존훈련 일자리라고 적혀 있고, 책상에는 기후환경데이터분석가라고 적혀있다. 책상에 앉은 두명의 사람 중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이 "비전공자가 기후환경데이터분석가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이라고 적혀있다. 
오른쪽 이미지 상단에도 기후아포칼립스 생존훈련 일자리라고 적혀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사람이 손을 모으고 가부좌를 틀고 있다. 사람의 뒤로는 여섯개의 팔이 뻗어져 있고, 각각의 손에는 영어, 발표, PPT 정보, 엑셀, 자격증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중간에는 ESG 컨설턴츠 되고 싶다면 갖추면 좋을 업무 스킬은? 이라고 적혀있다.
기후위기 생존훈련 프로젝트 ‘기후오픈벙커’ 인스타그램 콘텐츠 ⓒ빅웨이브

산업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 산하 정치경제연구소(PERI)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적절한 투자를 할 경우 2030년까지 81만~86만 개, 2031~2050년까지는 90만~12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 합니다. 특히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다양한 학력 수준의 노동자에게 취업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고학력, 고스펙이 아니어도 일자리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청년들에게 일자리 기회가 열려있습니다.

일자리 찾을 때 ‘기후’를 알아야 하는 이유

이와 반대로 기존 고탄소 업종의 경우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전국의 61기 석탄화력발전소 중 28기가 정부 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폐쇄되고, 2040년에는 모든 발전소 가동이 중단됩니다. 이로 인해 최소 5300명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충남은 29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하고 있어 폐쇄 및 가동 중단으로 인한 충격이 매우 크고, 이미 보령과 태안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실직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구조 조정으로 위축되고 있는 석유화학 산업은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탄소중립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 문제는 새롭게 취업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세대에게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탄소중립은 필연적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입니다. 다른 사회 문제와 달리 기후위기는 자연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물리적으로 이전 상태로 되돌아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 청년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는 일자리가 청년에게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이나 컨설팅 회사에서 ESG 업무를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일에서의 효능감 보다는 회의감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업 내에서 기후 대응을 할 수 있는 기대감으로 시작했으나, 의사결정 레벨에서 막히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ESG 등급을 잘 받기 위해 지속가능보고서를 잘 꾸미는 일이라며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합니다.

당신이 그리는 ‘녹색 일자리’는 어떤 모습인가요?

내가 열심히 일할수록 기후를 지키는 일자리는 어떤 일자리일까요? 유엔환경계획(UNEP)과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환경의 질(quality) 보전 또는 회복에 기여하는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및 행정에 있어서의 일자리를 ‘녹색 일자리(Green Job)’로 정의합니다.

기존의 일자리를 녹색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녹색 일자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탄소 감축 기술을 개발하는 공학자가 아니어도, 공공교통, 동네 수선집, 리필 스테이션 등 일상에서 기후 대응을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보행, 자전거 사용, 채식 기반 식습관, 재사용·수리·재활용 개선 등 수요 관리 전략을 통해 2050년까지 40~70%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하니 탄소감축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공장 건물 앞에서 10명 정도의 사람이 공장을 보며 서있다. 공장을 등지고 선 어떤 사람이 10명을 바라보며 말을 하고 있다.
청년 태양광발전소 ‘솔라웨이브’ 현장투어 활동사진 ⓒ빅웨이브

햇빛소득을 사회 문제 해결에 활용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집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 소유 부지에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다면, 여기서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돌봄, 교통, 청년 일자리 등 지역에 필요한 사업에 투자하는 모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속한 빅웨이브에서는 청년들의 후원으로 30kW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 여기서 나온 햇빛소득을 청년들의 기후 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 운영에 쓰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사례는 또 있습니다. 몇 년 전 광주광역시에서는 대안학교 징검다리 배움터 ‘늘품’ 출신 청년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햇빛발전협동조합을 설립한 바 있는데요. 이처럼, 조금만 상상력을 더한다면 햇빛소득은 기후위기 대응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기후를 위한 일자리를

녹색 일자리는 환경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일자리가 아닙니다. 기후 분야를 전공하지 않아도, ESG 전문가 자격증이 없어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일자리입니다. 평생 일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최소 8만 시간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그 시간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쓰인다면 앞으로 기후위기는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청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기후위기 대응을 실천하는 곳이 되길 소망합니다.

위 로고 이미지를 누르시면,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의 6·3 지방선거 캠페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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