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구·디지털·기후 전환 속에서 심화되는 청년 불평등 문제를 짚는 “현생 왜 이따구? 답 있다구” 시리즈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번 칼럼은 [디지털 전환 X 주거 불평등]을 중심으로, 지역과 청년의 삶에 필요한 변화의 방향을 제안합니다. 해당 칼럼은 오마이뉴스에 순차적으로 게재될 예정입니다.
청년주택 면적 기준 확대, 생활권 내 공공 공간 등 필요
이한솔 |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 운영위원장 /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스마트폰에 있는 가계부 정산 내역을 보다가, 지난해 100만원을 커피 마시는데만 쓴 내역이 있어서 새삼 카페에 정말 많이 갔다고 느꼈습니다. 커피를 두 잔 이상만 마셔도 밤에 잠을 잘 못자는 제가 어쩌다보니 카페에 단골고객이 되었을까요?
우선, 일터에서 책상을 나눠쓰기 시작했습니다. 외부 출장이 잦고 프리랜서 직무의 특성까지 더해지니 사무실 책상이 상시적으로 필요하진 않았습니다. 책상을 공유하게 되니 아무래도 재택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문제는 지금 사는 집이 원룸인지라 일어나서 노트북 앞에 앉기까지 고작 두 걸음이라는 점입니다. 밥을 먹거나 빨래를 널게되면 실내 공기 자체가 달라집니다.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집을 나서야 하는데, 오래된 빌라촌에 살다보니 공공시설이 있을리는 만무하고, 결국 갈 수 있는 곳은 카페 뿐인거죠.
이제 카페는 단순한 기호로 찾는 공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일할 공간도, 쉴 공간도 집 안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카페는 사실상 또 하나의 생활 인프라인 셈입니다. 디지털 전환 이후 재택근무와 프리랜서, 비정형 노동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과거에는 회사가 제공하던 업무 공간과 휴게 공간이 사라졌고, 그 기능은 자연스럽게 개인의 주거로 이동했습니다. 문제는 우리의 주거가 그 변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서울 평균 월세 73만원, 단칸방 원룸에서 할 수 있는 것
청년 1인가구의 평균 주거 면적은 약 30㎡ 수준에 머무릅니다. 절반 이상이 원룸에 거주하고, 상당수는 기준에 미달하는 주거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일과 휴식, 식사와 인간관계까지 모두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물리적 한계는 명확합니다. 결국 많은 청년들이 집 밖으로 밀려나고, 카페나 공유공간에 비용을 지불하며 일상을 이어갑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강제에 가깝습니다.
주거비 부담 역시 이러한 구조를 고착화합니다. 청년 1인가구의 상당수가 소득 대비 30%를 넘는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더 넓은 공간으로 이동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없습니다. 여기에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는 저층주거지는 빠르게 노후화되고 있습니다. 건물의 절반 이상이 30년을 넘긴 상황에서, 생활형 SOC와 같은 공적 공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정비와 공급은 지지부진합니다. 주거의 질은 떨어지는데, 이를 대체할 공공 인프라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단 1인가구만의 문제도 아닌듯 합니다.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낯익은 이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마땅치 않으니 결국 카페로 오는 것이지요.

문제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으로 주거의 기능은 분명히 확장됐지만, 정책은 여전히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청년들에게 주거 정책은 ‘적당히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 된다는 시선으로만 접근되고 있고, 그 결과 일터와 일과 후가 뒤섞인 새로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저주거기준은 오랫동안 변화가 없었고, 청년주택 역시 최소한의 면적에 맞춰 공급되면서 ‘단칸방의 반복’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청년 1인가구의 주거 면적을 전향적으로 확대하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면적을 넓히자는 것이 아니라, 업무와 생활, 관계가 함께 가능한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최소 40㎡ 수준의 주거를 기준으로 삼고, 공공임대와 청년주택 공급 시에도 이를 반영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미 LHI의 연구에서도 1인가구를 위한 적정 주거 규모는 30㎡를 넘어서는 것으로 제시된 바 있습니다.
동시에 주거 외부의 공공 공간을 확충하는 접근도 병행돼야 합니다. 모든 기능을 집 안에 담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저층주거지 곳곳에 도보 10분 내 접근 가능한 주민공간, 즉 생활형 SOC를 촘촘하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 청년센터와 같이 규모 있는 공공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네에서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공간, 가볍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지역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는 공간이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내가 사는 집과 동네에 스며드는 공적 공간들

‘카페를 대체하는 공공 인프라’라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이미 일부 정책에서는 이러한 방향이 시도된 바 있습니다. 주거와 다양한 생활 기능을 결합한 특화형 임대주택 모델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정권 변화에 따라 사업 추진 규모가 천차만별로 달라졌으며, 수도권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는 등 지역적 편차 문제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주거와 공간을 함께 공급하는 모델을 전국의 도시 전반으로 확장하지 않는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질문은 단순합니다. 누군가는 왜 직장을 이유로, 쉼을 이유로, 사는 동네의 노후화를 이유로, 카페에 돈을 써야만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걸까요?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주거 정책의 공백이 존재합니다. 집이 감당하지 못하는 기능을 시장이 대신 제공하고, 그 비용을 개인이 떠안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전환은 이미 우리의 삶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주거 정책은 여전히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집을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살아가는 기반’으로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주거 면적의 기준을 재설정하고, 생활권 단위의 공공 공간을 확충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습니다. 카페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삶은 사소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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