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법원 판결/결정 2026-05-13   677169

[판결비평 토론회] 상식 벗어난 아리셀 참사 2심 재판부, 기능적 해석으로 사측에 면죄부 줬다

항소심 재판부 법리적 판단 오류와 문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취지 등 상고심에서 바로잡혀야

2026.05.13.(수) 오전 10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2층) '아리셀 참사 2심 판결의 법리적 한계를 짚다' 판결비평 토론회 현장 모습이다.
2026.05.13.(수) 오전 10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2층) ‘아리셀 참사 2심 판결의 법리적 한계를 짚다’ 판결비평 토론회 현장 모습 <사진=참여연대>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 1차전지 연쇄 폭발로 23명 노동자가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관련해 1심 재판부(수원지방법원 고권홍(재판장)·강동관·류호정 판사 2024고합833, 2025고합24(병합), 529(병합))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지난 4월 22일 2심 재판부(수원고등법원 신현일(재판장)·강명중·차선영 판사 2025노1502)는 중처법·파견법 위반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유족과의 합의 등을 감경 사유로 삼아 형량을 징역 4년(박순관 대표)·7년(박중언 총괄본부장)으로 대폭 낮췄습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 판결이 중처법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 아래, 2심 재판부의 판단 근거와 논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상고심에서 법원이 반드시 다뤄야 할 쟁점을 모색하기 위해 오늘(5/13)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 사회로 판결비평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손익찬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는 2심 판결이 안전보건규칙과 중처법에 관한 대법원 판례 법리를 의도적으로 외면한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손 변호사는 2심이 공장 3동 2층에 비상구 설치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비상구를 층마다 설치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산안법 규정을 “건축물 전체에 비상구가 단 하나만 있어도 법적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해석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23명 전원과 합의’라는 외형적 사실을 결정적 감경요소로 삼아 합의 형성 과정의 강박성, 기만성에 대한 심리를 거부한 것“감형하기로 답을 정하고 사실관계를 짜맞춘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후 합의 처리가 사전 안전 투자보다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만든 판결이라며, “중처법을 위헌이라고 선언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낳는다고 강조했습니다.

2026.05.13.(수) 오전 10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2층) '아리셀 참사 2심 판결의 법리적 한계를 짚다' 판결비평 토론회. 제2발제자 장진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6.05.13.(수) 오전 10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2층) ‘아리셀 참사 2심 판결의 법리적 한계를 짚다’ 판결비평 토론회. 제2발제자 장진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장진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형법 이론의 관점에서 2심 판결의 세 가지 쟁점을 체계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장 위원은 비상구 관련 의무를 부정한 해석에 대해, 2심이 유추적용금지 원칙을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이해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비상구가 근로자에게 실제 대피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었는가’라는 실질적 대피가능성을 고려 대상에서 배제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중처법 인과관계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위반 → 중대재해 발생”이라는 단순한 도식이 아니라, “경영책임자의 의무위반 → 현장 안전관리 실패 → 중대재해 발생”이라는 구조 속에서 심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리체계 의무가 추상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결과와의 관련성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양형에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합의가 성립됐다는 단순한 겉모습만 보고 감형해주는 것은 형사합의의 개념적 혼란을 양형에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이런 감형 판단이 합의 노력을 촉진할 수 있을지 몰라도 중대재해 예방 노력은 오히려 축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발제에 이어 권미정 활동가(김용균재단), 신하나 변호사(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법률지원단 단장), 유승익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김혜진 활동가(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권미정 활동가는 현장 활동가 시각에서 이번 판결의 근거와 결론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짚었습니다. 권 활동가는 소방서가 사고 두 달 전 아리셀 3동을 이미 ‘다수 인명피해 발생 우려 지역’으로 지목하고 “급격한 연소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를 적시했음에도, 2심이 화재의 급속한 확산을 ‘사고의 특수성’으로 취급해 감형사유로 삼은 것은 전도된 논리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비상구 존재 여부보다 비상구의 위치를 알지 못했고, 출입할 자격도 주어지지 않았으며, 출입구 앞에는 완제품이 적재되어 있었던 현실이 23명이 대피하지 못한 핵심 원인임을 강조하며, 판결이 법 목적의 총합적 관점을 상실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하나 변호사는 희생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던 산재의 구조적 특수성에 주목해 합의를 반영한 감형 문제를 짚었습니다. 사측이 ▲변호사 윤리장전에 반하는 직접 교섭, ▲시한부 압박과 공탁 협박, ▲처벌불원서를 합의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 ▲외국인 유족 취약성을 악용한 차별적 합의안, ▲체류 숙소 지원 종료에 따른 강제적 귀국 압박 등 구조적 강박 하에서 합의를 성사시킨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신 변호사는 이주노동자 유족과의 합의는 정보·언어 비대칭, 체류 부담, 차별적 산정 기준 등으로 구조적으로 ‘저렴하게’ 성사될 수 있는 만큼, 감경 사유로 삼는 것이 “위험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라”는 잘못된 신호를 경영책임자에게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23명의 죽음, 그 가운데 18명 이주노동자의 죽음과 그 사망의 의미, 그리고 그 합의의 맥락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양형이 가능하여야, 비로소 한국 사법은 다음 아리셀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승익 소장은 이번 판결이 노동 현장의 실질을 외면하고 협소한 문언 중심의 해석으로 일관했으며, 이는 사법부의 구조적 문제를 노출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유 소장은 미국 직업안전보건청(OSHA), 독일 표준건축규정, 일본 건축기준법 시행령 등 해외 주요국과 국제기준이 모두 건물 전체가 아닌 ‘각 층’ 단위로 피난 가능성을 보장하도록 규율하고 있는데도, 2심 재판부는 이를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석을 택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재판부가 선고 직후 유족에 대한 감치 위협과 강제 퇴정 경고, 합의 과정의 문제를 진술하는 변호인 발언 외압 등 재판 운영 전반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지적하며, 이를 법 왜곡 전형으로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법원이 노동자의 사망을 ‘기업의 범죄’가 아닌 ‘기업의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판결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김 활동가는 2026년 4월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수사 1,252건 중 기소는 121건에 불과하고, 1심 유죄판결 49건 중 집행유예가 42건(86%)에 달해 전체 형사 공판 사건 집행유예 비율의 두 배를 넘는다는 수치를 제시하며, 이번 판결이 이러한 구조적 불처벌 관행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활동가는 “이런 판결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안전에 투자하는 대신 사고 후 법기술자에 매달리고, 취약한 유족들을 협박해 처벌불원서를 받아내려 할 것”이라며, 아리셀 참사는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위험의 외주화·이주화가 구조적으로 결합된 사회적 참사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26.05.13.(수) 오전 10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2층) ‘아리셀 참사 2심 판결의 법리적 한계를 짚다’ 판결비평 토론회. 故 엄정정 씨 어머니 이순희 씨(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이번 토론회에서 지적된 2심 재판부의 법리적 판단의 문제점이 상고심 심리에 반영되기를 촉구했습니다. 또한 대법원이 2심 판결의 법리적 오류를 바로잡고 중처법 입법 취지를 재확립하는 판결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토론회에 앞서 故 엄정정 씨 어머니 이순희 씨(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 공동대표)도 재판부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대법원이 엄중한 판결을 내려주길 촉구했습니다. 마치며 사회자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역사학자 아쉴 음베베의 ‘죽어야 하는 사람을 선별하는 사회(죽음정치)’를 인용해 “누군가 죽어야 하는 사람을 선별해 위험 관리의 책임을 전가하는 판결”이라 비판하며, 연대로 함께 나아가자고 강조했습니다.

토론회 개요

[판결비평 토론회] 아리셀 참사 2심 판결의 법리적 한계를 짚다

[판결비평 토론회 웹자보] 아리셀 참사 2심 판결의 법리적 한계를 짚다
  • 일시 장소 : 2026. 05. 13.(수) 오전 10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
  • 공동주최 :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프로그램
    • 사회 :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여는말 : 이순희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 공동대표(故 엄정정 씨 어머니)
    • 발제
      • 손익찬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 장진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토론
      • 신하나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
      •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헌법학자
      • 권미정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 집행위원, 김용균재단 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 문의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02-723-066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02-522-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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