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26-05-21   3875

[중꺾정69화]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이 문제인 네 가지 이유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이 문제인 네 가지 이유

김형철(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후보자 등록이 지난 15일에 마감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투표 없이 당선자로 결정된 무투표 당선자가 전체 당선인 수인 4,227명 중 504명(기초단체장 3명, 지역구 광역의원 108명, 지역구 기초의원 305명, 비례대표 기초의원 88명)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무투표 당선이란 후보자 등록 마감 시각 또는 선거일 투표개시 시작 전까지 당선자 정수보다 후보자 수가 적거나 같을 때 투표 없이 후보자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지역구 국회의원, 지역구 지방의회의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공직선거법 제188조 ②와 ③; 제190조 ②와 ③; 제191조 ③)에 무투표 당선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무투표 당선과 관련된 규정은 없지만, 비례대표후보자가 당선자 정수를 초과하지 않을 때 무투표 당선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에 대통령 선거는 후보자가 한명이어도 무투표 당선을 인정하지 않고 투표를 진행한 후 선거권자 총수의 1/3 이상을 득표할 때 당선자로 결정한다(공직선거법 제187조 ①).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는 제20대 총선에서 통영시고성군의 1명이다. 지방선거에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후 5% 미만이었던 무투표 당선자 비율이 제8회 지방선거에서 11.95%(490명)로 급증하였다. 그리고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이 결정된 후보자의 비율이 11.92%이다. 이 비율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 사퇴와 등록 무효 등에 의해 더 증가할 수도 있다.

제4회 지방선거 이후 무투표 당선자 추이

제4회제5회제6회제7회제8회제9회
무투표당선자 수4812519689490504+α
비율1.24%3.16%4.98%2.23%11.95%11.92%+α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정리

무투표 당선이 문제인 네 가지 이유

행정적 편의와 선거비용 절감 등 선거관리의 효율성을 목적으로 하는 무투표 당선제도는 국민의 기본권인 선거권과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기회를 근본적으로 제한하여 국민주권의 원리를 침해하고 있다. 그리고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 결과로서 거대양당의 독점화와 지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첫째, 무투표 당선은 법에서 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모든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보통선거의 원칙과 모든 유권자가 후보자를 직접 선택하여 당선자를 결정해야 하는 직접선거의 원칙을 위배한다. 즉, 무투표 당선이 결정된 선거구의 유권자는 후보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투표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는 선출된 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이 국민에게서 나오고 국민의 요구를 의사결정에 책임 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민주적 선거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다.

둘째, 무투표 당선은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한다. 공직선거법 제275조는 무투표 당선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즉, 무투표 당선자는 거리유세, 벽보 게시, 선거공보물 배포 등의 선거운동 일체를 할 수 없다. 따라서 후보자는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국민에게 알릴 수 없으며, 동시에 자신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지역 유권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국민은 자신을 또는 지역 대표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며, 어떤 정책과 공약을 추진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

셋째, 무투표 당선은 국민주권의 원리를 침해한다. 민주적 선거는 투표를 통해 국민의 의사를 대표할 수 있는 권리(대표성)와 정당성을 부여하고, 국민이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단이다. 따라서 민주적 선거를 국민주권의 실현을 위한 핵심적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투표 당선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수단인 투표 없이 대표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대표성과 정당성을 훼손한다. 그리고 국민이 정책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와 후보자의 정책, 공약, 업적 그리고 자질 등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민주권의 실현을 저해한다.

마지막으로 무투표 당선은 거대양당의 독점과 지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제8회 기초의회선거 결과에 따르면, 무투표 당선자는 모두 거대양당 후보이다. 특히 전북과 전남지역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모두 당선되었으며, 경북은 무투표 당선 선거구 4곳 중 칠곡군 라선거구를 제외한 3곳의 선거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당선되었다. 다가오는 6.3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 504명 중 진보당 후보 1인을 제외한 나머지 503명이 더불어민주당(306명)과 국민의힘(197명) 후보이며, 지역적으로 영호남에 무투표 당선자가 집중되어 있다. 즉, 지역주의에 기반한 거대양당이 무투표 당선의 수혜자임을 의미한다.

주권자 시민을 위한 진짜 민주주의의 길에 나서야

소수정당, 학계 그리고 시민사회는 국회에 국민주권의 원리를 훼손하고 지역주의에 기반한 거대양당의 독점화를 강화하는 무투표 당선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 12.3 비상계엄을 막아내고 민주주의 회복에 앞장섰던 국회에선 무투표 당선제도의 개선을 위한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투표 당선제도가 국민주권의 원리를 훼손한다는 점을 몰라서가 아니라 무투표 당선제도의 수혜자인 거대양당이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대양당의 모습은 민주주의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한다는 의심을 낳고 있다.

거대양당이 이 같은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무투표 당선제도를 비롯한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러할 때 국민은 거대양당이 민주주의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고 믿을 것이다. 국민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를 구호로만 외치는 가짜 민주주의자가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와 희생 그리고 개혁을 위해 실천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자를 원한다. 거대양당이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자로 거듭나길 조심스럽게 희망해 본다.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