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26-04-29   22419

[판결비평] 지하철을 타고 징역 2년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열차 지연’ 재난문자로 장애인 이동권 시위 소식을 접합니다. 하지만 열차가 지연됐다는 ‘불편’만 통보될 뿐, 왜 시위가 벌어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난 1월 29일, 서울중앙지법은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에 전차교통방해죄와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전장연 활동가 2명에게 각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시위의 일환이더라도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실질적 이동권 변화를 이끌어온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최종연 변호사가 비판적으로 짚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311번째 이야기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중 전차교통방해죄 등 혐의로 전장연 활동가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백대현(재판장), 성지원, 김의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1. 29. 선고 2024고합958, 2025고합682(병합) [판결문 보기] 

판결비평 필자 최종연 변호사

최종연 변호사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 민변 집회시위감시변호단 부단장


2026년 1월 19일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1000일 현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2021년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부터 4년여 동안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왔다. 사진은 지난 1월 19일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1000일 현장이다. <출처=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그 일은 가끔 재난처럼 취급되어 왔습니다. “OO역 장애인 시위로 열차 지연 중”이라는 재난문자로 우리는 오늘도 장애인단체가 장애인의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재난문자에는 장애인의 사회적 운동으로 인해 나머지 비장애인들의 흐름에 따라 작동하는 시간표가 지연된 상황을 ‘불의의 사건’으로 치부할 뿐, 어떠한 권리 주장과 쟁점이 있는지는 알 필요도 없다는 차단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2년 및 2023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선전전에 관해 ‘전차교통방해’ 및 ‘업무방해’ 죄를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1. 29. 선고 2024고합958, 2025고합682(병합) 판결, 이하 ‘이 사건 판결’). 이는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사법적으로 판단한 최초의 유죄 판결로, 그 요지와 문제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법원이 그은 선, 15분 지연도 전차교통방해

피고인 1과 2는 각 전장연 회원 및 상임활동가입니다. 검찰이 두 피고인을 기소한 혐의는 각 ▲피고인 1이 2022년 4월 21일, 시청역 2호선 승강장에서 출근길 선전전을 진행하면서 출입문과 승강장 사이에 전동휠체어나 몸을 끼워 넣어 약 85분간 열차가 출발하지 못하게 하고, ▲피고인 2는 2023년 4월 20일, 명동역 승강장에서 출근길 선전전을 진행하던 중 출입문과 승강장 사이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멈추어, 약 15분간 열차의 출입문이 닫히지 못하게 하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 발언을 하였다는 것입니다(본고에서 지하철 승강장 이외의 혐의는 다루지 아니합니다). 

검찰은 위 전철 출발 지연에 관해 형법 제186조 ‘전차교통방해’ 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하였습니다. 이 형법 제186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86조(기차, 선박 등의 교통방해) 궤도, 등대 또는 표지를 손괴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또는 항공기의 교통을 방해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피고인들은 전차교통방해죄가 징역 1년 이상의 중범죄이므로 그 범죄 성립 요건(‘구성요건’)이 비례적으로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는데, 궤도·등대·표지를 물리적으로 손괴하는 행위와 유사한 정도의 위법성·위험성을 가진 행위일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헌법상 보장되는 15분간 열차 운행이 지연된 것은 예비·음모죄를 별도로 규정하는 전차교통방해죄의 취지에 맞지 않는 등의 이유를 들어 결국 전차교통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육로를 불통하게 하여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태양(態樣)¹을 예시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의도적·직접적으로 교통장해를 발생시키거나 교통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 역시 제186조의 ‘기타 방법’에 해당하며, ‘교통방해’는 교통 즉 오고감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전동휠체어 또는 직접 신체로 열차 출입문이 닫히지 못하게 하여 정시 출발과 후속 열차 운행에 지장을 초래한 것은 의도적·직접적으로 교통장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5분 내지 45분간 약 30대 이상의 열차를 운행하지 못하게 하여 교통이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으므로, 전차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휠체어 또는 신체로 열차 출입문을 닫히지 못하게 하여 열차 출발을 지연시킨 행위에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집회·시위의 일환이더라도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업무방해죄에도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행사한 결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불가피한 정도로서 다른 승객들이나 서울교통공사 측이 수인하여야 할 것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초과한다며, 형법상 ‘정당행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다른 도로상의 집회 관련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피고인 1에게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4년을, 피고인 2에게는 징역 1년 및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했습니다. 이에 피고인들은 즉각 항소하였습니다.

이동권 위한 지하철 시위가 징역형에 처할 범죄인가

전차교통방해죄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듯이 열차 궤도를 망가트리거나 신호등을 고장내 열차가 정상적으로 통행하지 못하도록 한 경우를 처벌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동시에 과거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시절, 전철이 진입하는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생존한 사람에게 적용되거나, 다른 승객과의 시비 과정에서 출입문 개폐를 막은 승객에게 적용되어 왔습니다. 

한편 피고인들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그 외 장애인 차별 철폐 등을 주장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평화로운 시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UN자유권위원회가 ‘차량 및 보행자 흐름을 방해하는 행위는 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했다며 강조합니다. 또한 일상적인 지하철 운행 과정에서도 수 분에서 30분 이상 지연이 발생하고, 피고인 등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을 제지하려는 서울교통공사·경찰기동대원들로 인해 승강장이 극심하게 혼잡하여, 휠체어 이동이 불가능하여 지연시간이 더욱 길어졌다고 소명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의문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전철 등 열차시간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일까요? 3~5분 단위로 칼같이 오고 가는 전철을 이용하는 일반 승객들은 편리하고 효율적이겠으나, 출퇴근 등 많은 인파가 몰릴 때는 시각표가 반드시 준수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의 선전전이 지하철에서 열려 전철이 지연되는 것이 비록 당시의 승객들에게 불편을 줄 수는 있어도, 개인을 1~2년씩 교도소에 가두어야 할 범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특히 피고인들이 아무도 갈등하지 않는 매우 자유로운 상태에서 열차 출입문 개폐를 막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수백 명의 경찰·공사 직원들이 이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 상태였다는 점을 법원이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절박한 외침을 외면한 기계적 판결

2026년 1월 19일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1000일 현장
2026년 1월 19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1,000일’ 현장 연대 메시지를 들고 있는 모습. <출처=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 구성원들이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기 시작한 것은 2021년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에 당시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의 집에 ‘장애인권리예산’ 증액분을 반영할 것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² 제68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2026년 1월 2일 시청역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제69차 행동은 2026년 4월 말 현재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과 탑승 행동이 절대적 소수인 장애인들의 불가피한 표현의 수단이고 우리 사회에 저상버스 도입과 탈시설 정책 진전 등 수많은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진영을 달리하는 비장애인들의 적법한 집회·시위 또한 늘 불편을 동반합니다. 주말 도심 집회로 도로 이동시간 증가가 전철 지연보다 결코 덜할까요. 집회로 말할 것도 덕 볼 것도 없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요. 이 사건 판결은 기존의 법률에 비추어 정교해 보일 수는 있으나, 사법절차의 현실적인 한계를 드러내는 판결이기도 합니다.


¹ 어떤 범죄나 법적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묘사하는 법률적 용어

² 비마이너, [칼럼] 이재명 정부 100일과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 박경석, 2025-09-11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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