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구·디지털·기후 전환 속에서 심화되는 청년 불평등 문제를 짚는 “현생 왜 이따구? 답 있다구” 시리즈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번 칼럼은 [인구 전환 X 주거 불평등]을 중심으로, 지역과 청년의 삶에 필요한 변화의 방향을 제안합니다. 해당 칼럼은 오마이뉴스에 순차적으로 게재될 예정입니다.
‘주택’ 정책 보다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
서동규 |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우리는 언제 집 걱정을 그만할 수 있을까요. 2년마다 다음 계약을 걱정하는 전월세 사는 세입자들에게 집은 생활의 근거지라기보다는 근심의 근원지같이 느껴집니다. 걱정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번에 새로 구한 전세집에서는 보증금이 안전하게 지켜질지, 보일러가 고장났을 때 임대인이 수리에 협조적일지, 2년 뒤 또 다시 오른 전월세 가격을 생각하며 다음 집은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도 걱정입니다. 세입자들에게 집 걱정은 너무나도 자연스럽습니다.
인구는 줄어든다는데, 왜 내가 살 집은 없을까?
한국사회의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조건에서도 집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내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와, 집값과 월세가 오른다는 뉴스를 동시에 접하고 있습니다. 집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도 아니어 보입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돌파한 2008년 이후 약 20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주택문제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수도권 인구 집중만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2024년 곡성으로 귀농한 청년 세입자를 만났습니다. 귀농 청년들의 증언은, ‘인구소멸지역에도 인구가 조금이라도 유입되면 임대료가 확 오른다’, ‘마당을 가꾸면 부재지주가 쫓아낼까 두렵다’와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농촌과 도시를 막론하고 주거문제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구가 줄고 빈 집이 늘어난다고 해서, 주거불평등과 자산격차가 저절로 해결될 리는 없을 것입니다.

청년들의 주거 실태는 어떨까요. 2년이 아니라 더 짧게, 1년만 있어도 다음 이사를 고민하곤 합니다. 가장 최근(2024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은 한 집에 평균 1.6년밖에 거주하지 못합니다. 사계절이 한바퀴 돌면 다음 집을 알아보는 처지라는 뜻이지요. 이는 한국 사회에서 세입자가 놓인 상태와 맞닿아있습니다. 청년은 한 집에 평균 1.6년, 모든 연령의 월세 세입자는 3.5년을 삽니다. 그럼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집에 사는 사람은 어떨까요? 11.5년이라는 안정적인 주거기간을 누립니다. 이제 서울 원룸의 평균 월세가 70만 원을 넘는다고 하니, 서울 청년 세입자들은 최저임금의 3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을 월세로 내면서 안정적인 거주기간도 누리지 못하는 셈입니다.
전세도 월세도 불안한 현실
최근 몇 년간 한국사회를 강타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는 세입자를 더더욱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2026년 4월 현재 전세사기특별법에 의해 피해자로 인정된 사례는 3만7648건에 달합니다. 더 나은 주거환경, 적은 주거비 부담을 알아본 결과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큰 빚덩이로 돌아온 경험이 수만건입니다. 한편, 전체 피해 중 약 76%가 20-30대 청년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전세사기 문제 해결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주택소유자와 (청년)세입자 사이에 드리운 극심한 격차는 결국 ‘반드시 집을 사야한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듭니다. 집을 사지 않으면 집 걱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현실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사회는 집 때문에 불안하고 싶지 않으면 자가주택을 마련하라는 압박이 강력한 사회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아파트 가격 상승이 주춤한다고 해도, 자가주택 구입은 대다수 평범한 청년들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입니다. 역대 모든 정부가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정책, 대출정책을 펼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년 간 ‘1가구 1주택’ 정책을 이리저리 짜맞추었지만, 대다수 청년들은 극심한 전월세 불안에 빠져 있습니다. 주택을 구입했다고 해도 거대한 빚을 갚으며, ‘우리 집이 아니라 은행 집’이라는 뼈아픈 농담을 하게 됩니다. 우리 집만 가격이 오르고 나머지는 떨어져야 한다는 모순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되기도 합니다.
‘내 집 마련’을 넘어서는 정책
결국 주택구입을 통한 문제해결에 기댄 정책은 큰 악순환을 가져오게 됩니다. 그렇다면 정책의 방향을 바꾸어서, 세입자로 살아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주거불안을 놓을 수 있는 시기를 주택을 구입했을 저기 머나먼 미래로 미루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걱정을 줄이는 대책에 집중을 한다면 어떨까요. 집이 없는 민달팽이로 살아도 괜찮은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방법은 다양합니다.

보증금을 떼일까 걱정이 될 때, 공공기관을 통해 충분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지금은 개인이 법원에 찾아가서 소송을 하거나 억울함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들이 대폭 줄어들겁니다. 갑작스러운 월세 폭등에 월급은 그대로일 때, 사회적으로 적절한 임대료는 얼마인지 논의하는 사회적 절차가 있다면요. 세입자가 동네에서 쫓겨나지 않을 수 있을테고, 과도한 월세 부담에 투잡, 쓰리잡으로 떠밀리는 일이 적어지지 않을까요.
또 벽이 곰팡이로 가득한 상태에 방치되어 있을 때, 집의 위생상태를 점검하고 시정을 강제하는 공적인 시스템이 있으면, 지금은 임대인의 인정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세입자들의 일상은 어떻게 바뀔까요.
‘주택’정책 보다 ‘주거’정책이 필요하다
청년가구 중 전월세 세입자로 살아가는 비율은 약 82%에 달합니다. 대다수 청년의 현실에 맞는 주거정책은 세입자 정책입니다. 더 나아가 집이 삶의 터전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판이 되어버린 한국의 왜곡된 주거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주거정책의 큰 방향을 ‘주택 소유’에서 ‘안정적인 거주 보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번 지방선거가 ‘전월세로도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경쟁하는 선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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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왜 이따구?” 좌절만 할 수 없으니까, “답 있다구!”를 외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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